하늘정원에서 다시 만난 작은 기적
어둠이 깔린 무대 위에 번쩍 조명이 밝혀지면, 일곱 명의 소녀가 불꽃이 퍼지듯 일어나 화려한 군무를 시작한다. 오마이걸의 여섯 번째 미니앨범 “Remember Me”의 타이틀곡 ‘불꽃놀이’는 그렇게 쇼케이스에서 첫선을 보였다. 강렬한 비트가 가미된 EDM 사운드의 도입부에서 이전과는 사뭇 다른 에너지가 느껴졌지만, 이내 이어지는 후렴구의 멜로디와 서정적 가사에서 여전히 오마이걸 특유의 색깔이 드러났다.
지난 9월 10일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Remember Me” 미디어 쇼케이스. 무대를 마친 오마이걸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나섰다. 인터뷰를 통해 이번 앨범의 테마는 전작 ‘비밀정원’에 이은 정원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인 ‘하늘정원’이라고 밝히면서, 성장과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기존의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고심해 내놓은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어두운 톤에 글리터가 많은 의상도 밤하늘을 수놓은 별과 불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안무의 대형 변화와 손동작 역시 불꽃놀이를 테마로 하는 등, 모든 디테일이 섬세하게 콘셉트와 연결되는 오마이걸의 강점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8개월 만에 완전체 컴백이라고는 하지만 오마이걸은 유닛 ‘오마이걸 반하나’ 활동 이후 곧바로 일본에서 데뷔해 프로모션 활동을 얼마 전에야 마쳤다. 사실상 휴식기 없는 강행군 속에서 새 미니앨범을 준비해 내놓은 셈이다. 그럼에도 멤버들의 표정은 피곤한 기색보다는 눈앞의 활동에 대한 기대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느덧 데뷔 3주년을 지나 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요정돌’, ‘귀여운 소녀들’이라는 수식어로 불리우는만큼 성장에 대한 멤버들의 부담감 또한 적지 않았으리라. 팀의 메인댄서 유아는 안무가들과의 상의를 거치며 곡을 통해 ‘강인한 소녀’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미미의 랩이 적극적으로 곡을 리드하고 있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한 변화다. 총 네 곡에 랩 메이킹 참여를 한 미미는 곡이 지닌 서사와 분위기에 맞춰 마치 영화의 한 씬을 만들어가듯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가사를 써 내려가는 것이 자신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팀의 막내 아린은 스무 살을 맞아 좀 더 성숙한 콘셉트의 무대를 할 수 있음에 기쁨을 표했다. 멤버 전원이 성인이 된 만큼 음악적으로도 성장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의지가 짧은 인터뷰 속에서 강하게 느껴졌기에, ‘불꽃놀이’를 지나 점점 더 변화해 나갈 오마이걸의 활동에 기대감이 생겼다.
대형 그룹이 차례로 컴백하는 가을 걸그룹 대전을 앞두고 경쟁에 연연하기보다는 축제 속의 ‘불꽃놀이’처럼 무대를 밝히는 불꽃요정이 되고 싶다는 오마이걸의 희망사항처럼, 이번 활동이 그들에게 성공적인 축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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