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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ft : 호야 – Shower (2018)

호야 – Shower (2018년 3월 28일, Glorious)

마노: 인트로 ‘Shower’를 듣는 순간, ‘호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뒤에 선공개곡 ‘Angel’이 이어지자 호야가 이 앨범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았다. 아우트로 ‘춤’에서 춤추듯 가벼운 스텝으로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져갈 즈음, 호야라는 사람을 조금은 알게 된 것만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말하자면, 이 앨범은 ‘솔로 호야’가 가장 하고 싶어 하는 것,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으로 펼쳐나간 결과물이다. ‘이젠 내가 가고 싶은 대로 가겠다’는 노랫말처럼, 자신의 것을 펼쳐 보이는 꿋꿋함은 ‘모두 날 보고 있는 것을 안다’는 유들거림을 싫어할 수 없게 만든다. 이런 것을 하고 싶었다는 간절한 진심, 그리고 이런 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솔직한 자신감으로 한껏 빛이 난다. 소나기(shower)가 지나간 뒤 물웅덩이를 밟으며 유유히 사라져가는 뒷모습에 한동안 시선이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그러한 진심과 자신감에 설득당한 결과라 하겠다. 솔로로서 첫발을 내디딘 아티스트의 한결같은 뚝심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을 때의 긍정적인 예시가 아닐까.

미묘: 솔로로서의 야심은 여실히 느껴지고 니화의 작업도 이를 서포트한다. 대부분의 곡이 툭 내려놓듯 끝나는 점을 비롯해, 곡들은 어둡고 축축한 분위기로 느리고 독한 걸음들을 내디딘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보컬은 그에 전혀 맞지 않는다. 시종일관 뻣뻣하고 윤기 없게 웅얼거리는 보컬은, (더욱 뻣뻣한 가성을 사용할 때를 제외하고는) 강약 조절도 없고 노트 내에서의 다이내믹도 없다. 편곡이 어둡고 멜로디가 냉정한 편이라 약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노래를 굉장히 잘해야 살릴 수 있는 곡들이라 욕심을 낸 것만은 알겠고, 퍼포먼스를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음악은 분명 있다. 하지만 선미 등의 획기적인 예가 이미 제시된 지금, 노래가 퍼포먼스를 깎아 먹는 것은 아쉬움보다는 결함이다.

심댱: 솔로 앨범으로 돌아온 아이돌은 으레 솔직한 모습을 담곤 한다. 자신을 좀 더 진솔하게 내보이고 싶어 [Shower]라는 타이틀을 달았다는 그는 샤워 후 말간 얼굴을 한 것 같은 사람으로서, 그리고 Show-perform-er로서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한다. 선공개 곡 ‘Angel’은 샤워의 섹슈얼함을 끈적하게 담아내었다면 ‘All Eyes On Me’는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고자 한다. 뮤직비디오는 과거 출연했던 Mnet ‘힛더스테이지’의 현장감을 옮겨놓은 것처럼 퍼포먼스에 집중하게 한다. 아우트로의 제목이 ‘춤’이라는 것도 인상적이다. 춤을 앨범의 중심으로 둔 호야의 EP는 충분히 눈도장이 찍힐 만하다. 뮤직비디오와 관련 영상으로 그의 세계를 더 쉽게 느낄 수 있으리라.

조은재: 프리픽스 특유의 가볍고 경쾌한 안무가 한껏 비장하고 무겁게 연출된 곡뿐만 아니라 댄서 호야 본연의 장점도 충분히 살려주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다만 다각도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퍼포먼스를 기획했다는 것만은 선공개곡 ‘Angel’과 타이틀곡 ‘All Eyes On Me’의 뮤직비디오에서 충분히 알 수 있는데, ‘기획’과 ‘연출’이 엄연히 다른 영역임을 실감하게 된다. 호야가 정말로 신인 아이돌이었다면 조금 위험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행히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어 큰 흠결로 느껴지진 않는다. 춤에 강점이 있다고 여겨지는 ‘아이돌 댄서’ 호야의 첫 앨범에서 눈길이 가는 것은 공교롭게도 온전히 보컬로만 이끌어가는 후반부의 발라드 트랙 ‘점’과 ‘한숨’인데, 호야의 담백한 창법 덕분에 우울한 곡들이 감정 과잉으로 흐르지 않고 적당히 맑고 촉촉한 공기를 만든다. ‘아이돌 명가’였던 프로덕션의 후광을 완벽히 걷어낸 뒤 스스로의 힘만으로 드러낸 모습이 이 정도라면, 확실히 다음 앨범을 기대할 만하다. 첫 술에 배부르랴.

Shower
Glorious
2018년 3월 28일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One reply on “Draft : 호야 – Shower (2018)”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도 보컬이 맞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열심히 만들었는데 설득력이 없는 느낌? Angel의 퍼포먼스는 잘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보컬 믹싱이 문제인지, 춤이 노래에 비해 과한 것 같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