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8년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진행된 〈한 줄도 쓰지 않았어요〉(기획 박준우, 전대한)에 전시되었습니다.
요즈음 팬덤을 가르는 새로운 단어가 있다. ‘공출목’이 바로 그것이다. 공출목이란 공항 사진, 출퇴근길 사진, 목격담을 줄인 단어로서 한국 연예인을 좋아한다면 자연스레 접하는 대표적인 정보를 말한다. 팬덤 내에서 연예인의 사생활 보호를 목적으로 이를 지양하는 사람이 생겨났으며 이를 넘어 디스패치를 포함한 언론의 과도한 파파라치 행위나 졸업사진, 과거 사진 등 좀 더 폭넓은 방향으로 연예인의 사생활을 소비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공출목 지양 중 공항 사진에 한정하고,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2017년부터 SNS상에서 새로운 팬 문화로 떠오른 ‘공출목 지양’은 특히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일어났다. 공출목 중 공항 사진은 일명 ‘공항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어 온 콘텐츠이자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공항 사진의 전제조건은 아이돌을 향한 관심, 즉 뜨거운 수요다. 아이돌이 출국입국을 할 때마다 공항에서 사진을 찍는 홈마(홈마스터)와 연예인을 보기 위해 모여든 팬들로 진이 처진다. 공항은 무대 외에 연예인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장소다. 공항에서 포착한 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소소한 일상 등을 이유로 공항사진은 팬덤 내에 가장 핫한 콘텐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입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 지속적인 관심에 아티스트는 메이크업을 비롯하여 옷을 갖춰 입기 시작했고, 이에 의류 협찬을 받아 기자에게 사진을 찍히며 ‘공항패션’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항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공항 내 혼잡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아티스트가 출입국 현장에서 추행을 당하거나 다치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다. 팬덤이 가장 쉽게 공감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부상뿐 만이 아니다. 팬들은 공항 사진의 민낯을 통해 사생활 침해라는 폐해를 직시했다. 무수히 많은 카메라가 공항 내부에서 휴식을 취하는 아이돌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 공개되었다. 이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의 결과물이 내가 좋아하는 공항 사진이라니, 팬덤은 당황했다. 그 결과 아이돌의 사생활 침해와 관련된 담론이 등장했으며 이에 사생활 소비의 대표격인 ‘공출목’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이를 지양하겠다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공출목 지양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팬덤은 기존 팬 문화와 케이팝 씬의 악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쉽게 과열되는 투표광풍과 스트리밍 전쟁에 의문을 제기하고 밤샘문화에서 비롯된 팬덤을 향한 관계자의 푸대접에 대해서도 재고하게 되었다. 또한, 팬덤 내 사이버 불링은 물론이고 2016년부터 팬덤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아티스트의 혐오성 표현과 콘텐츠 내 존재하는 혐오를 예민하게 포착해 적극적으로 해명을 요구하는 등 다방면의 담론을 형성했다.
물론 새로운 이 흐름은 ‘공출목 지양’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담론을 품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공출목을 지양하면서 콘서트 사진 및 동영상 촬영으로 침해되는 저작권에 대해서는 아직도 크게 공론화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아티스트와 팬덤의 인권에는 예민하지만, 그 외의 케이팝 씬을 건강하게 만드는 어떤 부분에는 둔하기 마련이다. 한편 케이팝이 붐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인 팬메이드(fan made)를 어디까지 부정해야 할 것인지, 그에 대한 대체재가 존재하는지에 관한 딜레마 역시 존재한다.
계속된 팬덤의 공출목 소비 담론에 영향을 받아 제작자에게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아티스트의 졸업식이나 공항 사진 촬영을 금지하거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등 아티스트의 인권을 배려하는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JYP의 경우, 공항이나 숙소 근처 등 비공식 일정을 따라다니거나 녹음, 촬영하는 행위 전반을 할 시에 스케줄 관련으로 불이익을 주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반대로 몇몇 제작자는 아직도 공출목을 소비하는 팬덤을 인기의 지표로 삼는다. SM의 경우, 일부 V App 콘텐츠나 유튜브 콘텐츠에서 공항에서 기다리는 팬덤을 영상으로 담아 ‘데뷔 전인데도 어마어마한 팬들’이라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기존의 팬 문화와 케이팝 씬을 구축하는 소비 행태와 반하는 ‘공출목 지양’은 분명 힘든 운동이다. 다만 팬덤 스스로가 아티스트의 사생활 침해에 공감하며 소비를 멈추고, 팬덤과 제작자에게 특정한 요구를 하는 것 역시 또 다른 의미의 팬메이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팬덤의 새로운 목소리인 공출목,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공출목 지양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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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plies on “공출목 지양하시나요”
최근에는 인원이 많은 남자 그룹의 뮤뱅 출근길이 문제가 되더군요. 팬의 자정작용이 먼저겠지만, 뮤뱅 출근길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어왔구요.
목격 아니고 목격이요,
아 쫌… 완전히 달라요…
“한국 연예인을 좋아한다면 자연스레 접하는 정보를 말한다”라니
이게 공출목의 ‘정의’인가요?
말 왜 이상하게 쓰셨어요…ㅠㅠ
페미니즘,환경보호를 ‘문화’라고 하나요?
이라고 하지…
공출목지양도 그렇고요.
공출목 지양 담론이랑
사이버불링, 스밍투표과열경쟁, 밤샘, 아이돌혐오표현 이 각각의 담론들을
왜 엮는 거죠???
전부 다 따로따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데, 마치 공출목 지양이 있고 그 파생인 마냥..
팬덤내부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모르면 다른 여러 사람들한테 물어보기라도 하시지ㅠㅠㅠㅠ
핵심들이 전혀 다른 거에요ㅠㅠㅠㅠ
공출목 핵심을 파악을 못하는 사람들이 공출목 지양에 갑자기 공방촬영,콘서트촬영을 엮죠…ㅠㅠㅠ
공출목 지양과 엮일 수 있는 건 오직
사 생 (=스토킹)
뿐입니다…. 그게 하나의 담론이에요.
정확하지않은 정보와 표현으로 글 쓰는 건 잘못된 선동을 불러일으켜요..
신중해주시기 바립니다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