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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9년 4월 초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첸, 아이즈원, 모모랜드, 강시원, 정대현, 얼라이크, 블랙핑크, 걸크러쉬, 오마이걸X유재환, 밴디트의 음반을 다룬다.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첸, 아이즈원, 모모랜드, 강시원, 정대현, 얼라이크, 블랙핑크, 걸크러쉬, 오마이걸X유재환, 밴디트의 음반을 다룬다.


사월, 그리고 꽃
SM 엔터테인먼트
2019년 4월 1일

마노: 특유의 날카롭고 쨍한 톤을 다소 억눌러 부드럽고 둥글게 갈음한 보컬이 섬세하게 그림을 그리듯 퍼져 나간다. 6곡을 각각 다르게 그려내는 미묘한 톤이나 감정선의 변화도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며, 그것을 아주 탁월하게 수행하고 있어 큰 불편함 없이 들을 수 있다. 단지 타이틀곡에서 어딘가 묘한 답답함 같은 것을 느끼게 되는데, '사랑의 말'과 '먼저 가 있을게'가 주를 이루는 앨범 후반부에서 그것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특히 '사랑의 말'에서 구사하는 시그니처와도 같은 예리하게 찌르는 듯한 고음과 거칠게 뱉어내는 듯한 호흡이 어딘가 90년대의 정취를 풍기는 멜로디와 썩 잘 어우러진다. 담담하게 꾹꾹 누르다 이내 폭발하듯 터뜨려내는 '먼저 가 있을게' 역시 놓치지 말아야할 트랙. 프로덕션의 결과물이 아티스트의 능력치와 매력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끝끝내 지워지지 않는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이다.

심댱: 엑소에서 보여주던 날카로운 고음이나 OST에서의 청량감 대신 섬세함이라는 키워드를 내놓은 첸의 솔로 앨범. 건반과 스트링 위주의 단출한 악기 구성, 보컬이 곡의 전반을 이끌고 가는 모양새는 그의 테크닉과 감정전달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타이틀곡을 비롯한 트랙 전반부는 감정전달이 주였다면 테크닉과 목소리가 주는 힘은 후반부에서 더 느낄 수 있다. 개중에 매력적인 트랙을 꼽자면 '꽃'과 '먼저 가 있을게'. 전자는 농담을 달리하면서 여린 힘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면 후자는 전조를 기점으로 들끓던 감정이 폭발하는데, 거기서 오는 고양감이 쾌감을 준다. 화려함을 내려놓으며 진정성을 내보이는 아이돌의 솔로 이미지와 엇비슷하지만 규현, 려욱 등 SM의 남성-솔로-발라더의 계보를 잇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은 그가 테크닉에 치우쳐 임창정의 후예가 되지 않길 바라는 것과 섬세함을 표현하는 시각적 언어의 업데이트다. 뮤직비디오에서 베일로 얼굴을 덮은 피아니스트와 무용수의 복식은 노래를 보조하는 한편 여성의 존재를 지워내는, 다소 낡은 방식의 표현으로 보인다. 작년 MINO의 '아낙네'에서 들었던 불편과 일정 부분 맞닿아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한 고찰도 노래를 향한 고찰만큼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HEART*IZ
Off The Record Entertainment, Stone Music Entertainment
2019년 4월 1일

서드: ‘비올레타’는 ⟨행복한 왕자⟩ 이야기를 가사에 차용하고 제비꽃을 상징하는 보라색을 컬러 테마로 하는 등 ‘라비앙로즈’의 연장선에 존재하면서도 자기복제처럼 보이지 않도록 콘셉트에 신경을 쓴 흔적이 두드러진다. ‘라비앙로즈’가 신선하면서도 강렬한 데뷔곡이었다면 ‘비올레타’는 브랜드로서 아이즈원이라는 그룹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곡. ‘해바라기’는 전작의 ‘아름다운 색’처럼 처음부터 첫 트랙에 자리하기 위해 쓰여진 듯한 노래로 히토미와 나코 등 일본 멤버의 다소 두드러지는 보컬을 반복되는 구절에 배치하면서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또한 멤버들의 중저음을 매력적으로 활용한 ‘Highlight’나 멤버 김민주와 히토미가 작사에 참여한 어쿠스틱한 발라드 ‘Really Like You’와 같은 곡으로 음악적 영역을 넓히기도 하는 동시에, 산뜻하고 신나는 분위기의 ‘하늘 위로’나 ‘Airplane’같은 곡들로 적절히 균형을 잡아준다. 일본 데뷔 싱글에 수록되었던 ‘고양이가 되고 싶어’와 ‘기분 좋은 안녕’의 번안 또한 멤버들이 맡아 팬서비스까지 극대화 하면서, 타이틀곡과 수록곡이 각각의 목적에 충실히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더하거나 덜어낼 것이 없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훌륭히 피해간 앨범.

이번 회차의 추천작

스큅: 이제껏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그룹들이 짜깁기식의 소모적인 기획이나 인기에 기댄 방만한 프로듀싱으로 퀄리티 컨트롤에 실패해온 것이 사실이다. "HEART*IZ"는 이 징크스를 완전히 불식시킨다. 타이틀곡 '비올레타'는 의도적으로 '라비앙로즈'의 구조를 차용해 일관성을 지키되, 절제미를 절도로, 곡선미를 직선미로 치환하며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혹자는 우려먹기가 아니냐 지적하지만, 사실 '비올레타'의 짜릿함은 '비올레타'가 '라비앙로즈'라는 원본의 착실한 변용물이라는 데서 나온다. '라비앙로즈' 없이 '비올레타'만이 발매되었다면, 혹은 '라비앙로즈'보다 '비올레타'가 먼저 발매되었다면 이 정도의 쾌감은 없었을 것이다. 수록곡 역시 적지 않은 볼륨에도 발랄한 기조가 기복없이 이어지며 부담없는 팝 앨범으로서의 덕목을 자랑한다. 시즌을 거듭하며 프로듀싱에도 발전이 있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준수한 결과물. 추천 수록곡은 '하늘 위로'와 'Airplane'.


Banana Chacha
아이코닉스, 모그커뮤니케이션즈
2019년 4월 3일

랜디: 바나나는 대체 케이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시마다 이런 모습으로 소환되는가. 아동 대상 콘텐츠라는 것은 알겠지만, 아동은 이정도 만듦새에도 만족하리라는 게으른 판단의 결과물로 보인다. 아니, 아동 대상임에도 의상의 활동성은 낮고 노출도는 필요 이상 높아 대상 시청 층에게 선뜻 권하기 꺼려진다. 번외 같은 곡임에도 그룹 커리어 선상에 그대로 넣었다는 점이 아쉽다.


Click Click
티앤케이 엔터테인먼트
2019년 4월 4일

랜디: ⟨프로듀스 101⟩에 출연했던 연습생 강시원이 3년만에 드디어 솔로로 나섰다. SNS를 통해 꾸준히 팬을 모아와서 해외 케이팝 팬덤에서 반응이 꽤 좋다. 노래 한 곡을 여유있게 끌고 나가는 무대 매너가 훌륭하다. 새삼 여성 아이돌 연습생 풀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되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뮤직비디오는 카드나 소리 등 근 2~3년간 다른 케이팝 뮤직비디오들이 많이 보여준 그림의 반복일 뿐이라 독창성은 부족하나, 신인의 에너지와 곡의 스타일에는 잘 어울린다.


Chapter2 “27”
위캔 컴퍼니
2019년 4월 5일

랜디: B.A.P의 메인보컬 대현이 솔로 가수 정대현으로 돌아왔다. 첫 미니 앨범이지만 데뷔 7년차다. 구성은 피아노가 주가 되는 발라드곡 일색으로, 아이돌 메인보컬 출신 가수들이 많이들 가는 길을 가기로 한 모양이다. 전곡을 본인이 작사, 작곡한 점이 눈에 띈다. 선량한 가사와 선율 곳곳에서 첫 발자국을 내딛는 조심스러움이 느껴진다. 본인이 말했듯이 이제 겨우 7년이다. 아직 보여줄 것이 많아 보인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그룹의 메인보컬이 발라드 중심의 자작곡으로 솔로 데뷔하는 것에 기대감이 좀 떨어질 때도 있지만, 정대현의 첫 미니앨범은 신선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기교를 많이 부리기보다 담백한 작곡인데, 그보다도 한층 더 담백하게 걷어낸 편성 속에서 보컬의 리버브가 기분 좋게 묻어나면서 간결하고 진중한 맛을 물씬 낸다. 가슴 벅차는 절정과 고음 등의 요소가 있음에도, 조였다가는 풀어주다 마는 식의 편곡의 절제가 세련미를 더한다. '너는 내게'나 인트로인 'Happy Dreams'와 같은 기조로 조금 더 멀리 끌고 나가는 모습도 한번 보고 싶어진다.


Real Love
87sound
2019년 4월 5일

심댱: 데뷔곡 'Summer Love'에 이어 준수한 퀄리티로 돌아온 얼라이크. 뮤직비디오가 없는 점은 다소 아쉽지만 파워풀한 보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전과 같이 만족스럽다. 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보컬은 EDM의 구조를 따라 공간을 기분 좋게 채운다. 범작을 넘어설 과감한 선택을 내심 바라는데, 이들의 최선이 절대 부족하다기보다는 더욱 빛나길 바라서이다.


KILL THIS LOVE
YG 엔터테인먼트
2019년 4월 5일

조은재: 절 구간에 흐르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비장함을 강조하는 후렴의 빅 밴드 연출이 교차로 등장하는 흐름은 YG 고유의 문법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걸그룹 제작의 동향이 청순계에서 카리스마를 어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다 보니, YG식 연출의 변용이 곳곳에서 등장하면서 단순한 캐릭터의 병치만으로는 뚜렷한 인상을 남기기 어렵게 되었다. 블랙핑크의 'Kill This Love'는 이 난제를 서사적인 비디오로 극복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YG에서 비주얼이란 아이코닉하지만 거창하지 않은 파편적인 이미지로 대중에게 빠르게 유통되어오곤 했다. 이 특성 때문에 케이팝 아이돌 안에서는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 서사성을 YG에서 찾아보기란 무척 어려웠다. 그러나 'Kill This Love'에 등장하는 네 명의 주인공은 YG에서 처음으로 '이야기'를 시도한다. 네 명의 멤버는 모두 상반된 두 가지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는데, 이 두 캐릭터는 단순히 어떤 강렬함을 소구하기 위한 이미지 장치일 뿐만 아니라, 서사를 만들고 진행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과거에 의해 절망하는 자아와 그런 절망적인 과거에 잠식된 스스로를 죽이려고 하는 또 다른 자아는 그 자체로 단편적인 이미지 이상의 서사를 만든다. 결국 곡의 흐름에 따라 하이라이트 구간에 접어들면서는 마칭 밴드까지 등장하는데, YG에서 밀리터리 이미지가 '위엄'이나 '장대'가 아닌, 그 원속성에 가까운 '전투', '죽음'의 표현으로 등장하는 것 또한 'Kill This Love'가 처음이다.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블랙핑크는 유난히 불, 총, 전쟁 등 강력하면서도 극적인 테마를 타이틀곡의 퍼포먼스에 자주 접목했는데, 이것은 YG를 제외한 케이팝 보이그룹에게서 자주 발견되어온 테마이기도 해서 흥미롭다.


Memories (메모리즈)
담 엔터테인먼트
2019년 4월 8일

미묘: 고혹적이고 주술적인 느낌을 만들어내려 한 것 같고 사운드 메이킹에서 그것은 어느 정도 달성된다. 섹션의 연결이나 편성의 일부 요소가 도식적이기는 하지만 소스 하나 하나가 나쁘지는 않다. 무엇보다, 트로피컬 하우스의 해일 끝에 칠 하우스를 선택한 것이 흥미롭다. 그러나 선택이 특별한만큼 결과도 특별하지는 못해 다소 지루하게 흘러가는데, 뮤직비디오의 과감하고 집요한 섹스 어필이 음악에 잡아먹힐까 안배한 것처럼 들릴 정도. 와중에 7도 도약을 무작정 반복하는 등의 멜로디가 품위를 더 낮춘다.


사랑 속도
WM 엔터테인먼트, UL 스튜디오
2019년 4월 8일

미묘: 산뜻하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는 곡. 다만 본격적인 매력을 느끼게 되는 건 후렴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뒤다. 나이브한 멜로디가 곡의 정서와 편곡에 잘 어울리기는 하나 6/8 박자에 휘둘리기라도 하듯 적은 기복으로 꽉 차 있어서 정작 보컬이 정서적 깊이를 더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오마이걸은 결이 곱고 속 깊은 캐릭터를 잘 구현해 온 팀이기 때문에 그런 점이 더욱 아쉽다. 후렴 뒤의 훅에서 VIm9를 그리며 길게 호흡을 내려놓거나 내레이션과 래핑과 싱잉의 사이에 걸치는 등 미묘한 지점들을 그어가는 대목이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유다.


BVNDIT, BE AMBITIOUS!
MNH 엔터테인먼트
2019년 4월 1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스큅: 아이돌 시장이 과포화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새로운 지점을 찾아 이를 교묘히 파고드는 그룹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밴디트가 바로 그 예시다. 인트로 'Be Ambitious!'는 마칭 밴드 사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역동적이기보다 되레 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위풍당당한 행진의 기세보다 경건한 거수경례 의식의 결의가 읽힌달까. 내밀한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야심은 근 몇년간 성행한 당찬 소녀상과도, 과시적 당당함을 내세우는 '걸크러시'와도 궤를 달리 한다. 타이틀곡 'Hocus Pocus'는 톤다운된 뭄바톤 사운드를 바탕으로 탄탄한 지구력과 내구성을 뽐내며 그룹 이미지를 더욱 견고하게 연성한다. 얼마전 압도적인 공격력을 내세워 데뷔한 에버글로우와는 대척점에 놓이는 전술이라 더욱 흥미롭기도. 청하를 성공시킨 MNH의 역량에 더욱 신뢰를 품게 된다.

심댱: 'Hocus Pocus'는 파워를 고르게 나누다 보니 텐션은 떨어지지 않는 대신 자극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무대에서 안무가 입혀졌을 때야 파워가 눈에 들어오는데, 이들의 컬러가 정중동에 기인해 흥미로움을 준다. 그들의 심심한 매력은 힘을 줘야 할 타이틀곡에는 약간의 물음표를 남기지만 미묘한 감정선을 가진 수록곡 '연애의 온도'에서는 빛을 발한다. '나의 매력에 빠지게 될 거야'보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상대의 반응에 흔들리는 나'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누군가의 동생 그룹이라는 애칭은 대중성은 쉽게 확보하는 한편 그렇게 붙들어 놓은 눈에 확신을 심어줘야 하는, 다소 까다로운 이름표다. 이번의 확신은 조금 뒤에 켜졌으니 다음은 들어가기 전부터 깜빡이가 켜지길 바란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