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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9년 3월 중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우석X관린, 드림노트, 박봄, 공원소녀, 예리, 마마무, 백퍼센트, 방용국, 에버글로우, 정세운, 다이아, 여고생, 모모랜드를 다룬다. 이번 회차부터 새 필진 로지가 합류한다.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우석X관린, 드림노트, 박봄, 공원소녀, 예리, 마마무, 백퍼센트, 방용국, 에버글로우, 정세운, 다이아, 여고생, 모모랜드를 다룬다. 이번 회차부터 새 필진 로지가 합류한다.


9801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11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은재: 한국에서 '진짜 힙합'을 하는 것은 아이돌뿐이라는 우스개가 떠오른다. '별짓'은 인기를 얻기까지의 서사를 대중과 공유하는 아이돌이 인기에 겨워 내뿜는 스웨그로 가득하다. 마치 뮤직비디오 속의 라이관린이 집어 올린 딤섬처럼, 자칫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었던 자신감 표현을 멜로딕한 곡 전개와 담백하고 산뜻한 래핑으로 담아냈다. '별짓'을 듣다 보면, 재지팩트 등 한동안 힙합신에서 활약했던 팀들도 생각나는데, 막상 수록곡은 좀 더 무겁고 강렬한, '본격적인' 힙합인 점도 의외의 감상 포인트.


Dream:us
아이디어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2019년 3월 12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서드: '하쿠나 마타타'는 레트로 사운드에 밝은 멜로디와 'Oh Yeah!', 'Whoo!', 'Hey!'처럼 노래 사이사이 들어가는 추임새가 합쳐져 팀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전체적으로 높은 음역에서 전개되는 곡인데도 아슬아슬한 부분 없이 훌륭하게 서로를 받쳐주듯 파트를 교체하며 노래를 완성해나가는, 마치 계주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매력이 있는 곡이다. 상대적으로 수록곡이 평범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지만, '취미는 너'의 후렴에서 시원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보컬은 타이틀곡 못지않게 매력을 선사한다. 전작 'Dreamlike'에 이어 톡톡 튀는 개성을 착실히 다져가고 있는 앨범.

놓치기 아까운 음반

하루살이: 하이틴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자신감에 슬며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자칫 뻔한 가사에 캐릭터가 납작하게 짓뭉개질 수도 있었지만, 밴드 사운드 위에서 통통 튀는 에너지가 먼저 느껴진다. 인트로 곡 '¡Bienvenido!(Welcome Back)'의 도도함은 이 그룹의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기까지 한다. 다른 그룹과의 차별점이 아주 절묘해 익숙하지만 낯설다. 들을수록 '너무 좋아할까 봐 아주 겁나'게 된다.


Spring
디네이션
2019년 3월 13일

스큅: 용감한형제가 전두지휘한 "Spring"은 곡과 앨범 자체의 개성보다는 가창자의 개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비트와 피아노, 코러스 등의 사운드 요소들은 모두 타격감이 좋게 디자인되어 음절과 어절 단위로 곡을 두들기는 박봄의 목소리와 잘 어우러지고, 멜로디와 박자는 끝울림이 강력한 창법이 빛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곡 구성이 박봄의 매력을 탄탄히 받쳐주는 데에 그치고 증폭시키지 못한다는 점은 못내 아쉬우나, 긴 공백기를 뚫고 박봄의 존재 의의를 각인시키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더욱이 타이틀곡 '봄'은 박봄 개인의 역사는 물론 그룹 2NE1의 역사까지 함축하고 있는데, 용감한형제는 '봄'이 본래 12년 전 2NE1을 위해 썼던 곡이었다고 밝힌 바 있어 더 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들에게도 다시 봄이 올 수 있을까.


밤의 공원 part two
키위 미디어그룹, 키위팝
2019년 3월 13일

랜디: 전작 'Puzzle Moon'과 거의 똑같은 노래다. 조(key)부터 코드, 드롭의 타이밍까지 거의 똑같다. 파트1과 2의 유기성을 위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지만, 전작이 메가 히트 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까지 비슷하게 내놓는 경우는 잘 없어서 갸웃하게 된다. 작곡가 김형석이 이끄는 회사라 해서 음악적인 기대감이 있었던 터라 더 그렇다. 소소하게 달라진 점은 사비를 비우지 않고 챈트나마 목소리를 계속 얹고 있는 것, 그리고 댄스 브레이크를 삽입한 점 등이다. 전작을 보강했다기보다는 같은 노래를 표정만 달리해서 부른 것 같은 작품이다.

로지: 타이틀곡 'Pinky Star (RUN)'는 도입부에서 '찰나'를 독특하게 발음하는 것이 귀를 사로잡고 점점 고조되다가 리듬감 있는 브릿지에서 한 번 더 곡에 집중시킨다. 요즘 데뷔하는 걸그룹이 흔히 보여주는 '소녀다움'이나 '틴크러시'를 모방하지 않고 '딥 하우스'라는, 걸그룹이 쉽게 시도하지 않는 장르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이 인상 깊다. 지난 앨범의 타이틀곡 'Puzzle Moon(퍼즐문)'에서는 '맞춰지는 달의 조각'으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Pinky Star (RUN)'에서는 공원소녀를 상징하는 '별'로 '밤의 공원'이라는 앨범명에 맞게 컨셉을 이어간다. 이는 밤의 공원 3부작의 마지막 앨범을 기대하게 함과 동시에 데뷔부터 탄탄한 기획이 차별화된 그룹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여자 아이돌의 숙명과도 같은, 살아남고 싶다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인 그룹의 정체성을 앨범과 음악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들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스물에게 (Dear Diary)
SM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14일

스큅: 악곡의 무던함에 비해 가사의 섬세함이 과중하게 다가오기는 한다. 그러나 이내 '스물에게'라는 제목에 수긍하고 만다. 진심 어린 말을 투박한 편지지에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아 지난 스물의 나에게 날려 보내는 편지이거늘, 조금 서툴면 어떤가. 오히려 이러한 서투름은 '스물에게'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고 있다. 또한 "토닥임이 떠밀림이 아니길"이라는 사려 깊은 한 줄만으로 작사가 예리의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된 것 같다.


White Wind
RBW
2019년 3월 14일

스큅: '고고베베'는 사계절 프로젝트 내내 보여온 자신만만한 라틴 기조를 유지하되 '너나 해'의 붉은 작열을 바뀐 계절에 맞추어 리프라이즈한 듯 시원시원한 태도를 지닌다. 자가복제가 아닌가 갸웃하다가도, 오랜 기간 끌어온 사계절 시리즈의 중압감을 홀가분하게 털어내는 것처럼 보여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돌이켜보면 이런 부담 없는 당당함이야말로 마마무의 매력 아니었던가. 이어지는 '쟤가 걔야' 역시 가벼움의 미학이 돋보이는 익살스러운 곡으로 일청을 권한다. 이제 장기 프로젝트의 족쇄에서 벗어나 보다 더 자유로운 마마무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tro
티오피 미디어
2019년 3월 14일

조은재: 부정하고 싶어도 한국인이라면 'Still Loving You'의 짙은 트로트 신파 감성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록현의 음색은 너무 정확히 한국인이 사랑하는 명창의 음색이다. 후렴에 가서야 처음 등장하는 록현의 음색을 듣기 전까진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다가도, 한국인의 감성을 건드리다 못해 흔들어놓는 록현의 파트가 등장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그래, 이 맛이야' 하며 탄식하게 된다. "RE:tro"라는 앨범의 제목에 정확히 부합하는, 근래에 들어본 곡 중 손에 꼽히게 컨셉츄얼한 타이틀곡에 비해 수록곡은 평이한 아이돌 팝 발라드로 채워져 있는 것이 조금 아쉽다.


BANGYONGGUK
방용국
2019년 3월 15일

랜디: Mya의 The Truth, 정일훈의 Big Wave와 같은 샘플을 이용한 트랙. 정일훈과 방용국 양측 다 크레딧에서 같은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을 보니 돈을 주고 구매하면 원작자 표기를 안 해도 되는 샘플이었던지 싶다. 버스에서 센슈얼한 가사를 나즈막히 나열한 뒤, 제법 이르게 등장하는 사비에서 인스트루멘탈의 다이내믹만으로 섹슈얼 텐션을 증폭시키는 구조다. 말을 줄일수록 인텐스해질 수 있는 연인 간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신경 쓰이는 것 한 가지. '네 안에 갈 때 나이는 Is nothing'이라는 가사가 '"야" 해' 라고 반말을 허락하는 제목 때문에 하한선 없는 연하를 성적으로 지칭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아니길 바랍니다.


ARRIVAL OF EVERGLOW
위에화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18일

서드: 타이틀곡 '봉봉쇼콜라'는 시시각각 변하는 곡의 분위기와 구성에 이국적 이미지의 멜로디, 독특한 안무가 합쳐져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곡. 대중성보다는 우선 그룹의 이미지를 인식시키는 데에 더 비중을 둔 듯한 전략처럼 보이며 앞으로의 기획을 궁금하게 만들기엔 충분히 강한 인상을 남긴다. 데뷔에 대한 설렘과 소회를 담은 발라드인 수록곡 'D+1'은 합창으로 전개되는 후렴구의 웅장하고 감성적인 멜로디가 싱글 형태에서 타이틀 곡 직후에 배치되기에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은재: 팀의 아이덴티티로 '스파클링 시크'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는 데뷔 싱글. 화려하게 펼친 스케일에 쨍하게 떨어지는 비트가 귓속을 울리는 '봉봉쇼콜라'도 그렇지만, 몽환적인 무드에 공간감을 강조한 신스 편곡이 돋보이는 '달아'도 이제 겨우 데뷔한 신인으로서는 꽤 선명한 이미지로 각인될법한 트랙이다. 걸그룹 또한 보이그룹처럼 결성 및 데뷔 시점에서부터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최근 업계 내에서도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인데, 바로 그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한 데뷔작이 되겠다.


PLUS MINUS ZERO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19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랜디: 깔끔하게 조형한 노래를 정세운이 매끄럽게 불러내고 있고, 페노메코의 랩도 본래 한 팀인 것처럼 잘 어울린다. 스타쉽은 이제 무슨 장르든 평균 이상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정세운의 기획으로도 증명해낸다. 많이 변하지 않는 멜로디 테마가 버스와 사비에 한 옥타브 차이로 나눠 불리고 있는데 이것이 듣는 이에게는 반복 학습처럼 작용해 금방 따라부를 수 있게 만든다. 곡의 고조를 가져오는 것은 여타 케이팝 EDM 곡들과 마찬가지로 빨라지는 하이햇과 피치가 올라가는 신스다. 곡이 점차 진행될수록 초반 정세운이 열정적으로 연주하던 어쿠스틱 기타로부터는 멀어지는 게 조금 얼렁뚱땅한 느낌을 주기는 한다. 케이팝이니까 그러려니 하는 부분이다. 다만 무대 위에 선 기타 소년과 밴드란 것이 주는 특유의 '션 멘데스' 같은 풍경미가 있기에 다른 케이팝 그룹들과는 차별된다.


NEWTRO
MBK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19일

스큅: '우와'는 80년대 롤러장 바이브보다 오히려 90년대 후반에서 00년대 중반 즈음의 클럽튠을 연상시킨다. 통상적인 레트로 시기도, 그렇다고 현재와 동일선상에 놓을 만한 시기도 아니라서 레트로라기엔 상당히 어정쩡한 모양새지만, 그래서 "Newtro"인 것일까. 이러나 저러나 당대 바나나걸의 '엉덩이'가 그랬듯 한국인의 '뽕기'를 무참히 자극한다. 수록곡 역시 딱히 레트로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의 통속성에 어느 정도씩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우와'의 MSG가 워낙 강한 탓에 수록곡이 한층 더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 여하튼 여기 MBK산 숨듣명, 슬케팝 하나 추가요.


High Class (하이클래스)
리치월드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20일

랜디: 이글파이브 출신이자 2000년대 초반 꽤 성공한 솔로 커리어를 가진 리치가 프로듀싱한 걸그룹이다. 이 곡은 정식 데뷔에 앞서 3월에 내놓은 프리뷰 싱글. 외모지상주의 시대에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주목받길 원한다며 전원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독특한 컨셉을 들고나왔다. 하지만 이것도 음악이 좋을 때 순기능을 할 티저지, 귀에 잘 붙지 않는 곡과 매칭되어 큰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 믹싱을 한 건지 확실치 않은 매 트랙이 따로 노는 납작한 사운드와 매 박자가 밀리는 보컬 및 랩에는 흥미가 동하지 않는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가 흥행하며 구글 검색 결과를 청소하는 효과가 있었듯 이 팀도 잘 돼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좋겠건만, 아직은 많은 것이 현재 케이팝씬의 기준에 미달한다.


Show Me
MLD 엔터테인먼트
2019년 3월 20일

서드: 'I'm So Hot'을 두고 단순히 '뿜뿜'의 자기복제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곡의 퀄리티와 상관없이 대중에게 모모랜드의 이런 스타일이 패턴처럼 인식되지 않을지 우려가 커진다. 트로트 멜로디에 흥겨운 비트, 후렴구의 심플한 안무가 어우러지는 곡이며 듣고 있으면 신이 나지만, 동시에 유행 지난 유행어처럼 들리는 기분을 어쩔 수 없다. 한동안 인터넷 밈으로 소비되었던 주이의 음료 광고도 이제 유행이 지났고, 뽕기와 갑작스러운 힙합 파트로의 전환 같은 전개 역시 이제는 썩 새롭지 않다. 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면 초기에 팀이 콘셉트로 잡았던 놀이공원 테마에 어울리는 곡을 다시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모모랜드는 언제나 수록곡의 퀄리티가 좋았고, 이번 앨범 역시 그냥 놓치기에는 아쉬운 곡들이 있다. 'Holiday'나 'What You want' 같은 곡에서 여전히 '짠쿵쾅'과 '어마어마해'에서 보여주었던 신선함을 마주친다. '뿜뿜'은 대중의 관심과 반응에 재빠르게 발맞춘 기획이었지만, 지금은 단순히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팀이 지닌 다른 가능성을 애써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재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