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4.03.1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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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 2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이다. 오렌지캬라멜, 써니데이즈 리얼보컬, 윙스, 박수진, 포미닛, 백퍼센트, 언니들, 일렉트로보이즈, 스피드를 들어보았다.
오렌지캬라멜
까탈레나
플레디스
2014년 3월 12일

  

걸그룹이 ‘병맛’을 소화하는 방식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 오렌지캬라멜. ‘인명 경시’로 노이즈마케팅에 성공한 뮤비로 그녀들이 돌아왔는데, 별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 (혹은 어차피 우린 모두 그녀들에게 빠져들 운명이었던 건지) 뽕끼 가득한 노래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콧소리, 어이없는 국적의 추임새(“주띠메리~”)에 자꾸만 재생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그래, 이런 게 병맛이고 뽕끼다!” 하며 배꼽 때를 파주는 그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달까. 물론 오렌지캬라멜이 다소 마이너스러운 유닛이라 가능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거기다가 팔딱거리는 인어로 분한 세계 미모 2위(…)의 찬란함은 저렇게 망가져도 드러나는구나, 하는 것 역시 그녀들의 탁월한 셀링 포인트다.
PS. 포미닛이 아마 이런 걸 벤치마킹하고자 했던 것 같지만…

크레용팝이 등장하며 오렌지캬라멜의 아성에 도전하는 듯했으나 이 싱글은 이미 이 깜찍하고 키치한 걸그룹이 한계를 돌파하여 이미 독자적인 차원 구축에 성공하였음을 보여준다. 자기 복제라는 점에서 기존의 싱글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가사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 ‘병맛’이란 단어를 고려하지조차 않은 듯 뻔뻔한 태도, 극한으로 밀어붙여 ‘인명 경시’라고까지 일컬어지는 뮤직비디오까지, 이미 오렌지캬라멜은 본인들만의 원더랜드를 훌륭하게 만들어냈다. 다만 ‘까탈레나’에 사족처럼 달린 수록곡들은 여전히 의아하다. 이 그룹에게 앨범 단위의 무언가를 바라는 이가 얼마나 될까. “도도한 콧대”를 치켜세운 ‘까탈레나’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말이다.

펀자브 민요 ‘주띠 메리(Jutti Meri)’의 멜로디를 딴 곡 ‘까탈레나’가 타이틀인 싱글 앨범. 인명 경시로 KBS에서 방영불가 처분을 받은 뮤직비디오는 차치하더라도, 주술적인 후렴 “Jutti Meri Oye Hoi Hoi, Paula Mera Oye Hoi Hoi”에서 오는 기이한 기분은 전작들과도 비교불가이다. ‘립스틱’ 이후 오히려 이쪽이 애프터스쿨의 본진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했던 평자의 뒤통수를 후려친 뚝심 있는 한 방. 단 ‘까탈레나’의 분위기를 이어받은 다음 트랙 ‘So Sorry’나 애프터스쿨이 생각나는 ‘미친 듯이 울었어’는 좀 미적지근한 감이 있다.



써니데이즈 리얼보컬
같은 입으로
하은 엔터테인먼트
2014년 3월 12일

 

다소 오래된 느낌의 곡이다. 그에 더해, 블루지한 곡에 다소 뻔한 리듬의 멜로디가 얹혀 ‘정통파’라 하기엔 뻣뻣한 인상을 남기고, 편곡도 심플하다기 보다는 어딘가 비어 보인다. 그러나 이런 곡의 수요는 늘 조금씩은 있으니, 작, 편곡에 지나친 ‘잔재주’를 부리지 않은 점이 그 부분에서 장점이 될 수 있겠다. 후반을 향해 차분하게 에너지가 쌓여가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윙스
Hair Short
달과별 뮤직, 소니 뮤직
2014년 3월 12일

  

악기 편성이나 화성 진행은 나름 예쁘고 스타일리쉬하게 들릴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과잉하게 연출된 드럼은 단순한 하우스 비트가 왜 줄곧 사랑받는지 새삼 이해하게 한다. 적당한 오글미와 함께 제법 시원하게 진행될 수 있는 곡인 듯하나, 후렴에 제목이 등장하는 순간은 멜로디와 발음을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묻고 싶다. 두 멤버의 음색의 비슷한 부분이 공통적으로 나쁘게 들리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다비치 이후 오랜만에 보게 되는 새로운 여성 듀오다. 준수한 전개의 일렉트로 팝에 유연하게 보컬의 장점을 실어놓았다. 곡 전체의 균형을 흩뜨리며 억지스럽게 “가창력”을 뽐내지 않은 선택이 훌륭하다. 다만, 앨범 커버에 자랑스럽게 제시된 두 멤버의 미모가 안착될 곳이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가사가 지목하는 “twinkle bag”을 들고 다니며 이별 후 기분전환을 위해 미용실에 가곤 하는 여성들의 공감을 사는 것으로 족하기 때문인지, 데뷔곡치곤 개성을 각인시키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 오밀조밀한 연출로 재미를 주는 뮤직비디오 또한 연출을 맡은 디지페디가 유행시킨 익숙한 이미지들로 이루어져 있어 윙스만의 독자적인 이미지 구축에는 실패한 듯 보인다.



박수진
내 얘기야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2014년 3월 14일

  

음색적으로만 보면 효린의 유려함과 에일리의 강렬함의 중간을 가로지르는 스타일인데, 아직은 어느 쪽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 대신, 규칙적인 멜로디와 전개를 가진 고전적인 R&B 작법 위에 무난하게 매치시켰다. 확연히 튀는 매력은 아니지만 촘촘히 붙은 음에서 후렴으로 바로 이어져 나가는 상승부를 위화감 없이 매력적으로 끌어올리는 디테일에서는 재능이 느껴진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반복구를 B파트에서 한 번, 후렴에서 한 번씩 미세한 보이싱 변화를 주는 작곡 센스도 훌륭하다.

곳곳에서 댄스곡의 작법이 느껴지는 가운데, 후렴의 멜로디 또한 댄스곡을 느리게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인상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물로 들리는 것은, 비교적 담백한 편성과 간단하면서도 예쁜 멜로디, 그리고 그것이 보컬의 부분부분 허스키하게 끊어지는 음색과 어울리기 때문인 듯하다. 반면 후렴의 후반부에 화성이 변화하는 부분은 그다지 매끄럽지 못하게 걸리적거리는 점이 아쉽다.



포미닛
4Minute World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4년 3월 17일

  

가사의 전개만으로는 얼핏 보면 윤종신의 ‘팥빙수’와 비견될 만한 골 때리는 음식송이지만 그 대범한 성적 코드(“뜨거워지면 늦어 빨리 빨리 넣어 / 보채지 좀 마요 기다려 신세계 / 온몸이 부르르 그 맛에 스르륵 녹아”) 덕분에 포미닛의 곡으로서 그 맥락을 완벽히 확보하는 ‘Wait a Minute’. 하지만 여전히 스포트라이트는 전작의 연장 선상에 놓인 ‘오늘 뭐해’의 차지다. 부밍 베이스와 리듬의 분절을 청순한 매력과 대치시킨 전작과 달리, 다소 퇴폐적으로 공간을 메우는 브라스와 촌스러울 만치 정직하게 배치된 B파트를 들으면 이 EP가 가진 ‘선정성’의 직설적인 접근이 한층 더 확고하게 느껴진다. 물론 퍼포먼스와의 궁합은 달리 나무랄 데가 없다.

‘이름이 뭐예요?’에서 시작된 질문의 연속, 이번에는 ‘오늘 뭐해’를 묻는다. 예쁜 이미지로 연출된 보컬은 가볍고 신선한 분위기를 잘 구현하고 있다. (미성의 허가윤이 쎈 언니를 연출하려 목에 무리하게 힘을 주는 것이 매력이었던 시절이 그립긴 하다.) 신스 트럼펫이 특히 후반부에서 시원하고, 곡은 걸리는 것 없이 매끈하고 탄탄하게 흘러간다. 그러나 ‘이름이 뭐예요?’의 작법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이 중간고사 시험 문제를 그대로 가져온 기말고사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쉽다. 중간고사 답안은 이미 잊었는데 말이다.

병맛에 섹시, 청순, 귀여움, 유머를 모두 장착해 나오고 싶었던 것 같은 뮤비 콘셉트. 저 중에 두세 개를 한 번에 잡는 건 얼추 가능해 보이는데(ex:병맛청순-오렌지캬라멜, 병맛귀여움-크레용팝) 포미닛 정도 되는 메이저 걸그룹이 ‘병맛’이라는 키워드를 욕심만큼 제대로 소화하고 싶었다면, 중간중간에 그렇게 ‘전 아닌데요’ 싶은 청순하거나(허가윤) 섹시하고(현아) 터프한(전지윤) 표정을 섞어내선 안 됐다고 느껴진다. 딱 봐도 강조하고 싶은 건 ‘이렇게 웃기는 콘셉트지만 사실은 예뻐’ 쪽이 아니던가. 곡 제목들로부터 느껴지는 ‘카톡’스러움이 이번 앨범 가사의 테마인 것 같지만 지난 ‘이름이 뭐예요’로 성공을 거둔 오글거리는 구어체에 익숙해진 귀에는 더 이상 신선하지도, 시의성 있지도 않다. 허가윤의 미성과 현아의 맛깔나진 랩이 아까운 순간. 아무튼 포미닛은 이것보단 훨씬 더 개성 있는 옷을 입혀줘야 하는 포텐 높은 그룹일 것이다.



100%
Bang The Bush
티오피 미디어
2014년 3월 17일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눈에 띈다. 이를테면 ‘너와 나’의 후렴구는 짧은 구절을 확실히 각인시키도록 반복되지만 그 밸런스가 좋지 못해 마치 영원히 계속되는 곡처럼 들린다. 그 외에도 반주의 치고 빠짐이 다소 맥빠진다든가, ‘심장이 뛴다’의 악기 편성이 미묘하게 산만하다든가, 반주가 공간을 채워야 할 때 보컬에 비해 너무 빈약하게 들린다든가 하는 식이다. 작은 문제점들이지만 그것이 누적되었을 때 이 음반의 다른 미덕들의 빛이 바랜다. 예를 들어 ‘심장이 뛴다’의 다소 뻔하지만 매력있는 멜로디라든지, 나름의 참신함이 있는 편곡이라든지.

팬들을 위한 최선의 오첩반상이 아닌가 싶다. 강렬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내세운 타이틀곡 ‘심장이 뛴다’와 조응하는 ‘Bad girl’, 밝고 쾌활한 소년의 모습을 어필하는 ‘너와 나’, (소속사의 소개에 따르면) “몽환적인” 사운드와 팬들을 지켜주는 아이돌로서 ‘Super Man’이 이어진다. 마지막 최루성 발라드인 ‘전화’를 제하면 앨범은 정확히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앨범의 모든 곡들은 팬들의 입맛을 최대한 만족시키려는 듯, 어떤 클리셰들을 버무려놓았다. 즐겁게 먹을 만한 오첩반상이지만 열심히 요리했을 것이 분명한 주방장, 백퍼센트 만의 맛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언니들
늙은 여우
이든 엔터테인먼트
2014년 3월 17일

 

‘날개 잃은 천사’ 시절 힙을 찰지게 치던 김지현에게 미련이 남아있는 분들을 위해 본 싱글에 대한 사항을 간략히 정리한다. 1. 트로트 앨범이다. 인스트루멘탈을 제외한 수록곡 두 곡 모두 명백히 트로트의 범주에 들어간다. 2. 가사는 자연인 김지현을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같이 생각날 그런 것들을 키워드로 삼는다. 늙음, 여우, 강남, 누나, 기타 등등. 3.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졌겠으나, 간만의 컴백 곡을 이렇게 네거티브한 이미지로 가득 채운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이 이야기는 40대 김지현이 반드시 ‘세련된 섹시녀’ 콘셉트로 나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5. 편집장님, 이분들도 아이돌의 범주에 들어가나요?



일렉트로보이즈
뱅뱅 사거리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2014년 3월 18일

  

껄렁한 남자가 산들바람을 느끼며 유쾌하게 걸어간다. 용감한 형제가 가장 빛날 수 있는 것은 이런 분위기가 아닌가 한다.

일렉트로보이즈가 발표한 지난 트랙에 대한 솔직한 느낌은 (일찍이 마이티마우스가 그러했듯이) 또 하나의 ‘M-Flo 워너비’가 등장했구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뱅뱅사거리’가 이러한 나의 감상평에서 많이 벗어난 곡이냐 하면 물론 그렇지는 않다. 다만 2010년 데뷔 이래로 늘 삐걱거리는 듯했던 결과물들이 작년 11월에 발매한 ‘더 트루스’를 기점으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여 다행이다. 부디 이들이 이 곡 이후로도 서울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주석의 ‘Superior Vol.2 – Seoul City’s Finest’ 이후로 (주석 본인도) 10년간 풀지 못한 힙합 뮤직 갈증을 해결해주시길 바란다.



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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