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 1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이다. 크레용팝, NS 윤지, 스피드, 하이포 with 아이유, 앤씨아, 인피니트를 들어보았다.
김영대: 처음엔 뜨악했지만 생각할수록 실패하기 어려운 수다. 뽕짝이라고는 하지만 트로트 소비층을 노린 것이 아님은 자명한 일. 레이디가가가 호출되며 해외 진출의 기미가 피어나는 시점에 하필 로컬리티의 극한을 체험케 하는 뽕짝과 전형적인 고속도로 반주를 뒤튼 편곡의 센스는 취향을 떠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허무하게 밀려날 수 있었을 법한 소포모어작의 부담감을 일단 재치로 비껴갔다. 자, 그 다음은?
맛있는 파히타: ‘빠빠빠’의 대중적인 성공에 힘입었는지 한층 더 대중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관광버스 디스코에 여러가지 키치적 요소를 버무린 결과는 새롭다기보단 클래식에 가깝다. 이런 선택이 B급 노선을 지향하는 크레용팝에게 가장 적당한 것일 수 있겠다. 다만 시장의 아이돌이 좀처럼 가지 않는 노선을 가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는 전혀 다른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고충이겠다.
미묘: 귀를 잡아챌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비디오 속 개그맨들처럼) 끌어오고, “닭다리 잡고 삐약삐약”, “요요요요요”,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등을 빈 공간에 집요하게 덧씌우는 등의 방법론도 트로트적이다. 현실보다 낮은 곳에서 일탈을 선사하는 것이 크레용팝의 미덕이라면, 부담스러운 컴백을 어떻게 이뤄낼지 고민한 성과가 적지 않아 보인다. 고무신과 모시에 빨간 양말이 나름의 선명한 비주얼을 선사하듯, 뽕짝 사운드와 일렉트로닉의 접점이 그럴듯하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유제상: 프로디지(Prodigy)를 연상시키는 전주가 끝나면 귀에 들리는 것은 고속도로 디스코요, 입에 나오는 것은 한숨이다. ‘빠빠빠’가 어려운 환경에서 한 건 해보겠다는 열정을 육화한 곡이라면, ‘어이’는 아마도 훨씬 풍요로워졌을 환경 속에서 빈한함을 굳이 극대화시킨 안이한 선택이다. ‘빠빠빠’ 히트 이후 크레용팝은 성공에 대한 부담감과 더불어 콘셉트 선택의 어려움을 끊임없이 토로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미 정형화된 장르이며 아이돌이 부른다는 점에서 여전히 웃음을 안겨줄 수 있는 트로트 곡을 발표한 것은 예측된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다만 이렇게 안전하게 가버리면 그동안 팬들이 지녔던 신곡에 대한 기대감과 가슴 설렘은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단언컨대 평자가 ‘어이’에서 인정할 만한 점은 무대 위에서 안면몰수하고 이주일식 ‘수지 Q’ 춤을 열정적으로 추는 멤버들의 성실함 뿐이다.
macrostar: 바로 전 디지털 싱글이 2012년 11월에 나왔는데 그로부터 만 2년이 지나 4곡(+Inst 2곡)짜리 미니 앨범이 나왔다. 물론 ‘If You Love Me (Feat. 박재범)’도 포함되어 있고, 이 곡에 대한 답가 같은 ‘If I Love You (Feat. 이단옆차기)’도 들어있다. 타이틀은 약간 말장난인 ‘야시시’다. ‘If You Love Me’ 같은 곡이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그 발전형을 기대했는데, 왜 이렇게 장점을 일부러 제거한 듯한 노래를 자꾸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 몸매로 히트를 쳐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드리워져 있는 게 아닐까.
미묘: “금지된 둘만의 그 선을 넘어서”가 셋잇단음표 연타로 강하게 달려들다가 “후, 후, 하”하고 딴청을 부린 뒤 후렴으로 돌입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후렴의 멜로디와 베이스의 리듬이 맞물리는 긴장감도 찰지다. 다만 그런 매력점들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나를 무너뜨려줘” 같은 가사를 제외하면 조금 심심하고, 후렴 이후의 “야시시해” 파트도 그리 새롭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점. 비디오에서 간혹 보이는 NS 윤지의 (비교적) 자연스러운 표정들도 좋은 분위기를 낸다.
유제상: NS 윤지가 대체 언제 뜰런지 애타게 기다리던 팬들에게 두 가지 소식을 전한다. 하나는 좋은 소식이고 하나는 나쁜 소식이다. 먼저 좋은 소식을 전하자면, 이번 미니앨범이 확실히 전작들에 비해 공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곡의 퀄리티가 대폭 상승했다. 다음으로 나쁜 소식을 전하자면, 그게 다다. 평자는 ‘야시시’의 뮤비를 본 뒤 왜 NS 윤지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여러분도 한 번쯤 보시라. 전신 타이츠를 입은 글래머가 이렇게 고풍스럽고 건전한 느낌’만’ 전달할 수도 있구나 하면서 많이 놀라실 것이다.
유제상: 01. ‘Look at me now’ : 정석대로의 남성 아이돌 타이틀곡. 남녀 간의 다툼과 남성 측의 미련을 노래한다. 티아라 곡처럼 고조되는 비트가 자주 나오지만 메인은 미드템포. / 02. ‘좀비 파티’ : ‘아이고 좀비가 되어버렸네~ 한바탕 놀아보자~’는 곡. 흥겨운 곡이지만 왠지 모를 음산한 기운이 깔려 있다. / 03. ‘놀리러 간다’ : 텐션이 높은 곡이지만 가사는 코어 컨텐츠 미디어 특유의 난해 계열. 평자가 이 판에서 제일 선호하는 곡이다. / 04. ‘왜 난 꼭’ : 빅뱅을 연상시키는 힙합 계열의 곡. / 05. ‘Focus’ : 앞 트랙에서 MIC를 이어받은 트랙. 멜로디 파트도 없고 나름 하드하다. 다만 멤버들에게 작사의 재량권을 줬는지 “내 리듬은 전기톱 다 다 다 다 다” 같은 참사가… / 06. ‘Hey Ma Lady’ : 본 미니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인 곡. 후렴부의 중독성도 있고 괜찮다. 다만 이 앨범의 3, 4, 5, 6번 트랙은 이미 올해 2월 18일 “SPEED CIRCUS”란 제목 아래 공개된 바 있다. 즉 “Look At Me Now”는 일종의 리패키지란 말씀.
macrostar: 신인 띄우기와 봄 유행(뮤직비디오에도 벚꽃 색깔이 드리워져 있는 것 같다)에 아이유를 이용하는 모양새이긴 한데 꽤 즐겁게 듣고 있다. 이렇게 별 야심 없이 확 뒤로 물러나 있는 듯한 아이유는 좀 매력적이다.
ML: 아이유의 목소리로 포문을 여는 곡도 그렇고, 꼼지락거리는 아이유의 발로 펼쳐지는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도대체 이 기획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싶다. 벚꽃색으로 뒤범벅 해놓은 인형의 집 같은 세트도 그렇고, 귀여운 소품들도 그렇고 이건 완전히 아이유가 필승할 수밖에 없는 세계다. 그래도 주인공은 HIGH4라고 믿고 있는지 멤버들에겐 세트와 구분되는 색, 아이유에겐 세트와 비슷한 색의 옷을 입혔지만, 되려 뮤직비디오의 세계 자체가 아이유의 확장으로 뵈고 HIGH4 멤버들은 그 세계 속 소품 같아 뵌다. 때문에 후반부에 가면 걸리적거리기만 하는 HIGH4를 치워버리고 싶단 생각마저 든다. HIGH4 with IU가 아니라 IU with HIGH4.
맛있는 파히타: 현역 여고생 아이돌인 NC.A의 첫 미니앨범 타이틀 곡인데 나이에 어울리게 무척 밝고 귀여운 노래이다. 코러스의 통통 튀는 리듬감이 매우 마음에 들고 노래 가사의 당돌한 이미지도 마음에 든다. 최근 아이돌의 이미지는 실제 나이보다 조숙하게 가는 경향이 있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더 나이에 어울리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이 플러스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에서는 조금 과한 느낌이 있어서 아쉽다.
미묘: 베스트도, 라이브도, 리믹스도 아닌 MR을 모은 앨범이라니 특이하다. 더구나 그 제목이 “The Origin”이란 점도. 기존의 인스트루멘털 트랙들은 관례적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몇 가지의 ‘실용적 목적’에 이바지했다 할 수 있는데, 싱글의 발매와 함께 발표될 경우 극대화되는 ‘실용적 목적’은 여기에서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게 사실일 것이다. 어느 모로 보나 이 음반은 내용보다는 발매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제목을 포함해,) 인피니트가 프로듀서들에 의한 결과물이란 선언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과잉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정상급 프로듀서들의 인스트루멘털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경험. (단, (나를 비롯해) 보컬 트랙 추출에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는 아쉽게도, 리마스터가 이뤄졌다.)
유제상: 지난 4년여 동안 발표한 자신들의 곡을 30개의 트랙으로 정리한 인스트루멘털 음반. 일견 황당하다가도 소위 뮤지션계 아티스트들이 뒤를 받쳐왔던 그룹의 특성을 생각하면 뭐 이런 음반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다. 남은 것은 이 판의 용도인데, 다들 알다시피 아이돌 노래를 인스트루멘털로만 들으면 지루함을 견디기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The Origin은 이제 어엿한 중견 그룹으로 성장한 인피니트의 자신감 표현 정도가 아닐런지. 물론 평자도 ‘다시 돌아와’랑 ‘She’s back’이 잇달아 나올 땐 흥을 이기지 못하고 따라 부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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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plies on “1st Listen : 2014.04.01~04.10”
하이포 아이유 글은 어디갔나요
앗, 원래는 있었는데, 저희가 글 시스템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빠졌던 모양이네요. 추가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