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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아이돌메이커 : ① 보컬 트레이너 김성은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프로듀스 101〉의 보컬트레이너 김성은. 무대 뒤 각자의 분야에서 활약해 온 사람들을 조망하는 인터뷰집 〈아이돌메이커〉를 발췌해 소개한다.

화려하게 빛나는 아이돌, 그 뒤에는 자신의 분야에서 부지런히 움직여온 또 다른 주인공들이 있다. 그들은 한창 K-POP 열풍이 불던 시기에도 있었고, ‘한류’라는 말이 고유명사로 쓰이기 한참 전에도 역시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아이돌 메이커〉는 조금 더 자세하게, 다른 시각과 온도로 아이돌 산업에 들어와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기획된 책이다. 7회에 걸쳐 책 내용 일부를 발췌해 게재한다. 인터뷰 전문은 〈아이돌메이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노래의 가치

“댄스 퍼포먼스 안에 들어가는 구조다 보니까 애매한 요소가 돼버렸죠.”

박희아: 2000년대부터는 아이돌이라는 집단을 하나의 중요한 문화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게 됐잖아요. 아예 가수 카테고리와는 다르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고요.

김성은: 그런 식의 구분을 떠나서, Mnet 〈프로듀스 101〉에서 애들이 그러잖아요. “이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어릴 때부터 기획사 들어오고, 춤추고 노래 연습만 하다 보니까 정말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는 거예요. 이대로라면 이 친구들의 인생이 여기서 벗어나 2막으로 넘어갈 때, 어마어마한 혼란을 겪게 되겠죠. 저는 그 순간을 위해 정말 많은 음악을 들려줘요. “얘들아, 너희가 퍼포먼스 한두 개를 소화하기 위해서 이걸 하는 게 아니야. 음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직업을 선택한 거야. 남들도 한두 곡씩 부를 줄 아는 ‘노래’라는 것을 너는 직업으로 선택을 한 거라고.” 이렇게 정확하게 얘기해줘야 돼요. 책임감과 전문성에 대한 훈련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러니 수업을 할 때는 살벌할 정도로 엄해지는 거고요. 너무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들어와 버리니까, 지금 이후의 2차적 행보를 함께 걱정해야 하는 거예요. 우리 입장에서는 이 아이들이 산업적인 측면에서 내는 경제적인 효과를 떠나서, 인간과 개개인의 삶 자체로 바라보는 게 먼저거든요. 이 친구들이 가수든 아이돌이든, 자신들이 갖고 싶어 하는 정체성을 지닐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나이 먹어서도 굳건하게 자기 정체성을 갖고 갈 수 있게 도와야 된다는 거예요.

〈아이돌메이커〉 보컬 트레이너 김성은

# 쌤, 쌤!

“유명해져서도 연락이 오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박희아: I.O.I뿐만 아니라 이전에 가르치신 팀들도 최근 들어 굉장한 상승세를 타고 있어요. 방탄소년단이 대표적이죠.

김성은: 방탄소년단에서는 정국이와 석진(진 본명)이를 가르쳤었어요. 크나큰이란 팀의 인성이란 친구가 연습생 시절에 같이 배웠고요. 또 지금은 다른 팀에서 랩을 하고 있는 친구도 한 명 있었어요. 그 친구가 나가고, 나중에 태형(뷔 본명)이가 회사에 들어오면서 합류했죠. 이렇게 넷을 가르치다가 정국이가 춤을 잘 춰서 미국에 연수를 받으러 갔어요. 태형이는 지방이 집이어서 왔다 갔다 했고요. 덕분에 제일 레슨을 많이 한 친구들이 석진이와 인성이였어요. 그중에서도 석진이가 방탄소년단을 목표로 해서 가르친 친구 중에 가장 오래, 쭉 간 친구죠. 인성이는 막판에 팀 이미지와 안 맞는다는 이유로 회사를 나갔어요. 서로 불편한 부분 없이 좋게 나갔죠. 이후로도 계속 연락하다가 크나큰 데뷔한다고 CD를 들고 왔더라고요. 데뷔가 좀 늦어진 건데, 사실 어린 친구라 방탄소년단이 잘 되는 걸 보고 상실감이 꽤 컸을 수도 있거든요. 그 시기를 잘 견뎌줘서 고마울 따름이에요.

박희아: 방탄소년단 같은 경우에는 콘서트도 여러 차례 다녀오셨겠네요.

김성은: 네, 시간 되는 대로 다녀왔어요. 참, 해외 공연을 하는데, 석진이가 본인 스스로 그 순간이 무척 감격스러웠나 봐요. 무대를 막 돌아다니다 보면 관객들이 눈에 꽉 찬 게 보이는 순간이 있잖아요. 자기 시선에서 보이는 팬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제게 보냈더라고요. 하루는 “쌤, 오늘은 미국 어디에서 공연했어요.” 하고, 그 다음날에는 “오늘은 또 어디 어디에서 공연했어요.”라고 메시지를 적어서요. 생각하는 게 참 예뻐요.

# 킹 메이커

“리스펙트를 해주니 감사하죠. 저희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작업인지를 알고 있다는 거고.”

박희아: 보컬 트레이너들을 모아서 회사를 만드셨고, 10년 가까이 잘 꾸려오고 계시잖아요. 그만큼 오래 해오셨다는 얘기고요. 그렇다면 트레이너들에 대한 처우와 관련해서 좀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도 생각하고 계실 것 같아요.

김성은: 그렇죠. 물론 어떤 회사들은 굉장히 정중하게 대우해주세요. 리스펙트가 있는 거죠. 그런데 안 그런 곳도 많아요. 소위 말해서 ‘갑질’이라고 하잖아요. ‘너희는 용역이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박희아: 완전히 외부인으로 상정하고 있는 건가요?

김성은: 네. 아이들 수업을 책정된 수업료 정도로만 생각을 하시는 거죠.

박희아: 아까 잠깐 나왔던 이야기이지만, 트레이너 분들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어린 친구들의 인생에 굉장히 중요하게 개입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잖아요. 여기서 회사와 선생님들이 동시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보는데요. 연습생들을 포함해서 ‘아이돌’이라는 입장에 놓인 친구들이 겪는 특수한 상황에 대해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회사 입장에서도 같은 책임을 지닌 동반자로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성은: 저는 트레이너들이 아이돌들에게 여러모로 중요한 발판을 다져준다고 생각해요. 신인개발부서에 계신 분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그래서죠. 부서 입장에서 봐도 거기에는 노래를 잘하는 애들만 모인 게 아니잖아요. 잘하는 애가 있는 반면에, 노래 실력이 꽝인 애들을 데려다놓고도 우리가 힘을 합쳐서 가수로 만들어내야 하는 거예요. 따라서 처음 아이돌 한 팀을 기획했을 때, 보컬 선생님과 댄스 선생님이 없으면 돌아가질 않아요. 그런데 만약 그 부서에 계신 분들이 선생님들의 중요성이나 의미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용역 취급을 하면 서글프죠. 보컬 트레이닝이든 댄스트레이닝이든 간에, 이건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어떻게 잘만 하면 싸게 싸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좀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중략)

〈아이돌메이커〉 보컬트레이너 김성은

# 아이돌의 수명

“아이돌의 수명이 가수의 수명으로 가면 안 돼요.”

박희아: 소녀시대나 원더걸스가 롱런할 수 있는 것도 그들이 지닌 연륜을 대중이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김성은: 10년 차가 된 소녀시대에게 나이 얘기를 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아이돌이 보고 싶다.’고 말할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녀시대가 원래부터 갖고 있던 아이돌로서의 면모를 계속 추구하는 것도 좋고, 그 이상으로 이들이 지닌 음악적인 능력, 또 여러 가지 다양한 재능을 실현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렇게 하고 있는 팀이라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거고요.

원더걸스도 마찬가지에요. 이 팀이 밴드로 나왔을 때 저는 굉장히 지지했어요. 그때 마침 선미를 도와주고 있었는데, 제가 그랬어요. 아마 원더걸스가 아이돌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해줄 것 같다고. 아마 본인들은 너무 괴로웠을 거예요. 노래 부르고 춤추기도 바쁜데 악기까지 다루어야 했으니까. 그런데 저는 계속 “너희가 정말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어요. 그들이 아이돌이란 정체성을 넘어서서 음악인으로서 새로운 기로에 선 거고, 새로운 시류를 만드는 포문을 여는 거니까요. 굉장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얘기했었죠.

〈아이돌메이커〉
〈아이돌메이커〉
박희아, 미디어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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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에 발췌된 인터뷰의 전문은 〈아이돌메이커〉에 실려 있다.
박희아

By 박희아

음악기자. 사랑스런 콘텐츠들을 골라 듣고, 보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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