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소녀 – 비밀이야 (8월 16일, “The Secret” 수록)
김윤하: 케이팝의 가장 큰 특징이 근본 없이 뭐든 뒤섞는 것이라 한다면, ‘비밀이야’ 뮤직비디오는 그 자체로 케이팝의 모든 것이다. ‘네 안의 코스모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라는 시작문구에서 각종 아시안/마법/전대물적 B급 정서, 텀블러용 GIF 생성에 최적화된 화면 구성까지 모든 것이 뒤죽박죽 완벽하다. 게다가 이 모든 게 새 멤버 유연정의 영입을 설득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당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돌돌말링: 예쁜 아이템과 서브컬처적 기호로 가득 채운 이미지. 가사처럼 연애에 앞서 조금 불안해하는 소녀의 심리를 적절하게 표현했다.
맛있는 파히타: 서브컬처 콘텐츠들을 맥락없이 조합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도 이 정도라면 너무 근사하다. 아마도 향후 아이돌씬의 뮤직비디오는 어느 정도는 이런 흐름으로 진행될 지도 모르겠다.
유제상: 오타쿠 코드가 이렇게 범지구적인 것인 줄은 몰랐다. 하긴 중국인 동료에게서 중국에서 〈세인트 세이야〉가 인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코스모…!
조성민: 아마도 최근 활동 중인 모든 걸그룹이 욕심 냈을 법한 미장센을 구현했다. 팀명과도, 곡과도, 그리고 다인원 그룹과도 가장 잘 어울리는 영상이 조합되어 있다. 앞으로 오랫동안 이 팀의 대표 이미지가 될 비디오.
햄촤: 도대체 뭐가 비밀일까. 〈백 투 더 퓨처〉의 드로리안을 연상시키는 우주를 날아다니는 자동차, 〈드래곤볼〉에서 훔쳐온 듯한 스카우터, 정체 모를 풍경 속 하늘에 새겨진 마법진. 도무지 이게 다 무슨 뜻일까? 몰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네 안의 코스모스를 느껴본 적 있는가?’란 오프닝 문구처럼 해석은 각자의 마음 속에 있고, 12명은 이제 13명이 되었다는 결과만이 오롯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