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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ft : 모모랜드 – Great! (2018)

모모랜드 – Great! (2018년 1월 3일, 더블킥 엔터테인먼트 / 로엔 엔터테인먼트)

2018년 개편의 일환으로 “Draft” 코너를 재개한다. 기존에는 타이틀 곡만을 빠르게 리뷰하는 코너였지만, 올해부터는 음반 전체에 대해 다룬다.

Great!
더블킥 컴퍼니, 로엔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3일

김윤하: 작정했구나. 타이틀곡 ‘뿜뿜’을 듣자마자 떠오른 이 생각을 머릿속에서 도무지 지울 수가 없다. 작곡가 신사동 호랭이를 필두로 한국인의 뼈와 살에 깊숙이 새겨진 ‘뽕’을 쉼 없이 자극하는 노래는 데뷔 후 모모랜드가 시도한 가장 과감한 변신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가깝게는 티아라 ‘Roly-Poly’에서 멀게는 바나나걸의 ‘엉덩이’까지 떠오르게 하는 이 복고풍 댄스튠은 시작에서 마지막까지 큰 반전 없이 예상한 그대로 흘러간다. 싱거워지려는 찰나, ‘뿜뿜’은 긴장의 끈을 당긴다. 토대가 된 무시무시한 프로토타입의 잔상을 바탕으로, 모모랜드는 특유의 (좋은 의미로) 약간 ‘정신이 나간’ 요소들을 부지런히 채운다. 1분 40초경 갑작스레 등장하는 스왜그(swag) 파트나 딸꾹질처럼 산발적으로 등장하는 각종 추임새까지, 노래는 마치 달디 단 초콜릿 아이스크림에 진한 초콜릿 시럽을 한 겹 더 뿌릴 때 느껴지는 묘한 죄책감의 연속이다. 전체적으로는 앨범에 담을 수 있는 MSG 총량을 전부 ‘뿜뿜’에 올인한 탓에 한없이 쿨해 보이는 수록곡과 타이틀곡의 부조화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좋은 아이돌 앨범 수록곡을 찾아 헤매는 당신이라면 딥하우스를 기반으로 시원하게 뽑힌 마지막 곡 ‘Fly’를 추천한다.

미묘: 통칭 ‘주이 타임’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하이프에 대해 만감이 교차하지만 모모랜드의 커리어 부스트에 보탬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타이틀 ‘뿜뿜’은 본격 행사장 아이돌 EDM의 결을 보여 물들어올 때 노 젓는 인상도 받는다. 그것은 나쁜 게 아니지만, 그것에 국한되는 음반은 아니다. 몇몇 순간들이 티아라나 EXID를 강하게 연상시키는 ‘뿜뿜’은, 이 선배들이 가장 빛나던 순간을 환기함과 동시에, 그들을 끌고 올라가던 팝의 난폭한 기운을 함께 드러낸다. 트랩으로 흐르면서 등장하는 랩 역시, 어차피 엉뚱하고 망가지는 기믹을 취한 김에 보다 멀리까지 나가버린다. 지금의 하이프에 단지 휘둘리기보다 이를 타고 오르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의 하나다. 수록곡들은 약간의 전파계 성향이 있던 전작들과 다리를 잇는데, 대중성 지향과 스타일 확장 사이에서 다소 헤매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마지막 ‘Fly’는 확실한 가요 느낌과 딥하우스의 스타일리시함이 잘 배합되어 걸그룹으로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모모랜드가 담아낼 수 있는 정서의 폭을 효과적으로 확장한다.

햄촤: ‘뿜뿜’은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럽지만 적응된 후 생각해보면 지금의 모모랜드이기에 가능한, 또 어느 정도 필요한 시도 같다. ‘트로피카나’ 하면 주이가 떠오르는 것처럼 ‘모모랜드’하면 떠올릴 수 있을 만한 노래를 만들고자 하는 의욕이 보인다. 굳이 맥락을 찾자면 티아라의 장기였던 가요의 ‘뽕끼’와 크레용팝이 보여줬던 엉뚱한 중독성의 적절한 조합이라 할 수 있는데 단순히 튀는 콘셉트를 쫓았다고 보기엔 지루할 틈 없이 변화하는 곡의 구성과 그에 최적화된 사운드의 각 잡힌 퀄리티가 돋보인다. 밈(Meme)이 될 법한 후렴구와 추임새 사이사이에서 보컬과 퍼포먼스가 빛나는 순간들도 존재한다. 뮤직비디오는 의도된 소위 ‘쌈마이’에 대중의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겠으나, 멤버별로 개성과 이름을 매치하기 좋은 연출만은 효과적.
타이틀곡이 다소 취향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수록곡들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궁금해’와 ‘Fly’는 보컬 라인의 음색을 감상하기에도 최적인 트랙이며, ‘Same Same’은 모모랜드다우면서도 좀 더 소프트한 색깔의 노래를 접하고 싶은 이들에겐 필히 추천한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