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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 ‘Fancy’ (2019)

드디어 전환점이다. 다음 챕터를 연 트와이스에게는 ‘큐트에서 섹시로’ 같은 단편적인 시선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변화가 곳곳에 있다.

드디어 전환점이다. 긴 시간 토이사운드 무드의 타이틀만 발표해온 트와이스가 마침내 다음 챕터를 열었다. ‘큐트에서 섹시로’ 같은 단편적인 시선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변화가 곳곳에 있다.

곡 전체에 흐르는 독특한 신스 사운드가 일품이다. 플루트처럼 바람 느낌이 나면서도 효과를 주어 금속적인 텍스처다. 중간중간 터지는 “oh” 하는 샘플과 어우러지며 유로디스코가 될 거라는 힌트를 주지만, 1절 첫 파트 비트는 뭄바톤이다. 청자는 여기서 벌써 멈칫하며 ‘이제까지 트와이스가 하던 음악이 아니네’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리듬은 이내 디스코로 바뀌고, 이제까지 트와이스가 시그니처 삼아온 여러 가지 요소와 마주친다. “트와이스!”, “Hey!” 같은 ‘갱보컬’(이라고 불러도 될까?) 같은 외침과 9인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만드는 힘있는 군무, 훌륭한 가요곡의 제1 조건인 즐겨 따라부를 만한 멜로디 등 말이다.

“거기 너- Fancy you” 네 박자를 다섯으로 쪼개 성큼성큼 마이너 스케일을 거꾸로 내려오는 코러스 전반은, 뮤직비디오가 전하는 이전보다 어두우면서도 네온처럼 대담하게 빛나는 심상에 잘 어울린다. 음계 전체를 골고루 커버해서 다채롭고도 쾌속한 느낌이다. 코러스 후반에 예의 신스가 ‘라시도레미’ 하고 멜로디와는 반대로 상승하며 보컬이 비는 부분을 장식할 때, 이 확실한 목적을 갖고 만든 뉴트로 디스코곡에 이미 빠져들고 만다. 특히 채영이 “Fancy, whoo?” 하는 부분이 곡의 백미다.

트와이스는 긴 시간 ‘밝고 귀엽고 활기찬 소녀상’을 보여왔지만, 그 활기에 멤버들의 실제 목소리는 많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멤버들은 기획에 의견을 냈는데 수용되지 않은 경험이나, 의견을 냈다가 촬영이 길어져서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경험을 브이앱 등의 창구를 통해 언급한 적도 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당연한데, 얼마나 체력적, 상황적으로 여의치 않으면 그럴까 우려가 되는 대목이기도 했다. ‘Fancy’가 담긴 “Fancy You” 미니앨범은 멤버들이 작곡, 안무 의견 등 다방면으로 참여했다. 자연히 퍼포먼스를 수행하는 그들의 만족도도 높아보인다.

코러스의 후반에서 자연스러운 톤의 정연이 툭 던지듯 “누가 먼저 좋아하면 뭐 어때” 하고 말할 때, 이제까지 보여온, 연애 감정 앞에 수줍거나 ‘당돌한’ 소녀, 대상으로서의 활기차‘보이는’ 소녀, 한없이 해맑아서 평면적으로까지 보이는 소녀, 그 소녀의 캐릭터에 마침내 균열이 갔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성장은 가사에서뿐만 아니라 음악의 무드와 트렌디해진 스타일링(옷이 지나치게 짧고 타이트해서 불편해보이는 것은 단점이다), 스포티함보다는 매혹이 늘어난 안무 모두에서 보인다. 좋은 케이팝 작품은 언제나 토탈 패키지다.

이전까지와는 꽤 다른 노래를 부르게 됐지만, ‘Fancy’는 트와이스가 부르는 다른 스타일의 곡이 아닌, 트와이스라는 팀에서 비롯된 변화다. 반복해 말하자면, 이것은 확실한 전환점이다. JYP 엔터테인먼트가 정말 트와이스의 커리어 맥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다시는 이 선 뒤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Fancy You
JYP 엔터테인먼트
2019년 4월 22일
랜디

By 랜디

K-Pop enthusiast. I mean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