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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8 : 여름 뒤의 시원한 엇박자

여름을 보내고 현실로 돌아오는 당신을 위해, 꾹꾹 막히는 가슴을 뚫어줄 만한 곡들을 골라 보았다. 시원하게 올라오는 엇박자가 당신의 걸음에 힘을 실어주길.

여름은 즐거우셨는지. 휴가를 뒤로하고 (혹은, 휴가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채로!)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혹은, 현실이 이어지는……) 스트레스는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꾹꾹 막히는 가슴을 뚫어줄 만한 곡들을 골라 보았다. 큰 볼륨으로 들으면 좋겠다. 엇박자가 시원하게 치고 올라오는 이 곡들이, 당신의 출근길 혹은 등굣길의 무거운 발걸음에 작은 힘을 보태줄 수 있길.

Play 8 : 여름 뒤의 시원한 엇박자 from idologykr on 8tracks Radio.

1. VIXX – 기적 (Eternity)
2. 2NE1 – Scream
3. f(x) – Toy
4. 레인보우 – Kiss Me
5. 태민 – 괴도 (Danger)
6. 걸스데이 – 너, 한눈 팔지마!
7. 보아 – MASAYUME CHASING
8. 비스트 – Encore

제목엔 엇박자라고 적었지만 이 플레이리스트의 테마는 오프비트(offbeat)이다. 이는 약한 박자를 강조하는 것을 말하는데, “강-약-중강-약”을 떠올려 보면, 가장 기본적인 오프비트는 “약”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네 박자 사이사이의 더 약한 박자를 강조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강--약--중강--약-“이라고 읽어보자.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레개 리듬이나, 우리가 전문용어로 “오부리”(…)라고 부르는 뽕짝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또는 트랜스에서도 흔히 사용된다.

이런 형태의 엇박자는 우리 가요계에서는 사뭇 특수한 것이었다. 레개를 제외하면 대체로 한국에서는 좀 싸구려 느낌이 나는 음악을 연상하기 쉽기 때문일까. 트랜스의 영향을 받은 댄스가요들이 하나같이 “나이트 음악”이라며 평가절하되곤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특히 해외 일렉트로닉의 영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부터 말이다. 우리가 흔히 “덥스텝”이라 부르는 워블베이스(wobble bass) 사운드가, 첫 박을 거의 건너뛰다시피 하며 느릿하게 솟아올라 무대를 헤집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꼭 워블베이스가 아니더라도, 킥 드럼이 “쿵-쿵-쿵-쿵-” 하고 네 박자를 찍어줄 때 베이스가 자리를 비켜주었다가 엇박으로 올라오는 스타일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되었다. 이제는, 특히 저음이 엇박으로 올라오는 사운드가 ‘싸구려’가 아니게 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EDM 스타일’이니까. ;)

엇박은 사실 무척 공격적이다. 펑크 기타리스트가 신경질적으로 오른손을 끌어올리는 날카로운 사운드처럼, 고전 하우스나 테크노의 오픈 하이햇(“둠치” 중 “치”에 해당한다)처럼, 엇박으로 한 옥타브 위를 치고 올라오는 디스코의 베이스처럼, 그리고 소위 EDM 스타일에서 까실까실한 고음이 치고 나오는 엇박처럼, 무대를 장악하고 듣는 이에게 지속적인 흥분을 이끌어낸다. 서서히 변화하며 몰입을 주는 트랜스에서 엇박이 흔히 사용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또한 이런 사운드는 템포가 빠를 때 더 효과적이기도 하다.)

엇박을 강조하는 사운드를 만드는 기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트랜스게이트(trance gate), 사이드체인(sidechain), 워블베이스, 혹은 단순하게 뒷 박에서 악기를 연주할 수도 있다. 이런 기법을 듣는 이가 모두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두 가지 소리의 차이를 구별해 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는 있을 것이다. 귀 기울일 포인트는, “뒷 박에서만 울리는 소리”인가 “앞 박에선 작게 들리다가 뒷박에 이러 커지는 소리”인가 하는 것이다. 이 플레이리스트에는 이런 소리들이 모두 들어있다. 흥미가 있다면 신경 써서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토막상식

사이드체인 : 음반에 담을 수 있는 소리의 크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킥과 베이스가 저음에서 동시에 강하게 울리면, 전체적으로 큰 사운드를 담기에 무리가 있다. 그러나 킥과 베이스 모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사운드. 이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천천히 올라오는 베이스이다. 킥이 박자를 찍은 뒤 서서히 작아지는 동안, 베이스의 소리를 작게 만들었다가 다시 커지게 하는 것이다. 이런 사운드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기술을 “사이드체인”이라 한다.

베이스가 작아졌다 커지는 폭을 작게 하면, 멀쩡하게 킥과 함께 소리가 나고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이것이 고전적인 사이드체인이라면, EDM 등에서는 이 폭을 일부러 크게 만들어 특징적인 사운드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한편 워블베이스는 사이드체인 기법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치약을 쥐어짜듯이 뭉클하게 뿜어져 나오는 부분이 그렇다. 그러나 흔히 유행하는 워블베이스(혹은 “덥스텝 풍”)은 곧이어, 사이드체인과는 상관없이 “우끼끼끼끼”하고 혼자 재주를 부리는 경향이 있다.

트랜스게이트 게이트(gate)는 소리를 끊었다가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장치이다. 멀쩡하게 나고 있는 소리에 게이트를 걸어주면 소리가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왔다가 또 급작스럽게 사라지는 현상을 보인다. 사이드체인이나 워블 사운드와는 달리, 소리의 크기가 ‘작다’에서 ‘크다’가 아닌, ‘없다’에서 ‘있다!’로 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로 뒷박이나 엇박에 게이트가 ‘열리는’ 사운드를 특정해, 트랜스게이트라고 부른다.

미묘

By 미묘

가식과 내숭의 외길 인생. 음악 만들고 음악 글 씁니다.
f(x)는 시대정신입니다.

2 replies on “Play 8 : 여름 뒤의 시원한 엇박자”

2NE1의 곡이 일본어 버전으로 나오는 것은 제가 골라서가 아닙니다. 전 분명 한국어 음원을 올렸는데 8tracks가 실시간 일본어 번역을 해서 틀어주네여…

혼자선 이런 식으로 엮어서 들을 생각을 잘 못하는데 이런 글 참 좋아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