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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2년 11, 12월 – 앨범

2022년 11, 12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드리핀, 피프티 피프티, 레드벨벳, 카라, 피원하모니, RM, 민호, NCT 드림, SMTOWN, WayV, 에이티즈 등.

2022년 11, 12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드리핀, 피프티 피프티, 레드벨벳, 카라, 피원하모니, RM, 민호, NCT 드림, SMTOWN, WayV, 에이티즈 등.

Villain : The End
울림 엔터테인먼트
2022년 11월 15일

조은재: 타이틀곡 'The One'은 분명 드리핀의 데뷔곡부터 빌런 3부작을 잇는, 지금까지의 레퍼토리를 망라하는 곡이다. 시종 경쾌하게 내달리는 밴드 사운드와 시원하게 내지르는 샤우팅 등 댄서블한 밴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매력적인 곡을 필두로, 앨범 전반적으로도 멜로딕하고 악기 사운드를 강조하는 쟁쟁한 트랙으로 가득하다. 문제는 어째서인지 각 트랙 간의 변별성이 떨어진다는 점인데, 유기성으로 설명하기엔 각 곡들이 연결되어 있다기 보단 그저 모든 곡이 한 곡처럼 한 덩어리로 뭉쳐 구분이 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준다. 곡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장르와 악기에 변주를 주었지만, 보컬의 창법이나 테크닉의 변주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모든 노래를 한 가지 톤으로 연기하고 있어 어느 곡을 듣든 비슷비슷한 보컬을 듣게 되는데, 밀도 있게 채워진 악기 사운드 때문에 보컬의 연기력을 체감하기 더욱 어렵게 디자인되어 있다. 이러한 연출은 퍼포머의 단점을 가리기보다는 오히려 몰입하거나 이입하기 어렵게 해 결국 퍼포머에 쏠려야 할 관심을 흐트러뜨린다. 하나의 서사로 흐르는 16부작 드라마도 회차별 하이라이트 장면은 서로 다른 톤으로 연기해야 그 각각의 장면이 명장면으로 각인될 수 있지 않겠는가. 서로 다른 장르의 다양한 곡을 한 가지 매력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앨범의 완성도와 무관한 일일 것이다.

THE FIFTY
ATTRAKT
2022년 11월 18일

스큅: 디스코 기반의 ‘Tell Me’, 2010년대 중반의 EDM 트렌드를 연상시키는 ‘Loving Me’, 멜로디컬한 기타 리프 중심으로 쌓아올려진 이지 리스닝 타이틀곡 ‘Higher’까지. 트렌디함과는 살짝 거리가 있을지 모르나, 놀라우리만치 매끈한 경량급의 팝 트랙들은 신인으로서 신선한 인상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퍼포먼스를 의식한 전형적인 케이팝 퍼포먼스용 넘버 ‘Log In’을 제외하면 무한 반복용 플레이리스트에 적합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독특한 신인.

The ReVe Festival 2022 - Birthday
SM 엔터테인먼트
2022년 11월 28일

비눈물: 'Birthday'는 발매 전부터 샘플링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면서, 2022년 케이팝의 샘플링 유행을 열어젖힌 'Feel My Rhythm'과의 연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전작의 방식을 예상했던 청자들은 이내 물음표를 띄웠을 것이다. 기세 좋게 도입부터 나선 조지 거슈윈의 'Rhapsody in Blue'는 벌스에서 루프의 형태로만 반복되고, 후렴구에 이르는 순간 단순히 비트에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종적을 감춘다. 이는 영화의 '맥거핀'과 닮아있다. 맥거핀은 초반에 영화의 핵심 소재인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감독의 의도에 따라 그 존재감이 옅어지는 극적 장치이다. 'Birthday' 속 샘플링 역시 곡에 'Feel My Rhythm'의 후속작이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전개의 핵심인 후렴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소멸한다. 이러한 '사라지기'를 통해 'Birthday'는 곡의 스포트라이트를 샘플링에서 트랩 비트로 넘겨주며 콘셉트에 어울리는 키치함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트로부터 빌드업한 에너지가 후렴구에서 살풋 흩어지면서 캐치(catchy)한 멜로디 혹은 킬링 포인트를 못다 갖춘 모양새는 싱글로서 다소 아쉬운 지점이다.
하지만 'Birthday'는 "Birthday" 앨범과 'The ReVe Festival' 시리즈, 그리고 그룹의 디스코그래피까지 아울러 잇는 연결고리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Birthday"의 경우 마지막 곡 'Celebrate'의 꿈과 환상, 시간 역행을 언급하는 가사("혼자만 또 시간을 되감지") 뒤로 역재생한 건반음을 삽입하는 백 마스킹 기법을 활용하거나, 앨범 반복 재생 시 끝과 처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하는 등 여러 장치를 통해 순환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이렇게 시작과 끝이 구분되지 않고 끝없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생일'의 의미는 단순히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우리 맘대로 이뤄지"는 꿈을 "다시 시작해" 새롭게 태어나는 회귀로 재해석된다. '회귀'는 'The ReVe Festival' 시리즈에서 영원한 꿈을 말하는 가사("난 꿈을 꿔 깨지 않는 꿈", "돌아갈래 꿈속의 널 찾아")와 엘피, 롤러코스터 등 순환을 상징하는 오브제, "Finale" 앨범의 뒤집힌 트랙 리스트 등의 형태로 나타나며 끝없는 축제라는 시리즈의 주제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반복된 회귀와 환상의 테마는 "Queendom"의 아카이브와 맞물리며 레드벨벳의 레거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작동한다. 코믹스 프로모션 'The Story of ReVe'는 역대 뮤직비디오 장면을 카툰으로 재현하며 그룹의 역사를 되짚어가고, 동시에 그 이야기들이 전부 리브라는 캐릭터의 상상으로 만들어졌다는 설정을 부여하여 흩어져있던 이야기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통일한다. 이러한 경향은 'Birthday'의 뮤직비디오 속 셀프 오마주나 노래 제목, 그룹 이름을 인용하는 등 레드벨벳의 오리지널리티를 확고히 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즉, 'Birthday'는 과거를 끊임없이 상기하고 이를 발판 삼아 아이덴티티를 지키며 동시에 매번 새로움을 추구해온 레드벨벳의 고유한 역사와 시스템을 끝나지 않는 꿈과 환상의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Birthday'의 가사 중 "I can make the beat go"라는 구절이 있다. 흔히 쓰이는 표현인 beat drop 대신 go라는 단어를 쓴 것은 곧 10년을 바라보는 커리어 동안 안주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온 레드벨벳의 모습을 나타내기 위함이 아닐까. 지금까지 쌓아온 레거시와 퀄리티에 대한 고집을 원동력 삼아, 레드벨벳의 비트는 꿋꿋이 앞으로 "go"할 것이다.

MOVE AGAIN
㈜RBW
2022년 11월 29일

마노: 앨범 단위로서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으나, 팀의 레거시를 생각하면 분명 평가 받아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하겠다. 그 자체가 이미 선언이나 다름 없는 타이틀곡 ‘WHEN I MOVE’를 주축으로 팀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한 조각씩 떼와 재해석한 듯한 네 트랙을 배치했는데,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현시대성을 잃지 않은 데다 지금까지의 레거시를 계승하기까지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카라라는 그룹을 어째서 사랑했고 사랑해왔고 지금도 사랑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마치 예기치 못한 깜짝 선물과도 같은 한 장.

조은재: "MOVE AGAIN"은 카라의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레퍼토리를 가져오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드러나는 앨범이다. 국내에선 맥시 싱글 정도의 볼륨이지만 일본에서는 베스트 앨범 형태로 발표한 것을 보면 더더욱 카라로서 누적되어온 커리어를 유지하고자 하는 목표 의식을 분명히 하고 있는 듯하다. 미성의 보컬이 힘차게 부르는 2000~2010년대식 '떼창'에 속도감 있는 비트와 그에 맞춘 퍼포먼스가 카라만의 캐릭터라면, 2010년대 여자 아이돌에게선 보기 힘들었던 자전적 성장 서사를 담은 가사와 전 세계의 청중을 주목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는 지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현세대 여자 아이돌의 특징을 카라가 앞서 보여줘왔음을 증명하는 요소들이다. 카라가 걸어온 모든 길과 지금 서 있는 곳을 꼼꼼히 조망하는, 건강한 자기애로 완성된 앨범.

HARMONY : SET IN
FNC 엔터테인먼트
2022년 11월 30일

마노: 모처럼 기개 있게 밀어붙이는 ‘Back Down’의 폭발할 듯 압도적인 에너지로 포문을 열어 젖히고 나면, 이제 한창 물 오르기 시작한 보이그룹 특유의 기세로 가득한 네 트랙이 연이어 귀를 사로잡는다. 경쾌하게 발걸음을 내딛는 듯한 리듬 위에서 영원한 우정을 이야기하는 ‘BFF’, 글리치한 전자음과 둔탁한 힙합 비트가 어우러진 ‘Secret Sauce’, 느긋하고 발랄한 ‘One And Only’, 록킹한 테이스트를 가미한 ‘태양을 삼킨 아이’까지 연달아 달린 뒤, 콘서트 엔딩 넘버처럼 벅차오르는 발라드 트랙 ‘배낭여행’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솜씨는 익히 보아오던 것이지만 늘 보던 것처럼 빤하지만은 않다. 세상이 왜 피원하모니를 좀 더 주목해야 하는지를 간단히 설득해내는 한 장.

Indigo
빅히트 뮤직
2022년 12월 2일

예미: “Indigo” 앨범은 한 아티스트의 취향을 읽으며 그와 함께 자아 탐구를 하는 듯한 체험을 선사한다. 절제된 사운드와 그 위에 올라간 정갈한 멜로디는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려는 접근과 맞닿은 동시에, 내면에 집중하고자 하는 앨범 테마와 연결되어 음악과 자아에 대해 열정적으로 탐구하는 그 나잇대 청년의 상을 그린다. 게스트로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모두 앨범 속 그 청년의 플레이리스트에 있을 것 같다면 과언일까? 거대한 성공을 거둔 뒤 얻은 위치를 이용하여 함께 자아 탐구에 나서 준 이들에게 재미를 선사한 듯 한데, 게스트의 아우라를 조명하면서도 그 중심에 본인을 세울 수 있을 만큼의 내공이 “Indigo” 앨범을 빛나게 한다.

CHASE
SM 엔터테인먼트
2022년 12월 6일

에린: 샤이니로서 데뷔한 지 약 14년이 지난 뒤 처음으로, 그리고 멤버 중에서는 가장 늦게 솔로 앨범을 발매한 민호는 "CHASE"에 팀에서의 캐릭터와 현재 그의 모습을 융화하여 투영한다. 앨범 전반적으로 R&B의 그루비함으로 채워져 있는데, 이것이 현재 그가 가진 중후함과 맞닿아있다. 외로운 감정을 표현한 타이틀곡 '놓아줘'와 거문고의 줄이 튕겨내는 듯한 발현악기 소리를 배경으로 위태로운 상태를 노래하는 'Runaway'는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진지하고 성숙한 현재 민호의 캐릭터를 대변한다. 앨범 중반부의 'Prove It'와 'Choice'는 각각 가벼운 기타 리프와 구슬 굴러가듯 청명한 신시사이저 소리로 어두웠던 앨범 초반부의 분위기를 환기하면서도 민호의 두께감 있는 저음과 정직한 발음이 전체 앨범의 무게감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선명한 색감으로 화려함이 가득한 그룹 내에서 오랫동안 지켜낸 진지하고 정직한 뚝심이 올곧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앨범이다.

Candy
SM 엔터테인먼트
2022년 12월 16일

스큅: 근래 NCT의 행보 가운데서는 기이하고 도전적인 작업으로 케이팝의 고지를 점하겠다는, 소위 ‘네오’에 대한 사명감을 덜어낸 트랙과 앨범에서 오히려 그룹의 단단한 정체성을 엿보게 되는데, NCT 드림의 겨울 스페셜 앨범 “Candy”는 그 가장 좋은 예시로 꼽힐 만하다. 공인된 1세대 케이팝 클래식을 큰 변주 없이 리메이크한 타이틀곡은 고른 파트 분배로 멤버들의 매력을 빼곡하게 담아낸다. 유려한 멜로디 위로는 미성의 보컬 멤버들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케미스트리를 빚어내고, 예스러운 랩 파트에서는 랩 멤버들이 우직하고 탄탄한 플로우로 퍼포먼스에 무게감을 더한다. 기획의 야심이 덜어진 자리에 걸출한 멤버들의 면면들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와, '아이돌-팝'의 핵심은 결국 아이돌 그 자체에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겨울과 연말의 애틋한 심상을 다양한 스타일로 녹여낸 수록곡들 역시 섬세하면서도 취약하지 않은 안정감이 돋보인다. 돌이켜보면 NCT 드림은 지난한 그룹의 역사 가운데서도 언제나 미성년의 유약함보다는 소년의 기운참만을 보여주었던 그룹이었다. 안전한 선택을 했으나 결코 안일하지는 않은, 단순 시즌 앨범을 넘어 그룹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앨범이다.

2022 Winter SMTOWN : SMCU PALACE
SM 엔터테인먼트
2022년 12월 26일

에린: 거대한 놀이동산의 문이 열리듯 웅장한 위압감을 자아내는 ‘Welcome to SMU PALACE’를 시작으로, ‘The Cure’의 조직적인 합창은 흡사 성가대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The Cure‘는 앨범 마지막 곡 ‘Good To Be Alive’와 수미상관을 이루고 있는데, 각 곡의 후렴구인 “We are the cure”와 “It’s good to be alive with you”는 전체 가수들의 합창과 함께 삶에 대한 긍정과 치유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합창으로 되뇌는 듯한 후렴구는 흡사 연말 성가대에서 부르는 듯한 장면과도 같은데, 반복된 합창으로 조성한 ‘The Cure’와 ‘Good To Be Alive’의 신성함은 연말연시라는 시간의 특수성에 의해 용인된다.
겨울 연말 앨범이라는 특수성과 함께 “2022 Winter SMTOWN: SMCU PALACE”는 전체 회사 단위의 앨범의 특수성으로서 그룹 간의 경계를 넘나든 새로운 조합의 묘미를 보여준다. ‘Hot & Cold’는 반복되는 후렴구에서 각기 다른 질감을 가진 화음들로 구별점을 형성하고, 조곤조곤 부르는 곡의 초반부와 화려한 애드리브의 향연이 상반되는 ‘Priority’, 레드벨벳의 조형적인 화음과 에스파의 독특함이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캐럴로 융화된 ‘Beautiful Christmas’, 중후한 그루브와 시원한 가창력이 조화된 R&B 곡 ‘원’은 각각 이색적인 조합으로 인상적인 순간들을 남긴다. 연말이라는 시간의 특수성과 다양한 그룹들이 소속된 레이블의 특수성을 십분 활용한, SM이기에 발매할 수 있는, 골라 듣고 골라 보는 재미가 있는 종합선물세트 앨범.

Phantom
SM 엔터테인먼트
2022년 12월 28일

에린: “Phantom”은 SMP에서 낯설고 공격적이고 위악적인 부분들을 뜰채 뜬 듯 걸러낸 채 고전적인 세련미만을 남긴다. 현악기와 북을 치는 듯한 비트를 중심으로 웅장한 공간감을 형성하고, 어둠 속 가면 뒤에 진실을 꿰뚫어 본다는 내용의 가사는 “오페라의 유령”을 떠올리게 하면서 가면을 쓴 자의 시선으로 인해 벗어날 수 없는 불안한 긴장감을 더한다.
‘Phantom’의 웅장한 공간감은 ‘Diamonds Only’에 이르러 신성한 성전으로 구체화 된다. 꿈과 사랑이 다이아몬드의 시간초월적으로 유지되는 단단한 속성처럼 변하지 않고 퍼질 것이라는 ‘Diamonds Only’의 가사는 두꺼운 질감의 베이스의 묵직함과 보컬의 유려함으로 거역할 수 없는 중압감이 휘감긴 신성함을 자아낸다. ‘Good Life’의 발현악기가 내는 듯한 청명한 신시사이저 소리는 앨범의 고전미를 이어 나가고, 미니멀한 비트를 배경으로 미끈한 멤버들의 보컬과 화음이 특징적인 ‘Bounce Back’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존재로서의 신성함을 유지하여 전체 앨범의 완결성을 갖춘다. 아이돌 그룹으로서는 짧지 않은 1년이 넘는 공백기를 거쳐 컴백하였으나, “Phantom”의 완결성은 WayV가 갖춘 팀으로서의 응집력을 확인한다.

SPIN OFF : FROM THE WITNESS
KQ 엔터테인먼트
2022년 12월 30일

마노: 필자는 3, 4세대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 열풍을 두고 이전부터 ‘세계관은 거들뿐, 메인 콘텐츠는 어디까지나 음악이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애석하게도 본작은 세계관을 다루는 데 있어 우려되는 부분을 1부터 10까지 모조리 답습한 매우 좋지 않은 사례가 되고 말았다. 본질적인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무의미하게 반복되기만 하는 ‘할라지아(HALAZIA)’라는 용어부터가 그렇다. ‘에이티즈 세계관’에 있어 핵심적 키(Key) 역할을 하는 ‘HALA HALA’의 정신을 이어가는 시도라는 것은 이해하겠으나, 기획이 너무도 불친절하고 장벽이 높아 기존 팬층조차 기꺼이 향유가 가능할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앨범 제목을 보았을 때 기존 세계관의 스핀오프 격 에피소드를 시도했다는 것도 직관적으로 이해는 하겠지만, 이제 막 새로운 연작이 시작된 마당에 굳이 필요한 시도였는지 이 역시 깊은 의문이 드는 바이다.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하건대, 세계관은 오로지 거들뿐이어야 한다. 팀이 가장 잘해왔던 것이 무엇인지, 팀과 프로덕션이 가장 잘 알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것을 망설일 이유가 있는지. ‘Take Me Home (IDIOTAPE Remix)’만큼은 꼭 일청해보길 권한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