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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에이티즈 콘서트 〈TOWARDS THE LIGHT : WILL TO POWER〉

는 어둠과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그 빛을 잃을 때도 있지만, 결국 한 줄기 빛에 의지하여 이내 희망찬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그런 일련의 스토리와 메시지를 담아낸 에이티즈의 콘서트 〈TOWARDS THE LIGHT : WILL TO POWER〉를 다녀온 두 필자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에이티즈라는 팀이 가진 ‘정직과 성실의 미덕’부터, 2024년 4월에 예정된 코첼라 무대를 반드시 기대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이들의 미래가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이유에 대해서.

에이티즈, 정직과 성실로 의지를 빚어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빛을 갖고 태어난다. 그러다 소리 없이 찾아오는 어둠과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그 빛을 잃을 때도 있지만, 결국 한 줄기 빛에 의지하여 이내 희망찬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그런 일련의 스토리와 메시지를 담아낸 에이티즈의 콘서트 〈TOWARDS THE LIGHT : WILL TO POWER〉를 다녀온 두 필자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에이티즈라는 팀이 가진 ‘정직과 성실의 미덕’부터, 2024년 4월에 예정된 코첼라 무대를 반드시 기대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이들의 미래가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이유에 대해서.

*주: 본 아티클은 해당 공연의 세트리스트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KQ엔터테인먼트

“어둠을 뚫고” 어디까지나 위로, 저 위로

마노: 에이티즈가 지난 “THE FELLOWHIP : BREAK THE WALL” 이래 약 1년 3개월 여만에 새로운 월드 투어 “TOWARDS THE LIGHT : WILL TO POWER” 개최를 발표하고, 지난 1월 27일과 28일 양일간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서울 공연을 가졌다. 관람한 소감이 어땠나. 

예미: 공연을 보며 멤버들이 ‘정직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투쟁가를 부르는, 정직과 성실의 미덕을 가진 그룹이라고 생각했다. 

마노: 맞다, 참 정직하다. 꼼수를 모른다고 해야 하나, 타협을 안 한다. 무대에 있어서는 더더욱. 

예미: 유독 어렵게 접근하는 시선이 많은 팀이지만, 정직한 자세로 무대에 임하며 하나씩 하나씩 뭔가를 쌓아왔다는 인상이 들었다. 그래서 공연을 보고 팀에 대한 인상이 명쾌해졌다.

마노: 속된 말로 그런 ‘곤조’가 결국 팬덤을 조금씩 모아온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뚝심 하나는 대단한 팀이라서.

예미: 이들이 가진 정직과 성실은 이 사회의 고전적인 미덕이니, 더 어렵게 접근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마노: 사람이 사실 되게 쉬운 길 가고 싶어하지 않나. 가성비 추구하고. 그런데 이 팀은 그런 것이 없다. 지난 “THE WORLD EP.FIN : WILL” 기자간담회에 취재차 참석했을 때도 그런 결연한 의지 같은 것이 엿보였다. 꼼수 같은 거 쓰지 않고 우리만의 힘으로 저 높은 곳까지 차근히 올라가버리고 말겠다는. 그래서 결국 코첼라 입성까지 해내버리지 않았나. 멤버 산 같은 경우는 2024년을 ‘증명의 해’로 만들겠다는 말도 했었고.

사진=KQ엔터테인먼트

예미: 코첼라도 투어의 연장선상에 있는 무대가 될 테니, 올해는 산의 말처럼 에이티즈에게 정말 큰 증명의 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노: 맞다. 또한 이번 콘서트 연출 팀이 코첼라까지 함께 담당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비슷한 결의 공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뭔가 한국적인 미를 꾸준히 추구해오기도 했으니 그런 요소를 어김없이 심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이들 하더라. ‘멋’은 반드시 세트리스트에 있을 것이라거나, 한복풍 의상을 입을 것이라거나.

예미: ‘멋’은 이번 콘서트 세트리스트에도 있었으니 무조건 부를 것 같다.

마노: 심지어 이번에는 밴드 편곡이었다. 외에도 여러 곡을 다양한 편곡 및 변주로 선보였는데, 여러가지 의미로 성의가 대단해서 정말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멤버들도 개인 채널로 ‘만족스러웠다’, ‘행복했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예미: 관객으로서의 만족도와 멤버의 만족도가 같아서 다행이다. 기대치가 워낙 높은 팀이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노: 아니다. 이 팀의 공연을 단 한 번 제외하고 모두 다녀왔는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도 이번 콘서트는 단언컨대 역대급이었다. 

예미: 나는 캡틴 홍중의 멘트가 기억에 남았다. 팬들이 뭔가 하나씩 이뤄나가는 데 힘을 받을 수 있을 원동력이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에이티즈는 이런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사진=KQ엔터테인먼트

마노: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그 전에 이번에 이 팀의 투어 브랜드가 완전히 리뉴얼 되었다는 이야기를 먼저 해두어야 할 것 같다. 원래 이 팀이 꾸준히 가져오던 투어 브랜드가 ‘THE FELLOWSHIP’이라는 것이었다. 직역하면 ‘원정대’라는 뜻인데, 많은 분들 익히 아시다시피 전무후무한 해적 컨셉으로 데뷔했던 팀이기도 해서 그런 컨셉에 과몰입한 무대를 많이 꾸몄었다. 관객들을 ‘원정대’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연출도 많았고.

예미: 지금도 입덕을 ‘승선’이라고 부르는 팀이지 않나.

마노: 맞다. 나는 개인적으로 팀마다 캐치프레이즈랄까 슬로건 같은 것이 꼭 하나씩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이 팀 같은 경우는 단연 “우리 배는 편도로만 가(‘WIN’)”라고 생각하거든. 아마 코로나19로 인해서 투어 자체가 취소되고 말았던 사상 첫 콘서트 “THE FELLOWSHIP : MAP TO TREASURE”의 첫 곡도 저 ‘WIN’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무튼 관객들을 무작정 해적선에 태우고 ‘우리 배는 편도야 빠꾸 없어’라고 외치는 해적 아이돌…

예미: 해적이라는 게 정말 특이한 컨셉이었는데, 이를 기반으로 팬과 동료로서의 유대감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아이돌에 꽤 걸맞는 이미지 아니었나 싶다.

마노: 이전에 이 가사에 대해서 한 꼭지를 쓴 적도 있는데, 음가도 굉장히 절묘하다. 떼창하기도 좋고. 아무튼 개인적으로 이 구절이 단연 에이티즈의 시대정신을 표방하는 슬로건이 아닐까 늘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껏 고수해온 그 투어 브랜드를 이번에 완전히 일신했다. 새로운 투어 제목이 “TOWARDS THE LIGHT : WILL TO POWER”인데, 이 ‘will to power’가 또 니체의 철학에서 나온 말이지 않나. 또 처음에 투어 소식이 발표되었을 때 제목을 보자마자 이번에 발매된 두 번째 풀렝스 앨범 “THE WORLD EP.FIN : WILL”에 수록된 ‘Silver Light’이라는 곡을 많이 생각했는데, 안 그래도 공연 세트리스트에도 있고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더라. 곡의 전체적인 가사가 콘서트의 메시지와 매우 일맥상통하기도 하고. 근데 거기에 이제 니체의 ‘힘에의 의지’ 개념을 곁들여서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어둠을 뚫고 빛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표방하기도 함과 동시에, 팀이 늘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추구해 나갈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했다고도 느꼈다. 팀의 향후 방향성을 제시하고 설득함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어떤 보편적인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방식이 수준급이라고 생각했다.

예미: ‘해적-혁명-힘에의 의지’가 정반합처럼 나온 느낌?

마노: 맞다. ‘해적돌’, ‘혁명돌’이라는 수식어도 있는 팀이지 않나.

예미: 투쟁가를 부르는 팀인데, 무엇을 향해 투쟁하는지 명확히 둔 점이 돋보인다. 투쟁이 아이돌에게 요구되는 액티브한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보니 많은 그룹들이 투쟁의 이미지를 차용하는데, 그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며 당위성 입증을 요구받는 팀도 간간이 나오는 걸 보면 그렇다.

마노: 그런데 이 팀은 명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애초부터 해적 컨셉을 꾸준히 고수해온 것에 더해 ‘우리의 나침반은 미지의 보물섬을 가리키고 있다’는 메시지를 늘 내세워 왔다보니 그런 이미지가 덜 하거나 없었던 것 같다.

예미: 그리고 팀의 체급이 성장하면서 같은 톤의 이야기를 더 진지한 방향으로 다듬어온 게 보인다. 해적단이 혁명군이 되는 식으로.

마노: 이건 내가 별도의 리뷰로도 했던 이야기인데, 해적 컨셉의 “TREASURE” 연작 트레일러와 혁명군 내지는 디스토피아 컨셉의 “THE WORLD” 연작 트레일러의 결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느꼈거든. 해적 컨셉으로서는 ‘개척과 탐험 정신’을 내세워서 “끝이 기다리는 시작”을 향해 무작정 나아가는 패기를 보여줬다면, 체급을 키우고 나서는 ‘저항정신’을 앞세워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벽을 부숴나가자’는 기세를 보여주기도 했다.

예미: 지금 시점에서  “TREASURE” 연작의 첫 트레일러를 보면, 깃발을 든 모양이 꼭 혁명군 같다.

마노: 둘 다 트레일러 속에서 깃발이 펄럭이는 게 뭔가 맥락이 비슷하다는 인상이 있다. 그런데 그 깃발을 잠시 내려두고 이번에는 ‘우리는 각자가 빛이고 그 빛을 향해 위로 올라가자’는 메시지를 콘서트 전체에 녹여낸 게 매우 인상 깊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맥락을 또 전혀 잊은 것은 아니었던 게, ‘WONDERLAND’나 ‘Guerrilla’ 같은 곡들도 포진해 있었거든. 심지어 두 곡 다 콘서트 만을 위한 장치를 넣었고. 투어는 사실 ‘저희 앨범 나왔으니 잘 부탁드립니다’의 의미로서 하는 것도 있지 않나. 그래서 아무래도 해당 앨범 수록곡의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는데, ‘이번에 분명 나오겠지?’ 라고 생각했던 수록곡이 없는 경우도 있었던 거다. 그래도 이번 앨범 수록곡 비중이 여전히 크긴 했지만. 그런 한편 커리어에 있어서 주요한 변곡점을 만든 곡들도 잊지 않고 짚어준 점이 상당히 반가웠다.

예미: 그런 점에서 이번 투어는 신작뿐만 아니라, 그룹 에이티즈를 소개하는 데에도 꽤 큰 비중을 뒀다고 본다. ‘Deja Vu’ 같은 곡을 그래서 부른 것 같다.

마노: 맞다. ‘Deja Vu’가 사실 에이티즈의 전체적인 디스코그래피에 있어서 상당히 튀는 곡인데 콘서트 전체 맥락에 있어서는 잘 녹아들었더라. 지금까지의 투어가 ‘우리 이런 것도 해낼 줄 아는 그룹입니다’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 투어는 ‘우리 지금까지 이만큼 이뤄온 팀이고 안주하지 않고 더 올라가고 말 겁니다’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예미: 그런 접근으로 코첼라에 간다니까 더 기대가 된다.

사진=KQ엔터테인먼트

에이티즈의 코첼라 무대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

마노: 말이 나온 김에 코첼라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까. 개인적으로 코첼라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랐는데, 에이티즈는 아무튼 대단한 무대력을 가진 팀이고 그 무대력 하나로 여기까지 뚫고 올라온 팀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정공법이라고 생각했다.

예미: 그 말에 동의한다. 무대를 잘하는 가수에게 공연 시장에서의 체급을 높여줄 수 있는 이벤트가 코첼라니까. 코첼라를 통해 여러 한국 가수들이 미국 공연시장에서 체급을 올렸는데, 에이티즈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마노: 맞다. ‘무대력 하나로 여기까지 아득바득 올라왔으니 이번에도 무대력으로 찢어버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미 미국 투어를 상시로 돌고 있는 팀이니, 궁극적인 목표는 아마 공연장 체급 업그레이드일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지금은 아레나 위주의 공연을 하고 있는 팀인데, 그걸 돔으로 올려버리고도 남을 공연이 코첼라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정공법이 맞다. 거기서 또 한 번 팀의 ‘정직함’을 느끼게 되고.

예미: 공연에서 느낀 거랑 소식에서 느낀 거랑 감흥이 똑같다…

마노: 아무튼 우직하게 무대로 증명해버리고 말겠다는… 

예미: 대규모 공연에 어울리는 곡이 많은 팀이라, 레퍼토리의 강점과 멤버의 강점이 한 방향을 가리키는 모양새다.

마노: 과장이 아니라 팀의 커리어에 있어서는 물론이고 케이팝의 역사에 있어서도 사건으로 남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케이팝 보이그룹 최초 입성이기도 하고. 그런데 본인들은 아마도 입성에 만족하지 않겠지.

예미: 본인들은 입성에 만족하지 않으리라는 게 정말 선하게 그려진다. 이렇게 커리어를 쌓은 팀이 있다는 것도 성실히 기록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어 매체인 만큼 더더욱.

마노: 데뷔 초창기부터 꾸준히 리뷰를 써온 만큼 정말 애정이 많이 가는 팀인데, 그런 팀이 꾸준히 멈추지 않고 좋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게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예미: 조금 더 일찍 이 팀에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마노: 다들 그 얘기를 하더라.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었다!’고. (웃음)

예미: 에이티즈도 1년 차부터 지금같은 무대력을 가진 팀은 아니지 않았나.

마노: 처음부터 대단한 무대력을 가졌던 팀은 맞다. 그런데 심지어 더 대단해졌다. 초창기에도 분명 무대력이 높았지만 어딘가 신인 특유의 풋내를 벗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젠 여유가 생기고 많이 노련해진 인상이 있더라. 완급 조절도 하는 것 같고. 초창기엔 남는 게 힘이니까 ‘아 그냥 부수자’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인상이랄까. 요령이 생긴 것 같았다.

예미: 안 그래도 공연 보면서 몸을 어쩜 저렇게 쓸까 싶었다. 이 ‘몸 사용’이 팀의 메인 컨텐츠였으니까.

마노: 근데 거기에 죽도록 끝내주는 음악까지 곁들여진…

예미: 비유가 적당한지는 모르겠는데, 음악이 CPR 같다고 생각했다. 죽은 사람 심장도 뛰게 하는 충격기처럼 어쨌든 심장 뛰게 만드는 음악. 그 음악이 심지어 멤버들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

마노: ‘죽은 사람 심장도 뛰게 할 음악’이라는 비유 정말 찰떡이다. 여담이지만 본 녹음 전에 멤버들이 곡을 한 번씩 그냥 통으로 불러본다더라. 오디션 보듯이. 그러고 각자 가장 잘 어울리는 파트를 작곡팀 쪽에서 점지해준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그렇게 찰떡인 파트를 그렇게 잘 가져가나 싶더라. 

예미: 음악이 CPR처럼 느껴진 뒤부터, 몸 어딘가를 계속 흔들며 공연을 봤다. 이걸 어떻게 차분히 볼 수 있지?

마노: 플로어석 쪽은 같이 춤추면서 노는 관객들도 많더라.

예미: 나도 그 뛰는 분위기에서 공연을 보고 싶었다. 프레스석은 특성상 차분한 분위기일 수밖에 없으니까 너무 아쉬웠다.

마노: 아무래도 다들 일하시니까. (웃음)

세트리스트로 돌아보는 에이티즈의 7년

마노: 슬슬 세트리스트 중에서 기억에 남았던 무대 얘기를 좀 해볼까 싶다. 어떤 곡이 인상적이었나.

예미: 일단 ‘Guerrllia’부터 얘기하고 싶다. 공연장에서 들으니 정말 대단한 곡이었다.

마노: ‘Guerrilla’ 잊을 수 없다. 이게 사실 일본에서 발매 되었던 “THE WORLD EP.PARADIGM”에 수록된 Flag Ver.이라고 록 테이스트가 많이 가미된 편곡 버전인데, 심지어 인트로에서 캡틴 홍중이 기타 솔로 연주를 직접 선보였다. 팬들이 공연에서 꼭 보고 싶은 곡으로 늘 꼽곤 하는 소위 ‘갈망곡’ 중 하나이기도 했고. 게다가 이 곡의 메시지가 대놓고 ‘저항과 혁명’인데, 록도 따지고 보면 저항의 음악이지 않나. 곡 후반부에 “Break the wall”을 네 번 연창하는 응원법도 관객들을 함께 그 혁명에 가담시키는 벅참을 주는 게 있고. 지난 공연 때도 그 응원법 들으면서 ‘공연장 무너지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도 대단하더라. 여담이지만 음원을 찾아 듣는데 그 맛이 아니어서 정말 슬펐다. (웃음)

예미: 분명히 음원도 대단한 곡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공연 보고 나니 음원이 심심해졌다.

마노: 그게 사실 가수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찬사지 않나. 특히 무대로 승부하는 아티스트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예미: 그런 면에서 공연 보고 더 대단하게 느껴진 곡은 ‘BOUNCY’였다. 

마노: 이번 공연 구성을 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게, ‘ARRIBA’-‘DJANGO’-‘BOUNCY’를 연달아 선보인 부분이 세트리스트 중에서 가장 이질적이고 또 뮤지컬적 요소가 두드러지는 구간이거든. 그런데 이미 일부 멤버가 이번 공연에는 뮤지컬적 요소가 가미될 것이라는 것을 공언한 상태기도 했다더라. 그래서 매우 예상했던 무대 세팅이기는 했는데, 예상은 했지만서도 예상대로 적중해서 또한 몹시 만족스러웠다.

사진=KQ엔터테인먼트

예미: 이 구간이 치밀한 구성을 준비해온 게 돋보여서 마음에 들었다.

마노: 그리고 뮤지컬적 구성이야 말로 무대력이 물 오른 팀만이 꺼낼 수 있는 패라고 생각하는 게, 각자의 무대 연기력도 좋아야 하거든. 앞에서 누가 노래 부르고 있으면 다른 이들은 뒤에서 뭔가 연기를 하고 있어야 하고. 근데 그게 되는 팀이라는 걸 그 구간에서 증명해낸 거지.

예미: 그 연출 결과로 텐션도 확 터졌고!

마노: 반응이 정말 화끈했다.

예미: ‘Guerrilla’가 원래도 대단한 곡이 공연에서 더 대단해진 케이스라면, ‘BOUNCY’는 공연에서 보니 음원에서의 기대 이상으로 더 대단한 곡이었다. 이렇게 최근작들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점이 만족스러웠다.

마노: 정말이다. 곡 배치도 좋았고. 적재적소에 터질 법한 곡들을 딱 심어놓은 느낌이랄까.

예미: 세트리스트가 완급조절을 고려한 점도 눈에 띄었다.

마노: 아무래도 그러지 않으면 퍼포머들이 힘들어 하니까. (웃음)

예미: 솔로, 유닛 무대도 멤버 여덟 명이 다 함께 주목받을 수 있도록 신경써서 좋았다.

마노: 맞다. 그리고 솔로, 유닛 곡들이 다 무드가 제각각인데 그걸 어떻게 봉합을 잘 했더라. 인털루드와 독무 퍼포먼스를 중간에 배치한다던가 해서.

예미: 거의 모든 멤버가 무대에 올랐는데 왜 ‘MATZ’만 빠졌을까 싶은 의문이 이후 무대로 바로 해결되는 부분도 있지 않았나.

마노: 그 무대 정말 반응이 대단했다.

사진=KQ엔터테인먼트

예미: 그룹 역사의 측면에서는 ‘Say My Name’, ‘Wonderland’를 이번 공연에서도 부른 것이 큰 의미였을 것 같다.

마노: 그룹의 역사에 있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곡들이고, 알고 있기로는 역대 투어에서 빠진 적이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Say My Name’은 밴드 편곡을 더했고, ‘Wonderland (Symphony No.9 “From The Wonderland”)’는 엠넷 서바이벌 <킹덤> 버전에 콘서트 만의 무대 장치를 여럿 더해서 훨씬 웅장해졌다. 크라켄이라는 문어 형태의 괴수가 하나 등장하는데, 잘 보면 그게 스팀펑크 컨셉이라던가. 멤버 성화의 장검 퍼포먼스에도 변화가 생겼다. 원래는 장검 한 번 휘두르고 끝이었는데, 몇 번 크게 돌리다가 등에 꽂으니 괴수의 숨통이 비로소 끊어지는 듯한 연출이 있었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상당수의 곡을 변주한 게 정말 성의 있다고 생각했고, 최초 공개 무대가 많지 않았는데도 공연이 만족스러운 이유 중 하나가 그래서인 것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진=KQ엔터테인먼트

예미: 밴드 편성과 합이 참 잘 맞는 팀이기도 하고.

마노: 그래서 또 말하지만 코첼라가 정말 기대된다. 최초 공개 무대 얘기 하면서는 ‘최면’이라는 곡을 언급하고 싶은 게, 팬들 사이에서 반응이 엄청 핫하더라. 매우 관능적이고 섹시한 안무를 곁들였는데, 아무래도 이 그룹이 상당히 육체파다보니 그걸 적절히 잘 이용한다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이것도 분명 ‘갈망곡’ 중 하나였는데 아마 실현이 어려울 거라고 점쳐진 곡이었거든. 홍중이 하는 랩이 일명 ‘무호흡랩’이라고, 엄청 빠르기도 하고 중간에 쉴 틈이 도저히 나지 않는 벌스다. 그런데 결국 해내더라. 메인 보컬 종호의 파트도 고음이 굉장히 몰아치는데, 그걸 또 해내버리는 게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예미: 종호는 어떻게 저 고음을 공연 내내 다 라이브로 하는지 너무 신기했다. 목에 뭐가 달렸길래…

마노: 심지어 고음 지르고 바로 또 퍼포먼스를 들어가더라.

예미: CPR 같은 비트에 불 지르는 역할이 종호 목소리였다.

마노: 요즘 왜 아이돌판에 ‘명창’이 너무 없다는 말이 많지 않나. 4세대 남돌판에서 산삼보다 귀한 명창을 담당하고 있지 않나…

예미: ‘저 친구는 20세기에 태어났다면 메탈을 했을텐데’라고도 메모했었다.

사진=KQ엔터테인먼트

마노: 에이티즈 참 신기한 그룹인 게, 가만 보면 묘하게 20세기의 향취가 풍기는 부분이 있다. 

예미: 에이티즈가 생각보다 클래식한 구석이 있는 팀이지 않나. 고전적인 아이돌 미학을 잘 구현하고, 정직과 성실의 미덕을 갖췄다는 점에서 인식에 비해 한국적인 팀이라고 생각한다.

마노: 그런데 해외에서 먼저 노티스가 됐다는 점이 참, 뭔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와중에 나는 한국 팬덤이 작다기보다는 해외 팬덤이 수상할 정도로 큰 거라는 생각을 종종 하긴 했다.(웃음)

예미: 근데 진짜 ‘수상할 정도로’ 크긴 하다.

마노: 서구권 팬덤에서 좋아할 요소를 정말 다 갖추긴 했다. 서구권 팬덤은 음악도 퍼포먼스도 고자극일수록 반응하는 편이니까.

예미: 공연에서도 언어 이전에 신체표현을 매우 중시하는 팀인 만큼, 해외 팬덤이 커진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무언극 난타가 2000년대에도 해외공연을 하던 것처럼.

마노: 그래서 데뷔 하고 얼마 안 있어서 팬미팅 해외 투어를 돌았던 것으로 알고 있고, 데뷔 3년차였던 2020년에 대망의 첫 월드 투어를 예정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매진이었다고 들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전면 취소가 되고 말았다.

예미: 그룹의 첫 1억 뷰 뮤비가 ‘WONDERLAND’ 아니었나.

마노: 맞다. 심지어 첫 풀 렝스 앨범 타이틀곡이기도 했어서 의미가 남다른 곡일 거다. 정말 너무 흔하다 못해 이제는 좀 사장된 표어인데,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는 말도 있었지 않나. 그걸 누구보다 가장 잘 증명하고 있는 팀이지 않나 싶다.

예미: 증명에 진심인 팀이기도 하고.

마노: 정말이다. 진심이고 게다가 정직하고. 이제 이 팀이 7년차고 그래서 곧 재계약 시즌이 다가올 텐데, 별로 미래가 걱정되지 않는 건 그런 점 때문인 것 같다.

예미: 아직도 무대에 올인하고 있으니까!

마노: 어떻게 저 연차에 무대를 하면서 아직도 타협점이 없을 수 있나 싶다. 대단한 팀이다, 정말로. 

“에이티즈는 청춘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그룹”

마노: 마지막으로 세트리스트 앵콜 파트 중에 있었던 ‘야간비행’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에이티즈가 투쟁과 혁명의 아이콘이기만 한 그룹은 아니거든.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할 줄도 아는 팀인데, 그런 면을 타이틀로 내세운 첫 곡이 아마 ‘야간비행’이었을 거다. 작곡팀 이드너리의 이든 씨도 개인 채널로 ‘청춘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는 식의 말을 했었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자존감이 떨어져 있곤 할 때 ‘야간비행’, ‘Sunrise’, ‘My Way’, ‘Better’, ‘FEVER’ 같은 곡들을 많이 들었거든. 그런데 그걸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까지 해서 들려주는데, 눈물 나서 정말 혼났다.

예미: ‘야간비행’ 들으면서 이 팀은 위로와 치유도 힘차게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팀이 춤이 과격하지, 사람이 과격한 건 아니지 않나.

마노: 정말이지, 멤버들은 하나 같이 다 섬세하고 선하더라. 다들 ‘야간비행’이라는 곡에 위로를 많이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고. 그래서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고 위로해 준 곡들을 연달아 들으면서 에이티즈는 ‘청춘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그룹’이기도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런 면도 적절히 녹여낸 공연이 아니었나 싶고.

예미: 빛 이야기가 테마로 나온 게 여기까지 포괄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마노: 그리고 그 ‘힘에의 의지’라는 개념이 이번 풀 렝스 앨범의 주제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다. 부제가 ‘WILL’이다 보니. ‘여러분은 모두 각자의 빛이니까 힘내서 빛나시면 됩니다’ 라는 메시지를 얻고 나도 매우 큰 용기를 얻은 기분이었다. 콘서트로 이렇게 큰 위로와 치유를 받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예미: 공연 보는 내내 슬며시 웃게 되었던 게 그래서였던 것 같다. 공연에서 웃고 돌아온 뒤 하루하루 분투하는 일상 속 BGM으로 에이티즈를 쓰는 중이다.

마노: 안 그래도 노동요나 운동 메이트로 에이티즈 노래 듣는 분들이 많다던데. (웃음)

예미: 해 뜨기 전 꼭두새벽 출근길에 그렇게 어울리는 곡이 없다. ‘Cyberpunk’ 같은 곡도 그렇고.

마노: 아무래도 전투적인 퍼포먼스와 음악으로 유명한 팀이다보니, 리스너들도 비슷한 에너지를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정리하자면 에이티즈는 ‘정직과 성실’이라는 매우 보편적인 사회적 미덕을 갖춘 팀이면서, 동시에 ‘청춘의 마음을 헤아려줄 줄도 아는 그룹’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듯 하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빛과 희망을 주는, 정직과 성실의 아이콘으로 오래도록 남아주길 바라며, 무엇보다 4월에 있을 코첼라 무대를 기대해본다. 그들이 언제까지나 “어둠을 뚫고 빛으로”, 저 위로 올라가기를.

사진=KQ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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