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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년 전 이달

N년 전 이달 : 7월

과거 작품의 재발견과 ‘역주행’이 빈번해진 시대, “N년 전 이달”은 N년 전 이달에 발매된 고전, 수작, 그리고 문제작들을 되짚어본다.
2026년 7월 ‘N년 전 이달’에는 17년 전 브라운아이드걸스, 14년 전 보아, 10년 전 원더걸스, 7년 전 공원소녀에 대한 평이 수록되었다.

17년 전 7월

Sound G.
비욘드 뮤직
2009년 7월 21일

퀴비: 당해 최고 히트곡 중 하나였던 타이틀곡 ‘Abracadabra’의 성취에 대해서는 여러 시대와 매체에 걸쳐 익히 다뤄진 바 있다. (대표적으로 권석정이 작성한 “멜론 케이팝 명곡 100” 8위 선정의 변을 참조) 그러나 “Sound G.”가 이룬 앨범 단위의 성취 역시 그만큼 더 이야기되어 마땅하다.
“Sound G.”는 세인트 바이너리와 호흡을 맞췄던 이전작 ‘Love’와 ‘My Style’에서의 시도를 앨범 단위로 확장하며 본격 전자 음악을 표방한 앨범으로, 세인트 바이너리, 전자맨, 프랙탈 등 ‘한국의 전자 음악 1세대’로 불리는 이들부터, ‘Abracadabra’를 기점으로 ‘히치하이커’로서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된 롤러코스터 출신 지누, 당시 한국 전자 음악계에서는 신예에 가까웠던 하임, 스웨덴의 DJ Cloud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국적을 아우르는 여러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이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못 가’, ‘잘 할게요’ 등 일부 수록곡에 알앤비 중창단에 더 가까웠던 데뷔 초기의 관습이 남아 있긴 하지만, 전자 음악에 가요적인 선율과 말맛 좋은 노랫말을 입힌 CD1의 오리지널 넘버들은 케이팝에 새로운 사운드와 작법을 제시했다. 히치하이커가 클럽 디제잉에서 틀곤 했던 자신의 딥 하우스 트랙을 이민수 작곡가와 김이나 작사가에게 넘겨 탄생했다는 ‘Abracadabra’는 물론, 하임의 ‘이상한 일’, East4A의 ‘Moody Night’과 같은 곡들은 당대는 물론 지금까지도 이질적이고 신선한 사운드 디자인을 자랑한다.
한편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에게 리믹스를 맡긴 CD2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역대 대표곡들을 저마다의 음악 어법으로 “번역(Translate)”해낸다. (참고로 트랙명이 “편곡자 Translates 편곡 곡” 형식으로 기재되어 있다.) 2020년대에야 스트리밍 성적을 높이고자 하는 방책으로서라도 일렉트로닉 음악가들에게 활동곡의 리믹스를 맡기는 일이 케이팝에서 빈번해졌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리믹스를 발매하더라도 음악 방송과 연말 행사 무대, 혹은 ‘나이트 클럽’ 플레이 용도로 원곡에 더 댄서블한 리듬을 입히는 정도였던 과거와 달리, “Sound G.”는 원곡의 사운드를 완전히 해체해 그 파편을 새로운 트랙의 소스로 활용하는 보다 일렉트로닉 장르적인 접근을 취한다. 모든 장르를 질료 삼던 케이팝을 역으로 장르 음악에 질료로서 내어주는 역전의 순간을 마련한 셈인데, 단순히 장르를 차용하는 것을 넘어 장르 음악계와 케이팝의 상호 교류를 도모한 시도로 해석해볼 수 있겠다.
이러한 일련의 도전적인 시도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일렉트로닉 장르 음악가들과의 긴밀한 협업, 대중적인 접근과 실험적인 접근을 2개의 CD에 양분해 녹여낸 구성은 5년 앞서 발매된 엄정화의 8집 “Self Control”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로 신드롬 급의 반향을 불러오며 “주류 가요 제작 시스템에 대한 주의 환기와 그 결과물에 대한 편견을 상쇄”(차우진의 “2010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선정의 변에서 인용)해낸 것은 분명 “Sound G.”에 이르러 이루어진 일이다. 국내외 인디 음악가들을 적극적으로 케이팝 프로덕션에 포섭하려는 시도를 지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원류에 “Sound G.”가 자리한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씬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창조적인 동력을 만들어내는 “Sound G.”의 발전 양식은 비슷한 시기 SM이 구축하고 있던 송캠프 시스템과 더불어 이후 케이팝 프로덕션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일관성 측면에서는 옥에 티처럼 느껴지는 후반부 수록곡 흐름 탓에 케이팝 사상 가장 뛰어난 앨범으로 꼽기에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30년이 넘은 케이팝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앨범 중 하나로 꼽기에는 충분한 앨범이다.

14년 전 7월

Only One
SM 엔터테인먼트
2012년 7월 22일

예미: “Only One” 앨범은 슈퍼스타 10대의 궤적을 거쳐 훌륭한 베테랑이 된 20대의 보아를 보여준다. 보아의 자작곡인 타이틀곡 ‘Only One’은 미니멀하고 감성적인 곡조로 보아의 송라이팅 능력과 목소리를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몸을 정교하게 움직이는 역동적인 안무로 퍼포머로서의 공력을 유감 없이 보여주었다. 중간에 등장하는 듀엣 안무에서는 여러 SM 후배 아이돌과 호흡을 맞추며 보아의 업계에서의 위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수록곡들은 보아 디스코그래피의 특장점을 한 장면씩 요약하여 맛보는 재미를 준다. 무대 위의 보아를 지켜봐왔다면 ‘The Shadow’와 ‘The Top’이 반가울 것이고, 보아의 성장을 안다면 발라드 ‘네모난 바퀴’를 더욱 벅차게 듣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보아의 특기를 요약하고 다음 장면을 예고한 이 앨범은 10대의 보아를 기억하는 이들을 위한 기쁨이자, 20대의 보아를 처음으로 접한 이들을 위한 입구였다. 보아가 이 앨범으로 대표되는 프로페셔널의 진가를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기에, 우리는 지금도 “Only One”을 듣는다.

10년 전 7월

Why So Lonely
JYP 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5일

예미: 밴드 편성으로의 첫 작품이었던 전작 “REBOOT” 에서 엿보인 멤버들의 음악적 역량은 “Why So Lonely”를 통해 꽃을 피웠다. 타이틀곡 ‘Why So Lonely’에는 전작에서 마이너 멜로디로 연애의 씁쓸함을 보여주는 ‘Rewind’와 ‘사랑이 떠나려 할 때’를 주도했던 선미의 필치가 선명하다. 이처럼 ‘현실 연애’를 고해상도로 그려내는 선미의 솜씨가 수록곡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장식하는 한편, ‘Sweet & Easy’의 펑키함에서는 이후 R&B 기반의 곡들을 내놓은 핫펠트의 미래가 보이기도 한다. 본래 특정 프로듀서의 대표작으로 기억되던 그룹이 멤버의 자작곡을 전면에 내세우는 그룹으로 변모한 지 단 두 작품만에 이만큼의 완성도와 파급력을 만들어냈고, 그 과정에서 여러 멤버가 창작자로서 고루 주목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원더걸스는 정말 비범한 걸그룹이었다. 그러나 이 발표작들이 각 멤버들의 성향을 융합하기보다는 각자의 상이함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는 것을 보면, 이 싱글이 그룹 원더걸스의 마지막이 된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발매 당시 이 싱글이 온전히 성장한 원더걸스의 정점이었다면, 지금의 시점에서는 멤버들의 앞날을 짐작하는 시작점으로도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작품이다.

미묘: “뻔한 말이지만 ‘어른스럽다’. 그러면서 (유빈과 혜림이 주축을 이뤄) 늘 알고 있던 원더걸스의 조금 뻣뻣하면서 유쾌한 매력도 잊지 않는다. (중략) 원더걸스가 ‘밴드 음악’을 해야만 한다는 게 아니라, 따라갈 수 없을 음악적 혁신의 잠재력이 이 음반의 몇 대목에서 보이는 단초에 있다고 본다. 원더걸스는 정말로 ‘원더’가 되고 있다.” (“1st Listen : 2016년 7월 초순 ②” 中)

돌돌말링: “데뷔곡 ‘Irony’의 뮤직비디오가 슈퍼파워를 가진 어린 소녀들이 ‘니 말 하나도 말이 안 돼’ 지적하고 깔깔 웃으며 바람 핀 남자친구를 혼내주는 내용이었다면, ‘Why So Lonely’에는 기대에 지쳐 분노조차 서늘한 성인 여성이 나온다. 10년 동안 그들은 같은 서사도 이렇게 다르게 전달할 수 있는 그룹이 되었다. 아이돌은 ‘성장’을 파는 비즈니스라지만, 그게 이렇게 ‘원걸’이란 페르소나의 자아 획득에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분명 롱런한 인기 그룹, 그 중에도 재능 있는 그룹에서나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기념할 만하다.” (“1st Listen : 2016년 7월 초순 ②” 中)

햄촤: “단순히 춤 대신 악기를 연주하고, 자작곡을 부르는 형식상의 변화를 떠나 그룹이 지닌 어떤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모두가 익히 아실 그룹의 스토리부터 멤버 구성의 변화, 그리고 9년의 시간을 거쳐 온 원더걸스는 무대 위에서 더는 노래를 열창하거나 혼신의 힘을 다해 춤을 추거나 하는 일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게을러진 것이 아니라 거꾸로 애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이번 싱글에 실린 세 곡은 사장님이 그렇게 요구하던 ‘공기 반 소리 반’을 음악으로 만들어 담아낸 듯한 결과물이다. 원더걸스는 연차가 쌓인 아이돌 그룹이 자신들의 세계를 어떻게 확장하고 이어나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분명한 사례가 되었다.” (“1st Listen : 2016년 7월 초순 ②” 中)

7년 전 7월

밤의 공원(THE PARK IN THE NIGHT) part three
㈜키위미디어그룹, 키위팝
2019년 7월 23일

비눈물: 타이틀곡 ‘RED-SUN (021)’은 “밤의 공원” 3부작에서 일관되게 구축해 온 장르적 문법을 가장 선명하게 압축한다. 도입부에서는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서서히 겹치며 고조되다가, 프리코러스에 이르면 모든 소리가 일순간 멎는다. 이 여백이 만들어낸 긴장감 위로 후렴의 퓨처 하우스 비트를 한꺼번에 드롭하는 구조는 꿈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Red Sun’이라는 신호에 맞춰 최면사가 손가락을 튕기는 찰나, 정적이 단숨에 에너지로 전환되는 장면을 청각적으로 구현한다.
나머지 곡들 역시 타이틀곡이 열어놓은 사운드의 결을 여러 방향으로 확장한다. ‘All Mine’이 7월의 햇빛과 청량한 바다를 환기한다면, 제목에 재즈적 오마주를 품은 ‘Kind of Cool’은 그 휴양지의 온도를 늦은 밤 축제의 열기로 바꿔놓는다. ‘밤의 비행’은 후렴에서 겹겹이 포개지는 목소리로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빚어내며, ‘Melting Point’에서 훗날 ‘공중곡예사’로 이어지는 공원소녀 특유의 감각적인 수록곡 계보에 놓인다. 다음 곡 ‘Total Eclipse (Black Out)’는 팬송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앞서 팽팽해진 분위기를 경쾌하게 풀어내며 전반부의 흐름을 단단히 매듭짓는다. 저채도의 신스 R&B인 ‘Black H●le’은 차분한 편곡 속에서 멤버 각자의 음색을 자연스럽게 살려내며 ‘밤의 비행’과 함께 앨범의 핵심부를 이룬다.
다만 트랙 간 텐션을 조정하는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다. ‘Birthday Girl ~ 19 candles’는 로파이 감성으로 분위기를 한 차례 누그러뜨리며 무난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앨범의 끝에 놓인 ‘Recipe ~ for Simon’은 곡의 전개와 인상이 비교적 평이해 앞선 곡들이 유지해 온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직전의 ‘Black H●le’이 정교한 짜임새로 짙은 여운을 남기는 만큼, 그 낙차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완급 조절을 노린 배치는 이해할 수 있으나, 마지막 트랙은 그간의 집중력을 이어받아 앨범을 설득력 있게 갈무리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그럼에도 “밤의 공원(THE PARK IN THE NIGHT) part three”는 정규 앨범 못지않게 충실한 구성을 갖췄으며, 멤버들의 역량과 제작진의 취향이 안정적으로 맞물린 공원소녀의 대표작이다. 정작 활동 당시에는 그에 걸맞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제는 뒤늦은 관심이 새로운 행보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이 앨범이 증명한 음악적 성취와 미처 다 펼쳐 보이지 못한 팀의 가능성을 되짚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세 번의 밤에 담긴 섬세한 감각과 탄탄한 트랙들은 지금도 공원소녀라는 이름을 다시 불러내는 유산으로 또렷하게 남아 있다. 

심댱: “‘밤의 공원 3부작’은 밀도가 높은 프로젝트로 우리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최면을 걸면서까지(!) 우리를 초대한 공간을 어떻게 꾸밀지 다음 신보가 기대된다.” (“결산 2019 : 올해의 음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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