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아이돌팝 신보 중 주목할 만한 발매작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Weekly’ 신작 연재 및 리뷰 아티클에 수록되었던 리뷰의 일부 발췌를 포함하여, 에이티즈, 우즈, 하츠투하츠, 아이브, NCT JNJM, 원팩트, 블랙핑크, 리센느에 관한 리뷰가 수록되었다.
NCT JNJM의 리뷰에는 독자 ‘키위’의 투고글이 포함되었다.

마노: 일찍이 Weekly에서 본작을 다루며 "현 시점 가장 최선을 다한 그들만의 '오답 노트'"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젠가부터 에이티즈라는 팀만의 '시대정신'을 "잊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을 정도로 음악적 세계관에서의 동요와 부침이 그간 너무도 컸던 탓이다. 결코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꼭 맞는 결이라고 단언하기도 차마 어려웠던 여태까지의 시도 끝에 결국 본인들이 유지해가야만 하는 코어가 무엇인지를 드디어 정확히 인지하기 시작한 듯하다. 타이틀곡 'Adrenaline'만 보아도, 그 어떤 때보다 가장 현시대적인 음악이라는 외피를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가장 에이티즈다운 코어'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본작은 현재 팀이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정답지'는 아닐지언정, 절치부심의 결과로 내놓은 '최선의 오답노트'임에는 분명하다. 그러고보니 이 팀도 이제 어느덧 9년 차다.

에린: ‘Cinema’는 정규앨범의 단초를 제공하는 선공개곡으로서, 현재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우즈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지점을 전략적으로 보여준 곡이다. ‘Drowning’ 의 역주행의 성공 바탕에는 화려한 가창력 이전에 감정을 호소력있게 전달하는 우즈만의 보컬적 기반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별을 대하는 그의 애절한 태도는 ‘I’ll Never Love Again’에서 처절한 감수성으로 이어졌고, ‘Cinema’는 그 전개와 정서를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감성적인 영역을 파고든다. 특히 관계를 정리하는 단계의 장면을 담담히 관조하면서도 그 장면을 반복하는 시선의 끝에 맺히는 회환의 정서는 이전의 폭발적인 절규보다 농도 짙은 감정을 전달한다.

비눈물: ‘RUDE!’는 전작 ‘The Chase’와 ‘FOCUS’에서 탄탄히 다져놓은 하우스 장르의 골조를 충실히 계승한다. 여기에 ‘Pretty Please’의 유쾌함과 ‘STYLE’의 경쾌함을 영리하게 덧입혀, 누구나 쉽게 즐기는 이지리스닝의 면모를 확보한다. 곡의 가사에 녹아 있는 ‘자기애’는 자칫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지만, 하츠투하츠는 이를 ‘RUDE!’라는 도발적인 키워드로 비틀어내며 차별성을 확보한다.
최근 숏폼 트렌드에 반하는 3분 20초의 꽉 찬 러닝타임을 선택한 점 역시 흥미롭다. 단순히 길이를 늘인 것이 아니라, 8인조 구성이 가진 시각적·청각적 강점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도된 선택이다. 긴 호흡 덕분에 곡은 정석적인 케이팝 송폼을 유지하면서도, 다인원의 질서감이 돋보이는 퍼포먼스와 보컬 음색, 비주얼적 매력을 균형 있게 배치할 여유를 품는다.
익숙한 구조가 반복되며 흐름이 늘어질 찰나, 스텔라의 영어 내레이션이 마지막 후렴구의 자리를 가로채며 등장한다. 뜻밖의 두 번째 브릿지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 뒤, 시치미를 뚝 떼고 마지막 후렴구로 태연하게 바통을 넘긴다. 이 도발적이고 뻔뻔한 전개는 하츠투하츠가 지향하는 ‘이상(異常)의 미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곡의 디테일이 이토록 영리하게 살아난 배경에는 제작진과 아티스트의 깊은 상호 이해와 치밀한 ‘캐해’가 자리한다. 멤버 이안의 끼와 표정을 믿고 18초에 달하는 인트로를 온전히 맡긴 점, 스텔라가 녹음 과정에서 스스로 어울리는 억양과 음향 효과를 직접 제안하며 파트의 매력을 극대화한 점이 단적인 예다. 제작진의 신뢰와 멤버들의 높은 자기 객관화가 맞물려 곡의 생동감을 완성한 셈이다.
결국 ‘RUDE!’는 하츠투하츠라는 팀의 범용성을 증명하고 대중적 접점을 대폭 확장한,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입문서다. 지난 빌드업의 성취를 공고히 다지는 전략적인 정수(正手)를 통해, 이들은 새로운 세대의 걸그룹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해 냈다. 이제 대중적 확장이라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깊고 견고한 코어를 쌓아 올릴지, 확신에 찬 청사진 아래 움직이는 하츠투하츠의 다음 모험이 기대된다.
퀴비: “하츠투하츠의 자아도취는 자기과시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꽤나 독특하게 다가온다. 자아도취의 콘셉트는 흔히 화려하게 혹은 강렬하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자 하는 발산적 태도로 표출되곤 했는데, 하츠투하츠의 경우 꽤나 절제된 깔끔한 프로덕션 아래 유유자적함으로 일관한다.” (“Weekly : 2026년 2월 3주차” 中)

마노: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쉽다. 풀렝스 앨범으로만 따져봐도 전작 "I've IVE"의 완성도가 워낙 걸출하였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앨범 구조의 분절성이다. 누가 봐도 전반부는 단체곡 파트, 후반부는 솔로곡 파트로 칼로 자른듯 나뉘어져 있는데, 트랙 간 배치는 그렇다치더라도 전체적인 유기성이나 마무리감이 상당히 어설픈 느낌을 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별도 인털루드 트랙을 배치하는 등의 안배로 보완할 수는 없었는지 의문이 커지는 부분. 그와는 별개로 솔로곡 파트에서의 여러 시도가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지는데, 대부분의 멤버들이 작사에 참여하는 등 참여도가 컸음은 물론 각자의 '추구미'며 캐릭터 등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여섯 트랙 각각이 변별력 있으면서도 동시에 조화롭게 잘 엮여져 있어서 더욱 큰 듣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가장 즐겁게 들었던 트랙은 가사에 모국어를 섞은 재치가 돋보이는 레이의 솔로곡 'In Your Heart'.
조은재: 선공개 타이틀곡인 'BANG BANG'이 또 다른 타이틀곡인 'BLACKHOLE' 다음 트랙에 나오면서 좀 더 무게감을 갖게 된다. 'I AM'과 'REBEL HEART'의 연장선상에 있는 'BLACKHOLE'보다, 'Accendio'의 속도감에 데뷔 초반 싱글들에서 보여준 선굵은 베이스 사운드를 가미해 하드스타일 트렌드에 맞춘 'BANG BANG'이 현 시점의 아이브를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곡이라서 더 무게가 실린 듯하다. 문제는 3년만에 나온 풀렝스 앨범의 전반부가 대체로 아이브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기보단 오히려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앨범 전반부는 'BANG BANG'에 더 집중하게 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다. 멤버들의 솔로곡으로 채운 후반부가 의외로 '아이브'로서의 합일감을 전반부보다 더 잘 보여주는데, 단순히 어떤 레퍼토리의 합집합이 곧 아이덴티티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앨범을 통해 깨닫게 된다. 아직까지도 많은 대중이 '좋은 곡' 만큼이나 '좋은 앨범'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퀴비: NCT 드림에서는 보여주기 어려웠던 성숙미를 가벼운 무게감의 힙합 댄스곡들 아래 느끼하지 않게 풀어내면서도, 단정한 제노와 능청맞은 재민의 캐릭터 플레잉을 십분 살려냈다. 불과 물 같은 태용과 텐의 관능적인 케미스트리를 뽐냈던 ’Baby Don’t Stop’ 이후로 듀오의 캐릭터 대조를 이처럼 영리하게 사용한 사례는 간만이라 반갑다. 특히, 농밀한 가사와 달리 가장 상쾌하게 내달리는 앨범의 마지막 트랙 ‘sexier’는 다분히 NCT스러운 전자음악 사운드 디자인을 들려주면서도, 드림, 127, 웨이브이 어떤 유닛도 아닌 JNJM에게 가장 최적화된 곡이라는 인상을 준다. 아이돌을 위시한 케이팝 퍼포먼스에서 보컬과 랩 만큼이나 캐릭터 역시 중요한 구성 요소임을 체감하게끔 하는 유닛 데뷔 EP.
키위: 제노와 재민, 이른바 ‘10년 지기’라는 서사를 단순한 우정의 프레임으로 소비하지 않고 ‘양면성’이라는 장치로 치환한 것은 새로움을 넘어선 세계관 확장의 첫 발자취다. 이들은 익숙한 관계성을 해체하고, 서로의 대척점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음악적 미학으로 승화시켰다.
곡은 메인 신스 루프 위로 흐르는 재민의 나레이션으로 포문을 연다. 이는 청자의 청각을 즉각적으로 포획함과 동시에, 뒤이어 등장할 강렬한 힙합 비트를 위한 전략적인 빌드업으로 작용한다. 곡을 반복해서 청취하다 보면 단 하나의 송폼(song-form)도 허투루 설계되지 않았음을 직관할 수 있다. 808 베이스와 묵직하게 찍어누르는 힙합 비트, 날카로운 금속성 신스 사운드는 간결하지만 강렬하게 곡의 축을 단단히 고정한다. 그 위로 겹겹이 쌓인 새로운 사운드 소스와 엠비언트, 그리고 FX의 레이어는 들을 때마다 새로운 청각적 지점을 발견하게 만드는 완벽한 완결성을 보여준다.
특히 돋보이는 지점은 보컬 믹싱과 패닝(panning)의 활용이다. 의도적으로 분리된 보컬 패닝과 다채로운 믹스 기법은 청자의 청각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곡이 가진 ‘양면성’의 테마를 공간감 있게 구현한다. 제노의 견고한 로우톤 래핑과 재민의 유연한 리드미컬함은 목소리 그 자체로 훌륭한 악기가 된다. 비트 위로 철저히 분리되어 배치된 두 멤버의 목소리는 서로 섞이기보다 각자의 영역을 고수하며, 이를 통해 ‘양면성’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청각적 실체로 변주해낸다. 여기에 적절하게 패닝된 백킹 코러스는 곡의 구성을 더욱 입체적이고 다채롭게 완성하는 묘미가 된다.

퀴비: “대체로 자극의 역치를 넘어가지 않는 안정적인 프로듀싱을 유지해왔던 전작들과 달리, 타격감 좋은 비트, 찌릿찌릿한 사운드, 과감한 가사와 대담한 플로우 등 한껏 높아진 공격력이 돋보인다.” (“Weekly : 2026년 2월 4주차” 中)

퀴비: 작년의 리드 싱글 '뛰어'가 멀끔한 하드스타일 프로덕션 아래 케이팝-스러운 선율과 YG-스러운 아웃트로 한바탕 놀음을 옅게 희석시켰다면, 메인 타이틀 'GO'는 한 발짝 더 나아가 그 옅었던 흔적마저 날려버린다. 2010년대 초반의 시네마틱한 EDM 팝은 YG는 물론 케이팝의 레거시와도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데, 이 스타일이 지닌 육중한 무게감과 너른 공간감이 가늠할 수 없이 커진 블랙핑크의 스케일을 너끈히 받아내는 선박이 되어주고 있다. 멤버들이 굳이 스스로를 과시하거나 분투하려 들지 않아도 그들의 존재감은 이미 곡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곡 말미 여느 때처럼 혈안에 찬 구령이 아닌, 장난스러운 조흥구가 된 "블랙핑크" 이름의 연호는 그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순간이다. 리드 싱글과 타이틀곡의 과감한 진보에 비해 수록곡들은 다소 관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아쉽지만, 블랙핑크가 따로는 물론 같이서도 계속해서 혁신해나가는 그룹이 되리라는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한 앨범이었다.

조은재: 우아한 화성의 활용이 돋보였던 지금까지의 디스코그라피와 궤를 함께하면서도 2000년대에 유행하던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도입한 댄스팝을 훌륭하게 재현해냈다. 갈수록 괄목하게 되는 멤버들의 퍼포먼스 수행력에도 주목할만한데, 음색을 또렷하게 잘 다듬은 보컬 퍼포먼스는 물론이고, 특히 업템포에 어울리는 화려한 안무 구성이 자칫 단조로울 수도 있었던 반복 구간을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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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thly : 2026년 2월 - 2026-03-13
- Weekly : 2026년 3월 1주차 - 2026-03-08
- Weekly : 2026년 2월 4주차 - 2026-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