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 20일 사이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이다. 첫 열흘간 발매반이 많지 않아 20일치를 모았다. 엑소, god, 전효성, 지나, 방탄소년단, 엠파이어, 베이비, BTL, 아이유, 미스터미스터, 플라이투더스카이, 지연, 플래쉬의 신보를 들어보았다.
김영대: R&B 스타일의 전면 배치나 지나칠 정도로 유려한 만듦새는 SM의 최근 행보가 파격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옮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싫기 어려운 음악의 완성’으로써 보이 밴드의 역사가 얼핏 한 사이클을 마무리하는 느낌.
미묘: 팬들의 마음을 몽실몽실하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전용되는 장르였던 아이돌 R&B가 완성도와 설득력을 갖추게 되는 이 순간.
김영대: 이단옆차기가 god를 열심히 공부했음은 확실하다. 곡이 와 닿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석연찮은 건 보컬 파트 간의 애매한 조화. 괜찮은 가수들로 곡의 호소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프로듀싱이 그만큼 어렵다.
유제상: 재결성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누군가는 솔로 가수로 적잖은 성과를 이루었고, 누군가는 CG로 된 차 위에서 폼을 잡았고, 누군가는 가수 생활을 후회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으며(후에 번복했다), 누군가는 여자친구가… 아니다. 90년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들의 재결성은 당연히 축하해줄 일이다. 어머니를 모시는 사람, 자장면을 파는 사람, 거짓말하는 사람 모두가 god에게 크든 작든 빚을 지고 있다. ‘미운오리새끼’는 과거 7장의 앨범을 통해 질리게 들어온 전형적인 god의 곡이다. 어떤 생명체의 안쓰러운 모습을 자기 자신에 비유하며 미드 템포 멜로디를 담아 감수성 폭발! 그렇게 god는 우리의 바람보다 많이 늦게,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조금은 뜬금없이 돌아왔다.
김영대: 타이틀 곡 ‘Good-night Kiss’가 언뜻 평범하게 들린다면 곡이 가진 재치 때문이다. 버스(verse)는 2절로 빼고 초반부에 사실상 세 번의 후렴을 덧대면서 마치 후크송처럼 시종일관 타이트함을 놓치지 않는 매력은 이단옆차기의 센스다. 매력이 퍼포먼스에서보다 오디오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아이러니.
유제상: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산 지가 ‘딱’ 1년 된 전효성의 싱글. 훵키한 멜로디의 ‘여자를 몰라(Feat.제이켠)’, 왠지 티아라의 댄스 넘버를 떠올리게 하는 타이틀 ‘Good-night Kiss’, 전형적인 시크릿 풍의 ‘밤이 싫어요’ 세 곡으로 구성. 모두 흥겨운 곡 일색인데다(이는 구색 맞추기 발라드곡이 없음을 의미한다) 그 퀄리티가 높아 적어도 ‘정성이 들어갔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동월 그녀와 마찬가지로 논란의 핵심에 서 있는 지연이 열흘 남짓의 차이를 두고 출격하는데, 결자해지인지 아니면 성실성을 인정받은 것인지… 모두들 건승을 빈다.
미묘: 씨스타의 ‘Loving U'(2012)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곡이나, 지나의 물 흐르는 목소리는 탄력적으로 멜로디를 살려내지 못하고 묻히기만 한다. 이단옆차기가 철저한 맞춤형 프로듀서라고 할 때, 이 곡을 듣고서도 그 말을 계속할 수 있을까. 더구나 마지막의 웃음소리 삽입은 이제 더 이상은 Naver…
유제상: ‘2HOT’ 이후 OST 위주로 활동하며 한동안 대중과 멀어졌던 지나의 신보. ‘설마 노래 듣고 지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싶겠지만 평자는 ‘TOP GIRL’과 ‘2HOT’의 대단한 팬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밋밋한 멜로디와 가사를 담은 ‘예쁜 속옷’이 주는 실망감은 매우 크다. ‘Black & White’로 이미 2011년에 공중파 1위를 차지한 가요계 블루칩의 저력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예쁜 속옷’은 속옷이란 소재를 활용해도 아무런 성적 망상을 불러일으킬 수 없는, 노래 가사의 일부를 인용하자면 “유치하고 뻔한” 곡이다.
미묘: 리패키지 이전의 “Skool Luv Affair”가 상당한 공격성을 보여준 것에 비해, 추가된 신곡들이 너무 얌전하진 않은지. 더구나 리패키지의 공식대로 두 곡이 앨범의 도입부에 삽입되면서 원래의 흐름마저 해치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아이돌 언저리의 R&B가 누텔라 튀김처럼 느끼함 과다, 당분 과다로 흐르기 쉬운 것을 생각할 때, ‘Miss Right’과 ‘좋아요 (Slow Jam Remix)’은 꽤 반가운 트랙들이다. 까실까실한 음색과 유쾌한 흐름을 보이는 랩, 담담하면서 여유 있는 루프 등은 다소 간질간질한 후렴까지 가볍고 기분 좋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유제상: ‘그런 애 아니야’, ‘별이 되어…(0324)’ 및 이들의 인스트루멘탈 버전을 수록한 엠파이어의 네 곡짜리 싱글. ‘그런 애 아니야’는 80’S 멜로디가 디스코 비트에 실려 연령대가 높은 평자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다. 가사의 내용마저 날라리와 범생이의 사랑 이야기. ‘별이 되어…(0324)’는 소곤소곤 귀에 대고 불러주는 발라드 넘버. 수록곡 모두가 성실하게 만들어져 있고, 아이돌 특유의 풋풋함도 살아있어 좋다. 이런 페이스라면 언젠가 인상 깊은 대박 곡으로 지위 상승을 노려볼 수 있을지도.
미묘: 인트로 뒤에 다짜고짜 8번의 리믹스가 등장한 뒤 소울 발라드 계통의 네 곡이 이어지고선 리믹스, 댄스곡이 배치되었고, 마지막 트랙은 미수록 곡의 리믹스다. 이렇게 대중없는 의미불명의 배치는 정말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런대로 쿨한 매력이 있는 전개부를 보이는 곡들이 있으나 후렴은 영락없이 세기초 R&B 뽕 발라드 일색으로 빠진다. 물론 뽕&B를 좋아한다면야…
미묘: ‘올드스쿨 SMP’의 향기가 물씬 난다. “으아아”로 시작하는 것이나 뉴메탈 성향의 사운드, 가사의 분위기도 그렇지만, 버스(verse)의 멜로디 라인(“틀 속에 박혀 미래의 꿈을 걱정할 때”)과 이어지는 장식적 랩(“꿈을 걱정할 때”)은 S 모 기업의 유 모 이사의 색채가 그대로 느껴진다. 조금 이색적이라면 브리지가 콘(Korn)이나 림프비즈킷(Limp Bizkit)을 닮았다는 것. 그러나 각 섹션이 많은 음악적 차이를 보임에도 정작 곡은 귀에 걸리기보다 무난하게 흘러가 버린다. ‘SMP’의 범주를 구체화하는 데에 소홀해 왔던 비평 담론이 이런 식으로 결과를 맺나 싶다. 15년 동안 SMP도 많이 변했고 그것에는 이유가 있다.
김영대: 아이유는 탁월한 멜로딕 싱어지만 가사를 소화하는 감수성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느껴진다. 내가 프로듀서라면 그 점을 더 물고 늘어질 것이다. ‘여름밤의 꿈’은 윤상이나 김현식보다는 늘 조금 더 가볍고 청아한 곡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이유의 톤과 제법 그럴듯하게 들어맞았다.
macrostar: 아이유가 언젠가 이런 걸 꼭 한 번은 하고 싶다면 지금이 제때가 아닐까 싶다. 적절한 타이밍, 적절한 선곡, 적절한 퍼포먼스. 리메이크 음반이라 아쉬운 면이 있긴 하지만 역시 예사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보여줌.
ML: 추억 속 그 곡을 요즘 유행에 맞게 리메이크한 것이 아니라, 아이유가 그 시절에 활동했었던 것 마냥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집중하고 있는 점이 재밌다. 음반 커버와 폰트, 사운드, 뮤직비디오 속 소품들 하나하나 세심히 조율되어 콘셉트를 곱씹기 좋다. 특히 지난 뮤직비디오들에서 자신이 하고 있던 역할을 최우식에게 맡긴 후 관찰자 입장에서 그 모습을 보며 애상을 느끼는 아이유의 모습을 담고 있는 ‘나의 옛날 이야기’ 뮤직비디오가 눈에 띈다.
미묘: 살짝 엇갈리는 리듬의 베이스와 트레몰로 기타의 테마가 인상적이다. 보컬의 배치도 매력이 있고 사뭇 매끄럽게 흐르는 곡이다. 반면 지나치게 ‘흐르는’ 감이 있어 후렴에서 좀 더 화려하게 뻗어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는데, 프로덕션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는지 후반에 보컬이 여러 겹으로 쌓이면서 다소 산만한 느낌을 준다.
유제상: 솔직히 고백컨데, 평자는 전월 이들의 ‘It’s You’ 싱글(2014.04.25)을 리뷰하려다가 도저히 쓸 말이 없어서 한 시간여를 허비했던 악몽 같은 기억이 있다. ‘한 달 만에 또 신곡을 내다니 아이고 맙소사’ 하는 마음으로 들어보았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아니 아주 좋았다. 신곡 ‘Big Man’은 이전 곡들의 특징인 ‘조악한 완성도’, ‘밋밋한 멜로디’, ‘의미 없는 가사’를 탈피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여담으로, 가사의 내용에 따르면 곡 제목 ‘Big Man’은 ‘대인'(大人)의 영어 번역인 듯한데, 이는 끊임없이 미스터미스터를 응원해준 팬들에게 바치는 찬사일까? 아니면…
김영대: 이유는 짐작이 가지만 그래도 ‘전화하지 말아요’를 과감히 내세웠으면 더 즉각적인 반응이 왔을 것이다. ‘너를 너를 너를’의 스케일이나 ‘니 목소리’의 엄청난 스트링 인트로는 다소 오버가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목소리가 뚫고 나온다. 5년 만의 ‘야심작’이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은 게 있긴 있다.
미묘: 타이틀 ‘1분 1초’는 빗소리가 필터 스윕(흔히 ‘바람 소리’라 부르는 그것)처럼 활용되며 지속적인 텍스처로 깔리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 밋밋함이 매력으로 다가오기엔 처량함이 지나치진 않은지. 지연의 목소리를 편안하게 잘 살려주며 밋밋한 매력을 주는 것은 오히려 수록곡인 ‘여의도 벚꽃길’과 ‘꼭두각시’ 쪽이다.
유제상: 티아라 구성원이 동반 몰락한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한때 지연은 솔로 독립 이후의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아이돌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평자도 비슷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만약 지연을 홀로 무대에 세운다면 어떤 곡을 어떤 모습으로 부르게 할까. 신보 “Never Ever”는 그러한 평자의 고민 속에서 가장 평가가 낮은 모습을 현실 속에 재현한 무언가다. 타이틀 ‘1분 1초’를 부르는 그녀는 동료가 없어 빈한해 보이며, 조금은 선미의 카피캣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전원일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열의에 가득 차 있기’만’ 하다. 외모에 재능과 근성까지 갖추었지만 어쩌랴, 세상일은 그것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걸.
미묘: 캐릭터 구성도 안무도 뮤직비디오의 요소들도, 걸그룹의 요소들이 고도로 양식화된 오늘을 느끼게 한다. ‘양산형’의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는 뜻이다. 초반부터 트럼펫 사운드로 웅장함을 더해 월드컵 송을 노린 듯한 앤썸 풍이다. 그러나 좀 더 가슴 벅차게 해주려면 적어도 후반 솔로가 ‘착실하게 음정 찍는 착한 보컬’보다는 좀 더 힘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후렴 뒤 리프레인도 너무 ‘착하기만 한’ 보컬과, 걸그룹 랩의 한 장르처럼 된 코맹맹이 랩의 뾰족함의 조합이, 그리 설득력 있는 흐름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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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ply on “1st Listen : 2014.05.0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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