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심스(Will Simms)는 프랑스 출신의 프로듀서로 유니버설 뮤직 퍼블리싱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보아, 샤이니, 조권, 베스티, 코다 쿠미, 레인보우 등 수많은 프로덕션에 참여했으나 특히 소녀시대의 ‘I Got A Boy'(2013), 엑소의 ‘늑대와 미녀'(2013)로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프로듀서다. 가장 최근엔 엑소의 ‘Thunder'(2014)를 작곡한 그와 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해 준 윌 심스에게 감사한다. – 에디터
아이돌로지 : 본인에 대해 조금만 설명해 달라. 어떻게 음악인으로 자라왔으며, 어떤 백그라운드를 가졌는지. 어떤 음악을 듣고 자랐는지.
심스 : 80/90년대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마이클 잭슨에 완전히 빠져 지냈다. 10대가 돼서는 하드코어 테크노와 해피 하드코어라는 음악을 알게 되었다. 해피 하드코어 곡에 나오는 피아노 리프를 연주하고 싶어서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잉글랜드로 이사를 하고 나서 지역 대학에서 뮤직 테크놀로지를 전공했고 프로듀싱에 대해 배웠다. 늘 음악을 듣고 만들어 왔던 셈이다. 그게 내 삶을 이끌어 나가는 힘이었으니까.
아이돌로지 : 한국 케이팝 작곡가들, 혹은 다른 미국이나 유럽의 작곡가들과의 공동 작업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 연락과 작곡, 녹음, 프로듀싱 전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심스 : 나의 작업 방식은 무엇보다도 즐기는 것이다. 세계의 어느 누구와 함께 일하든 말이다. 함께 즐기면서,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듣고 싶고 쓰고 싶은지 소통하는 것이다.
아이돌로지 : 개인이 아닌 팀으로 일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
심스 : 혼자 일할 땐 머릿속의 어떤 희한한 아이디어라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하지만 때로 벽에 부닥칠 때가 있다. 함께 일할 때는 그 벽을 부술 수가 있다. 다른 사람의 에너지에서 힘을 얻고 스스로에게선 답을 얻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들을 수가 있다.
아이돌로지 : 한국 프로듀서들과 일하는 것은 어떤가?
심스 : 그들과 일하는 것이 아주 편하고 즐겁다. 켄지, 진 최, 코치 앤 센도 등. 모두 훌륭한 작곡가들이다.
아이돌로지 : 노래를 쓸 때 특별히 퍼포먼스를 염두에 두는 편인가? 중간에 댄스 브레이크나 군무 섹션 같은 것을 만드는가?
심스 : 케이팝을 위해서는 당연히 그런 작업을 한다. SM 같은 경우 그룹의 재능을 최대한 보여주기 위해 그런 부분들을 만들어 넣기를 원하는 편이다.
아이돌로지 : SM은 당신과 같은 외국 작곡가들과 일할 때 매우 세세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가? 장거리 소통에서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는가?
심스 : SM, 그리고 내 매니저인 폴 케네디(Paul Kennedy), 그리고 퍼블리셔인 펠 리델(Pelle Lidell, 유니버설)등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SM과 일하는 것에 큰 문제는 없다.
아이돌로지 : SM은 1990년대부터 매우 복잡하고,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곡 구조로 유명했다. 소녀시대의 ‘I Got A Boy’ (2013)를 들으면 마치 “우리가 그때 옳았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릴 정도다. 이 노래를 작곡하기 전에 SM의 음악 스타일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나? 그들이 특정한 스타일의 곡을 요구하던가?
심스 : 솔직히 이 곡을 쓰기 전까지 그들이 그런 음악을 했던 것은 모르고 있었다. 원래 작업할 당시에는 곡이 세 번 크게 변화하도록 만들어졌었는데, SM은 그보다도 더 많은 변화를 원했다! 정말 모든 것이 마법처럼 완성되었다.
아이돌로지 : ‘I Got a Boy’의 데모 버전으로 케이티 티즈(Katy Tiz)가 부른 ‘Shiner on U’가 유출된 사태가 있었다. 사람들이 그 두 버전을 모두 들었을 거라 생각하니 어떤 기분이 들었는가?
심스 : 소녀시대에게 해가 될까 봐 솔직히 좀 우려도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 큰일이 일어나진 않았다.
아이돌로지 : 엑소의 ‘늑대와 미녀’ (2013)는 보컬 퍼포먼스에 있어서 공격적이고 연극적인 구성이 돋보인다. 우리 같은 한국 대중들에게는 그러한 구성이 가사의 내용, 발음, 디테일한 보컬 디렉팅과 잘 어울린 것으로 느껴진다. 당신에게는 어떤 느낌인가? 이러한 보컬 편곡의 양상은 주로 당신의 아이디어였나, 혹은 공동작곡가인 켄지의 의견이었나?
심스 : 내게도 멋지게 들린다. 원래 버전은 내가 영어로 불렀고 켄지도 참여했는데, 최종 버전과 이미 상당히 흡사했다. 이수만 대표가 그걸 매우 마음에 들어 했고, 심지어 내게 한국어 버전을 녹음해 엑소에게 연습을 시키려고까지 했다. 결국 잘 되지는 않았는데 내가 한국말에 서툴렀기 때문이다. (웃음) 하지만 켄지는 더 훌륭하게 마무리해 낼 수 있도록 엑소와 매우 열심히 노력했다.
아이돌로지 : ‘늑대와 미녀’ 인트로의 피리는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심스 : 내 생각이었다. 나는 내가 만드는 케이팝 노래에 인트로를 덧붙이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전통적인 아시아 느낌이 담긴 것을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피리 소리는 내게 뭐랄까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늑대인간 전사 같은 이미지도 생각났다.
아이돌로지 : <SM Town Week> 공연용으로 만들어진 버전이 있다. 이 편곡에 관여했는가?
심스 : 아니다. 그런 편곡은 주로 한국의 로컬 프로듀서들이 담당한다.
아이돌로지 : 화려한 편곡에도 불구하고 샤이니의 ‘히치하이킹’ (2013)은 조금 과도한 ‘오버컴프레션’** 때문에 답답한 사운드로 마무리된 듯하다. 최종 마스터 버전이 마음에 드는가?
심스 : 전적으로 동의한다. 개인적으로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over compression : 전체적인 사운드를 크게 만들기 위한 컴프레션을 지나치게 사용할 경우, 큰 소리와 작은 소리가 구별되지 않아 사운드의 공간감과 역동성이 줄어들어 답답하게 들리기도 한다.
아이돌로지 : 가장 최근 곡인 ‘Thunder’ (2014)는 특히 엑소의 팬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인 것 같다. 느낌이 어떤가?
심스 : 팬들이 그 노래를 좋아해 준다면 더없이 기쁘다. 엑소가 정말 훌륭하게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돌로지 : 공동 작곡가인 히텐 바라디아(Hiten Bharadia)와 라파엘라 마자헤리-아사디(Raphaella Mazaheri-Asadi)를 소개해달라. 그들과의 역할 분담은 어땠는가?
심스 : 둘 모두 훌륭한 작곡가들이다.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전체 반주 트랙과 후렴의 “후~ 후~” 하는 부분을 내가 이미 만들어둔 상태였고, 그들이 합류하면서 나머지 멜로디와 함께 가사를 완성했다.
아이돌로지 : 이 노래를 만드는데 대략적인 그림은 어떠했나? R&B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심스 : 그렇다. 기본적으로 R&B를 만들고 싶었다. 혹은 Kor&B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웃음)
아이돌로지 : 그건 어떤 의미인가? 한국적인 R&B와 서구적인 것의 차이가 있다는 말인가?
심스 : 이렇게 한번 말해보자. 내가 만약 미국 시장용의 R&B를 만들고자 했다면 중간에 천둥소리나, 유리가 깨지는 소리, 아니면 브리지 부분의 리듬에서 급격한 변화 같은 것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KoR&B라고 부른 거다. (웃음)
아이돌로지 : 어떤 노래를 만들 때 그 노래가 불려질 장소, 즉 나라나 문화 등을 염두에 두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작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그런 ‘현지화’ 과정을 이끌어 내는가?
심스 : 곡을 만들 때 나라나 문화 등의 요소를 보통 염두에 두는 편인데, 사람에 따라 선호하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케이팝을 예로 들면 특정한 멜로디를 선호하고 리듬도 복잡한 편이다. 미국에서는 훨씬 단조롭고 반복적인 것을 선호한다. 또한 가사의 콘셉트에 있어서도 차이점이 있다. 나는 케이팝에서는 좀 더 과감하고 웅대한 콘셉트를 추구하는데, 그에 비해 미국이나 유럽의 곡들은 가사를 좀 더 안전하게 가져가려는 경향도 있다. 프로덕션의 측면에서 보자면 개인적으로는 어떤 나라에서든지 최대한 특이한(crazy) 것을 추구하려는 편이다.
아이돌로지 : 당신도 알다시피 엑소는 비주얼적인 성향이 매우 강한 보이밴드이다. ‘늑대와 미녀’나 ‘Thunder’에서 곡의 ‘시각화’와 관련해 특별히 요구 받은 사항이 있는가?
심스 : ‘Thunder’의 경우 SM 측에서 중간에 퍼포먼스를 위한 브리지를 만들어 주길 바랐고, 그래서 그 부분의 리듬을 변주시켰다. ‘늑대와 미녀’의 경우에는 보컬의 넓은 음역을 보여주기 위해 브리지를 조금 부드럽게 해주길 원했고, 그 외의 다른 부분은 매우 강하고 리듬감 있게 처리해주길 바랐다.
아이돌로지 : ‘I Got a Boy’나 ‘늑대와 미녀’는 리듬의 전개가 다이내믹하고 급작스러운 데에 반해, ‘Thunder’는 브리지 부분을 빼면 리듬적으로 일관된 흐름을 보인다.
심스 : 글쎄. 모든 곡이 늘 그런 구성을 가져야 좋은 건 아니라고 본다. 어떤 곡들은 조금 더 정격적이고 규칙적인 느낌을 가질 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Thunder’의 경우가 그러했다.
아이돌로지 : 중간에 ‘팀버레이크스러운’ 격렬한 브리지가 나오면서 기타가 사라지고 랩이 치고 들어온다. 이건 처음부터 당신이 의도한 것인가?
심스 : 그 점이 바로 SM이 요구한 것이다. 그 부분에 랩을 위한 섹션을 넣길 원했다.
아이돌로지 : 서양 대중음악과 달리 랩은 케이팝의 작곡 방식에서는 매우 필수적인 요소라 생각한다. 비록 그 실제 역할은 종종 장식적인 것에 그치지만 말이다. 랩이 들어간 노래를 만들 때 본인만의 비법이 있는가?
심스 : 딱히 비법이랄 건 없는 것 같다. 랩과 노래를 모두 좋아하고, 그저 그 둘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만드는 것뿐이다.
아이돌로지 : 케이팝을 작곡할 때 특별히 사용하는 장비나 프로그램이 있는가?
심스 : 거의 모든 작업에서 로직 프로(Logic Pro)를 사용한다.
아이돌로지 : 오로지 로직 프로의 내장 신스 음원만을 사용한다는 뜻인가?
심스 : 상당 부분 그렇다. EXS24**에 지난 10년 이상 내가 모아온 사운드들을 이용해 대부분의 작업을 한다. 그 외에 Kontakt 샘플러, Massive, Sylenth 등의 신스와 Waves 사의 다양한 플러그인 제품들을 사용한다.
**EXS24 : 로직 프로 내장 샘플러
아이돌로지 : 다른 작곡가들이 만든 케이팝을 들어보기도 하는가? 특별히 맘에 들거나 영감을 주는 곡들이 있었는가? 좋아하는 작곡가와 가수는 누구인가?
심스 : 다른 사람들이 만든 케이팝 곡들을 매우 즐겨 듣는 편이지만 몇 곡만을 꼽기에는 너무 많은 거 같다. 소녀시대, 엑소를 좋아한다. f(x)도 좋아한다.
아이돌로지 : 다른 한국 작곡가의 곡을 참고하거나 혹은 그들이 당신을 참고한 걸 들어본 적이 있는가?
심스 : 없다.
아이돌로지 : 곡을 청탁받을 때 그것이 타이틀이 될지 수록곡이 될지를 알고 만드는 편인가? 작곡가의 입장에서 이 둘을 만들 때 다른 방법론을 갖게 되는가?
심스 : 종종 의식하고 있을 때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그저 어떤 곡이든 간에 최고의 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아이돌로지 : 최근 작업하는 케이팝 곡이 있는가? 살짝 귀띔해줄 수는 없는가?
심스 : 현재 몇 곡을 작업 중에 있다. 그래도 공개될 때까지는 비밀을 유지하고 싶다. (웃음)
Will Simms (1 2 One Entertainment)
- 샤이니 – Wowowow, Ready Or Not (2010)
- 조권 – Awesome Girl (feat. 얀키) (2012)
- 보아 – LOOKIN’ (feat. The Quiett) (2012)
- 소녀시대 – I Got A Boy (2013)
- 샤이니 – 히치하이킹 (Hitchhiking) (2013)
- 엑소 – 늑대와 미녀 (Wolf) (2013)
- 베스티 – 두근두근 (2013)
- 엑소 – Thunder (2014)
윌 심스의 작업 중, 엑소의 ‘Thunder’가 포함된 “중독 (Overdose)” 미니앨범에 관한 아이돌로지 필진들의 단평은 1st Listen : 2014.05.01~05.20에서, 이 미니앨범의 트랙별 단평은 1st Listen : 엑소 – “중독 (Overdose)”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아이돌로지 10주년 : 아이돌로지는 사랑을 싣고 (前 필진) - 2024-04-29
- 1st Listen : 2018년 1월 하순 - 2018-02-12
- Draft : 오마이걸 – 비밀정원 (2018) - 2018-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