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요: 스윗튠이 다시 한번 전면에 나선 가운데 선배그룹이라 할 수 있는 인피니트를 여러면에서 연상시키는 앨범이다. 여전히 가벼운 질감의 신시사이저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화성 등이 전형적인 스윗튠식 댄스팝 ‘너라고 (It’s U)’에 이어 다소 비장한 멜로디에 화려한 전자음을 더한 ‘Lady’는 인피니트 앨범에 수록되어 있어도 충분히 수긍이 갈 만한 트랙이다. 다만 아직 신인그룹이라서 그런 것인지, 트랙의 수행에 있어 다소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여준다. ‘너라고 (It’s U)’에서 등장하는 생목소리와 ‘모든 날’의 안정적인 보컬 하모니가 같은 그룹의 것인지 의아할 정도다.
조성민: ‘인피니트 F’일까 했는데, ‘남자 러블리즈’였다. 고채도의 쨍한 색감을 자랑했던 인피니트 및 그 유닛들보다는, 파스텔톤 혹은 약간 톤다운된 색채를 사용하는 러블리즈를 더 닮은 앨범이다. 타이틀곡인 ‘너라고’가 바로 그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 ‘너라고’가 사뭇 저돌적인 가사에도 마냥 부드럽고 편하게만 들리는 이유는, 결국 사운드나 화면이나 어쩐지 부드럽게 뭉개진 안료로 여러 번 문질러서 칠한 듯, 날카롭거나 뾰족한 부분이 느껴지지 않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에너지를 실어보려고 했던 것 같은 ‘Crush’와 같은 곡에서조차 한껏 세련되게 다듬어진 밴드 사운드에 앳된 미성의 보컬들이 얹어져 까슬거리는 부분 없이 매끈하게 흘러간다. 심지어 보컬들의 음색과 창법을 의도적으로 인피니트와 아주 유사하게 연출한 듯한 ‘Lady’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피니트가 가지고 있던 강렬하고 뚜렷한 색감보다는 어딘가 예스럽고 아련했던 복고풍의 분위기만을 빌려온 모양새다. 모처럼 일관성이 느껴지는 앨범인데, 그 일관성의 방향이 청순계 걸그룹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의외인, 조금 신기하면서도 의심스러운 미니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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