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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8년 1월 중순

아이돌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EXP 에디션, 위키미키, 비걸스, 드림캐쳐, NCT U, 나다, 전지윤, 장우영, 시크엔젤, 베리어스, 사무엘, 걸카인드, 청하, JBJ, 선미, 더이스트라이트, 지민, 걸스온탑.

1월 중순 발매된 아이돌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EXP 에디션, 위키미키, 비걸스, 드림캐쳐, NCT U, 나다, 전지윤, 장우영, 시크엔젤, 베리어스, 사무엘, 걸카인드, 청하, JBJ, 선미, 더이스트라이트, 지민, 걸스온탑을 다룬다.

First Edition
IMMABB
2018년 1월 11일

서드: 여전히 가요보다는 팝송의 번안곡 같은 이미지를 지우기 어렵지만, 전작에 비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폭발 일보직전 돌기 일보직전”이란 쉽고 반복적인 후렴이 묘한 중독성을 만들어낸다. 여전히 대중에게는 어설프거나 우스운 이미지로 보일진 모르지만, 그들의 ‘진정성’ 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심댱: 발음의 장벽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한글 제목에 달린 영어 부제, 맥락이 필요 없는 K스러운 가사까지. 이건 케이팝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의심스럽다가도 너무 익숙한 케이팝 문법에 설득되어 얼떨떨하다. 좀 더 세련된 가사에 한국인이 불렀다면 무난히 들었을 것 같은 이 앨범은 정말 실험적이다. 케이팝의 케이팝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조성민: 이쯤 되면 인정해줘야 한다. 케이팝이 ‘외국인 멤버’를 다루는 방식을 거의 완벽히 모방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내용과 양식뿐만 아니라 마케팅의 측면에도 적응을 시도하는 듯한데, 그렇다면 이들이 내외부적으로 케이팝 시장에 완벽히 흡수되었을 때 그 안에서 어떤 새로운 의미를 만들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Butterfly
판타지오 뮤직
2018년 1월 11일

랜디: 아무리 좋은 곡이어도 너무 보편적인 자리에 자꾸만 끌려 나오면 노래가 닳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시대의 봄 타령이 되어버린 ‘벚꽃 엔딩’이나 오만 프러포즈 자리에 다 불려 나오는 ‘다행이다’도 처음 발매됐을 때는 분명 웰메이드 골든 싱글들이었다. ‘Butterfly’도 그런 곡이 되어버린 것 같아, 이재학의 팬으로서 아쉽다. 위키미키의 팬으로서도 아쉽다. 평창이 뭐길래.


블루파이어
디지탈레코드
2018년 1월 12일

서드: 아프리카 BJ를 중심으로 한 걸그룹 도전 프로젝트의 일환이라 하는데, 여타 맥락을 파악할 수 없는 음원만으로는 그 어떤 매력이나 장점을 캐치하기는 어렵다. 조금만 더 투자하여 믹싱과 튜닝을 더 다듬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으나 여건을 알 수 없으니 말을 줄인다.

조성민: 이런 ‘성의 없는’ 음원 하나로 데뷔하는 아이돌은 어째서 걸그룹인 경우가 보이그룹인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을까. 조악한 레코딩의 상태와 그 어떤 재능도 찾아볼 수 없는 보컬, 최소한의 연출조차 해놓지 않은 성의 없는 음원에, 시내에 시간당 2만 원에 빌릴 수 있는 스튜디오에서 급하게 찍어온 프로필 이미지까지, ‘지하돌’의 정석.


Full Moon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12일

미묘: 호전적인 기타 사운드와 비극적 분위기로 매우 이색적인 지점을 차지하고 있는 드림캐쳐. 애절한 감성을 펼치면서도 그것이 들끓지 않게 어느 정도의 담백함을 유지하고 동시에 록적인 기세를 선보이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다. 음악 자체는 참조점이 풍성하다 해야 할 것인데 그것이 드림캐쳐를 주목해야 할 이유를 조금도 떨구지는 않는다. 다만 그만큼 퍼포먼스의 중요성이 높은데, ‘Full Moon’의 뮤직비디오가 없어 아쉽지만 안무 구성은 그래도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남는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성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뚝심 있게 한 가지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은, 단순히 상업적 성공 여부에만 맞추어 지지부진한 실험을 이어가는 것보다야 확실히 미덕이라 할 만하다. 이런 곡에 ‘팬송’ 타이틀을 붙여도 별다른 위화감이 없는 것도, 결국 그만큼 그룹의 캐릭터가 확고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3월로 예고된 컴백을 기대해본다.


텐데...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12일

서드: 다인원 그룹에서 보컬 세 명의 목소리만 떼어 들으니 각자 음색의 매력이 좀 더 확연히 다가오는데, NCT라는 팀의 다양한 면모와 조합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좀 더 많은 분리와 확장을 기대해보고 싶다.

심댱: 왜 연초에 〈루키즈 쇼〉 영상을 풀어주었는지 실마리가 풀린다. ‘텐데’라는 곡은 루키즈 쇼의 라이브 영상을 비교해보는 것이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루키즈 쇼에서는 또렷함이 강했다면, 레코딩 버전에서는 좀 더 부드러워진 태일의 목소리에 주목하게 된다. SM도 NCT를 이대로 두지 않을 텐데... 라는 의미심장한 예고처럼 들리는 트랙.


Ride
그라운드제로
2018년 1월 12일

미묘: 사랑 앞에 주도권을 내주고 자신이 바뀌어 간다는 내용의 느긋한 로맨틱 트랙을 나다에게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런 곡도 매캐하고 단단하게 들리는 것 역시 나다가 아니면 기대하기 어려운 경험. 덥석 찌르고 들어오는 수민의 피처링도 좋은 조합을 보인다. “매일 듣던 trap 대신 틀어 country music”이란 표현이 여러모로 흥미롭다.


Because
뮤직 파라디소
2018년 1월 13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많이 채워져 있는 멜로디가 허공에 결론을 내려놓는다. 식상하게 들리기 쉬운 요소지만, 뻔한 멜로디가 되려 할 때마다 조금씩 비트는 작곡과 꽤 느낌 좋게 호흡을 끌고 가는 보컬이 함정을 잘 피해 간다. 예쁜 질감의 노래로, 그저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감정선에 공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서드: 요즘 같은 강추위에 듣기 좋은 발라드로 ‘전지윤이 이렇게 음색이 좋았었나’ 새삼 놀라고, 자작곡으로 발표한 싱글이란 사실에 또 놀란다. 보컬의 성장만이 아닌 자신이 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가수가 되었다.


헤어질 때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15일

서드: ‘뚝’처럼 어쿠스틱한 분위기의 편안한 발라드로 장우영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처음인데,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고 마치 신인가수의 노래를 듣는 듯한 신선함이 있다. JYP 스타일 창법이 확연히 드러날 때의 익숙함과 그것을 절묘하게 비껴갈 때의 생경함이 듣는 내내 교차되는 경험 또한 새롭다. 다만 ‘Party Shots’는 이제 와서 시도하기엔 여러 면에서 조금 무리수처럼 다가온다. ‘Going Going’과 더불어 ‘맘껏’에서는 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팝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데, 스타일의 충실한 재현 이상의 무언가를 찾기는 어렵지만 맞춤옷처럼 잘 어울린다. 적어도 다음 앨범을 기대해보고 싶을 만큼 그의 음악적 취향과 욕심이 진행형임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성민: 크레딧에 박진영이 없는데도 이렇게까지 박진영스러울 수가 있단 말인가. ‘딴따라’ 연예인으로서의 스스로에 대한 연민부터, 배신으로 끝났지만 담담한 척 이겨내려 노력하는 이별 노래까지, 우리가 박진영에게서 이미 봤던 모든 것들이 마치 베스트 앨범처럼 시대별로 정리되어 있다. ‘맘껏’, ‘Going Going’과 같은 트랙들은 완벽히 그 옛날 박진영식 스윙이라 당혹스러울 정도다. 이쯤 되면 그냥 박진영 트리뷰트 앨범이다. 장우영이 박진영이 아니라는 사실이 생각날 때마다 모종의 ‘현타’가 오는 것은 덤.


좋은 Day
리즈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15일

미묘: 마이너 걸그룹에게서, 지민이나 LE를 흉내 내며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닌, 주도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하는 랩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기량이나 퀄리티와 무관하게 말이다. 남성 래퍼를 추가하고, 유난히 가는 목소리의 여성 보컬과 따로 대화를 시키는 대목들이 그래서 아쉽다.


Shadow
카울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15일

랜디: 저예산 아이돌에게서 뜻밖에 괜찮은 노래를 듣게 될 때가 있다. 일 년에 싱글 한 장씩 띄엄띄엄 활동하고 있는 베리어스이지만, 2016년부터 내온 세 개의 싱글 곡 모두 썩 나쁘지 않은, 괜찮게 만든 곡들이다. 3연속이라면 ‘제작자가 음악을 신경 쓰고 있구나’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조금 더 느슨하고 무겁게 부르면 좋았을 것 같지만, 그런 아쉬움이 있더라도 엄정화의 ‘초대’처럼 ‘착 착’ 들어가는 리듬과 훅이 꽤나 캐치하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느긋한 호흡의 훵크와 EP, “우우우” 같은 보컬리즈. 필시 용감한 형제의 AOA 곡들을 참조했을 테다. 그런데 뽕끼든 임팩트든 훨씬 약해서 어설프게 들릴 수도 있겠다. 가늘고 가벼운 목소리, 쉬우면서 적당히 대중적인 멜로디, 보컬리즈의 살짝 허스키한 질감 등의 조합이 의외로 꽤 괜찮은 느낌을 낸다.

심댱: 좋게 말하면 안정감 있고, 나쁘게 말하면 평범해서 밋밋한 노래. 오히려 지난 활동곡에서 꾸준히 보이던 ‘지조’라는 단어를 계속 살려 ‘지조돌’ 타이틀을 다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씨스타의 향이 가미되었지만 베리어스라는 정보 값이 미미하다.


겨울밤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16일

미묘: 나는 사무엘의 가장 큰 적이 용감한 형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사무엘의 음색과, 용감한 형제의 감성과, 겨울 스페셜과, 앞뒤로 꽉 채워 분주한 멜로디의 조합은 썩 좋게 들리지 않는다. 이왕 이렇게 가볍고 로맨틱한 겨울 노래라면 보컬의 리듬감과 그 여운을 즐길 수 있게 여유 공간이 더 있는 곡을 사무엘에게선 들어보고 싶다.


Fanci
넥스트레벨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17일

랜디: 유튜브에서 남돌 커버 댄스를 하는 여성 청소년들을 볼 때마다, ‘저렇게 힘 있게 잘 추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신인 여돌들에게는 저런 퍼포먼스가 주어지지 않을까, 저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생각했다. 지금도 여돌 중 다수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만만해 보이는’ 안무만을 하도록 종용받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작자들이 그게 시장의 수요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심지어 대형 기획사들도 좁은 보폭으로 보수적으로 변화하는 여돌 판에, 웬 중소돌이 화려한 힙합 안무로 등장했다. 2014년에 TS의 소나무가 ‘Déjà vu’를 통해 도전했다 금세 선회할 수밖에 없었던 콘셉트를 이들은 길게 지켜 갈 수 있을까?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날 선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걸스힙합이 간만에 듣게 되는 스타일이라 신선하다. 활동적이고 격한 안무, 맑은 공간감과 임팩트 있는 신스의 교차도 느낌이 좋고, 취향이 확실한 멤버들의 외모도 눈에 띈다. 꽤 인상적인 후렴이나 연출에 비해 버스가 살짝 엉성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곡 구성이 멤버들의 기량과 성향에 보다 적합하게 이뤄졌다면 더 근사했을 것 같다.

서드: 뮤직비디오를 보면 퍼포먼스에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프로덕션에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카메라를 응시하는 표정이나 퍼포먼스의 능숙함에서 나름대로 탄탄한 준비를 했음이 보이지만, 그에 비해 다소 맥빠지는 멜로디와 사운드의 곡이 팀의 매력을 살려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절충안부터 챙기기 전에 팀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강조하는 기획이 필요해 보인다.

심댱: 강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걸카인드의 데뷔 싱글이다. 개인 티저도 있고 자본의 향이 나는 것이 그냥 걸그룹을 만들지 않겠다는 프로듀서의 포부가 느껴지는데, 왜 ‘Fanci’라는 곡 하나로 족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데뷔곡이라기에는 인트로에 가까워서, 걸카인드의 매력을 다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앨범으로 만나볼 수 있길.


Offset
MNH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17일

랜디: I.O.I 출신 중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청하의 EP. 타이틀 ‘Roller Coaster’는 트와이스 등으로 작년 한 해만 해도 이미 크게 활약한 블랙아이드필승과 전군의 곡이다. 이중 전군에 주목해보자면, 소몰이 창법이 전국을 강타하던 2000년대 중반부터도 꾸준히 컨템포러리 어반 R&B를 만들어오던 작곡가라, AOMG에 소속되어 이런 곡을 작업하는 요즘이 드디어 도래한 그의 시대일 것 같다. 무슨 곡에든 전군을 끼얹으면 세련미가 올라간다.

서드: 부족한 게 무엇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가창력, 퍼포먼스, 콘셉트 소화력 등 모든 면에서 고르게 뛰어나다. 뚜렷하게 다른 색깔을 가진 다섯 곡 각각에 맞는 곡 해석을 해내는데, 그룹 전성시대인 지금 왜 청하가 솔로 가수일 수 있는지 이보다 더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True Colors
페이브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17일

심댱: 계속해서 청자에 주의를 두는데, 이게 바로 JBJ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못 박는 듯하다. 팬의 부름으로 시작된 그룹의 정체성은 팬덤이 그룹에 이입하기 쉽게 만들며, 아이돌 그룹이라면 응당 해야만 하는 그것-서로 이어져 있다는 막연한 믿음-을 자극한다. 네가 내게 새로운 색을 입혀주고, 너와 함께 새로운 곳을 가는 등 JBJ가 청자(팬덤)에게 주는 김춘수급 의미부여의 정점은 ‘꽃이야’다. 청자를 ‘꽃’이나 ‘봄’으로 부르며 관계의 쌍방성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프로듀스 101〉에서 파생된 모든 아티스트 중에 특히 눈에 띄는 이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성민: 한껏 무겁고 심플한 톤이었던 전작에 비해 경쾌하고 화려한 톤으로 돌아온다기에 과연 어울릴까 싶었는데, 마치 처음부터 이런 캐릭터였다는 듯이 완벽히 소화해낸다. ‘Fantasy’에서는 카리스마를 강조하는 장치였던 후렴의 유니즌은 ‘꽃이야’에서는 반대로 곡을 한없이 청량하고 가볍게 띄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재능 있는 멤버들과 탁월한 기획력의 조합으로 완벽해진, ‘정말 바람직한 조합’의 앨범.


주인공
The Black Label,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18일

랜디: 우리는 세련된 케이팝을 들을 때 무심코 “미국 노래 같네” 따위의 감상을 말하곤 하지만, 실은 영미권 본토에서 인기를 끄는 곡들은 생각보다 단조로운 멜로디의 곡인 경우가 많다. (케이티 페리 같은 가수의 히트곡을 멜로디만 떠올려보라.) 이런 곡들은 멜로디 라인만 떼어놓고 보면 외려 고전적인 한국 가요처럼 들릴 때가 있다. 선미의 ‘주인공’은, 영미권에서 생산된 단순 빵빵 멜로디의 K함을 역수입한 기묘한 곡이다. 여기에 극적인 가사를 더해서 흥미로운 조합을 만들어냈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미묘: 의미심장하고 어른스러운 가사가 선언적으로 쿵쿵 때려대고, 음악 또한 이에 확고히 맞물린다. 우리에겐 이런 선미가 더 필요하다. 단, 그것이 꼭 정규 앨범같이 곡 수를 늘리는 형태여야 할 필요는 없겠다. 이를 납득하기에 충분한, 퍼포먼스와 미장센이 함께하는 작품으로서의 케이팝.

서드: ‘가시나’에 이어 강렬하게 인상을 남기는 싱글로, 가수에게 가장 잘 어울리면서 가수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콘셉트와 보컬의 단점을 최대한 가리고 장점을 강조하는 곡의 절묘한 결합이다. 이제 고작 1월이 지나가지만 “그게 악역이라도 나를 슬프게 해도 넌 너여야만 해”라는 구절은 올해의 가사 중 하나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듯.

심댱: ‘가시나’의 프리퀄로 알려진 선미의 ‘주인공’이다. 결말을 알고 있으니 쇼를 계속해달라는 몸짓과 표정은 ‘가시나’라는 하이라이트를 향해 나간다. 논리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선택. ‘영화에서 빠져나간 선미의 다음 씬은 무엇일까’라는 기대를 남긴다.


레알 남자
미디어라인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18일

미묘: 타이틀 ‘레알 남자’는 연하남 클리셰를 좀 더 밀고 나가면서 음악 역시 보다 가요-아이돌적 어필을 꾀한다. 일단 ‘어?’하고 눈길을 끄는 것만큼은 여러모로 성공적인 듯한데 약간의 설득력이 아쉽다. 데뷔 당시처럼 싸이키델릭 섞인 록 넘버 ‘Don’t Stop’은 재기 넘치는 동아리 같은 매력을 이어간다. ‘너와 둘이’는 거의 90년대 가요 같은, 그러나 말끔한 질감이 분명 현재적인 서정을 보여준다. 질척이지 않으면서 록 밴드의 질감도 내주고, 아이돌 음반의 해맑은 수록곡으로서의 포지셔닝에도 잘 부합하는 트랙.

심댱: 누나를 사로잡기에는 단어 선정부터 어린 느낌의 ‘레알 남자’다. 누나를 포기하지 않는 더 이스트라이트의 풋풋함은 가녀린 보컬 덕분에 더 귀엽게 보인다... 그들은 분명 수트를 입고 “난 너의 남자”임을 강조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너와 둘이’의 10대 남자아이같은 부드러운 허세도 좋지만 ‘Don't Stop’이 좀 더 그들에게 어울리는 것 같다고 하면, 이런 누나는 꼰대처럼 보일까.


Hey
FNC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19일

서드: 지민의 개성 강한 목소리는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강력한 무기지만 솔로로서 활동하는 지금은 약점으로도 작용한다. 보컬과 랩의 톤이 일관되고 음역의 폭도 넓지 않으니 노래를 들으며 피로감이 쉽게 온다.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을 법한 곡과 콘셉트만으로는 대중에게 익숙한 지민의 이미지를 답습하는 이상의 어필을 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데, 해법을 찾아 다음 단계를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조성민: 지민의 독보성은 단순히 특이한 음색에만 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싱글. 얼핏 보면 현아처럼도 보이는데, 최근 현아가 부딪힌 매너리즘까지도 그대로 이어받은 느낌이라 안타깝다. 무대에서 반짝이던 ‘헤이 요정’이 그리워진다.


Hola
피앤피 엔터테인먼트
2018년 1월 19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버스의 레트로소울이 지나치게 클리셰 범벅이지만, 거창하고 화려하게 달려가는 후렴에는 감탄이 나온다. 창법과 음색, 멜로디 모두 2NE1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는데, 강직하게 두들기는 피아노 등의 어쿠스틱 악기 위주로 풍성하게 구성된 반주가 새로운 느낌을 더한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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