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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인터뷰] 소이 ② ‘나’를 찾아가는 아이돌

티티마(T.T.MA)로 데뷔해 이제는 영화인이자 싱어송라이터의 삶을 살고 있는 소이에게, 방황 뒤의 새로운 삶과 ‘야채파’의 우정, 그리고 아이돌 시절이 그녀에게 갖는 의미를 물어본다.

티티마(T.T.MA)로 데뷔해 이제는 영화인이자 싱어송라이터의 삶을 살고 있는 소이에게, 방황 뒤의 새로운 삶과 ‘야채파’의 우정, 그리고 아이돌 시절이 그녀에게 갖는 의미를 물어본다. 파리에서 만난 소이, 1편에서 이어진다.

이건 친구가, 소이 씨 만난다고 하니까 꼭 물어봐 달라고 했다. 피부 관리 비결이 뭔가.
서른 전까지는 심하게 안 했는데, 30대 되고서부터는 정말 빡세게 한다. 경락 마사지도 받고 피부과도 다니고 화장품도 한번 바를 때 다섯 종류다. 피부가 악건성이라 아르간 오일도 바른다. 완전 쫙쫙 바른다. 피부에 뭐가 났다 하면 난리가 난다.

밴드 라즈베리필드를 시작했다. 싱어송라이터들이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후자에 가깝나?
그렇다. 나는 노래를 기술적으로 잘 못한다. 내 노래기 때문에 그나마 하는 거지. 내 이야기를 노래에 담기 위해서 노래를 하는 거지, 노래가 먼저 오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음반을 듣고 있으면 목소리가 연극적으로 많이 변한다. 또랑또랑했다가 부드러워졌다가. 보컬리스트로서 통제의 욕심도 엿보인다. 그건 감정 잡으면 바로 나오는, 연기에 가까운 건가?
그렇다. 내 노래들은 내가 겪은 한 순간을 확대해 놓은 것이다. 부를 때마다 그 순간으로 들어간다. 처음엔 좋아서 시작했으니까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내 이야기를 하는 즐거움이었는데, 하다 보면 욕심이라는 게 생기고 더 잘하고 싶은데 자괴감이 들었다. 그럴 때 형부(조규찬)가 그런 얘길 했다. 기교를 부리는 게 잘하는 게 아니라 “처제의 이야기를 처제가 처제만의 솔직함으로 부르는 게 노래를 잘하는 거다”라고 말씀을 하셨다. 사실 그걸 받아들이기에는 자신감이 없어서 100% 받아들이진 못했지만, 너무 감사한 얘기였다.

그런데 ‘토요일 오후에’ 경우, 작곡 면에서 은근히 아이돌 곡 같다고 생각했다. 중간중간 화자가 바뀌면 목소리가 달라진다든지, 멜로디가 서로 겹치면서 지나가기도 한다. 밝은 곡이 잘 안 써져 고민이란 언급을 자주 했는데, 혹시 아이돌 기분으로 쓴 건 아닌가?
되게 재밌는 게, 그 때 참여한 라즈베리필드 초기 멤버 (장)준선이가 지금 아이돌 음악을 한다. 젤리피쉬 쪽에서 빅스 음악도 하고, ‘토요일 오후에’ 테마로 다른 곡이 만들어져서 비투비 앨범에 들어가 있다. 그 친구는 베이스가 아이돌 음악이다.

그럼 라즈베리필드를 하기 전에도?
(프로듀서) 김형석 씨의 오른팔이었다. 그래서 그런 음악을 했었다. 그런데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 기타 연주가 너무 좋아서 같이 곡 작업을 하게 되고 ‘토요일 오후에’를 같이 만들었다. 그 곡은 편곡도 준선이가 했다. 처음 어쿠스틱 버전은 그런 분위기가 덜했다.

혹시 좀 안 좋게 헤어졌거나…
아니다. 지금도 되게 친하다. 곡 작업도 계속 같이 한다.

라즈베리필드의 프로듀서로서 가장 힘든 건 어떤 부분인가?
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게 제일 힘들다. 노래 할 때도 그렇고, 곡을 쓸 때부터 마케팅 할 때까지 모든 게 벽들과 부딪힌다. 가끔 음악 하는 가까운 친구들이랑 얘기하면 오지은, 디어클라우드, 타루, 정인도 그렇고 거의 대부분 셀프 프로듀싱이다. 바닥부터 심지어 앨범 커버까지 다 관여해야 한다. “우리가 이 힘든 걸 왜 하고 있냐”고들 한다.
그런데 그만큼 노래를 할 때, 내 이야기가 전해지는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그리고 내 곡들로 인해서 단 한 명이라도 내가 느낀 그것을 느끼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것 때문에 하는 것 같다. 1차적으로는 나 때문에, 정말 이기적인 마음으로 음악을 하는 건데, 그 다음에 오는 행복은 듣는 사람들의 피드백이다.

아까 가사가 안 써져서 음반이 미뤄진다고 했는데.
작년까지는 그리움을 항상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다. 나는 항상 사랑에 빠져 있거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데, 그게 올해(2014년)부터는 없어졌다. 그런 상태니까 이야기가 나올 수가 없다. 만족 상태는 아니다. 외롭긴 외롭다. (웃음)

외로움이란 건 ‘부족함’인데, 그게 아니라 그리움이라고 하니 흥미롭다.
외로움에 관해서는 잘 안 쓴다. 내 노래들은 항상 누군가를 향한 메시지다. “얘가 꼭 들어줬으면 좋겠다” 하는. 어떻게 보면 연애편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없으니까 못 쓰는 거다.

(연출작인 단편영화) 〈검지손가락〉도 그랬지만, 가사에서도 항상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뒷면에 관심을 가진다는 인상을 받는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느끼기엔 너무 클리셰기 때문에 더 안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검지손가락〉은 소울메이트에 관한 것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운명적으로 정해진 한 사람. 나는 그걸 믿는다. 정해진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찾아가기 위해 우리는 여정을 하고 있다. 하나의 완전한 원이다. 같은 점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삶을 살다가 마침내 만나기까지의 원을 그리다 보면, 서로 지름의 끝과 끝에 있는 순간들도 있다. 그 순간에 너무 외롭고 믿음이 부족하고 그래서, 거기에 안주해서 더 이상 못 나가는 불행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너무 클리셰라고 한다. “너무 유치해, 그런 게 어딨어?” 그래서,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다. 코너만 돌면 있을 그 사람을 기다리지 못해서 내 앞의 현실에 안주해버리지는 말자, 꿈을 꿔도 괜찮다, 현실에 쩔쩔맬지언정, 포기하지는 말자, 타협하지는 말자. 그게 내가 항상 하고 싶은 이야기다.

사진 제공 : 소이
사진 제공 : 소이

아까 야채파 이야기를 했는데, 그 시절 친구들과 관계를 오래 잘 유지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워낙 성격이 잘 맞는 건가?
여고 동창 같은 느낌이다. 멋몰랐을 때 같이 시작했는데 점점 서로 다른 길로 가지만, 그래도 우리는 변치 않는 뭔가를 공유하는 친구들이다. 사실 지금 만나면 애 엄마가 돼 있는 친구들도 있어서 애기 얘기들 하고, 그러면 결혼 안 한 나와 (간)미연이는 “아…” 이러고 있고. 음악 얘기는 많이 안 한다. 그럼에도 그냥 같이 있으면 좋다. 편하고 행복하다.

그저 연예계에 있으면서 알음알음 서로 알게 되는 일이야 많이 있겠지만, 계속해서 친구로 지내기는 쉽지만은 않은 일 같다.
질풍노도를 같이 보냈으니까. 1세대 아이돌 당시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여느 여고생들이 했을 법한 일들, 연애도 해보고, 첫사랑도 겪고,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당시엔 정말 힘든 일들을 당하거나, 옆에서 보는 사람도 힘든 일들도 있었다. 그걸 다 같이 겪었기 때문에 진짜로 친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또래집단이 중요한 시기다. 연예계에 있으면서 갖기가 쉽지 않은 또래집단을 대체한 셈인 것 같기도 하다.
맞다. 지금도 정말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

티티마 멤버들하고도 종종 연락하나?
몇 명과 꾸준히 연락하는데, 5명 중 2명이 결혼했다. 한 명은 내가 축가도 불러줬다. 자주 보지는 않는다. 자주 통화하는 (최)진경이란 친구가 있는데, 얘기를 다 전해주고 한다.

재밌다.
재밌는 시기였다, 내 인생에서. 그때는 힘들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젊었을 때 겪어서 좋았던 소중한 일들이다. 그 당시에는 어렸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내가 현명하게 나를 찾아가는 길을 마련했다면 그게 싫어지진 않았을 것 같다. 그 활동을 하면서 나를 찾아갔다면 그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더 알았을 것 같은데.

약지 못했던 건가?
그렇다. 요즘 아이돌들 보면서도 그 생각이 든다. 너무너무 화려하기 때문에 그 빛에 눈이 가려진다. 그렇게 되면 ‘나’를 찾을 수 없고, 더 심한 경우엔 잃어버린다. 현명하게 다들 해냈으면 좋겠다. 솔직히 아이돌이 영원하진 못한데, 그 기간 안에 얼마나 내가 나를 찾느냐가 관건이다. 그걸 잘 해나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그래서 기대가 되기도 한다. 혹시 그러지 못하는, 특히 걸그룹이 있다면 안타까워진다.

그게 꼭 인생 설계나 커리어 같은 거라기 보다…
그렇다. ‘내가 누군지’가 성립이 돼야 한다. 안 그러면 나중에 그 모든 게 사라졌을 때 길을 잃는다. 그런데 나는 좀 너무 드라마틱하게…

방황의 아이콘… (웃음)
방황을 하고 바닥을 쳤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고 지금 활동하는 것의 소중함을 알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인 것 같다.

소이 씨도 지금 말하자면 영화와 라즈베리필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
욕심이 많다, 욕심이. (내게 영화와 음악은) 궁극적으로는 똑같은 것 같다. 나는 표현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고 뭘 만들어내야만 하기 때문에, 그냥 도구가 다른 거다. 만약 음악을 통해 보라색을 내뿜는다면 연기를 통해서는 다른 색을 내보내는 거다. 그 교집합도 있겠지만, 음악으로 못 하는 게 있으니 그걸 영화나 글을 통해서 푸는 거고, 그렇게 생각한다.

음악도 라즈베리필드 정규 앨범은 무척 영화적이라고 생각했다. 직설적으로 나갈 수도 있는데 항상 한번씩 둘러서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점이 그렇다. 현재 하는 두 가지 일이 서로 영향도 주면서 각자 따로 발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고맙다. 빨리 음반 내겠다. 봄에는 확실히 나온다. 이제 더 이상은 못 늦춘다.

라즈베리필드로 목표가 있다면?
그냥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 돈을 벌 생각으로 하지 않는 이유가, 다시 음악이 싫어지는 게 싫다. 작업하면서 괴로운 건 즐겁다. “가사가 안 나와!” 하면서도 즐겁다. 음악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죽을 때까지 그런 ‘애증’ 관계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평생 표현을 하고 싶다. 그게 내 꿈이다. 연기도 평생 했으면 좋겠지만, 연기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거니까. 글도 평생 쓰고 싶고.

연출…은?
연출은 일단 단편 조금씩만. 연출을 하고 싶었던 이유도 ‘난 감독이 될 거야!’가 아니었다. 영화라는 매체에 내가 좋아하는 게 다 들어가 있다. 내 음악도 넣을 수 있고, 내 연기도 보여줄 수 있고, 내 글도 들어가는 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상업영화나 장편영화를 거창하게 하기보다, 표현의 도구로 삼고 싶다.

주로 뮤직비디오로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 (웃음)
내가 그렇다. 뮤직비디오로 쓰라고 주는 돈을 “어 그래?” 하며 단편영화로 쓰고 있다. (웃음) 다음 단편영화 시나리오는 써놨는데, 아마 그것도 뮤직비디오로 만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밝은 곡이라고 하니까.
밝은 곡이라서 시나리오도 밝다. 그런데 왜 가사가 안 나오는지. ‘토요일 오후에’도 그런 상태였다. 누군가 그립고 가슴 아픈 상태인데 잭 블랙에 대한 마음으로 쓸 수 있었다. 다음에는 나를 모르는 사람 말고 (웃음) ‘진짜 사람’에 대한 가사를 쓰고 싶다.

소이

아이돌로지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반갑다. 아이돌도 아닌 것이… (웃음) 계속해서 표현하는 사람이 되겠고, 나도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돌을 응원한다. 심지어 영국 아이돌까지. 나 원디렉셔너다. 난 원디렉션은 노래 들으면서 너무 좋아서 운다. “어떻게 이렇게 스위트하지?” 이번에 새로 나온 노래 너무 좋다. (중략) 세상의 모든 아이돌을 응원한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

진행/정리 : 미묘 | 취재사진 : 김꽃비/미묘 | 사진 편집 : 별민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2 replies on “[인터뷰] 소이 ② ‘나’를 찾아가는 아이돌”

간만에 소이누나 기사를 접하게 되네요. 영화에 몰두하고 있었다니.. 어쩐지 안보이더라니깐요. ㅋㅋ 소중한 인터뷰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는 소이 누나가 됐으면 좋겠어요. 영화든 음악이든 열심열심~ 꿈을 향해 파이팅~!!!

1집이 진짜 제 인생앨범이였는데 또 나온다니 너무 반가워요! 봄에 나온다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겠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