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Interview

[인터뷰] 울림 엔터테인먼트 이중엽 대표 ①

인피니트 데뷔 5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울림 엔터테인먼트를 두고 ‘중소 기획사의 신화’라 말한다. 대표 개인 소유의 허름한 망원동 2층집에서 모든 시스템이 갖춰진 번듯한 사옥을 지어 올리기까지, 지난 5년간 이들을 지탱해 온 에너지의 원천을 이중엽 대표에게 물었다.

남들과 상관없이, 우리 식대로

2010년 6월, ‘다시 돌아와’로 데뷔한 신인 그룹 인피니트와 소속사 울림 엔터테인먼트(이하 ‘울림’)에 관심을 두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15년 6월, 사람들은 울림을 두고 ‘중소 기획사의 신화’라 말한다. 대표 개인 소유의 허름한 망원동 2층집에서 모든 시스템이 갖춰진 번듯한 사옥을 지어 올리기까지, 지난 5년간 이들을 지탱해 온 에너지의 원천이 궁금했다. 아직 새 건물 냄새가 가시지 않은 성산동 울림 사옥에서 신화의 주인공인 이중엽 대표를 만났다.

이중엽 대표
울림 엔터테인먼트 이중엽 대표.

아무래도 근황 얘기부터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김성규 솔로 2집 “27”에 대한 반응이 좋다. 평단도 호의적이고, 음악방송 1위도 차지했다.
그냥 지난번 EP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성적은 낫지만, 사실 이거보다 더 잘 되는 걸 생각했는데 좀 약하지 않나 싶다.

기대가 굉장히 컸던 것 같다.
기대는 항상 크다. 앨범 낼 때마다 세상을 엎을 거라는 생각으로 낸다. 사실 이번 김성규 앨범은 내 개인적인 기대가 컸던 앨범이다. 넬이라는, 김종완이라는 친구가 처음으로 앨범의 전체 프로듀싱을 담당한 앨범이고, 여러 가지 조건도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1집 “Another Me”도 넬의 비중이 꽤 높은 앨범이었다. 3년 만에 나오는 솔로 앨범에서 다시 넬과 작업한다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나. 다른 시도를 생각해봤을 법도 한데.
아직 아티스트의 색깔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다른 시도를 생각하나. 김성규라는 친구가 ‘인피니트 성규’가 아닌 ‘솔로 김성규’로서 이제 겨우 두 장의 앨범을 내고 조금씩 색깔을 가져가는 상황인데 다들 너무 성급한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이번 앨범은 1집 때와는 색깔이 전혀 다른 앨범이다. 1집은 타이틀부터 스윗튠 곡이었지만, 이번 앨범은 말 그대로 넬 김종완의 음악이었기 때문에 이 둘을 비슷하다고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다. 음악적으로도 많은 성숙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주어진 노래를 그대로 부르는 ‘싱어’에 그쳤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자기 색깔을 조금 더 확실히 녹일 수 있었던 앨범이었다고 할까. 인피니트H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첫 앨범에서는 누군가가 만들어준 곡을 그냥 소화만 하는 래퍼였다면, 다음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MC’ 능력까지 갖추고 있기를 바랐다. 물론 그다음엔 곡을 쓸 수도 있을 거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인피니트H나 김성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이돌을 주력으로 밀고 있는 기획사치고는 굉장히 장기적인 안목으로 플랜을 짜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그래도 에픽하이나 넬 같은 뮤지션들하고 계속 작업을 해온 사람인데,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수 있겠나. (웃음) 최종 목표를 세울 거라면 최소한 그 뮤지션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단지 대중적인 인기뿐만이 아닌 음악적인 면에서도 함께했던 뮤지션들보다 더 위를 바라보고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건가.
일단 음악적인 부분도 그렇고, 라이프스타일이라든가, 이미지 같은 부분까지도 신경 써서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보통 사람들은 대개 아이돌이라는 껍질을 한 번에 깨려고 한다. ‘나 이제 아티스트 누구랑 작업한다’, ‘난 이제 탈-아이돌이다’라면서. 왜 뿌리를 잊어버리나? 뿌리가 아이돌인데. 출발선은 지켜야 하는 거다. 굳이 그걸 자꾸 억지로 버리려고 애쓰는 건 싫다.

호흡을 길게 두고 제작하는 편인 것 같다.
내가 함께하고 있는 팀을, 이 가수를 그만 담당한다는 생각 같은 건 한 번도 해 본 적 없다. 일정한 기간을 두고 호흡이 길고 장기적이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지속적으로 내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거다. ‘나 2년 뒤에 이 팀 안 해’라고 생각하고 일한다고 해서 내가 다른 방식을 택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일 당장 나랑 계약이 끝나더라도 어쨌든 오늘까지는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해야 한다. 거창하게 따지자면 장기적인 플랜이니 뭐니 말할 수 있겠지만, 난 그저 지금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고, 오버하지 않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지 않으면서 일하고 있을 뿐이다.

그 안에 아티스트적인 욕심이나 이미지에 대한 강박관념 같은 건 딱히 없나.
전혀 없다. 어차피 내가 예전에 했던 가수들이 다 그런 아티스트들이다. 그런 가수들이 일하는 걸 보고 배워온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 같이 일하는 가수들도 그냥 그렇게 똑같이 가고 있다. ‘너희는 뮤지션이어야 하고, 너희는 꼭 이래야 하고…’ 이런 생각은 해 본 적 없다.

울림이나 이중엽 대표의 개성이 그런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말하면 이루어지는’ 1위 공약으로도 유명한데, 인피니트H 때는 뮤직비디오 공약을 걸어서 실제로 수록곡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김성규의 경우에는 솔로 공연을 공약으로 걸어 화제였다. 가능성이 있나.
그놈들이 내 약점을 이런 식으로… (웃음)

(웃음) 약점 잡힌 게 있나.
반 농담이긴 하지만, 자기들이 그렇게 질러버리면 회사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콘서트를 한다고 해서 회사가 손해날 건 없다. 다 수익이니까. 하지만 뭐든 기획할 때에는 형평성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 어쨌건 팀 아닌가. 공약을 하긴 했으니까 어떤 식으로 할지는 고민을 좀 더 해보긴 하겠지만, 다른 멤버들과의 균형을 우선으로 두고 생각하고 있다.

이중엽 대표
“뭐든 기획할 때에는 다른 멤버들과의 형평성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 어쨌건 팀 아닌가.”

조금 조심스러운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합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울림의 경우도 피해갈 수 없는 길이었는데, 거의 최초가 아니었나 싶다.
난 첫 번째 아니면 안 한다. 만약에 그 전에 다른 합병 건이 있었다면 아마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업체를 직접 경영하는 경영인으로서 최근 불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합병 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직접 합병한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얘기할 수 없다고 본다. 그 사람들이 어떤 내용으로 계약을 하고 합의를 했는지 모르는 일이니까. 합병이란 부부 사이 같은 거다. 남이 절대로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하면 안 되는 부분이랄까. 누구든 그걸 겉으로만 보고 얘기할 수는 없는 거다. 다만 하나 분명한 건 이제 자본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는 거다. 예전처럼 ‘뭐 하나 히트해서 그걸로 먹고 산다’? 이런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장이 됐다.

인피니트가 그 ‘예전’의 아슬아슬한 끝물 아니었나 싶다.
막차였지.

지난해 말 러블리즈가 데뷔한 뒤 보이 그룹과 걸 그룹을 하나씩 보유한 완전체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형태를 갖췄다. 사옥이 세워졌던 시기도 거의 비슷한데, 혹시 모두 계획하에 이뤄진 일이었나.
아니다. 그냥 순리에 따르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왔을 뿐이다. 사옥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 해왔다. 울림이 작은 회사에서 시작해 아이돌 그룹을 키우다 보니 흔히 말하는 시스템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강해지더라. 개인적으로 시스템이라는 건 어떤 회사의 특별한 노하우나 테크닉이라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라고 생각한다. 사옥이 없다 보니 이쪽에 사무실 있고 저쪽에도 사무실이 있고 연습실은 저 멀리 있고, 영 정리가 안 되더라. 그때 이 모든 게 한 건물 안에서 벌어질 때 최고의 시스템과 최고의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한쪽에서는 음악 하는 친구들이 작업을 하고, 그 아래 지하에서는 아티스트들이 연습을 하고. 이 모든 게 일단 건물 하나 안에서 이루어지니까 훨씬 일이 스피디하고 순조롭게 이루어지더라. 그래서 우리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계속할 거면 무조건 사옥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었다. 사옥 자체가 시스템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울림이라는 기획사가 참 재미있다. 아티스트와 함께 점점 레벨 업 해가는 캐릭터 같다고 할까.
그래서 팬들이 더 좋아하지 않나. 자기가 울림 사옥에 벽돌 하나 정도는 놓았다고. (웃음)

(웃음) 그런 반응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냥 웃는다. (웃음)

조금 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인피니트를 기준으로 보자면 데뷔 5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뮤직비디오에 황수아, 무대 감독에 김대식, 안무에 ADDM 등 데뷔 시절부터 연을 맺은 이들과 지속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것이 이채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의도한 바가 있나.
딱히 의도한 건 없다. 그러고 보니 의상팀이나 헤어메이크업샵도 그대로인데… 우선 ADDM 같은 경우는 이제 정식 직원이라. (웃음) 김대식 감독 같은 경우에는 넬과 에픽하이 공연을 할 때 처음 만났다. 그때만 해도 연출가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았고 연출가라고 할만한 사람도 변변히 없는 상황이었는데 젊은 친구가 열심히 하니까 눈에 확 띄더라. 그래서 봐뒀다가 인피니트 첫 번째 쇼케이스할 때 도와달라고 불러서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다. 같은 스태프와 계속해서 같이 일하는 이유를 굳이 꼽자면 아무래도 가수가 커온 것을 처음부터 다 봐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멤버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면 일단 애들이 편할 테니까.

그런 면에서도 굉장히 아티스트 중심적이다.
귀찮아서 그런다. 애들을 잘 아는 친구들이 있으면 아무래도 내가 좀 편하니까.

중간 관리자 같은 느낌으로 생각하는 건가. 거의 가족처럼 대하는 것 같은데.
ADDM도 신인 때부터 같이 해왔으니까 애들이 많이 편하게 생각한다. 헤어나 스타일리스트 같은 경우에는 특히 민감한 부분인데, 지금까지 큰 무리나 문제없이 해왔기 때문에 계속 같이 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사람들이 잘해서 같이 하고 있는 거지, 내가 같이 가길 원한다고 해서 같이 갈 수 있는 상황은 이제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중간 관리자들 가운데 대표님의 발언권이나 권력의 세기는 어느 정도인가. 회사에 따라 가풍이 조금씩 다르다고들 하는데.
나의 권력? 물론 절대적이다.

세세한 것들까지도 직접 컨펌하는 편인가.
예전보다는 줄었지만, 그래도 많이 하는 편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대부분 대표가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인피니트 – 현재 진행형인 울림의 성공사

인피니트
데뷔 후 약 3년간 ‘울림 그 자체’였던 인피니트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울림, 그리고 이중엽 대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피니트의 컴백이 7월로 미뤄졌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건 아무도 모른다.

지난 3월에 있었던 팬미팅 〈무한대집회〉에서 5월이라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기다리다 실망한 팬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사실 김성규 앨범이 늦어졌다. 작년에 나왔어야 했는데 미뤄지는 바람에 스케줄이 좀 꼬였다. 김성규 앨범을 뒤로 뺄까도 생각해봤는데, 이게 또 갑자기 진행에 속도가 붙었다. 이쪽 일을 하다 보면 계획을 세우고 진행을 하다가도 갑자기 가속도가 붙어서 빨리 끝나는 경우가 있고, 거의 끝났다 싶은데 마무리가 안 돼서 늘어지는 경우도 있고, 천차만별이다. 사실 우리가 지금까지 그런 일정들은 나름 굉장히 잘 맞춰온 편이었는데 이번에 좀 어긋났다. 아무래도 회사가 커져서 그렇지 않나 싶다. 예전에는 회사 전체가 정말 인피니트만 붙잡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여러 스케줄도 겹치고, 앨범도 마지막 매듭 하나가 잘 안 지어지고 하면서 이렇게 된 것 같다.

일각에선 다른 대형 아이돌들의 컴백을 피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우린 정말 단 한 번도 그런 그룹들을 피한 적이 없다. 작년 2집 때만 해도 대형 아이돌들과 붙었고, 신인 시절부터 당시 제일 큰 팀들하고는 매번 붙었던 것 같다, 우리가 나올 때마다. 근데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아시다시피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이상 그런 상황을 완벽히 피할만한 데가 딱히 없다. 그냥 우리가 잘 만들면 된다. 남을 왜 의식하나. 그냥 내가 잘 만들어서 보여주면 되는 거다.

순위에는 크게 미련이 없다는 말인가.
물론 하면 좋다. 하면 좋은데, 1위 같은 건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하늘이 주는 거라 그렇다. 2위까지는 내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1위는 말 그대로 하늘이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유닛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우현과 샤이니 키가 함께했던 투하트까지 합치면 멤버 전원이 유닛이나 솔로 활동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까지 유닛 활동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나.
본인들의 니즈를 채워주는 거다. 인피니트로서 할 수 없는 것들, ‘사실 이 친구는 인피니트가 아니었으면 이런 걸 잘 했을텐데’하는 것들. 인피니트F 같은 경우에는 이제 완전체로는 소화하기 힘든 청량함이나 밝음을 보여주고 싶었고, 김성규 솔로에서는 인피니트 메인 보컬이 아닌 보컬 김성규로서 한 곡을 쭉 끌고 가는 힘 같은 걸 강조하고 싶었다. 인피니트H 같은 경우에도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인피니트에서는 하기 힘든 강한 음악들에 힘을 많이 실었다. 투하트의 펑키한 느낌도 인피니트 색깔과는 전혀 다르지 않나. 교묘하게 조금씩 다른 세계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인피니트의 유닛들은 그저 인피니트의 작은 팀들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팀이다.

유닛 하나하나를 새로운 팀이라고 생각하고 프로듀스 하고 있는 것 같다. 예전 인터뷰를 보면 팀이 오래가기 위해서는 7명이 무조건 같이 가는 게 맞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는데.
그래서 이렇게 정성스럽게 유닛 활동을 하는 거다. 만일 그런 생각이 없었다면 상업적으로 가장 잘 됐던 인피니트H만 계속 끌고 갔겠지.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인피니트F의 한국 데뷔는 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었다.
실제로 일본에서만 하려고 했던 유닛이라 조금 급했던 게 사실이다. 일본 계획을 세우고 나니 애들이 한국 활동도 무척 하고 싶어 하더라. 또 일본에서 이 친구들이 생각보다 열심히 해주기도 했고, 무대를 보니 생각보다 비어 보이지 않아서 안심한 면이 있었다. 사실 걱정을 꽤 많이 했던 유닛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예상보다 결과물이 꽤 잘 나와서 놀란 경우였다. 인피니트F를 통해 인피니트라는 팀과 함께 일곱 멤버 모두가 고르게 성장해왔구나 하는 생각을 들었다.
정말 걱정이 많았다. 사실 이게 다 어그러졌던 프로젝트였다. 콘서트에서 먼저 공개했던 ‘가슴이 뛴다’라는 곡을 드라마 <하이스쿨 러브 온> OST로 먼저 깔고, 한국 활동은 따로 없이 일본에서 앨범을 내는 것까지만 목표로 했었다. 그런데 OST를 담당한 회사와 얘기가 꼬여서 OST라는 이름으로 아예 발표할 수가 없게 됐다. 이때부터가 문제였다. OST라는 건 약간 이벤트 성격이 강하고 부담도 없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인피니트F가 한국에 연착륙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도전하는 마음으로 시도해 본 기획이었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지는 바람에. 그래서 한국에서는 못하려나보다 하고 일본에서 먼저 앨범을 냈는데, 다행히 결과물도 반응도 나쁘지 않아서 한국에서도 급하게 준비해서 데뷔하게 됐다.

유닛 활동의 목표는 아무래도 그룹 전체보다는 개인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지지 않나 싶은데,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청사진도 팀의 미래와 함께 구상하고 있는지.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유닛 활동이라는 것 자체가 개개인이 먹고살 수 있는, 이 판에서 좀 더 길게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결과가 아닌 과정의 한가운데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인피니트도 이제 5년 차다. 많이 유명무실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돌 5년 위기설’은 아직 건재한 편인데, 대비는 하고 있나.
위기가 아직 안 왔는데 무슨 대비를 하나. 위기가 와야 대처를 하지, 왜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을 하나. 좀 정체기에 놓이지 않았나 싶긴 하다.

사실 그런 게 프로듀스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힘든 상태 아닌가. 끌고 올라가는 것보다 한 번 정체된 걸 다시 끌어 올리는 게 몇 배는 더 어려운 일인데.
우선 적어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 중이다.

더 올라갈 여지는 없다고 생각하나.
그건 아까 말했다시피 내가 하는 게 아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노력을 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나는 거다. 나는 잘 만들고, 애들은 열심히 하고, 팬들은 열심히 응원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 오는 거지, ‘여기서 우리가 바짝 끌어 올려야 해!’ 이런 식의 노력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인피니트
최근 일본에서 싱글 “Dilemma”와 “24時間”을 발매한 인피니트. ⓒ UNIVERSAL MUSIC LLC

이런 일종의 정체기 가운데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느껴지는데, 이전에 비해 각국 거물들과의 작업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인피니트의 경우 작년부터 호테이 토모야스(布袋寅泰), 마츠오 키요시(松尾潔) 같은 일본의 대형 아티스트들과 손을 잡고 싱글을 발표하고 있고 러블리즈 역시 데뷔곡부터 윤상과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데.
이제 돈이 좀 있으니까… (웃음) 농담이고, 사실 내가 시작할 때는 아이돌이 너무 포화 상태였다. 작곡자들도 다 정해져 있었다. 신사동 호랭이나 용감한 형제, E-TRIBE 등이 웬만한 히트 그룹들을 꽉 잡고 있었다. 그런데 원래 내가 남들 좋아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예를 들어서 ‘〈명량〉이 대박을 친다’?, 그럼 난 그거 안 본다. ‘〈쉬리〉가 대박이 났다’?, 안 본다. 태생적으로 성향이 좀 인디스럽다고 할까,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모르는 걸 알고 보는 게 좋다.

전형적인 오타쿠 성향이다. (웃음)
맞다. 오타쿠다. 그렇다고 오타쿠들이 전부 좋아하는 건 또 싫어한다. ‘나만의 무언가’가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작곡가도 다른 팀들과 노상 작업하는 사람과는 하기 싫었다. 스윗튠도 인지도와 상관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맞는 부분이 많아서 이제 이 팀에게 맡기면 되겠다 싶어 작업을 시작한 경우다. 사실 맨 처음 타이틀도 스윗튠 곡은 아니었다.

롤러코스터 지누의 곡이었다.
맞다. 윤상도 그렇고, 다 옛날부터 알던 형들이다. 시작은 그렇게 다 다른 조합들로 이루어졌었는데 그냥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잊어버린 거다. 다들 스윗튠부터 기억을 해서.

그런 고정관념이 작용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작년부터 유독 큰 아티스트들과 같이 작업하는 느낌이 들더라.
옛날에 인터뷰를 한 번 한 적이 있다. 인피니트를 일본에서 현지화시키겠다고. 그런데 그 현지화라는 걸 팬들이 잘못 받아들여서 한 번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가수를 무조건 현지에서 계속 활동시키는 게 현지화인 줄 알고 있더라. 내가 생각하는 ‘현지화’는 그런 게 아니다. 일본 땅에서 음반을 내고 활동을 할 거면 일본 현지에서 유명한 아티스트와 코디네이터, 제작진을 구성해서 활동한다는 게 내가 생각하는 현지화였는데, 그걸 다들 ‘일본에 한동안 완전히 보낸다’라고 받아들이는 바람에.

‘현지화’라는 단어가 일본의 한류 1세대들처럼 가나다라부터 배워 시작하는 활동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그랬던 것 같다. 댓글이 아주 뭐 그냥. (웃음)

사실 일반적인 ‘현지화’는 팬들이 오해했던 그런 현지화이지 않나. 일본말 배워서 예능도 좀 나가고 인지도 높여서 전국 투어 돌고 하는 식의. 그런 의미에서 현지 거물들과 음악적인 부분에서의 교류로 ‘현지화’를 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원래 두 뮤지션의 음악을 좋아했나.
호테이 토모야스는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정말 내로라하는 거장이라 가능할까 싶었는데 컨택해 보니 선뜻 하겠다고 하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반면 “24시간”을 같이 작업했던 마츠오 키요시 같은 경우에는 공을 좀 들인 경우다. 내가 개인적으로 히라이 켄(平井堅)의 ‘눈을 감고(瞳を閉じて)’라는 곡을 너무 좋아해서 ‘그 노래 작업한 사람 어떻게 수배 안 되느냐’ 해서 러브 콜을 보냈다.

2편으로 이어진다.

진행/정리 : 김윤하, 별민 | 취재사진 : 별민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5 replies on “[인터뷰] 울림 엔터테인먼트 이중엽 대표 ①”

좋은 기사 잘보았습니다. 2편엔 러블리즈 얘기도 있나요?

예전부터 생각해온 건데, 2010년 데뷔면 2015년에 만으로 5년이 되는 거고, 연차로는 6년차가 되는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