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파히타 : 내가 알던 블락비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싶을 정도로 변했다. 유행을 타지 않는 전형적인 팝/록 트랙이라니 블락비에게서 기대할 만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달리는 베이스도 좋고 귓전을 간지럽히는 기타도 무척 마음에 든다. 도입부에서 코러스를 가스펠 합창처럼 시작한 것도 재미있는 발상이고, 지코의 랩 파트도 곡과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적당한 수준인 것 같다. 젊고 당돌함이 블락비의 매력이라면 이 곡에서도 그 매력은 잘 유지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2014년 보이그룹 릴리즈 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미묘 : 기타가 리드하는 프리코러스가 시원한데, 화려한 신스로 눌러주는 후렴/훅으로 넘어가면서 한층 더 시원하게 뻗는 것이 인상적이다. 2절의 랩도 절제된 사운드에서 점점 힘을 실어가면서 상승하는 기세가 매력적. 뮤직비디오의 브레이크는 미국 TV의 싸구려 토크쇼 같은 질감(방청객 웃음소리를 들어보라)에서 카메라가 이동하면 보이그룹으로, 밴드로 분한 블락비가 한 세트에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다. 비현실적 맥락으로 ‘악동’ 이미지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촐싹대는 악동과 시원한 청춘이라는 이 곡의 두 매력을 대변하는 장면.
조성민 : 분명 사랑 노래인데, ‘로맨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악동’ 블락비의 신곡. 팀 내에 프로듀서가 존재하는 것이 어떤 장점을 가지는지는 여전히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아이돌 프로듀서’라면 지코처럼 할 필요가 있달까. 지난 작품들과 달리 역할 상에서 소외되는 멤버 없이 골고루 각자의 능력과 캐릭터를 뽐내기 시작한 것이 눈에 띈다. ‘Her’를 통해서 블락비는 과거 아이돌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렸던 DJ DOC나 힙합 아이돌의 시조격인 원타임과 같이 어떤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냈음을 증명한 것 같다. 아이돌에게 ‘악동’의 이미지란 외려 운신의 폭에 자유를 주는 측면도 있어, 어떤 면에선 ‘굳이 모범생이 되려 하느니 차라리 잘 됐다’는 느낌도 있다.
유제상 : 숱한 구설수와 계약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불사조처럼 살아남은 블락비의 신보 “Her”의 동명 타이틀곡.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에 기합 바짝 들어간 퍼포먼스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게다가 곡이 좋으니 이들 특유의 불량함도 개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솔직히 이들이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부활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아이돌에게 있어서 ‘타고난 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될 듯.
Draft 코너는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의 타이틀곡만 빠르게 리뷰한다. 더 상세한 이야기와 음반 전체에 관한 리뷰는 7월 21일 ~ 31일 발매된 다른 음반들과 함께 추후 1st Listen 코너에서 다시 리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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