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하 : ‘LOSER’와 ‘BAE BAE’는 일견 심심할 정도로 그동안 빅뱅이 사랑받았고 소비됐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곡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도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건, 이 두 곡이 지난 3년간 이들의 컴백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이들이 가슴에 품었던 갖은 기대에 단호하게 찹쌀떡 콩가루를 뿌리기 때문이다. 빅뱅은 이 노래들을 통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톱스타나 힙의 최전선으로 여겨지는 자신들의 기존 이미지를 끊임없이 비틀고 뒤집는다. 그것도 아주 유머러스한 방법으로. 앨범과 비디오 곳곳에서 자기전복적으로 사용되는 멤버들의 면면은, 뒤이어 그동안 의지해온 지드래곤이라는 원심력에서 벗어나 다섯으로 힘을 분산시키는데 일조하며 앞으로의 팀의 방향성을 공고히 하는 데 힘을 보탠다. 힙스터에 의한, 힙스터를 위한 영화의 등장인물 소개 같은 ‘LOSER’의 뮤직비디오나 반복 없이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이 순서대로 테마를 이어나가는 ‘BAE BAE’의 구성을 보라. 이것이야말로 그동안 사장님이 통성기도처럼 외쳐온 ‘즐겨라’의 성공적 체현이다.
블럭 : 사실 난 크게 감동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물론 높은 수준의 비주얼이나 오브제를 통해 담아내는 은유(라 쓰고 섹드립이라고 읽자)는 멋있다. 특히 자비에 돌란을 연상할 수밖에 없는, 힙한 정도를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면 거의 최상에 근접한 의상이나 색감은 (특히 옛 한국영화 포스터를 그린 티셔츠)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하다. 여전히 쿨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음악을 놓고 봤을 때 ‘LOSER’라는 곡이 가진 무던함, ‘BAE BAE’가 가진 ‘예쁜 병맛’ 코드는 보는 이에 따라 관점이나 평가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이런 곡들이 메인스트림에서 선보여지고 좋은 흥행을 거둔다는 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빅뱅은 빅뱅이다.
조성민 : 이 음악이 이전에 전혀 없던 새로운 음악이냐고 묻는다면, 쉽게 ‘그렇다’고 말하긴 힘들지 않을까 싶다. 다만, 단 두 곡뿐인 이 음반에서는 분명 빅뱅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느낄 수 있고, 이것은 때때로 음악 위에 빅뱅이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네 번의 연작으로 등장할 전체 “MADE” 앨범의 시작을 여는 곡으로는 더없이 적절하다는 인상이 있지만, “M”이라는 음반 자체만으로 의미가 발생하려면 역시 빅뱅의 이름을 빌려야 했겠다 싶다. ‘LOSER’는 편곡은 트렌디하되 멜로디나 감성에서 왠지 빅뱅 초기의 발라드곡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빅뱅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스트릿 시퀀스 중심의 뮤직비디오는 더욱 그렇다. ‘BAE BAE’에 대한 감상은, 발매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꼬박꼬박 들었음에도, 아직은 유보해두고 싶다.
유제상 : ‘LOSER’, ‘BAE BAE’ 두 곡이 수록된 싱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싱글은 ‘커리어의 절정을 넘어 이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가장 솔직한 고백이다. 사실 평이라는 게 늘 그렇듯이 안 좋은 점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LOSER’는 빅뱅을 흉내 내는 위너를 흉내 내는 빅뱅 같기도 하고, ‘BAE BAE’는 기존 빅뱅 타이틀을 의도적으로 느리게 재생한 듯 지루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두 곡 모두 귀에 쏙쏙 들어오는 ‘대박 칠’ 멜로디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 싱글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지닌 역량과 인프라, 노하우… 하여튼 활용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쏟아 부어 유려하게 만들어진 결과물임을 누구든 느낄 수 있도록 ‘친절하게’ 고안되었기 때문이다. 느린 템포의 멜로디는 끈적하게 귀에 남고, 농담은 더 능글맞아졌으며, 성적인 은유는 더 진해졌다. 이 모든 요소는 ‘아, 빅뱅은 지쳤구나, 인제 그만 봐도 되겠다’라기보다 ‘오, 갈수록 느는구나, 다음 이들은 무엇을 할까’라는 안전한 기대감을 만들어낸다. 인생은 길고, 트렌드는 짧기에 이들의 이번 선택은 귀감 비슷한 무엇이 되리라.
Draft 코너는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의 신작을 빠르게 리뷰한다. Draft의 신작 리뷰는 5월 1일 ~ 10일 발매된 다른 음반들과 함께 추후 1st Listen 코너에서 다시 리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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