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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9년 2월 하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정일훈, 세븐어클락, Zstars, 레이(LAY) & NCT 127 & Jason Derulo, 유키카, 베이비부, (여자)아이들, 홍주찬, 하성운을 다룬다. 이번 회차부터는 연재 속도 조정을 위해 일부 신보의 리뷰는 포함하지 않음을 알린다.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정일훈, 세븐어클락, Zstars, 레이(LAY) & NCT 127 & Jason Derulo, 유키카, 베이비부, (여자)아이들, 홍주찬, 하성운을 다룬다. 이번 회차부터는 연재 속도 조정을 위해 일부 신보의 리뷰는 포함하지 않음을 알린다.

Spoiler (Feat. Babylon)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21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은재: '래퍼도 노래하는 그룹' 비투비의 멤버답게 나직하고 편안한 보컬이 인상적이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Babylon의 날카로운 음색은 마치 이별로 멍해진 머리에 이따금 몰려오는 이유 없는 짜증처럼 전체 곡의 무드를 격정적으로 만든다. 나른하고 편안한 목소리와 달리 꽤 신경 써서 연출된 구석이 많은 싱글.


Get Away
스타로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21일

랜디: 직접 연주한 기타 사운드에서 기대감이 쭉 올라갔다가, 납작한 믹싱을 확인하는 순간 도로 떨어진다. 기존 케이팝 선배 남자 아이돌을 뒤쫓는 듯했던 전작을 떠나 친근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로 전향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또 마지막 코러스 전 편한 드롭 브릿지일 줄 알았던 랩 버스에 갑자기 리듬이 반의반의 반으로 쪼개지며 장르 체인지를 시도해버린다. 결과적으로는 흥미로운 변수라기보다는 당혹감만 남긴다. 요즘 케이팝은 리듬을 콜라주 하듯 다양하게 이어붙이는 것이 유행이라지만, 그것도 앞뒤 맥락을 생각하며 섬세하게 행해져야 하는 작법임을 일깨운다. 믹스나인 출연 멤버가 있는 덕인지 해외 팬들의 지지도가 심상치 않다. 카메라를 보는 애티튜드가 매력적이라서 기대를 하게 만든다. 좀 더 좋은 노래로 만나고 싶다.


Zpop Dream
제니스 미디어 콘텐츠
2019년 2월 22일

서드: Z-Stars는 Z-Boys, Z-Girls 보이/걸그룹 두 팀으로 각각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인도, 대만, 일본 총 7개 국가/지역에서 오디션을 거친 7인조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보다는 아시아 전역을 무대로 삼기 위한 기획으로 멤버들 대부분은 한국에서 트레이닝이나 어학을 거치지 않았기에 멤버끼리의 의사소통은 영어로 하고 있으며 노래 가사 또한 전부 영어로 쓰여있다. 이들과 이들의 음악을 케이팝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 또 대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인데, 기획 의도에서도 Z-Pop이라는 신조어를 굳이 만들어 표현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일단 케이팝의 외전, 또는 파생 정도로 여기면 될 것 같다. Z-Boys의 'No Limit'는 곡 스타일과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기존 케이팝 보이그룹의 노래를 영어버전으로 부른 것처럼 위화감은 거의 없으며 완성도도 꽤 있는 편. Z-Girls의 'What You Waiting For' 역시 보컬과 퍼포먼스 단기간 팀워크를 맞춰온 걸 고려하면 무난하지만, 곡의 스타일 자체는 케이팝 걸그룹보다는 어딘지 일본의 'E-Girls' 같은 팀의 노래에 더 가까운 인상이다. 남녀 두 팀이 Zstars라는 이름으로 함께 부른 'Our Galaxy'는 꿈과 그 성취에 대한 가사가 담긴 발라드로, 스타일만 놓고 보면 가장 케이팝을 연상시키는 곡으로 영문 가사임에도 메시지의 전달력이 높은 곡. 한국 작곡가가 케이팝 스타일의 곡을 일본의 아이돌에게 주거나 프로듀싱을 맡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국내 기획사가 외국인으로만 이뤄진 그룹을 '케이팝 적'으로 해외 활동을 목적으로 기획/제작한 경우는 전례가 드문 일이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활동을 이어나갈지 궁금하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스큅: 근본 없는 케이팝이 근본이 되어버린 경우. Zstars는 한국인 멤버도 없고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지도 않지만, 곡과 뮤직비디오의 형식은 물론 유튜브 예능 콘텐츠까지 케이팝의 정석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연구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EXP나 중국에서 내수용으로 재생산되어온 아이돌 그룹들을 논외로 친다면 이 정도의 상업적, 국제적 시도는 분명 처음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이것이 단순 클리셰 재현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 출신 배경을 드러내듯 에스닉한 요소로 치장한 Zgirls의 'What You Waiting For'가 흥미로운데, 세계화된 케이팝이 새롭게 분화되고 변용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듯하다. 앞으로 케이팝과 얼마나 비슷하고 또 다른 행보를 보여줄지 더욱 궁금해진다. 여담으로 케이팝의 토대 위에서 마음껏 끼를 발산하는 멤버들을 보고 있자면 케이팝이 모듈화되었음은 물론 '케이팝 맞춤형 인재'라는 게 생기지 않았나 싶기도.


First single from the EP THE GREATEST DANCER
769 Entertainment
2019년 2월 22일

스큅: 근본 없는 케이팝이 되레 근본성을 인정받게 된 경우. 마이클 잭슨 서거 10주년 트리뷰트 시리즈의 첫 주자로 케이팝 스타가 지명되었다는 것은 케이팝이 단순 현상을 넘어 현대 댄스 팝의 적장자로서 조명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케이팝이 누리고 있는 인기가 결코 뜬금없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 노래 자체는 제이슨 데룰로의 육감적인 댄스팝 공식에 줄곧 충실한데, 노래를 소화하는 톤이 미묘하게 다른 것이 재미있다. 이성에게 끈적하게 어필하는 가사를 제이슨 데룰로는 곧이곧대로 살려 부르는 반면, 레이는 습기를 걷어낸 채 산뜻하게, NCT 127은 한없이 건조하게 부른다. 이 역시 '팝'과 '케이팝'의 결정적인 차이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의외의 지점에서 나타나는 온도 차가 흥미로운 싱글. 다만 3월 자로 마이클 잭슨으로부터의 아동 성폭력 피해 증언이 담긴 가 공개된 시점에 이 노래가 계속 받아들여져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네온 (NEON)
에스티메이트
2019년 2월 22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랜디: 시티팝을 표방했다고는 하지만, 유빈의 '숙녀'가 그랬듯 이 곡 역시 타케우치 마리야의 'Plastic Love'를 모티브로 했을 만한, 오마주적 성격의 곡이다. 유튜브 시티팝 추천 영상 원탑인 까닭일까. 2019년 웹 유저의 상당수에는 'Plastic Love'가 유독 시티팝의 이데아로 여겨지는 것 같다. Key도 D 마이너로 같고, Bb - Bbm - Am - D9으로 진행되는 기본 코드도 같다. 이는 'Plastic Love'의 작곡가 야마시타 타츠로가 즐겨 쓰는 코드 진행이기도 하다. 'Neon'은 'Plastic Love'보다 bpm을 10 정도 올려 조금 더 댄서블하게 만들었다. 복고라는 키워드로 조금은 코믹하게 풀어낸 유빈의 '숙녀'보다는 시티팝의 낭만 그 자체에 집중한 곡이다. 가수가 성우 출신의 일본인 아이돌이라는 점도 이 곡에서 느껴지는 '가깝지만 먼 나라의 정취'를 더해주는 듯하다. 레트로 코드로 과거를 불러오지만, 역설적으로 '유행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흡수해서 아이돌화하는 케이팝'의 현재를 보여주기도 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마노: 성우 출신으로 '리얼 걸 프로젝트'를 거쳐 <믹스나인>에도 참전한 적 있다는 경력이 우선 화려하다. 게다가 (시티팝인가 아닌가라는 의문은 일단 잠시 보류해놓기로 하고) 시티팝을 그것도 한국어로 불러내고 있다니, 작금의 케이팝 씬에서 단연 가장 독보적으로 독특한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노이즈 필터가 잔뜩 낀 사운드에 우아하면서 어딘가 서글픈 멜로디가 유키카 본인의 캐릭터와도 잘 맞아떨어지는데, 8~90년대에 본토에서 활약하던 '쇼와돌'보다는 대한민국 아이돌의 프로토타입으로 여겨지는 강수지와 비견될만한 존재감이다. 강수지가 30년 정도 늦게 태어나 아이돌을 하는 평행우주가 있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은 엉뚱한 상상마저 든다. 최근 들어 '케이'팝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띄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잡아끄는 케이스. 이런 식으로 경계를 넘나들고 허물고 또 넓히는 다양한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길 바라며, 그 어디에도 없던 독보적인 존재감에 Discovery!를 보낸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스큅: 근본 없는 케이팝의 또 다른 지표. 시티팝을 일본인이 한국에서 부른다니. <프로듀스48>에 얼굴을 비췄던 일본인 연습생들의 한국행 소식이 연이어 알려지던 가운데 발표되어 더욱더 의미심장하다. '근본성'의 경계를 뒤흔드는 괴상한 혼종. 하지만 이는 여전히, 시티팝이 아닌 케이팝이다. 1989년 일본 VCR과 2019년 한국을 오가는 뮤직비디오는 '네온'이 흡수한 건 시티팝이라기보다 한국의 시티팝 유행 현상 자체임을 보여준다. 애초에 유키카라는 인물을 효과적으로 아이돌라이즈 하기 위한 책략으로서 시티팝을 택했다는 인상이 들기도. 온갖 유행을 차용해 인물을 화려하게 치장해 보이는 작법은 분명 케이팝의 것이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심댱: '느낌적인 느낌'으로 구사되었던 2018년의 케이-시티팝에 진짜가 등장했다. 손바닥으로 귀를 감싸는 듯 멍멍한 킥과 찰랑거리는 베이스, 섬세하게 흩어져 내리는 스트링. 체리 온 탑은 단연 달콤한 보컬이다. '흐릿해져 가', '흔들리는/일렁이는 네온' 등 일본인의 발음으로 조형되는 한글 가사에서 묘한 느낌을 받는데, 시티팝이라 주장하는 것들 사이에서 유유히 그 무드를 가져오기 때문일 것이다. 천연덕스럽지만 어느 하나 가볍게 해내지 않은 한 방. 이게 진짜가 아니라면 뭐가 진짜인 거죠.


Ring-Ring-Ring
현다 컴퍼니
2019년 2월 26일

조은재: 그다지 치밀하지도 않은 곡을 표현하기 위해 세 명씩이나 되는 멤버에 백업 댄서까지 동원되어야 했던 이유를 찾기 힘들다. 'Ring-Ring-Ring'은 2010년대 초중반경에 유행했을 법한, 비장한 비트에 피아노가 얹어지고 '호스티스 신파'를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를 결합한, 정확히 시대에 두 박자 뒤떨어진 곡이다. 제작에 큰돈이 들어갈 텐데, 좀 더 감각 있는 제작자가 필요하지 않은지. 추가로, 디지털 싱글이라서 피지컬 음반은 아마 홍보용 비매품으로만 제작되었을 듯한데, 음원 유통사에 제공하는 앨범아트에까지 'NOT FOR SALE'이 들어가 있을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 포토샵 기초를 갓 배운 사람이 만든 듯한 앨범아트의 퀄리티 자체는 차치하고서라도.


I made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26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랜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최근 빌보드에서 흥한 라틴팝을 가져왔으나, 악기의 배열이나 적용한 방식은 남미와 유럽(정확히는 스페인)을 혼합한 점이 특이하다. '그, 대, 여!'하며 고양이처럼 몸을 세우고 접근하는 멜로디는 분명 남미권을 의식했을 테지만, 주요한 악기로 들리는 캐스터네츠 샘플과 플라멩코에서 따온 듯한 안무의 몇몇 구간에서는 스페인에서 힌트를 얻었으리라 짐작이 가능하다. 도도한 피아노와 금빛 트럼펫 소리가 오고 가며 그래서 이게 남미인지 스페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렴 상관없이 듣기 좋은 노래로 완성되었다. 우기의 목소리로 'Yu-fu-fu-fu' 하며 주의를 끌었던 브릿지가 마지막 코러스로 그대로 연결되는 구성이 예상 밖의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음악을 듣는 환경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며 앞부분만 듣고 넘기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에 이렇게 마지막까지 들었을 때만 알 수 있는 재미있는 보상을 집어넣었다는 점에서 센스가 느껴진다. 'Latata'나 '한(一)'만큼의 파괴력은 아닐지 모르지만, 허투루 듣기에는 아깝도록 잘 만든 노래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마노: 전작 "I am"이 팀을 소개하며 동시에 '우리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를 보여주었다면, 본작에서는 제목 그대로 '우리가 직접 다 만들었어요'에 집중했다. 지금껏 'LATATA', '한(一)' 등 자그룹의 타이틀곡은 물론, 같은 소속사 선배 그룹에게도 곡을 제공하며 송 메이커로 종횡무진으로 활약해온 소연이 대부분의 곡을 만들고, 멤버 민니 역시 'Blow Your Mind'의 작곡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타이틀곡 'Senorita'에서는 소연이 빚어낸 날카롭고 우아한 멜로디가 개성 강하면서도 조화롭게 모인 멤버들의 목소리와 만나 선명하게 다가온다. 서늘하게 타오르는 푸른 불꽃을 보는 듯했던 'LATATA'와는 달리 브라스와 어쿠스틱 악기 세션이 후덥지근한 느낌을 배가시키는데, 장르나 곡 분위기가 판이함에도 팀만의 시그니처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프로듀서 소연의 영민함을 알 수 있다. 개성 강하면서도 조화롭게 모인 것은 수록곡들도 마찬가지여서, 단 한 곡도 장르가 겹치지 않음에도 한 앨범으로 매끄럽게 갈무리되어있다. 점점 완성되어가는 '아이들 월드'를 엿볼 수 있는 한 장. 추천곡은 'What's Your Name'.

이번 회차의 추천작

서드: 팀의 스타일은 유지하되 자기복제는 않겠다고 말하듯 도입부부터 데뷔곡 'La ta ta'나 '한'과는 다른 이미지의 'Senorita'.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멤버들의 목소리를 배치 활용이 탁월하며 전반부에선 슈화의 '워어어', 후반부에는 우기의 '유후후'를 반복적으로 활용해 곡의 리듬감을 강조한다. 데뷔 앨범과 마찬가지로 수록곡의 퀄리티와 개성도 뚜렷한데, '주세요'와 더불어 또 다른 (여자)아이들의 색깔을 보여주는, 민니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Blow Your Mind'를 추천한다.


문제아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27일

조은재: 곡이 가진 본연의 미덕과 별개로, 이 노래가 이 시점에 다시 불리면서 갖게 되는 의미에 조금 갸웃하게 된다. 골든차일드를 좋아할 세대에게 곡 자체는 낯설 수 있겠으나, 원곡의 무드를 의식한 듯 90년대 미디 발라드 감성을 버리지 못한 편곡을 듣게 되면 '아, 리메이크인가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겠다. 아무리 아이돌이 사장님의 인형 놀이라지만, 그 사실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나 보이게끔 만들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21세기 아이돌에게는 21세기의 음악을.


My Moment
스타크루 이엔티
2019년 2월 28일

심댱: 앨범아트 속 하늘을 마치 시간대별로 분류할 수 있는 트랙 리스트가 인상적이다. 선공개 곡이었던 '잊지 마요'는 어스름한 새벽의 한때였다면 'BIRD'에서부터 '오.꼭.말'까지는 정말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하늘이, '문득'에서부터 어둑해지더니 'Lonely Night'로 점차 깊은 밤하늘로 바뀌어 간다. 특색있는 그의 음색에서 '투명함'을 뽑아 테마를 안정적으로 짰는데, 대표곡에서는 구김살 없이 맑은 모습을 마음껏 보여줬다면 트랙 리스트 후반에는 나긋나긋하게 마무리한다. 개인적으로 몇 년 이후의 성숙을 기대하게 만드는 '문득'과 'BIRD'의 반짝이는 멜로디를 나른하게 삽입한 'Lonely Night'에 자리한 중저음에 마음이 기운다. 신중하고 영리한 시작. 무대 위에서 쓰이던 라이트 박스처럼 그가 더 많은 색깔을 드러내길 바란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