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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 행복의 비결을 건강과 지성으로 꼽는 당신에게

그래서 시간이 흐른 지금 이렇게 글을 씁니다. 당신이 그날 보여준, ‘보호받지 못하는 미성년자 아이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하는 팬’으로서 가지는 양가적인 마음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요.

NCT DREAM의 첫 정규를 축하하며

아이돌로지는 많은 주관이 모여 새로운 시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만들어진 아이돌 전문 웹진으로, 아이돌로지의 지면을 더 풍성하게 채워줄 수 있는 독자 기고문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기고 모집 안내 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이 고민은 어느 날 당신이 보내주신 디엠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당시 저는 갓 아이돌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일반인이었고, 외부자이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있는 말들을 무례하게 던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들을 읽은 당신이 상담을 부탁했었지요. 저는 편지를 받고 많이 부끄러웠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른 지금 이렇게 글을 씁니다. 당신이 그날 보여준, ‘보호받지 못하는 미성년자 아이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하는 팬’으로서 가지는 양가적인 마음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요.

우선 당신이 사랑하는 그룹의 첫 정규가 발매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저 역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당신이 그날 했던 고민도 같이 생각하게 됩니다. ‘미성년자 아이돌을 소비하는 것은 착취를 재생산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이었지요. 저는 그날, ‘공론장이 아닌 곳에서까지 엄격한 윤리적 태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 하고 대답했습니다만, 그것은 충분하지 못한 답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청소년 아이돌’이라는 비표준적 노동의 특수성 앞에서 팬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야기는 그날 당신이 고민했던 ‘아이돌 산업의 청소년 기본권 침해’를 중심으로 합니다.

NCT DREAM은 -올해로 전원 성인이 되었지만- 데뷔했던 당시 평균나이 15.6세였던 ‘청소년’ 그룹입니다. 청소년 연합이라는 콘셉트는 슈퍼주니어와 보이프렌드처럼 과거에도 존재하는 형태였지만, 이렇게 전면에 ‘일상적 청소년’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던 그룹은 DREAM이 처음이었습니다. 데뷔 당시 최연소 아이돌로 뽑혔던 그룹의 막내 NCT 지성은 멤버들과 함께 찍은 초등학교 졸업사진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역량과 스타성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미성년인 멤버의 어린 나이에 대한 우려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우려의 중심에는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청소년의 교육권과 자아실현 간의 충돌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저는 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행한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와 동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한 ‘연예매니지먼트산업 실태조사 및 환경개선방안 연구’를 참고해 보았습니다. 보고서는 문화예술인 중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 연예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세부 사항으로 매니지먼트 분야의 실태를 명시해놓았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니지먼트사의 청소년 연예인 보유 비중은 6.2%입니다.

1. 청소년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해 별도의 계약조항, 지침 및 생활수칙을 마련하는 경우는 넓은 범위에서 57.0%이며 이 중 계약조항을 포함하는 경우는 23.6%에 그칩니다.

2. 마련되어있는 조항은 학습권 보장이 56.4%, 장기 결석에 대한 동의 여부가 49.2%, 촬영 시간 제한이 49.5%이며 식단관리, 휴대전화 사용 금지 등의 조항을 포함합니다.

3. 청소년 연예인의 평균 활동 시간은 15세 미만이 6.3시간, 이상이 6.8시간으로 일주일 평균 시간은 약 22~24시간입니다.

4. 청소년 연예인의 재학 현황은 응답자 기준 90%가 재학 중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재학하지 않는 경우 국적상의 이유가 39%, 검정고시 준비가 34.1%, 활동상의 이유는 10.1%입니다.

5. 청소년 연예인의 활동 중 등교 횟수는 매일 등교하는 경우가 43.9%이며 주 2~3회인 경우가 33.0%를 차지합니다. 등교를 전혀 하지 못하는 경우는 13.7%입니다. 한 번이라도 연예 활동으로 인해 등교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경우는 83.8%로 조사되었으며 이에 대해 91.7%가 회사 측과 사전 협의를 진행하였다고 답했습니다. 주요 기획사의 경우 활동으로 인해 졸업이 어려울 시 회사의 주선을 통해 검정고시 응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매니지먼트 분야 청소년 연예인 현황조사

정리하자면 연예 용역 노동자 중 청소년은 10%, 그중 특수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38.6%이며 90%의 노동자가 공교육 재학 중이고 43.9%는 활동 중에도 매일 등교하고 있지만 83.8%가 활동상의 이유로 인한 결석 경험이 있습니다. 활동상의 이유로 등교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회사를 통한 협의가 진행됩니다.

저는 이 조사내용을 토대로 두 가지 시사점을 도출했습니다. 첫 번째로, 청소년 연예인의 교육권은 일반적인 인식보다 제도적으로 보장받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매니지먼트사는 제도적 보장을 내세워 청소년 연예인의 권리행사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협의 하의 권리보장은 개인의 불안 그리고 경쟁이라는 환경을 고려했을 때 교육이라는 책임을 청소년 개인에게 미루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은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청소년의 경우에도 개인의 동의가 기본권의 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특수성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이돌’이라는 특수고용직종이 기존의 연예인과 구분되는 지점을 ‘브랜드성’으로 정의합니다. 아이돌의 업무는 퍼포먼스에 국한되지 않고 콘텐츠 산업 전반에 걸쳐 있으며 이것은 아이돌을 일반 예술인과 차별화합니다. 업무상 탈분야성에 기반한 서비스 제공은 실제 인간에 대한 콘텐츠화로 확장되고 개인의 삶 전체를 아이돌의 ‘업무영역’으로 규정합니다. 이를 명확히 한다면, -개인의 상품화에 대한 윤리성은 이후에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인의 브랜드화에 따른 매니지먼트사의 역할을 짚어볼 수 있습니다. 아이돌이 단순 연예 용역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 자체라면, 회사는 브랜드 가치의 유지 및 지속을 위해서 개인 전반에 대한 관리를 담당하게 됩니다. 다시 보고서를 보면, 청소년 연예인의 66.7%는 회사로부터 사생활을 관리받고 있지만 침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8.3%가 침해라고 생각하지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동시에 연예인으로서의 브랜드와 자연인으로서의 사생활 중 중시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58.3%가 사생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지점에서도 우리는 같은 질문을 해 볼 수 있겠습니다. 상품화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면, 그리고 원한다면 청소년의 경우에도 개인을 상품화할 수 있을까요?

NCT DREAM이 데뷔한 16년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부에서 청소년 아이돌에 대한 보호 지침을 골자로 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2014년 시행)’이 본격화되던 시기입니다. 이 법은 연예인, 연습생이 청소년인 경우를 대상으로 개인의 자유 선택권, 수면권, 학습권 등을 보장합니다. 하지만 처벌 규정이 마련되어있지 않고, 연령 기준을 15세로 지정하고 있으며 연예 용역 현장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단순 시간제한만으로는 수면권을 보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안전권 및 인격권에 대한 보호 조항이 누락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상기에 인용한 보고서에서는 무리한 스케줄로 인한 개인의 자발적 등교 거부, 과도한 다이어트 요구로 인한 건강 악화 등의 내용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현황을 기반으로 한빛미디어 노동인권센터 등에서는 2020년 01월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개선 토론회’를 통해 청소년 연예인의 수업 및 진학에 대한 보장, 용역 활동 환경상의 안전 보장, 선정적인 표현 강요 금지 등의 내용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아동인권보호관 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이러한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직업의 실현에 있어서 제도적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공정한 일인가요?

질문들은 하나의 문제로 수렴합니다. 청소년이라는 특수성 앞에서 제도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어디까지 존중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사안에 있어서 영국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영국의 미성년자의 공연활동에 대한 논의는 ‘최대한의 기회 보장’이라는 목표하에 교육과 자아실현 간 불일치를 해소합니다. 일례로 공교육 참여가 어려운 방송산업의 현장을 고려해 청소년 연예인에게 담임 교사와 밀접하게 소통이 가능한 개인 교사를 제공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연예 활동의 목적은 활동을 통한 개인의 이익 실현이어야 하며 국가는 안전권과 교육권에 한정해 최소한의 개입만을 추구합니다.

이 사례를 반영한다면 우리는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동시에 걱정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의 자유의지에 대한 지지와 구조적 비판을 동시에 할 수 있겠습니다. 최소한의 범위에서 사후적 제도 개입을 촉구하는 것이지요. 미국 네바다주는 리조트 등의 업장에서 미성년자를 고용하는 경우 수업일 기준 91일 이상을 초과할 시 상응하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배달 아르바이트의 경우 하루 업무에도 근로계약서 작성 및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어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규정들을 참고해 관련 보호 지침을 청소년 연예인에게 우선 마련해 줄 것을 산업에 요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험적인 측면에서 개인의 활동은 대부분의 경우 권장되는 것이 옳습니다. 청소년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선택을 제한하는 것이 아닌 변경 및 철회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앞선 질문들을 통해 저는 선제적 규제보다는 사후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립하였습니다. ‘미성년자 아이돌의 소비에 대한 윤리적 문제’에서, 저는 소비 자체에 대한 윤리적 판단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먼저 판단되어야 하는 것은 팬 개인의 소비가 아닌 경쟁 시장 내에서 자유권이 다뤄지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제도의 실효성입니다. 이것을 전제한다면 팬으로서, 아티스트에 대한 지지와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실효성 있는 지침 마련을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오히려 소비함으로써 지지를 실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논의일 것입니다. 물론 오늘 응원해야 할 일을 먼저 진심으로 응원합시다. 첫 정규 앨범의 기쁨을 아티스트와 함께 누려주세요. 앞으로 한 달간은 축하하기만 해도 부족할 테니까요.

NCT DREAM이, 그리고 많은 청소년 아이돌들이 일찍 시작한 만큼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배우고 부디 오래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NCT DREAM의 첫 정규 발매를 축하합니다, 우리의 역할은 그들의 5년 후, 10년 후를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고민보다는 환영의 마음으로 한 달을 보내게 되기를 바랍니다.

*본 글은 명시된 보고서 외 청소년인권활동가 C, 틴탑 리키의 팬 A와의 대담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Mㅏ리모

삶의 대부분을 철학과 독립예술, 인권운동에 쏟아부었으나 별안간 삶에 23명의 대단하신 분들이 난입함.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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