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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6년 4월 하순

4월 하순의 신보 필진 단평. 케빈(제국의아이들), 박보람, 러블리즈, 트와이스, 세븐틴, 정희철(제국의아이들), 용준형, 에이프릴, 황인선, 기루(블레이디), 코코소리, 베리어스를 다룬다.

여전히 분홍색과 하늘색이 가득한 4월 하순의 신보 필진 단평. 케빈(제국의아이들), 박보람, 러블리즈, 트와이스, 세븐틴, 정희철(제국의아이들), 용준형, 에이프릴, 황인선, 기루(블레이디), 코코소리, 베리어스를 다룬다.

Collection
스타제국
2016년 4월 21일

조성민: 네스티네스티 말고 차라리 진즉 솔로로 나와야 하지 않았는지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싱글. 가요보다는 팝에 더 최적화된 케빈의 보컬은 아이돌 솔로 특유의 부담스러운 어필 없이 편안하게 진행되는 곡과 잘 어우러지고, 피처링으로 들어간 JUCY의 랩도 감초 역할을 충분히 잘 해주고 있다. 비디오가 없어 아쉽지만, 무대 퍼포먼스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좋은 싱글임에는 틀림없다고 본다.


Dynamic Love
MMO 엔터테인먼트, CJ E&M
2016년 4월 21일

유제상: 2014년 8월 박보람은 스스로 예뻐졌다고 선언한 이래로 정말 예뻐졌다. 이후 발표한 노래들도 시쳇말로 평타는 치는 것이었고, 특히 2015년 한 해 동안에는 무려 7장의 싱글에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도 보였다. 이 모든 잡설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녀가 이슈화되지 못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다. 'Dynamic Love'는 박보람이 그동안 불렀던 어떤 곡보다도 멜로디가 귀에 익고 계절에도 맞지만, 앞서 나열한 그녀의 이력이 연장된 것이라는 느낌 이상을 전해주진 못했다. 예뻐졌고, 노래도 곧잘 하는 데다가, 곡까지 좋은데 왜?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싱글.

햄촤: '예뻐졌다'와 '연예할래' 이후 그녀가 어떤 서사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궁금했는데, 걱정과는 달리 별로 서두르지 않는 길을 택한 듯하다. 'Dynamic Love'는 박보람에게 꽤 잘 어울리는 나긋나긋하고 예쁜 곡이며, 외재적 서사를 떨어뜨려 놓더라도 그녀는 이제 어엿이 자신의 색깔을 가진 가수다. 〈슈퍼스타 K〉 시절 우렁찼던 그녀의 목소리를 아쉬워하는 이들도 종종 있지만, 산책을 하기 위해서 전력질주를 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적어도 지금 당장은 산책 같은 그녀의 노래가 마음에 든다.


A New Trilogy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25일

유제상: 천동설에 입각한 타이틀 'Destiny (나의 지구)'에 집중해서 말하자면, 솔직히 이렇게 화끈하게 윤상 불을 질러버릴 줄은 몰랐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러나저러나 성과는 'Ah-Choo'가 냈다 이건가. 평자의 개인적인 취향과는 도리어 멀어진 것 같지만 그래도 상업적으로 'Ah-Choo'보다 더 나은 곡이라는 생각은 든다. 왜냐면 'Destiny (나의 지구)'는 스트링 전주에서부터 가사의 구성에 이르기까지 일종의 가슴 벅참 같은 것을 연출해 내니까. 여자친구가 잘하는 바로 그런 거 말이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성민: 데뷔 앨범 이후로 간만에 '소녀력'을 한껏 끌어올린 앨범. 동화적인 은유로 가득한 타이틀곡 'Destiny'와 '책갈피', '마음'의 가사가 인상적인 가운데, 에이핑크 앨범에서 가져온 듯한 '퐁당'이나 소녀시대 앨범 수록곡 같은 '1cm'처럼 쉽게 들을 수 있는 트랙도 갖춰져 있어 정성이 꽤 많이 들어간 앨범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러블리즈 특유의 서늘함을 간직한 아우트로 '인형'도 인트로와 유기성을 가져, 마치 애니메이션 오프닝으로 시작해 여러 장르를 거쳐 마침내 인형극의 커튼을 닫는 듯 느껴진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보컬 파트의 배분에 어색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으레 메인 보컬이 안정적으로 가져가야 했을 파트, 혹은 더 잘 어울릴 멤버가 있을 것 같은 파트를 영 어색한 다른 멤버가 부르고 있다거나, 기계적으로 모든 멤버에게 파트를 주기 위해 나눠놓은 듯한 버스(verse) 부분이 들린다거나 한다. 의도적으로 낯설게 하려는 시도라기보다는 그냥 어떤 미숙함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아이돌'이라는 장르에 대해 너무 많은 고민을 한 것은 아닌지.


Page Two
JYP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25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아무래도 차세대 걸그룹 패러다임은 트와이스가 제시하는 것 같다. 기존의 기준으로는 아무래도 호평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여기저기 있지만, 넘치는 생동감으로 모든 걸 뚫고 달려가 끝내 터치다운해 버린다. 같은 원리였던 전작보다 그 다이내믹은 더욱 커졌는데, 'Cheer Up'과 'Touchdown' 이외에도 앨범 전체가 체육관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멤버들의 매력에서 출발한 캐릭터와 콘셉트를 앨범 전체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구현하고, 그 가속도로 '사소한 것들'은 얼버무려버린다. 그래서 음반이란 포맷에 의미가 없는가 하면, 그 '사소함'에는 실험 중인 장르의 리스크도 포함되어, 음악 콘텐츠로서 오히려 모범적이라 볼 부분이 있다. 들을수록 시원한 'Cheer Up'과 'Touchdown'도 그렇지만, 어수선함과 낯섦이 모두 매력으로 승화되는 '툭하면 톡' 역시 꼭 들어볼 만한 트랙.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성민: 이 앨범으로 알 수 있는 것은, 트와이스는 '제 2의 소녀시대'를 지향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미 '제 2의 소녀시대'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별다른 복잡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은 가사와 응원 구호 같은 반복 파트들은 확실히 흥겹기 위해 흥겨운 장치들인데, 이 '흥겨움'은 대중이 노래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으로 '사용'을 해야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부분이다. 트와이스는 일말의 우유부단함도 없이 그런 장치를 음악으로 과감하게 늘어놓고 있으며, 이 적극적인 어필은 '청순'이나 '소녀' 등의 키워드로 일관되던 최근의 걸그룹 시장이 간과하던 사각을 정확히 건드렸다. 보이그룹과 달리 걸그룹이 대규모의 초국적 팬덤을 갖추기 위해서는 오리엔탈리즘에 기반한 마니악한 요소들로 고정 팬층을 확보하기보다는 좀 더 널리 쉽게 받아들여지는 팝스타의 공식을 따를 필요가 있다. "PAGE TWO"의 모든 트랙이 가리키는 지점 역시 정확히 영미권 틴팝 아이돌을 가리키고 있는데, 최근 데뷔한 걸그룹 중 이 공식을 가장 충실히 따른 것은 트와이스뿐이다. 예언컨대 지금 이 기세라면 트와이스는 해외 투어를 진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케이팝 걸그룹 중 하나로 성장할 것이다. 트와이스 앞에 놓인 '꽃길'에 'game set'을 외친다.

햄촤: 타이틀곡 'Cheer Up'의 첫인상은 초반은 다소 심심하다가 후렴구에 몰아친다는 느낌이었다. 지효의 힘 있는 보컬이 리듬감 넘치는 후렴구와 맞물려 만들어내는 경쾌함과 사나 파트의 "샤샤샤"가 만들어내는 중독성만큼은 'OOH-AHH하게'에 필적하지만, 21세기에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는 다국적 걸그룹 노래의 메시지가 결국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라니, 가사에 대한 일말의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타이틀곡 감은 아니지만 수록곡 중 트와이스가 가진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이미지를 더 잘 살린 곡은 'Touch Down' 같다.
박지윤이 불렀던 '소중한 사랑'을 트와이스의 목소리로 다시 듣는 건 반가운 경험이었지만 뒤로 이어지는 곡들의 이미지를 다소 반감시키는 인상도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냥 내가 원곡이 더 귀에 익은 세대인 탓에 느끼는 덜컹거림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Love & Letter
플레디스
2016년 4월 25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미묘: 전작들이 비현실적인 이상의 소년상을 보였다면 이번에는 부쩍 현실세계로 내려온 것 같다.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표현들이 가사에 많이 들어가고, 음악 자체도 발라드와 (통념상의 이미지를 포함한) 힙합의 함량이 높아졌다. 앨범 전체의 흐름이 훨씬 매끄러워진 것에는 그런 조절이 한몫하는 듯. 그런 연유인지 타이틀곡인 '예쁘다'가 전작들처럼 짜릿하게 폭발하는 맛이 없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청량한 질감을 여전히 유지한 채 기존보다 들끓는 에너지로 지속하는 곡이어서 들을수록 귀에 감긴다. 이 정도면 세븐틴의 노선 조정은 음악적으로 꽤 성공적이라고 보아도 좋겠다. 그 와중에 인상적인 것은 작가와 화자의 일치를 선보이는 '유행가'인데, 아이돌계에선 드물지만 발라드에선 꽤 활용된 수법으로, 곡을 직접 쓰는 아이돌로서의 차별화와 가요 감성을 동시에 노리면서, 아이돌적인 설렘 또한 잡아낸다. (가장 복합적이고도 복잡한 구조의 곡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R&B로 재해석된 '아낀다'는 거칠고 시원한 '만.세 (Hiphop Team Ver.)'까지 듣고 나서 다시 들으면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유제상: 팬들이 많이 기다리셨을 세븐틴의 첫 정규앨범. 사실 세븐틴은 눈여겨본 그룹이 아니었는데 곡의 짜임새가 깔끔해서 놀랐다. 그리고 타이틀 '예쁘다'는 평자가 이런 구성의 남성 아이돌 그룹이 부르길 바라마지 않던 바로 그것으로, 퍼렐이나 엠플로(M-flo) 또는 이와 유사한 레퍼런스가 가요와 잘 섞여 흥겹기 그지없는 곡이다. Pick!을 주지 않을 수 없겠네.

햄촤: 불필요한 힘을 주거나 심각해지지 않으면서도 경쾌함과 부드러움만으로 앨범 전체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가다니, 세븐틴의 첫 정규앨범을 들으며 요즘 보이그룹의 전반적인 경향이 어떠했는지 거꾸로 환기해보게 되는 경험을 했다. 누군가 세븐틴의 노래를 두고 '청춘 그 자체'라는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다소 식상한 비유 같아도 이토록 일관적인 세계를 앨범 안에 구축해놓으니 수긍이 갈 수밖에 없다. 17세 또래의 남자애들끼리 모여서 서로 연애상담을 하거나 여자 친구 자랑을 실없이 늘어놓는 듯한 노래들을 듣고 있노라면 누가 더 랩을 잘하는지, 누가 더 춤을 잘 추는지 따위의 생각은 무의미해진다. 데뷔곡 '아낀다'를 보컬 팀, '만세'를 힙합 팀, 'Shinning Diamond'를 퍼포먼스 팀으로 나누어 새로운 버전으로 편곡해 원곡과는 전혀 다른 곡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한 점도 신선하다. '빡센 케이팝'에서 잠시 거리를 두고 숨을 돌리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지금, 세븐틴을 들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First Love
스타제국
2016년 4월 26일

미묘: 첫인상은 무리 없는 곡이란 느낌이다. 워낙에 잔잔하게 흐르는 곡이기는 한데, 멜로디 자체는 느긋하고 무난한 정도에 머문다. 두 대의 어쿠스틱 기타가 마치 싸우듯이 겹쳐지는 양상이나, 후반에 베이스가 살짝 놀래주듯 치고 들어오는 부분 등은 그래도 꽤 귀에 띄는 요소들이다. 다른 것보다도, 조금 쓸쓸한 곡의 기조와 보컬의 음색이 특히 버스(verse)에서 무척 잘 어울린다. 그런 장점들을 놓고 보자면 역시 전체적인 편곡이 아쉽다. 후반의 기타 솔로는 라인이 단순해서가 아니라 그리 효과적이지 못한 반복 때문에 별생각 없이 그은 듯 느껴지고, 일렉트릭 피아노나 베이스 등의 추가되는 악기들도 반드시 그곳에 있어야만 한다는 이유가 드러나지 않아, 그저 뭔가 허전해서 덧씌운 것처럼 남는다. 기타와 보컬 음색, 멜로디의 조화가 허한 공기를 꽤 잘 담아내는데, 차라리 공간을 더 넓게 비워냈다면 어땠을까.


이 노래가 끝나면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27일

미묘: '이 노래가 끝나면'의 경우, 비틀거리듯 쓸쓸하게 읊조리는 1절 버스(verse)와 좀 더 신경질적으로 들리는 2절의 대조가 재미있다. 그런 연기력을 담은 멜로딕 랩의 리듬이 쏘아대는 기세가 좋은 것에 비해서 그 흐름은 조금 밋밋한 것 같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심심해지기 쉬운 타입의 곡인데, 질감과 무게감을 잘 잡아준 베이스나 뒷박에 겹쳐지는 피아노를 비롯해 곡을 채우는 편곡 요소들이 각자의 임무가 확실하고 매력적이다. 첫 곡은 Davii가 피처링한 용준형의 곡으로, 두 번째 곡은 용준현이 피처링한 Davii의 곡으로 되어있는 점도 마치 스플릿 음반 같은 재미를 준다.


Spring
DSP 미디어
2016년 4월 27일

유제상: 인스트루멘털 포함 여섯 곡의 풍성한 구성. 곡 하나하나가 귀엽고(이는 보컬 톤과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듣기 좋건만 뭔가 트렌드를 벗어났다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심증을 증폭하는 곡은 바로 타이틀 '팅커벨'로, 점차 고조되어 가는 멜로디나 비트감이 왠지 2000년대 중반을 연상시킨다. 프로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말쑥한 물건이건만 지금 유행은 아닌 것 같은 그런.

조성민: '팅커벨'의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이 춤추는 공간 중 하나가 산으로 연출된 세트가 아니라 진짜 동네 야산 같아 보여서 조금 놀랐다. 이런 어설픔은 예나 지금이나 DSP의 가장 큰 특징으로 역할하고 있다. 어설픈 뮤직비디오만 문제라면 차라리 좋을 텐데, 타이틀곡 '팅커벨'을 제외하면 앨범 그 어디에서도 카라, 레인보우를 포함한 여타 걸그룹과의 차별점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점이 상당히 치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도적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멤버들의 음색이나 창법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춤은 어쩐지 하향평준화 되었으며, 근사하게 편곡된 '팅커벨'의 인스트루멘털 트랙만이 그나마 흥미로운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듣는 재미도, 보는 재미도 없는데, 어디에서 매력을 느끼면 좋을까? 카라처럼 '열심'을 어필할 만한 TV 예능 프로그램이 부활할 때까지 기다릴 작정인지도 모르겠다.

햄촤: 굳이 4월에 맞춰 컴백한 것은 어떤 결의의 표현이라고 봐도 좋을까. "Spring"은 타이틀곡 '팅커벨'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소녀 아이돌' 이미지에 충실한 곡들로 밀도 있게 채워진 앨범이다. 어쩌면 1세대 아이돌 시절의 콘셉트와 음악의 답습 같으면서도 오히려 그렇기에 가능한 고색창연한 매력이 있다. 특히 수록곡 '눈을 뜨면'의 후반부에 멀리서 메아리치듯 "I love you"라고 울려 퍼지는 소절이 있는데,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이 밑도 끝도 없는 아련함이야말로 에이프릴이 이 앨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의 함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 트랙인 'Jelly'는 전반적 분위기에 비해 약간 튀는 경쾌한, 마치 초기 f(x)의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곡인데, 어쩌면 다음, 혹은 그다음 앨범에서 변화할 에이프릴에 대한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이모티콘 (Emoticon)
쇼웍스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28일

미묘: 황인선이 노래하는 모습이 남들과 어딘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뮤직비디오를 보며 눈에 띈 것은 입술을 모으며 턱을 내리는 '모범적인' 동작이 애교스럽기보다는 착실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서 행사 진행자로서의 미래를 보는 것도 어쩌면 이 표정과 닿아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트로트를 가미하여 행사장 정서에 조응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결과물은 생각보다 산뜻한 방향으로 잡혔다. 익숙하고 무난한 곡으로 캐릭터를 선보인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레이어가 많은데, 이를테면 "친한 친구들의 수다 속에서 크게 웃어도 보고"를 부르며 순간적으로 무표정해진다든가, 고전 게임을 인용하는 양상이 '감각적'과 노스탤지어 사이에 애매하게 걸친다든가 하는 식이다. 의도와 우연의 선을 분명히 가르기는 어렵지만, 묘하게도 그것이 "날 보는 시선은 아무 상관 없"다고 노래하면서 실은 '이모'라는 외부 시선을 철저히 주제로 삼는 아이러니와도 일맥상통한다. (필시 의도적으로 삽입된 '걸그룹스럽지' 않은 웃음소리, 맥락상 '아이콘'을 오용한 듯 쓰인 적당히 낡은 '이모티콘' 같은 것들 말이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흥미롭다. 가능하면 이 "꿈"의 지속을 지켜보고 싶다.

유제상: 낯선 이름이라 자료를 찾아보았다. 본래 스마일지 소속... 음 이런 그룹 있었던 것도 같고... 그 뒤에 나온 것은 '인선'이란 이름으로 발표한 싱글 "사랑애". 내가 리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히 기억난다. 아, 이슈가 된 것은 〈프로듀스 101〉에 등장했기 때문이었군. 그리고 자신을 '황이모'로 불러줄 것을 주장하며 "황인선+이모티콘=황이모티콘"이 적힌 싱글을 들고 등장. 타이틀 '이모티콘 (Emoticon)'에 높이 평가할 점이 있다면, 뮤직비디오에 따봉하는 개나 날아다니는 오리가 나오지 않았다는 거? 사실 노래는 능히 예측할 수 있는, 오디션 출신이 프로그램 끝나면 내는 양산형 싱글 같은 느낌이지만, 안무와 복장, 제스처 등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아이돌 느낌이 나서 좀 의아하긴 했다. 이모 콘셉트라 하지 않았수?

햄촤: 〈프로듀스 101〉을 잘 챙겨보지 않아 그녀의 캐릭터는 잘 모르지만, 아이돌 시장에서 고작 20대 후반에 '이모'라고 불려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약간의 자기비하를 더한 콘셉트로 살려 긍정적 가사로 풀어버린 시도 그 자체는 높이 사고 싶다. 어디까지가 본인의 의사였을지 모르겠지만. 레트로한 이미지들이 들어간 뮤직비디오도 흥미로울 만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노래도 뮤직비디오도 완성도가 많이 아쉽다. 당당함과 긍정적 사고는 이미 갖추었으니, 이제 그녀에게 필요한 건 좀 더 좋은 노래 아닐까.


Blady Solo Part 1
SY6
2016년 4월 29일

유제상: 언제 들어도 모바일 RPG 같은 이름의 그룹 블레이디 출신 기루가 발표한 디지털싱글. '봄 사랑향기'는 기존 블레이디의 노래를 생각하면 연상하기 힘든 말랑말랑한 곡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쓰기 위해 기존 블레이디 곡을 다시 들어보니 콘셉트는 과해도 노래는 귀여운 부분이 있어서 '봄 사랑향기'가 기조를 확 벗어났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에이프릴의 경우처럼 이 곡도 뭔가 트렌드를 미묘하게 벗어난 느낌. 이제 와서 '썸' 같은 거 나오면 어쩌나 싶은 그런.


절묘해
몰레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29일

미묘: 뮤직비디오가 그야말로 케이팝 텀블러 같다. 격하게 왜곡된 '움짤' 이미지들이 그렇지만, 보조를 맞추려는 듯 곱게 연출된 파스텔톤의 정적인 이미지들이 이와 충돌한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 그것의 얼만큼이 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좀 더 뚫고 들어갈 여지는 있어 보인다. 보컬 트랙은 굉장히 많은 것들이 한국식 '뽕끼'라기보다는 전성기 모닝구무스메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그 함량을 미세하게 조정한다면 안일한 선택인지 귀를 쥐어 비트는 멜로디인지 판단이 쉬울지도 모르겠다. 메탈 사운드를 활용했다는 것이 세일즈 포인트에 포함되는 것 같지만, 사실 곰곰이 따져보면 이 정도 사운드의 활용은 이미 흔하다. 이런 대차대조표를 보자면 곡과 뮤직비디오가 남기는 뒷맛은 역시, 애매함이다. 주류의 중심에서 서브를 외친다고 하기에는, '마이웨이'의 느낌도 절충의 느낌도 '절묘함'에 도달하지 못한다. 멤버들을 포함한 프로덕션 전체가 이 작업을 즐거워하고 있는 듯한 기세가 보기 좋아서라도, 조금 더 나아간 다음을 기대한다.

유제상: 전작 '다크서클'에 비해 노래는 더 정신없어지고, 뮤직비디오의 이미지는 한층 괴기해졌다. 노래로 한정하자면 뽕끼가 한국 뽕끼에서 일본 뽕끼로 바뀐 것도 특이점. 총평하자면 이건 재능낭비다. 멤버들의 외모는 눈이 확 떠질 정도로 뛰어나고, 팝 컬러의 뮤직비디오, 복장, 안무, 프로모션 모두 프로의 그것이건만 상업적인 콘텐츠가 재능낭비라고 느껴질 것 같으면 아니 만드는 게 낫지 않겠나. 전작에서도 느낀 거지만 '키치하기엔 너무 부유해 보이는' 시각 이미지 전반도 마이너스 요인이고.

햄촤: 썩 나쁘게 듣지 않았지만, 이런 스타일과 콘셉트가 취향인 대중들이라면 대부분 이미 일본 아이돌의 팬이 아닐까. 국내에선 잘 하지 않는 콘셉트라는 점을 파고들었을 순 있겠지만 다들 하지 않는 데에도 이유는 있는 법이다. 뜬금없이 메탈 사운드로 급변하는 반주 위에 날카로운 고양이 소리를 내는 지점이 꽤 흥미로운데, 아예 그대로 더 멀리 밀고 나가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노래보다 흥미로운 건 두 사람이 쌍둥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너만을 원해
카울 엔터테인먼트
2016년 4월 29일

미묘: "히트곡 엄청 많은 아티스트 있어. '배리어스 아티스트'라고.."라는 지나간 시대의 음덕 아재 개그가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사용된 사운드의 상당수가 댄스 곡을 만들어보려 할 때 처음 선택할 만한 사운드들인데, 최종 결과물은 꽤 그럴듯하다. 이는 사운드만이 아니라 곡의 짜임새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러니까, 이제는 뭘 하더라도 이 정도는 해줘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곡은 상큼한 무드와 씩씩한 기운을 잘 담아내고, 보컬의 디렉팅도 가창력을 과장할 구석은 없으나 세심한 편이라 제법 매력적인 순간들을 들려준다. 다만 너무 충실한 정도를 걷느라 다소 밋밋해지는 점은 있다. 혹시 그 부분을 그룹 이름이 메우는 것일까. 첫인상보다 욕심 있는 프로덕션인 것 같으니 지켜보고 싶다.

유제상: 멤버의 외모, 노래, 그 외 이들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기시감 덩어리다. 이들을 보면 최초 트렌드 발신자가 발신한 트렌드가, 발신자 역할이 가능한 다른 창작자에게 전달되는 시간이 결코 수용자에게 비해 짧지 않음을 확신할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수용자는 팬이 되기 전까지 땡전 한 푼 쓰지 않지만, 창작자는 인생을 걸어야 된다는 거 정도?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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