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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방분석 노동 : 2014년 5~6월 엑소 – 중독

SM은 자체적으로 카메라 워크-퍼포먼스의 완성도를 갱신했고, 이에 대한 다음 타자로 다시 엑소를 세웠다. 그러나 음악방송이 소화할 수 있는 카메라 워크-퍼포먼스 난이도는 뮤직비디오의 무대 재현에 한계를 가져왔다.

이미지 ⓒ SBS

본격적으로 엑소의 ‘중독’에 들어가기에 앞서, ‘으르렁’ 활동을 했었을 때로 시간을 돌려보자. 엑소가 뮤직비디오를 내놓으며 활동 시작을 알렸을 때, 엑소 팬덤은 다시 한 번 폭발적으로 덩치를 부풀렸다. 아이돌에 큰 흥미를 두지 않는 이들도 수군거렸다. 최소 2개 이상의 공간에서, 행위의 알리바이로서의 스토리 시퀸스와 군무 시퀸스를 쉼 없이 교차하는 아이돌 뮤직비디오의 컨벤션에서 벗어난 뮤직비디오였다. 교복을 차용한 의상도 적절했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2013년 8월 4일 <인기가요>에 ‘으르렁’ 무대가 공개되면서,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카드에 좋든 나쁘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작부터 타오의 팔 동작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카메라 워크는 뮤직비디오의 묘미를 그대로 재현했음을 선언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촬영자에 손에 들려졌을 거라 여겨졌던 카메라는 컷 전환 없이 자연스럽게 날아올라 스튜디오 전경을 담아내는 풀샷을 보여주며, 뮤직비디오의 카메라 워크의 난이도를 가볍게 뛰어넘어버렸다. 소문에 의하면 SM 퍼포먼스 디렉터가 헬리캠을 직접 들고 찍었다고 알려진 이 날 무대는, 시청자들 머리 속에 있던 많은 한계들을 박살 내버렸다.

2013년 8월 4일의 <인기가요>는 단순한 뮤직비디오의 재현이 아니라, 방송 시스템이 아이돌 퍼포먼스의 관람의 원본을 품어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날 무대는 실황의 파편의 조합, 무대 앞에서 퍼포먼스를 구경하는 관람객 시선의 복원이 아니었다. TV를 마주하고 있는 시청자의 위치가 완전한 퍼포먼스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한 것이다. 음악방송 시스템-카메라 시점에 대응하여 설계한 안무의 대형과 디테일을 통해, 음악방송 프로덕션 퀄리티에서도 완성도 있는 무대를 전달하기 위해 고심한 SM의 퍼포먼스가 이제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 무대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전과 분명히 구분되는 시도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엑소 팬들, 타 아이돌 팬들, <인기가요> 팬들과, 이 모든 것에 큰 관심은 없지만 이날 우연히 <인기가요>를 보고 있던 모두가, 처음 보는 카메라 동선의 좌표와 단절되지 않은 시간이 선사한 익숙하지 않은 체험에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 반응들은 서서히 퍼져나갔다. 간혹 이루어지는 음악방송들의 카메라 워크에 대한 실험은 과감해졌다. 엑소의 초능력 콘셉트만큼 널리 화제가 되진 않았지만, 빅뱅으로 한국 아이돌 코디네이션의 흐름을 바꾸며 SM에도 영향을 끼쳤던 YG 역시, 태양의 ‘링가링가’ 댄스 퍼포먼스 영상을 ‘으르렁’ 뮤직비디오처럼 찍어 카메라 워크를 안무의 주요 요소로 끌어들였다.

‘으르렁’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SM은 카메라 워크-퍼포먼스 실험을 밀고 나갔고, 그 실험의 완성이라고 해도 무방할 슈퍼주니어 M의 ‘Swing’ 뮤직비디오를 탄생시켰다. 스토리텔링은 코디네이션으로 함축하고, 카메라와 실연자의 접촉 및 그로 인해 생겨나는 운동감을 안정적으로 끌어냈으며, 운동감을 단절시키지 않고 시간과 공간의 축을 이동시키는 자연스러운 연출을 선보였다. 이 뮤직비디오는 그 자체로 퍼포먼스의 완성이었고, 음악방송을 위한 훌륭한 매뉴얼이었다. 이렇게 SM은 자체적으로 카메라 워크-퍼포먼스의 완성도를 갱신했고, 이에 대한 다음 타자로 다시 엑소를 세웠다.

뮤직비디오 무대를 재현하거나

컴백 초기 음악방송들은 하나같이 뮤직비디오의 재현에 초점을 맞췄다. 이 중 재현도가 가장 높은 5월 8일 <엠카운트다운> 무대다. 무대 디자인과 조명 설계, 초반 카메라 워크의 재현도가 굉장히 높다. 또한 재현에 초점을 맞춘 무대들 중 가장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때문에 5월 17일 있었던 <음악중심>의 무대가 공간제약으로 인해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던 것에 비해, 안무가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이 무대는 뮤직비디오의 속도감을 재현하기 힘들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이는 두 가지 때문이라고 여겨지는데, 하나는 뮤직비디오의 속도감의 상당 부분이 디지털 줌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푸티지**를 후반 작업 과정에서 강제로 확대하여 발생하는 속도감과, 그렇게 확대한 푸티지와 확대하지 않은 푸티지를 이어붙이며 쇼트의 길이가 급격하게 변화함으로써 발생하는 속도감 등은, 실황을 중계하는 것이 기본인 음악방송 시스템에서 쉽게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스테디캠(steady cam)이란 장비의 특성인 듯하다. 삼각대나 달리(dolly)를 이용하지 않고 카메라를 손에 들고 찍음에도 자잘한 흔들림을 억제함과 동시에 수평을 잡아주는 스테디캠은, 흔들림 없는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수평 제어를 위해 무거운 추가 달려 있다. 또한 패닝과 틸팅을 위해 촬영자에게 요구되는 특유의 움직임이 있어, 촬영자의 숙련도에 따라 다르긴 하더라도 속도감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장비의 한계를 뮤직비디오에선 디지털 줌과 커팅으로 가렸지만 음악방송에서는 극복하기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footage : 촬영한 영상

음악방송에 맞추거나

활동이 2주차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엑소는 기존 음악방송 촬영 시스템에 맞춘 무대를 선보였다. 그러니까 ‘중독’ 퍼포먼스는 최소 네 가지 버전이 준비되어 있다. 카메라 워크 퍼포먼스 버전 두 개(엑소 K와 M이 함께하는 버전, 따로 하는 버전), 음악방송 촬영 시스템에 맞춘 버전 두 개(엑소 K와 M이 함께하는 버전, 따로 하는 버전)다. 후자의 경우 카메라가 대형 안으로 들어와 공간감과 동선에 조화되지 않고, 무대를 수평으로 마주 보고 있어야만 하기에, 안무의 변형이 필수다. 또한 카메라를 직접 컨트롤한다는 설정의 안무 역시 버릴 수밖에 없다.

활동을 접는 굿바이 무대에서 엑소 K와 M의 합동무대가 펼쳐졌는데, 무대는 엑소 K로 시작을 하고, 2절이 시작되며 엑소 M이 무대를 차지하고, 2절 후렴구에 엑소 K가 다시 무대로 진입하여 함께 무대를 장식한다. 이러한 등퇴장을 제외하고 합동과 개별무대의 차이는 크지 않다.

엑소의 합동 무대를 찍는 음악방송들 대부분 풀샷을 중심에 두어 규모를 과시하는데 비중을 뒀다. 6월 5일 있었던 <엠카운트다운> 무대와 6월 7일에 있었던 <음악중심>의 무대가 이러했는데, 엑소 전체를 담는 풀샷으로 규모와 전체 대형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 뒤, 파트 담당의 바스트샷이나 클로즈업을 이어붙였다. 이런 연출과 차이를 보인 것은 6월 8일 있었던 <인기가요>의 무대인데, <인기가요>는 전체 풀샷보다, 멤버들의 바스트 샷이나 안무의 디테일을 꾸미는 팔과 다리의 클로즈업을 정신없이 이어붙이는데 치중했다. 또한 움직임에 맞춰 굉장한 속도의 줌인/아웃과 빠른 커팅으로 전체상보단 속도감과 인상에 집중하였다.

뮤직비디오의 감흥을 재구성한다

자, 이제 뮤직비디오의 감흥을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무대를 살펴보자. 컴백 후 활동 2주차, 5월 18일에 있었던 <인기가요>의 무대가 그것이다. 처음 이 무대를 봤을 때, 앞서 설명한 ‘으르렁’ 무대의 재현도를 생각하며 가졌던 기대감이 깨짐과 동시에, 다소 번잡스러운 편집에 실망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중 엑소 활동 마지막 주에 들어서, 이번 활동엔 열광할 만한 음악방송 무대가 없었음에 아쉬워하며 ‘중독’ 무대들을 훑어보며 2번째로 관람하였을 때, 처음 5월 18일 <인기가요> 무대를 보며 가졌던 판단이 성급했음을 깨달았다.

사전녹화로 만들어진 이 날 무대는 뮤직비디오를 재현하였던 다른 무대들과 똑같이 시작된다. 무대 위에 카메라가 없다는 설정으로서의 풀샷과, 불릿타임(bullet time)이라는 통칭으로 불리는 타임 슬라이스(time slice) 기법으로 촬영된 장면이 짤막하게 나오고, 후렴구가 있기 전까진 줌인이나 좀 더 확대된 사이즈의 컷이 섬광처럼 삽입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진행 자체는 동일하다. 후렴구가 시작되면 무대 자체가 바뀌고, 기존 음악방송 시스템처럼 무대 밖에 카메라가 위치하여 엑소를 찍어나간다. 다만 평소 <인기가요>의 연출보다 거칠게, 그러니까 시청자에게 마스터 숏-전체상을 인지시킨 뒤 세부로 들어가지 않고, 곧장 세부로 – 멤버들의 얼굴, 국부, 안무 디테일들을 빠른 커팅으로 몽타주 해나간다.

이 전환에서 어쩔 수 없이 흐름이 깨졌다고 생각했고 평소보다 과격한 편집에 좀 의아했다. 그런데 후렴구가 끝나고 2절로 진입하며 다시 카메라 워크-퍼포먼스로 넘어가기 전에 보여지는 숏의 존재를 확인한 후 생각이 바뀌었다. 바로 1분 18초 부분, 세훈의 손동작에 맞춰 줌인을 한 뒤 카메라를 응시하는 그의 얼굴 클로즈업이었다. 그러니까 시퀀스 단위로 버스(verse) 부분과 후렴구 부분을 나눌 수 있다고 했을 때, 버스 시퀀스는 카메라 워크-퍼포먼스로 이뤄지고, 후렴구 시퀀스는 세훈의 얼굴 클로즈업 같이 멤버들의 표정과 움직임이 주는 인상을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뮤직비디오에 있었던 디지털 줌과 몰핑으로 발생한 인상을 재구성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뮤직비디오에서도 후렴구에선 카메라가 전체 대형과 수평을 이루며 움직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촬영을 한다고 하더라도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줬던 안무의 원본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때문에 초반부 흐름이 다소 끊긴다고 하더라도 속도와 인상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 과감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후 세훈의 얼굴 클로즈업은 바로 백현의 바스트샷으로 받으며 시퀸스를 전환한다. 이 전환은 앞서 이번 무대의 연출 스타일을 설명해주는데, 비슷한 이미지가 연쇄함으로써 이전보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시퀀스 전환을 보인다. 이렇게 전환된 시퀸스는 후렴구 전까지 뮤직비디오를 재현하고, 안무 동작에 맞춰 커팅이 이뤄지며 후렴구 시퀸스로 전환된 뒤 무대가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세훈이 “E, X, O”를 외친 후부터 무대의 평균 광량을 낮추고 번쩍이는 조명을 쏘기 시작하고, 커팅 속도는 높이며 무대 위 멤버 하나하나의 인상적인 바스트샷과 클로즈업을 몽타주하며 달린다. 이는 카이의 파트에서 절정에 올라 불꽃놀이를 하듯 무빙과 커팅이 이뤄지는데, 여기까지 오면 뮤직비디오가 고스란히 재현되진 않았지만 그 감흥을 적절히 재구성하여 전달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

퀄리티 컨트롤의 후퇴?

엑소의 ‘중독’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어 처음 관람했을 때부터 그 재현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컴백무대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각 방송사와 SM이 이 한계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궁금했다. 슈퍼주니어 M이 ‘Swing’에서 음악방송이 소화할 수 있는 카메라 워크-퍼포먼스 난이도의 훌륭한 균형감을 찾았음에도, 엑소가 난이도를 과격하게 밀고 나간 점 때문에 더더욱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활동이 마무리된 지금 생각해보면, ‘으르렁’이나 ‘Swing’ 때처럼 음악방송 활동 전체에 퀄리티 컨트롤이 되진 않은 것 같다. 그것이 왜 불가능했는지는, 뮤직비디오 재현에 초점을 맞춘 음악방송들을 보면 고스란히 드러나는 한계가 말해준다. 또한 뮤직비디오 자체가 온전한 퍼포먼스를 관람할 수 있는 위치임을 고려하면, 음악방송 시스템에 맞춘 무대는 그 불완전함에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인기가요>의 컴백무대는, 비록 장점과 단점이 소란스럽게 교차하지만, 뮤직비디오-콘셉트에 대한 해석을 좀 더 적극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음악방송의 한계와 뮤직비디오의 쾌감에 대한 이해가 돋보이는 이날 연출은, 짧은 준비기간 동안 이 정도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는 점도 감탄을 일으킬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으르렁’과 ‘Swing’을 생각하면, 이렇게나 빨리 과도기가 온 것인가 싶기도 하다. 혹은 이전의 훌륭한 난이도 설정이 우연이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SM의 카메라 워크-퍼포먼스는 이제 고작 3번째 시도이니, SM의 기획력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는 다음에 해도 되겠다.

엑소의 “중독 (Overdose)”에 관한 아이돌로지 필진들의 단평은 1st Listen : 2014.05.01~05.20에서, “중독 (Overdose)” 수록곡 전체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은 1st Listen : 엑소 – “중독 (Overdose)”에서 확인할 수 있다.

ML

By ML

요즘은 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