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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8 : 여름엔 쇼와돌을 듣자!

여름은 아이돌의 계절, 그것은 70-80년대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뜨겁고 화려했던 쇼와 시대의 여름을 장식한 쇼와 아이돌 여름 컬렉션.

Showa Idol Summer Compilation

바야흐로 여름입니다! 여름 하면 또 아이돌의 계절 아니겠어요. 무덥고 지친 날씨 속에 신나고 시원한 노래들이 인기를 얻기 좋은 계절, 더불어 아이돌의 매력 포인트인 젊음과 활기가 어느 때보다 환영 받는 계절이니까요. 70-80년대 일본도 마찬가지였답니다. 여름이면 여러 아이돌들이 앞다투어 시원한 무대 의상과 발랄한 안무, 청량한 음악들을 들고 나왔다고 해요. 요즘 나오는 음악과는 또 달라서 오히려 색다르게 느껴지는 쇼와돌 여름 노래들. 경쾌한 느낌의 노래들로 여덟 곡을 뽑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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恋はサマー・フィーリング (사랑은 Summer Feeling) (1983)
이시카와 히데미 (石川秀美)
가사: http://doldolmarling.tumblr.com/post/123480139142/summer-feeling

먼저 1983년 6월에 발표된 이시카와 히데미의 ‘恋はサマー・フィーリング (사랑은 Summer Feeling)’을 소개합니다. 이시카와 히데미는 나카모리 아키나, 코이즈미 쿄코 등과 같은 82년 데뷔 동기로, 여름 노래들로 특히 많은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여름 아이돌입니다. 까무잡잡하고 긴 다리를 뽐낼 수 있는 미니스커트 의상을 많이 입었고, 학창 시절 농구부로 활동한 것을 기초 삼아 아이돌 운동회를 휩쓸기도 했죠. 히데미의 목소리는 콧소리가 강하게 섞인 아성(兒聲)인데요. 보통 이런 목소리가 자주 받는 오해와는 달리, 노래 실력이 훌륭합니다. 데뷔 초기엔 엄청난 ‘쌩목’이었지만, 활동하며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 곡 ‘사랑은 Summer Feeling’부터 제대로 포텐이 터졌어요! 음감도 리듬감도 좋고 에너지가 넘쳐서 여름에 듣기 딱이에요. 70년대의 대표적인 히트 작곡가 모리타 코이치(森田公一)의 곡입니다.

감상 포인트:

  1. 인트로의 귀여운 손가락 스냅 안무
  2. 절정에서 터뜨리며 음절이 바뀔 때 어린이 목소리처럼 살짝 뒤집히는 비성

夏が来た! (여름이 왔다!)
캔디즈 (キャンディーズ)
가사: http://doldolmarling.tumblr.com/post/123483754117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서, 캔디즈가 76년에 발표한 ‘夏が来た ! (여름이 왔다!)’를 들어볼까요. 캔디즈는 70년대 큰 사랑을 받았던 3인조로, 일본 최초로 전국구 팬클럽이 생겼던 걸그룹의 원조입니다. ‘여름이 왔다!’는 같은 해 3월에 발표한 ‘春一番 (봄 첫 바람)’이 크게 히트하자 바로 다음 계절인 여름을 겨냥해 나온 곡인데요, 저는 마이너인 ‘봄 첫 바람’ 보다 메이저 로큰롤인 이 곡이 더 좋더라고요. 지금 보시는 〈밤의 히트 스튜디오 (夜のヒットスタジオ)〉 출연분은 하우스 밴드가 반주를 해줬지만, 레코딩을 들어보면 편곡이 참으로 그룹사운드스럽습니다. 중간 중간 기타 피킹이나, 전국노래자랑st. 신시사이저가 들어와 빈 공간에 애드립을 넣는 것이 참 정겹고, 가사도 유난스러운 데 없이 편안한, 70년대 향수가 물씬 풍기는 노래입니다.

감상 포인트:

  1. 유선 마이크 와이어의 나풀거림
  2. 토오픈 샌들에 스타킹의 압박

渚のはいから人魚 (해변의 하이카라 인어)
코이즈미 쿄코 (小泉今日子)
가사: http://doldolmarling.tumblr.com/post/124298616607

다음 곡은 지금도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코이즈미 쿄코, 애칭 ‘쿙쿙’의 84년도 발표곡인 ‘渚のはいから人魚 (해변의 하이카라 인어)’ 입니다. 쿙쿙의 활동곡들은 진지함 보다는 그 시대의 트렌디 드라마 같은 통통 튀는 느낌이 넘치던 것이 특징인데요. (그래서 가사에서 PC함을 기대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노래를 잘 하지는 않지만, 특유의 보채는 듯 애교 있는 목소리가 이런 노래들과 잘 어우러져요. 전주부터 맹렬하게 달리는 리듬으로 시작해, 싱코페이션으로 버스 소절소절마다 당겨서 시작하는 것이 마치 마음이 먼저 달려 나가는 듯한 여름방학의 흥분 같지 않나요? 가사에 등장하는 “즈킨도킨!”은 그냥 어감이 귀엽도록 가상으로 만들어낸, 21세기 케이팝으로 치면 “꿍디꿍디” 같은 단어라고 합니다.

감상 포인트:

  1. 쿙쿙이 너무 이쁩니다.
  2. 쿙쿙이 진짜 너무 이쁩니다!

気まぐれヴィーナス (변덕스러운 비너스)
사쿠라다 준코 (桜田淳子)
가사: http://doldolmarling.tumblr.com/post/123482342202

사쿠라다 준코는 오카다 유키코 편이나 야마구치 모모에 편에서 몇 번 언급했지요? 70년대에 선뮤직이란 중소기획사를 널리 알린, 마츠다 세이코와 오카다 유키코 등의 선배 아이돌입니다. ‘변덕스러운 비너스’는 자신의 끼와 매력을 숨기지 않는 준코의 캐릭터에 특히나 잘 어울리는 노래란 생각이 들어요. 저는 레코딩 버전보다 콩가 드럼이 함께 나온 이 무대 버전이 보다 여름다워서 좋아요. 이 곡 역시 히데미의 ‘사랑은 Summer Feeling’과 같이 모리타 코이치 작곡입니다. 가사는 이와사키 히로미 편에서 소개한 아쿠 유(阿久悠)가 썼고요. 70년대에 이 둘이 콤비로 작업한 곡들 중에 히트곡이 엄청 많아요.

감상 포인트:

  1. 준코의 롱다리와 하이웨이스트 화이트 팬츠
  2. 역사와 전통의 잔망돌 회사 선뮤직의 조상님다운 무대 매너

夏のヒロイン (여름의 히로인)
카와이 나오코 (河合奈保子)
가사: http://doldolmarling.tumblr.com/post/123485093332

다음은 카와이 나오코의 ‘夏のヒロイン (여름의 히로인)’이에요. 일본에서는 문화 개방 이래 해외 여러 음악 장르를 자국화 하려는 노력이 꾸준했는데요. 삼바 같은 브라질리언 뮤직의 갈래들도 대중에 잘 알려져 있어서, 쇼와 시절엔 이런 편곡을 가요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어요. 여름의 마츠리에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래를, 나오코의 시원시원하고 예쁜 목소리로 소화해냈습니다. 마츠리처럼 유카타를 입은 전 출연진이 종반의 삼바 휘슬 소리에 함께 일어나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흥겹네요.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나오코는 함께 작업하던 작곡 팀과 결별해 좀 더 성숙한 이미지의 곡들을 발표하게 됩니다. 마침 이 주엔 나오코의 열아홉 살 생일이 있었다고 해요. 10대의 마지막 여름을 노래하는 나오코의 에너지가 더욱 기운차고 청량하게 느껴지죠? 참고로, 나오코가 카메라를 볼 때 턱을 약간 드는 버릇은 시력이 워낙 나빠서 생겼다고 해요.

감상 포인트:

  1. 빈틈 없이 완벽한 부내 나는 편곡
  2. 1절과 2절이 끝날 때 마이크를 떼고 내지르는 “Yeah!”가 귀여워요.

夏色のナンシー (여름 빛 낸시)
하야미 유 (早見優)
가사: http://doldolmarling.tumblr.com/post/124356680857

너무 유명해서 소개에서 뺄까 고민할 정도로 잘 알려진, 하야미 유의 ‘夏色のナンシー (여름 빛 낸시)’입니다. 일본 가요 사상 가장 성공한 작곡가 츠츠미 쿄헤이(筒美京平)의 곡이에요. 제가 아이돌로지 첫 기고에 쇼와 시대 일본의 풍족함을 보려면 코카콜라 광고를 보면 된다고 했었는데요, 하야미 유와 이 곡이 83년도 코카콜라 캠페인 “Yes Coke Yes”의 모델과 캠페인 곡이었어요. 영상은 노래의 풀버전은 아니고, CM에 나온 1분짜리 버전입니다. 라이브 무대에선 좀 더 담백하고 부드럽게 부르는 유우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제목의 낸시(Nancy)는 원래 유우의 영어 이름인 캐시를 넣으려다가 어감 상 낸시 쪽이 더 좋은 것 같아서 넣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감상 포인트:

  1. “女の子からは卒業したみたい(여자애에선 이제 졸업이야)” 소절에서 자연스럽게 올라가며 조바꿈 할 것처럼 하다 다시 원키로 돌아오는 멜로디의 스무스함
  2. 코크 CM의 끝내주는 영상미

渚のバルコニー (물가의 발코니)
마츠다 세이코 (松田聖子)
가사: http://doldolmarling.tumblr.com/post/124632096912

너무도 청량한 세이코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渚のバルコニー (물가의 발코니)’입니다. 세이코의 여름 노래라면 ‘푸른 산호초 (青い珊瑚礁)’, ‘여름의 문 (夏の扉)’ 등 유명한 곡이 너무나 많지만 그 중 청량감 갑은 이 노래가 아닐까요. 앞선 싱글 활동 때의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줄로 성대를 혹사해, 데뷔 초의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는 이 무렵부터는 거의 낼 수 없게 됩니다. 그 대신 이 ‘물가의 발코니’ 때부터 성대를 많이 좁혀 내는 얇고 귀여운 목소리, 일명 ‘캔디보이스’로 창법을 바꾸지요. 효과가 무척 좋았는지, 라이브 무대에서는 레코딩의 G보다도 한 키를 올린 A로 부르는데, 여유롭게 소화해내는 모습이 과연 최전성기 때구나 하고 생각하게 합니다.

감상 포인트:

  1. “I love you so love you ほら愛のベル (I love you so love you 봐, 사랑의 종)” 소절에서 미소를 날리며 손을 뻗는 동작. 그 시대에나 할 법한 제스처인데도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빨려듭니다!
  2. 전설적 아이돌의 진 리즈 시절 그 자체

CARIBBEAN
나카모리 아키나 (中森明菜)
가사: http://doldolmarling.tumblr.com/post/123488255407/caribbean-hold-me

마지막으로 1990년에 발표된 나카모리 아키나의 ‘CARRIBEAN’을 들어볼게요. 90년도는 일본의 연호가 쇼와에서 헤이세이로 이미 바뀌었을 시점이지만, 쇼와 시대 가희라 하면 나카모리 아키나를 빼놓을 수 없지요. 이 곡은 “Dear Friend”라는 싱글의 B면 곡이었어요. “Dear Friend”는 자살 기도라는 큰 개인사를 겪고 나서 가진 공백기 뒤에 처음으로 내놓은 싱글로, 어려움을 딛고 새로이 출발해보겠다는 의지와 긍정적인 에너지가A와 B면에서 모두 느껴집니다. 정상의 위치에서도 여러 가지 장르에 도전해왔지만, 이 싱글은 아키나의 역대 발표곡 중 가장 밝고 건강한 느낌의 음악이라서 특히 소중합니다. 그간은 주로 어둡고 고혹적인 가사를 불러왔지만, 이 곡에선 “지친 나날을 어둠에 던져버리면 새벽 바다가 보일 거야” 같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네요. 제목답게 캐리비안 뮤직의 향기가 풍기는, 느긋하고 아름다운 곡입니다.

감상 포인트:

  1. 아키나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특유의 ‘아키나 비브라토’
  2. 그래도 “잊지 말아줘 빛나던 태양을” 같은 라인에서는 가버릴 여름의 한 때를 노래하는 안타까움 같은 게 느껴져요. 안타까움은 아키나가 가장 잘 표현하는 종류의 감정이 아닐까 해요.

이렇게 여덟 곡을 소개해보았습니다. 오늘 소개한 가수들 일부는 2015년 하반기 동안 저의 연재에서 좀 더 깊이 만나실 수 있어요. 오늘은 맛뵈기입니다 >_⊙ 모두 쇼와돌과 함께 즐거운 여름 되시기 바라요!

돌돌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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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잡덕. 제가 쓴 글은 원출처와 글쓴이만 표시해주시면 어디로든 퍼가셔도 좋아요.

2 replies on “Play 8 : 여름엔 쇼와돌을 듣자!”

나카모리아키나의 Carribbean이 흘러 나와왔을 때는 정말 좋아요를 누르고 싶었어요!

쇼와돌에 최근 빠져있는데 진짜 곡 하나하나 최고되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