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빛나는 아이돌, 그 뒤에는 자신의 분야에서 부지런히 움직여온 또 다른 주인공들이 있다. 그들은 한창 K-POP 열풍이 불던 시기에도 있었고, ‘한류’라는 말이 고유명사로 쓰이기 한참 전에도 역시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아이돌 메이커〉는 조금 더 자세하게, 다른 시각과 온도로 아이돌 산업에 들어와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기획된 책이다. 7회에 걸쳐 책 내용 일부를 발췌해 게재한다. 인터뷰 전문은 〈아이돌메이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Oh, My Girls!
“일단 음악을 듣고 나서 이 친구들이 느낀 것에 대해 물어보는 과정이 중요해요.”
박희아: 오마이걸하고는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이솔미: 지금 제가 tKAA(the Key Artist Agency)에 속해 있거든요. 오마이걸(Oh My Girl) 총괄 프로듀서이신 최재혁 PD님이 대표로 계신 곳이에요. 그분과는 거의 10년 가까이 알고 지냈어요. 제가 손담비 안무 팀에 있을 땐데, 당시 재혁 PD님이 매니저로 오셨어요. 그런데 매니저 일만 하신 게 아니라 모든 걸 다 하셨거든요. 음악에 관련된 것부터 시작해서 전반적인 업무를 다 보셨어요. 그때 그 모습을 보면서 ‘우와, 진짜 많은 걸 하실 줄 아는 분인가 보다.’ 생각했죠. 그런 식으로 인연이 닿았다가 2015년에 갑자기 연락을 하셨더라고요. 오마이걸인 줄도 몰랐는데, “여자애들이 있는데 네가 하면 잘할 거 같아서 추천했어. 음악 한 번 들어볼래?” 이러신 거죠. WM엔터테인먼트 이원민 대표님이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대요. 그렇게 해서 오마이걸을 맡게 됐어요.
박희아: 안무를 짤 때도 멤버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시잖아요.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시는지 궁금해요.
이솔미: 제가 음악을 아직 안 들어본 상태에서 이 친구들이 먼저 들어봤다면 각자 느낀 것들이 있겠죠? 그걸 이야기해 보라고 해요. 아니면 이 친구들이 듣기 전에 제가 먼저 들어볼 때도 있거든요. 그럼 듣고 느낀 걸 속으로 생각해두고 다시 이들한테 물어보죠. “너는 어떤 생각이 들었어? 어떤 느낌이었어?” 이런 식으로요.
# 파트지 주세요
“구성이 없고 단순히 안무로만 작품을 만들 거면 굳이 왜 단체로 춤을 추겠어요.”
박희아: 예전에 하신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파트까지 나와야 안무 구성을 하신다고 말씀하셨더라고요. 그게 신기했거든요.
이솔미: 만약에 이 친구들이 솔로 가수라면 구성을 상대적으로 쉽게 잡을 수 있겠죠. 그런데 현실은 솔로가 아니고 그룹이잖아요. 이미 나는 안무를 짜서 보냈는데, 나중에 파트가 다 달라진다면 또 다시 정리를 해야 해요, 이렇게 무의미한 일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파트를 주면 그때 시작하겠다고 이야기를 먼저 하거든요.
박희아: ‘Liar Liar’ 같은 경우에는 가사에 충실했단 느낌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이솔미: 그럴 거예요. 손동작 보세요. 그게 L자로 “Liar”를 잡는 거잖아요. 사실 맨 처음에는 그 동작이 아니었거든요. 이 곡 같은 경우에는 원래 다른 식으로 안무를 짰었는데, 그게 아이들 얼굴을 살짝 가리더라고요. 그래서 이사님이랑 다시 얘기 나누고, 동작을 뭘로 하는 게 좋을지 고민했어요. 원래 세 가지 버전 안무가 있었는데, 그중에 이게 나왔죠. 사람들이 제일 많이 기억해주더라고요. 가사를 춤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좀 한국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들 많이 생각하시더라고요.
박희아: 오랫동안 많은 팀을 거쳐 오셨어요. 레슨 경력으로 보자면, 또 다른 아이돌 멤버들 수업도 많이 맡으셨을 것 같아요.
이솔미: SM엔터테인먼트가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f(x) 크리스탈이 있고요. SM루키즈 중에도 있어요. 남자애들 중에 지금 엑소(EXO) 찬열이가 가장 기억나요. 진짜 어릴 때부터 봤으니까. 요즘 보면서 ‘많이 컸다. 어유, 잘 컸다.’ 하죠. 하하.
박희아: 찬열 씨와 있었던 에피소드 중에 특별히 기억나는 것 있으세요?
이솔미: 찬열이가 스트레칭을 정말 힘들어했어요. 스트레칭만 하면 얼굴이 새빨개져선 “쌤, 쌤, 죽을 것 같아요!” 그랬죠. 지금은 춤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대견해요.
# 시안비
“아직도 모든 회사가 다 챙겨주지는 않아요.”
박희아: 안무 시안비 같은 경우는 어떻게 책정되나요?
이솔미: 솔직히 시안비라는 걸 받기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됐어요. 그전에는 시안비라는 걸 아예 받아보지 못했죠. 아직도 모든 회사가 다 챙겨주지는 않아요. 그런 경우에는 안무가가 자기 안무비에서 댄서들 페이를 떼 주는 거죠. 현재 시안비라고 받는 돈은… 예를 들어서 한 그룹이 다섯 명이다, 그렇게 시안을 빼달라고 부탁 받았어요. 그러면 댄서도 다섯 명 필요하겠죠. 이 친구들 페이를 뺀 게 제 안무비인 거예요. 그런데 정말 다들 너무한 게, 그런 부분은 생각도 안하고 그냥 시안 보내는 게 다인 줄 알더라고요. 그리고 당연히 시안비에는 안무비만 포함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 오로지 사람
“여기저기서 좀 찾아주시고, 자주 불러주시면 좋겠어요.”
박희아: 본인의 안무를 보고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길 바라시나요?
이솔미: ‘Closer’ 덕분에 가장 많이 들었던 칭찬 중 첫째가 ‘선이 예쁘다.’는 얘기였고요. 다음이 ‘노래와 잘 어울린다.’ 그리고 ‘다른 안무와 다르다.’였어요. 이 셋 중에 가장 좋았던 건 역시 다르다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안무와 달라서 좋았어. 그런데 정말 네 것 같더라.” 이 칭찬이 정말 행복했어요. 계속 그런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박희아: 적어도 춤을 출 때, 우리가 생각하는 ‘전공’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군요.
이솔미: 그럼요. 다만 기본기를 어떻게, 얼마나 제대로 배웠느냐가 중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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