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로지는 밀크뮤직과 함께 아이돌 음악을 조금만 더 파보는 “아이돌 딥리스닝” 시리즈를 진행한다. 플레이리스트는 갤럭시 전용 서비스인 밀크뮤직에서 들으며 즐길 수 있다.
한 해에도 수십 팀씩 소리소문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아이돌 나라에서 대세 자리에 오른다는 것. 그것은 단지 출중한 실력과 준비된 자세만으로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니다. 멈추지 않는 부단한 노력과 가끔은 커다란 운도 따라줘야만 하는, 머나먼 꿈과 드문 기적 같은 일이다.
여기 그 꿈과 기적을 기어코 현실화시키며 ‘대세의 맛’을 보고 온 이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 ‘흑역사’ 역시 함께다. 대세의 왕좌의 오르기 전 몇 번이고 도전과 실패를 반복한 이들의 과거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결코 지울 수 없는 기억. 미쓰에이나 샤이니, 씨스타 등 데뷔 시절부터 명확한 비전과 팀 컬러를 가지고 대중에게 어필했던 이들도 있지만 이런 사례는 예외 중의 예외다.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은 팬덤을 넓하고 인지도를 높인 뒤 비로소 대세에 오르기까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3, 4년에 걸친 숨 죽인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기나긴 터널 속, ‘대세’ 직전의 시간은 그래서 가장 흥미롭다. 자신들만의 고유한 세계를 완성해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단초를 살짝 엿보게 해주는 동시에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무모하기 짝이 없는 놀라운 콘셉트까지 두루두루 만나볼 수 있는 충격과 공포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흔한 패턴은 지금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이미지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다. 완벽한 변신으로 대세의 반열에 오른 대부분의 그룹이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청춘의 다리를 건너기 전 잠시 교정 안에에 머물던 방탄소년단(‘상남자’)이나 ‘Shock’을 기점으로 치명적이고 애수 넘치는 세계관을 피로하기 전의 비스트(‘Bad Girl’), 청순돌 노선을 타기 전 ‘뽕기’ 어린 복고풍 리듬에 맞춰 춤추던 에이핑크의 ‘Hush’ 등이 대표적이다. ‘으르렁’이 터지기 전 SMP(SM Performance) 적장자 라인 위에 서 있던 엑소의 ‘늑대와 미녀’나 ‘다칠 준비가 돼 있어’로 컨셉돌 네임태그를 붙이기 전 무대 위에서 놀랍도록 자유롭게 뛰어 놀던 빅스를 만날 수 있는 ‘Rock Ur Body’ 역시 이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이외에도 신에 한 획을 그은 카리스마 아이돌의 풋풋한 한 때나 수 많은 원석 사이 될 성 부른 떡잎을 드러내던 노래들이 존재한다. 전자를 대표하는 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One and Only’의 자리에서 개성 있고 완성도 높은 앨범과 무대를 연출하고 있는 소녀시대, 2NE1, 빅뱅이다. 이제는 수 많은 아이돌 후배들의 귀감이자 목표가 된 이들이 각각 ‘Baby Baby’, ‘Lollipop’, ‘Dirty Cash’ 등 아이돌 대표 샘플 같은 노래들을 부르던 시절이 새삼스럽다. 발표 당시 큰 존재감을 뽐내지는 못했지만 귀와 눈이 밝은 이들의 레이더에 걸려들며 빛나는 미래를 예감케 했던 후자를 대표하는 노래들도 기억해 둘 만 하다. 용감한 형제를 만나기 전 충실한 연하남 서사를 그리던 틴탑의 ‘향수 뿌리지마’, 그룹 특유의 힘차고 청량한 에너지가 넘치던 인피니트의 ‘Nothing’s Over’는 물론 아직 터지지 않은 절절 끓는 상큼함이 비어져 나오는 ‘나를 잊지마요’(걸스데이), ‘Rock U’(카라) 같은 곡들이 떠오른다. 한끝 모자라 더 설레고 사랑스러운 이들의 노래를 모아 듣는 것만으로 가슴께 어딘가가 저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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