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지하돌 ‘집호랑이 축제’ 기획자 주석찬 “좋아서 하는 아이돌, 액티브한 현장”

이미지 ⓒ 집호랑이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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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돌’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홍콩의 출연진들이 선다는 이벤트 소식이 들려왔다. ‘집호랑이 축제’(‘이타페스’)다. 이 독특한 공연의 기획자 주석찬을 만나보았다.

서브컬처에서 즐길 수 있는 지하의 아이돌, 국내에는 많지 않은 편이다. 집호랑이 축제의 국내 출연진도 애니송 밴드 출신이나 커버 댄스 등 케이팝에서 말하는 아이돌과는 결의 차이가 있다. 이런 이들마저도 오프라인에서 활동하기에는 난관이 있다는 게 주석찬의 지적이다.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게 야심 중 하나인 모양이다.

주석찬에 따르면 우리가 대중적으로 인식하는 일본의 지하 아이돌이 현실과 제법 시간차이가 있다고 한다. 아마추어들이 가볍게 도전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활동을 할 수도 있는, 어찌 보면 ‘인디씬’과도 닮은 생태계라는 것이다. 극단적인 콘셉트나 부정적인 사례도 있지만 현장의 생동감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이기도 하단다. 이 축제에서 가장 즐거울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 역시 그것이라고.

집호랑이 축제는 9월 15일과 16일 홍대 스테이라운지에서 열린다. 15일 오후 2시에는 출연진 대부분이 함께하는 합동공연이 있고, 16일 오후 2시에는 홍콩에서 온 아리엘 프로젝트(Ariel Project)와 됸쥬&로에의 공연, 그리고 16일 6시에는 일본에서 온 사이버(CY8ER)의 단독공연이 펼쳐진다.

문의: 집호랑이 축제 트위터 공식 계정 https://twitter.com/Hometiger_fes

— 인터뷰 전문 —

제공 | 주석찬

제공 | 주석찬

미묘: 어떤 종류의 행사인지 간단히 설명해 달라.

주석찬: ‘집호랑이 축제’, 일본어 “이엣타이가(家虎) 페스티벌“을 줄여서 ‘이타페스’라고 부른다. “이엣타이가”는 일본에서 아이돌 공연 응원법으로 외치는 (문구에서) 차용했다.

미묘: 어떤 식으로 외치나?

주석찬: ‘콜’(call)과 ‘믹스’(mix), 그리고 ‘코죠’(口上)라는 게 있다. 믹스는 “타이가 화이야 사이바 화이바 다이바 바이바 쟈쟈…” 이런 식으로 외치는 정해진 구호다. 시초가 따로 있지만 AKB에서 많이 쓰여서 가장 퍼진 케이스다. 이걸 사람들이 변형하다 보니 “이엣타이가!”라고 하는 밈 같은 형태로 굳어졌다.

미묘: 뜻이 있나?

주석찬: 물론 있다. “호랑이처럼, 불과 같이…” 해서 일본의 어느 록밴드 오타쿠 두 명이 만든 문장이 있다. 거기서 포인트만 따와서 외치는 게 시초가 되었다고 알고 있다. 사실 애니메이션 팬들이 (아이돌 팬을) 싫어하게 된 계기도 이런 걸 외치는 사람들이 ‘절대악’으로 여겨지는 성향이 있다 보니. (웃음) 인식개선을 하기 위해서도 그냥 대놓고 그 표현을 필두에 쓰게 된 거다. 애니메이션, 오도리테, 아이돌 등 일본 서브컬처의 교차점 역할을 하는 행사를 만들고 싶다.

2회 집호랑이 축제(이타페스) 포스터

미묘: 출연진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한다.

라인업 소개 펼쳐보기


됸쥬 – #Life_Is_Pain (#인생고통)

미묘: 외부의 시선에서 라인업을 봤을 때는 일본 아이돌, 비주얼 록과 애니 계열이 크로스 된 듯한 팀이 있고, ‘오도리테’(커버 댄서), ‘우타이테’(커버 싱어) 등 서로 다른 계열들이 붙어있다는 게 재미있다.

주석찬: (서브컬처는) 각 장르별로 갈라파고스화되는 성향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기획자들이 각 장르를 믹스하고 있다. 성우 아이돌이 나온다든지, 최근 나오고 있는 버추얼 유투버라든지. 아이돌도 애니메이션 오프닝 많이 부르고, 반대로 성우들도 아이돌 무대에 서고 아이돌을 다룬 애니가 나온다든지. 어차피 서브컬처 좋아하는 사람들 다 오타쿠라고 손가락질받을 텐데 (웃음) 굳이 우리끼리 그 안에서 편을 갈라야 하겠나. 물론 취향이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직접 들여다보면 (각자) 굉장히 괜찮은 문화다. 깊이도 있고, 공부할 거리도 있다. 이런 문화를 좀 양지로 끌어 올리고 좋은 점을 부각하기 위해 뭔가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미묘: 그런 서로를 확인하는 장이라든가?

주석찬: 그렇게 볼 수 있다.

미묘: 한국에도 이런 걸 하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데, 막상 보게 되니 좀 놀라운 느낌이 있다.

주석찬: 코믹월드를 비롯해 코스프레 관련된 행사 등이 여러가지 있는데, 무대에 서는 행사는 대다수가 밴드 아니면 코스프레다. 아이돌처럼,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와 춤을 보여준다는 형태로 활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미묘: 동인 활동처럼 우타이테 활동하는 사람은 꽤 있지 않나?

주석찬: 유튜브나 포털사이트의 카페 등이 많이 활성화돼 있고 사람도 엄청 많은데, 라이브로 나오는 분들은 (별로 없다.) 우리나라에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게 용기가 필요하고 리스크가 잔뜩 있으니까. 활동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팬이 모일 만한 공연도 적다. 특히 지속적으로 설 수 있는 무대가 찾기 쉽지 않다.

1회 집호랑이 축제(이타페스) 포스터

1회 집호랑이 축제(이타페스) 포스터

미묘: 이번이 ‘집호랑이 축제’ 2회다. 1회를 개최하던 때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어떤 계기였나?

주석찬: 애니메이션 쪽에 일본 아이돌 공연 문화 중 ‘믹스’가 좀 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본의 행사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상영할 때 음악이 나오면 믹스를 끼워 넣는 사람들이 생겼다. 〈러브라이브〉 2기 작품 중 아주 조용해지는 부분에서 한 팬이 “이엣타이가!”라고 엄청 크게 외쳐버렸다. 그걸 누가 녹음을 해서 퍼트리면서 화제가 됐다. 또, 노래를 부르는 중에도 억지로 믹스와 콜을 욱여넣는 유튜브 영상이 전파가 많이 돼서 사람들이 하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쪽에선 거의 쓰이지 않던 것이다 보니 굉장한 반감을 사게 됐다. 무대에 집중하고 싶은데 ‘꽥꽥’ 소리가 들리니까. 나는 지하돌을 좋아해서 원정을 다니는 평범한 팬이었는데, 싸잡아 욕을 먹거나 차단을 당하는 등 폭탄을 맞았다. 안타까웠다. 인식개선을 하고 싶었다. ‘이건 이런 장소에서, 이런 때에 하면 좋다, 다른 데 가서는 하지 마라’(하고.) 한국에서는 (믹스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만들어보고 싶었다. (기획은) 크게 어렵진 않았다. 물론 기반이 없고 해외다 보니 비용을 준다고 해도 선뜻 온다는 사람이 없었다.

미묘: 프로모터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니까.

주석찬: 그렇다. 우여곡절 끝에 유루메루모(ゆるめるモ!)를 좋아하는 팬들을 모으고 오도리테 두 분을 세웠다. 1시간 정도 애니메이션 오프닝을 스크린에 띄우고 노는 ‘아니쿠라’(애니메이션 클럽)도 준비했다. 일본에선 테라타누(てらたぬ)와 치카@고양이친선대사(ちか@猫親善大使改)를 섭외했다. 치카는 실제로 아버지가 고양이 까페를 운영한다. (웃음) 고양이들이 스트레스받아서 까페에서 공연하지는 않는다. (웃음)

“어차피 이걸 일반인들은 이해 못 해”

미묘: 한국에선 아이돌을 한다면 본격적인 직업이란 개념인데, 일본에서는 꽤 아르바이트나 취미 활동으로도 가능하다고 하던데.

주석찬: ‘지저’(웃음)라고 부르는 밑바닥부터 준프로에 이르기까지 워낙 층이 다양하다 보니, 큰 포부를 가지거나 결심을 하고 들어오는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과 교류, 돈벌이, 또는 다른 아르바이트가 마땅치 않다든지 해서 뛰어드는 학생들도 많다.

미묘: ‘지하돌’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 범위는 분명치 않은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일본의 지하 아이돌에 대해 잘 모르지 않나?

주석찬: 일본의 아이돌 문화와 지하 아이돌 문화는 많이 다르고, 한국에 퍼져 있는 일본 아이돌에 대한 인식 자체가 사실 10년도 더 된 거다. (그런데) 더듬이 머리에 염색 금지, 청순한 이미지, 성장한다는 콘셉트 같은 클리셰들은 아직까지 온라인상에 퍼져 있다.


CY8ER – カタオモイワズライ (Official Music Video)

미묘: AKB 같은 경우는 여전히 적용된다고도 볼 수 있지 않나?

주석찬: 아직도 그렇기는 한데, AKB 자체가 지금 저물고 있는 그룹이다. 그런 부분에서 이렇게 변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 메이저 아이돌이라고 알려진 여러 그룹은 벌써 짧게는 4~5년부터 10년 가까이 됐다. 아까의 클리셰들도 10년 전 AKB 정도에서나 통용되던 것들이지 노기자카46(乃木坂46)이나 케야키자카46(欅坂46)만 오더라도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지하 아이돌은 어딘가 한두 군데가 부족해서 하는 거라는 게,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결국 미디어는 일반인 시청자가 보고 싶은 것들을 보여줘야 하는데 지하 아이돌은 특정 소비계층에 국한돼 있는 문화다 보니까 그걸 볼 사람이 별로 없다. 자극적인 소재로 다뤄지기도 하지만. 그러나 미디어에 나가서 일반인들에게 어필하기보다는 ‘우리의 장르에서만 내가 유명해지면 돼’, ‘어차피 이걸 일반인들은 이해 못 해’ 같이 활동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절반쯤은 아티스트적인 느낌으로.

미묘: 일종의 ‘인디 밴드’ 같은 느낌도 연상된다.

주석찬: 그렇다. 무조건적으로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게 아니라 그 장르에서는 충분히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접하기에는 조금 난해한 그런 팀들이 있다. 물론 퀄리티가 떨어지는 사람들도 정말 많지만 (웃음) 그중에서도 치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추어리즘이 깔려 있는 생태계”

미묘: 아마추어도 있지만 실력자도 있고, 주류에 포섭될 필요를 못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메이저로 올라가는 경우도 생기고.

주석찬: 다르게 말하자면 아마추어리즘이 깔려 있는 생태계가 잘 구성되고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누구나 들어와서 자기 실력을 테스트해보고, 잘 되면 되는 거고 안 되면 바로 나가면 되는 거고.

그래서 다양성이 있다. 제이팝, 브릿팝 등뿐만 아니라 슈게이저, 펑크, 코어, 록, 메탈, 재즈, 클래식을 하는 팀도 있다. 트럼펫이나 바이올린을 들고나오고 피아노를 치는 아이돌도 있다. (장르 자체로서는) 대중에게 먹히진 않을지 모르지만 아이돌이란 통로를 거치면 업으로 삼고 어필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노래나 춤은 둘째 치고, 우리나라에서는 좀 생소한 패션 스타일이나 콘셉트도 아이돌을 통해서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노래가 좋다기보다는 ‘그런 옷을 입고 무대에 서고 싶다’ 같은.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접근성이 굉장히 뛰어나다. 도쿄에서 주말의 경우는 하루에 아이돌 공연만 30여 개가 된다. 팀으로 치면 1백 팀 정도다. 그래서 언제 가도 원하는 대로 볼 수가 있다. 또 공연이 끝나고 굿즈를 판다든지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다든지 하는 특전회가 있어서, 그냥 자유롭게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주고받고 할 수 있다. 유튜브든 어디서 접하고 괜찮다 싶으면 가서 만날 수 있다. 지금은 AKB는 만날 수 없다. (웃음) 성 상품화나 유사연애의 맥락도 있지만, 선을 지키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케이팝에서도 팬싸인회에서 용기를 얻는다는 후기가 많지 않나. 나도 ‘오시’(‘최애’)에게 그런 도움을 받은 입장으로서 그런 접근이 편하고 쉽다는 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アリエルプロジェクト Ariel Project / 天使かよ。 『@JAM×TALE in Hong Kong 2018』3/11

미묘: 극단적인 콘셉트를 취하는 경우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워낙 인디 생태계로서 넓다 보니 그런 사례들이 눈에 띄는 거라고 이해해도 될까?

주석찬: 극단적인 사례가 많은 건 사실이다. 관객과 싸운다든지(웃음). 특이한 아이돌이 너무 많아서 웬만한 것으로는 자기를 어필할 수 없다. 그런 게 노이즈마케팅이 되기도 하고 학대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메이저 아이돌과는 다르게 자신이 콘셉트를 잡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은 장르의 특성이고, 지하돌 공연에 가면 뭘 즐길 수 있느냐. 아까 말한 응원법이 있다. 야구장을 생각하면 좋다. 정해진 응원법이 있지 않나. 그것과 똑같다. 밴드 공연에서도 서클핏, 모슁, 슬램 같은 것을 하지 않나. 그걸 본인이 즐기고 싶어서 하는 것도 있는데, 그걸 보고 무대 위의 멤버들이 반응해 준다. ‘레스’(Response)라고 한다. 그게 가장 카타르시스를 얻는 부분이 아닐까. 그리고 나중에 특전회에 가서 ‘너 뭐 했지?’하고 말할 수도 있고. 단순하면서도 즐거움이 크다. 이번 공연에 오면 그런 진면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미묘: 코스프레, 우타이테, 아이돌 등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데, 서브컬처 음악을 트는 디제잉 파티와는 또 거리가 있다. 이 두 세계의 가장 큰 차이는 어떤 게 있다고 할까?

주석찬: (현장에서) 관객 입장에서는 뭔가 끓어오르는 기분이 있는데 이걸 표현할 길이 없다. 아이돌 공연에서는 각자의 ‘최애’를 외치고 리액션을 받을 때의 어떤 일체감? 그런 액티브함이 가장 큰 차이 같다. 안무를 외워 따라 하기도 하는데, 그런 식으로 고인물이 돼가는 거지만 (웃음) 그렇게 자신이 뭔가를 한다는 게 재미있다. 그런 오타쿠들을 보러 가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좋아하는 아이돌 외에 다른 공연에 가면 팬들이 어떻게 노는지를 지켜볼 때가 있다. 그들도 자신이 눈에 띌 목적으로 기상천외한 응원법을 준비해 와서 놀기도 한다.

미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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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식과 내숭의 외길 인생. 음악 만들고 음악 글 씁니다. f(x)는 시대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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