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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사이바(CY8ER), “아이돌의 보람이 전혀 다르다”

모든 일이 멤버들에 의해 시작되는 아이돌, 사이바(CY8ER). 일본에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이바를 첫 내한 라이브 현장에서 만났다. 소란을 일으키려는 야망이 느껴지는 5인조와의 인터뷰.

지난 9월 16일, 홍대 스테이라운지에서 일본의 아이돌 사이바(CY8ER)가 첫 내한 단독 라이브를 가졌다. 사이바는 비스(BiS), 아키시브 프로젝트(アキシブproject) 등을 거쳐온 이치고 리나하무(苺りなはむ)를 중심으로 코이누마루 포치(小犬丸ぽち), 마시로(ましろ), 야미유메 야미이(病夢やみい), 후지시로 안나(藤城アンナ)가 가세한 5인조다. 현재 리나하무가 대표로 있는 이치고 스타일(Icigo Style) 소속. 2015년 전신 BPM15Q(‘비피엠 이치고큐’)로 시작해, 퓨처 드럼앤베이스를 중심으로 강렬한 EDM 사운드와 몽상적이며 미래적인 비주얼을 선보이고 있다.

16일 단독 공연에서 사이바는 멘트도 거의 하지 않고 90분을 내달렸다. 긴장을 끌어올리는 비트와 벅찬 감성의 ‘バイバイ(바이바이)’와 ‘手と手(테또테)’가 가장 느긋한 시간이었을 정도로, 쉴 새 없이 맹렬한 라이브를 이어갔다. 사이바 무대의 특징이라면 드롭(drop)에 해당하는 부분은 EDM적인 그루브를 유도하고, 보컬 파트에서는 멤버들이 관객에게 매우 가까이 다가가곤 한다는 점이었다.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는 등의 ‘팬 서비스’라기보다 관객을 선동하고 이끄는 로커의 태도에 가까웠다. 장신의 다이내믹을 살리는 안나와 격정적인 동작의 야미이가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멤버들이라는 점 역시, 사이바가 연출하고자 하는 무대가 어떤 것인지 의도를 엿보게 하는 부분이었다.

사이바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완전 진짜 아이돌’이란 캐치프레이즈처럼,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을 일으키는 독특한 존재다. 팬들과의 ‘허그회’에 방사능 방호복을 입고 나와 대대적인 화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도 하다. 그것이 단순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이들이 팀 결성부터 모든 의사결정까지 멤버들의 꿈과 의지로 이뤄지고 있는 일종의 ‘인디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리나하무는 이를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그룹”이라 표현한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밖에 모르는 감각”을 좇아 아이돌을 하지만, ‘어른들의 프레임 속 아이돌’이 되고 싶지 않다는 사이바. 요코하마 아레나에 선다는 꿈을 목표로 모든 멤버와 스태프가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어두운 면도 있는 아이돌 세계에서 자신들의 야망으로 움직이고 있는 사이바를 16일 라이브 직전에 잠시 만날 수 있었다. 이 독특한 팀이 살아가는 방법과 아이돌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 인터뷰 전문 —

ⓒ 집호랑이 페스티벌 | 김시열
CY8ER ⓒ 집호랑이 페스티벌 | 김시열

미묘: 어제 ‘집호랑이 축제(이타페스)’의 합동 라이브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무대에 섰는데, 감상이 궁금하다.

마시로: 굉장히 즐거웠다. 뜨거웠다.

포치: 한국에선 처음으로 라이브를 했는데, 처음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 분들과 일본 팬들이 함께 즐기는 분위기여서 좋았다.

마시로: 가까운 홍콩, 대만에서도 많이 찾아와 주셨다.

미묘: 최근에 프로듀서 나카타 야스타카(中田ヤスタカ)와 콜라보하기도 했던데.

리나하무: 나의 솔로 활동으로, 나카타 씨의 작업에 피처링했다. 가장 좋아하는 트랙메이커 중 한 명이어서 콜라보를 하게 되어 무척 기뻤다. 최근 함께 이벤트에 출연하거나 하는 일들이 있는데 굉장히 즐겁다. 여러 나라의 팬들이 알아주시는 점도 기쁘다.

나카타 야스타카의 “White Cube (+Voice Version) [feat. 苺りなはむ]” 디지털싱글
나카타 야스타카의 “White Cube (+Voice Version) [feat. 苺りなはむ]” 디지털싱글

미묘: 리나하무 씨가 소속사 대표로 있고, 여러 가지 결정을 직접 내리는 걸로 알고 있다. 소속사가 따로 있는 다른 아이돌에 비해서 힘들거나 특별히 즐거운 점이 있다면?

리나하무: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해나가려니 힘들었지만,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제약이 없기 때문에 멤버 5명이서 모여서 고민해서 재미있는 일을 하고, 점점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점이 굉장히 즐겁다.

미묘: ‘手と手(테또테)’, ‘はくちゅーむ(하쿠츄므)’ 등을 보면 곡도 좋고 콘셉트나 비주얼도 독특하다. 이런 부분을 전부 대표가 결정하는 건가?

리나하무: 가사를 내가 쓰는데, ‘하쿠츄므’는 꿈을 꾼 내용이었다. 꿈에서 한국에 왔는데, 그래서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더니 이뤄졌다. (웃음) 대만은 지난번에 갔으니 다음에는 싱가포르에 가보고 싶다. (웃음)

*주: ‘하쿠츄므’에는 대만, 한국,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미묘: 그 외에도 결정할 게 많을 텐데, 의상의 경우는?

리나하무: 이번 의상은 ‘발뭉(Balmung)’이란 브랜드에서 만들었는데, 각자의 좋아하는 부분이나 리퀘스트를 받아서, 개개인의 의견을 담아 각자 다른 모습으로 제작했다.

미묘: 유노미(Yunomi)란 프로듀서와 쭉 함께 작업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인연이 되었나?

리나하무: 사이바의 전신인 BPM15Q(‘비피엠 이치고큐’)라는 유닛 시절에 함께 활동했던 멤버가 이전부터 함께 음악 작업을 하던 프로듀서였다. BPM15Q를 우리끼리 만들려 하던 때에 함께 하자고 해서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냥 ‘쩔어주는 일을 하자’”

미묘: 물어도 될지 모르겠지만, 부도칸에서 큰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어떻게 그런 발상을 했나?

*주: 여러 아이돌이 출연하는 〈부도칸 아이돌전 2017〉 이벤트에서 사이바는 ‘허그(hug)회’를 개최했다. 이때 사이바는 솜을 가득 채운 방사능 방호복과 방독면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안나: ‘큰일’이라고 하니 어마어마하게 들리네. (웃음)

리나하무: 발상은 다 같이. 부도칸에서 라이브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라이브가) 아니라고 해서 “어쩌지?” 하다가, 뭔가 재밌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다. 전부터 방호복 허그회를 해보고 싶다고 얘기했던 게 있어서, “이거 혹시 정말 할 수 있는 것 아냐?” 하고.

마시로: 어차피 특전회밖에 못한다면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특전회가 즐겁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 (해보니 팬들의) 반응은 여러 번씩 와줬다. (웃음) 부도칸을 한 바퀴 빙 두를 정도로 줄을 서서 몇 번이고.

리나하무: 열기가 대단했다.

미묘: 설마, 부도칸에서 라이브를 생각했는데 못 하게 된 게 화가 나서 그런 건? (웃음)

안나: 화는 안 났다. (웃음)

리나하무: 그냥 ‘쩔어주는 일을 하자’ 하고.

마시로: 축제처럼 재미있는 일을 하려고 해봤다.

ⓒ 집호랑이 페스티벌 | 김시열
포치 ⓒ 집호랑이 페스티벌 | 김시열

미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해프닝을 일으키는 일에 관심이 있는 건가?

마시로: 있다. 시부야 거리에서 뭔가를 한다든지, 게릴라 풍의 것들을 좋아한다.

리나하무: 팬들도 (우리가) 뭔가 소란을 일으켜주고 그걸 함께 즐기게 되는 걸 기대하는 것 같다. 그래서 늘 뭘 해야 다 같이 즐거울까, 사이바를 알아줄까 하고 (생각한다.)

미묘: 팬들과의 상성이 좋은 모양이다. 그런 느낌이 캐치프레이즈에도 담겨 있는 것 같은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다음에 “사이버 테러 아이돌”이란 표현이 최근에 “완전 진짜(가치마지, がちまじ) 아이돌”로 바뀌었더라. 바꾼 이유가 있나?

마시로: ‘사이버 테러’를 우리는 꽤 밝은 의미로 붙인 거였는데, 미디어 등에 나갈 땐 어감이 나쁜 쪽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의도가 아니라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세상을 흔든다’ 같은 즐거운 느낌으로 쓰려고 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바꾸게 됐다.

2017년 “Lucid Dreaming” 투어 중 ‘リミックスタート’

미묘: 혹시 케이팝에도 관심이 있나? 좋아하는 아티스트라든지.

마시로: 좋아한다. BTS, 그리고 블랙핑크.

안나: 나는 레드벨벳을 좋아한다. 그리고 새소년이라는 밴드도 좋아한다. 케이팝은 아니지만. (웃음) 원래부터 록을 좋아해서 일본에서 일본 밴드를 보러 갔는데 (새소년이) 나와서 보고 팬이 되었다.

“사이바에 오길 잘했다는 점들뿐이다.”

미묘: 리나하무 씨의 과거 인터뷰에서 ‘어른들의 프레임 속 아이돌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봤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리나하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그룹을 하자’라고 할까.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그룹. 그리고 오디션을 거쳐서 온 멤버들이 처음으로 만나서 그룹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이바는 모든 멤버가 서로 인연이 있어서 같이 하고 싶은 멤버들과 시작했다. 약간은 밴드 같은?

마시로: 확실히 밴드 같은 면이 있다.

안나: 어른이 돈을 내니까 거기에 따라야 한다는 게 있다. (반면 우리는) 리나하무가 처음부터 스스로 해왔기 때문에 우리들끼리 해나갈 수 있다. 일본에는 그런 걸로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린 여자애를 속여서 이상한 짓을 한다든지. 그런 건 절대로 되지 말자는 거다.

ⓒ 집호랑이 페스티벌 | 김시열
안나 ⓒ 집호랑이 페스티벌 | 김시열

미묘: 살짝 혼동되는 건, 처음 아이돌을 시작할 때는 미니모니를 동경해서였다고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니모니도 ‘어른들의 프레임 속 아이돌’과 크게 다른가 싶기도 하다. 어떻게 다른 점을 만들어가고 싶은가?

리나하무: 유치원 때 꿈이었다. “미니모니가 되고 싶어!” 크면서 그 꿈은 잊어버리기도 했는데, 다시 한번 아이돌이 되고자 했을 때는 비스(BiS)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 이런저런 아이돌을 거치면서, 깨닫고 보니 이런 아이돌이 돼 있었다. (웃음) 겉에서는 아이돌 자체도, 뭐라고 해야 할까, 뭔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 (웃음) 어렵다. (웃음) 춤이 잘 맞는다거나 노래를 잘한다든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부분이 아닌, 뭐랄까…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밖에 모르는 감각이랄까? 그런 것이 아이돌의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사이바에서는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미묘: 사이바에 들어오기 전에는 다른 아이돌 그룹에 있었던 멤버가 많다. 사이바에 오길 잘했다고 느낀, 가장 만족스러운 점이 있다면?

마시로: 오히려 사이바에 오길 잘했다는 점들뿐이다. 보통의 아이돌은 우선 스태프와 아이돌의 관계부터 다르다. 우리의 경우는 스태프도 ‘하나의 그룹’이고, ‘모두가 멤버’라고 할까. 뭐라고 하면 좋을까?

리나하무: 팀 같다.

마시로: 정말로 모두가 다 함께 생각해서 함께 만들어간다. 일의 보람이 전혀 다르다. 지금까지라면 예를 들어 센터가 되기 위해 악수를 많이 하거나 체키*주: 팬과 함께 찍는 폴라로이드 사진를 많이 찍으면 ‘이 아이를 센터로 합시다’ 같은 식이 많다. 노래의 파트 분배도 그렇고, 마이크를 받느냐 등 하나부터 다 (그렇게) 정해진다. (사이바는) 그런 게 아니라 리나하무와 가사 분배를 생각할 때도 ‘얘는 여기가 어울리니까’하고 정한다. 보다 잘 되기 위해서도 보통은 멤버들 사이에 경쟁을 시키지 않나. 우리는…

리나하무: 별로 경쟁하고 싶지 않다.

마시로: 그렇다. 힘을 합쳐서 상승효과를 만들어가자는 것이 우리들이라고 생각한다. 압도적인 단결력이랄까, 인연이 정말 다르다고 생각한다.

리나하무: 다들 꿈이 하나밖에 없다.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공연한다는 꿈이다. ‘그것 하나뿐!’이라며 함께 열심히 하게 된다.

ⓒ 집호랑이 페스티벌 | 김시열
포치, 야미이, 리나하무 ⓒ 집호랑이 페스티벌 | 김시열

미묘: 작년 5월에 합류한 안나 씨와 야미이 씨는 뒤늦은 합류에 부담감을 느끼진 않았나?

안나: 부담이라기보다는, 원래의 멤버들은 외모나 목소리가 귀여운 쪽이라면 나는 ‘멋있는(かっこいい)’ 계열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 게 하나의 그룹으로 그림이 나올 수 있을까 불안했다. 하지만 한 번 라이브를 해보니 분명 괜찮다고 (느꼈다). (불안보다) 즐거움이 훨씬 커서, 내 자리를 찾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야미이: 불안은 잔뜩 있었다. (웃음) 아이돌 그룹에 소속되는 게 처음이라서 춤도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발목을 잡지 않도록 끊임없이 맞춰 나가고 노력하는 게 힘들었다. 개인 연습도 굉장히 많이 했다.

미묘: 리나하무 씨와 포치 씨는 DJ로도 활동하는 걸로 안다. 사이바 이외에도 DJ로서 한국의 파티에 내한하거나 할 의향은 없나?

포치: 오고 싶다. 한국은 블랙핑크처럼 멋진 곡이 많고 춤이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굉장히 많은 것 같다. 나의 디제잉도 댄스뮤직이 중심이고 평범한 클럽에서도 틀 수 있는 편이라서 도전해보고 싶다.

미묘: 일본 내에서도 DJ로서 원정을 가는 일이 자주 있나?

포치: 일본 내에서는 있다. 나고야, 홋카이도, 오사카 등 여러 곳에 간 적 있다.

미묘: 더 묻고 싶은 건 많지만 시간 관계상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모두: …

안나: ‘한 마디’란 게 어렵다. 전하고 싶은 게 많아서. (웃음)

리나하무: 오늘의 라이브도 굉장히 기대하지만, 아마 오늘 일 때문에 못 온다든지 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일본으로 원정을 오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사이바의 요코하마 아레나의 꿈이 이뤄지는 날에는, 꼭 와줬으면 좋겠다. (웃음)

안나: 그렇지.

인터뷰: 미묘 | 사진: 김시열/집호랑이 페스티벌 | 통역: 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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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묘

가식과 내숭의 외길 인생. 음악 만들고 음악 글 씁니다.
f(x)는 시대정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