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2015 : ① 리셋된 아이돌, 확장하는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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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아이돌로지는 12월 중순까지 총 407장의 음반을 듣고 보고 이야기했다. 그중 62팀은 신인이었고, 신인으로 데뷔한 인원은 Produce 101을 제외하고도 340명 이상이었다. 1996년 H.O.T.부터 따져 아이돌 19년 차를 맞은 2015년. 아이돌로지가 바라본 이 한 해는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될 수 있었다. ‘확장’과 ‘리셋’이 그것이었다.

거침없는 확장

힙합 아이돌은 더 이상 힙합으로 인정받기 위해 아이돌적인 매력을 은근하게 감추지 않는다. 힙합 아이돌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아이돌과 가장 극단적인 반대항을 이루는 듯하던 록 역시 아이돌의 침범을 받았고, ‘록인 동시에 아이돌일 것’이라는 모순 같은 요구조건을 성공적으로 달성해냈다. 아이돌은 시스템인 동시에 장르(혹은 취향)이기도 하다. 댄스 가요를 기조로 한 다소 추상적인 어떤 것으로 아이돌 장르를 상정하고, 그것이 아이돌 시스템과 결합해 있다고 생각한다면, 바로 지금 그 결합이 깨어지고 있다.

외부를 향해 공격적인 확장을 하고 있는 아이돌 장르는 힙합, 록 등 ‘외부 장르’의 요소들을 새로운 연료로 삼아 아이돌의 상을 구현한다. 아이돌의 음악적 다양성의 증대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아이돌 시스템이 전통적인 아이돌 장르 외부로 손을 뻗으면서, 다른 장르가 ‘아이돌화’하는 것을 상상할 수도 있겠다. 아이돌 시스템이 록 밴드를 육성해 낼 수 있다면, 다른 장르도 ‘함락’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어쩌면 우리는 장르를 불문하고 인디와 아이돌 외에는 데뷔의 선택지가 없는 시대의 문턱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거의 어른이 된 열아홉 살

이렇듯 아이돌이 용맹하게 ‘확장’하는 새로운 세계에는 아이돌 씬의 숙성이 배경으로 자리한다. 작년 유난히 오타쿠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아이돌이 많다고 느꼈다면, 서브컬처와 아이돌 문화 그 자체에 익숙해진 소비자층이 확대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팀의 활동 중단이 은퇴의 동의어에 가까웠던 과거와 달리, 음악 또는 연기 등에서 개인 활동을 이어가며 소속 팀의 인기나 지명도를 넘어서는 경우도 많아졌다. 1990년대 ‘꽃미남’, ‘미소년’ 등의 어휘와 함께 시작한 여성 소비자들의 취향은, 걸 크러시나 ‘보다 소년다운 소년’ 등을 발굴해 내며 때로는 젠더의 벽을 오가고 때로는 보다 적극적인 욕망 혹은 기호를 선언했다. 데뷔 10년 차를 바라보는 걸그룹들이 성인의 모습으로 갓 데뷔한 소녀들과 경쟁하는 것 역시 기존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지금 아이돌과 그 소비자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서서, 각자 반대편에서 열아홉 살의 수완과 자의식을 안정감 있게 펼치고 있다.

지금부터 리셋

그러나 그 ‘무르익음’은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돌 씬은 ‘리셋’되었다. 세븐틴트와이스 등 데뷔하자마자 눈부시게 약진하는 신인들의 존재는 씬 전체에 새로운 활기가 돌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신인들에게 고난을 안긴 ‘아이돌 포화상태’의 시장이 분명 돌파 가능하며, 또한 그 방법이 새로이 발견되었다는 방증이다. 신인들에게서 자주 눈에 띄는 유난한 소녀 혹은 소년 성향 역시 여느 때보다 ‘아이돌 초창기’의 신선함을 연상시킨다. 과거 레퍼런스의 적극적 활용 또한 레퍼런스의 대상이 외부에서 내부로 바뀌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아이돌 씬에서 만들어진 것이 다시 아이돌 씬의 비료가 되는 순환이 본격화했음을 보여준다. 몇 년째 “아이돌은 끝났다”는 염원 섞인 화두가 돌고 있음에도, 아이돌은 지금 새로운 사이클을 시작했다. 과거보다 확장된 지형에서 연료를 추출하며, 이제는 능숙해진 몸짓으로 달려나간다.

아이튠스와 스포티파이가 케이팝 카테고리를 신설한 채 맞이하는 2016년, 한국 아이돌은 20년 차에 접어든다. 아이돌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으며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이제부터다. 아이돌로지 독자 여러분과 여러분이 지지하는 모든 아이돌의 건승을 빌며, 최선을 다해 아이돌 씬의 새로운 전기를 바라보고 말할 것을 약속한다. 그 첫걸음으로 2015년 아이돌 결산을 시작한다.

미묘

Author:

가식과 내숭의 외길 인생. 음악 만들고 음악 글 씁니다. f(x)는 시대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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