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로지 필진에게 2015년 가장 즐겨 들었던 곡, 그리고 남들은 그다지 관심 없지만 자신만은 사랑한 곡을 물었다. 베스트 선정에 반영되기도, 다 담기지 못하기도 했던 각 필자 개인의 취향과 애정.
올해 가장 즐겨 들은 곡
지난해 이 세 곡이 구원해 준 절망의 아침과 좌절의 밤이 얼마였던가. 이런 ‘소녀그룹 붐’이라면 유통기한을 만 년으로 하고 싶다. 특히 유독 번잡스럽고 고단한 한 해를 보낸 이 땅의 소녀들과 꼭 함께 나누고 싶은 노래 ‘Cool World’를 들으며 누볐던 한여름 한밤의 텅 빈 도시는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좀 다르게 느껴 좀 다르게 봐 / 더 다르단 건 특별한 거라고 / 날 사랑해서 내가 나다워서 / 난 최고의 친구가 돼 나에겐” 한 글자 한 글자 다시 가슴에 묻으며 걷는다.
올해의 나만 좋아한 음반
이 앨범을 다룬 ‘퍼스트 리슨’에서도 언급한 적 있지만, 니엘의 목소리를 무척 좋아한다.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개성 넘치면서도 대중의 수비 범위 내에 절묘하게 걸쳐져 있는 그 균형에 늘 감탄한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소리에 절로 귀가 예민해지는 타이틀 곡 ‘못된 여자’도 좋았지만, 전군이 참여한 ‘전화해(Call Me)’나 ‘Only You’ 같은 끈적한 정통 R&B 트랙들의 완성도가 더없이 훌륭했다. 그리고 보니 틴탑 ‘아침부터 아침까지’도 올해 유독 ‘나만 좋아하는 것 같은’ 곡이었는데, 2015년의 블랙아이드필승은 내 안에서만 전성기를 맞이했었나 보다.
- 스윗튠 부활 2부작 (로미오 – ‘Target’, 스누퍼 – ‘Shall We Dance?’)
믿었던 카드들마저 하나둘 떠나고 ‘이젠 정말 끝인가’ 싶던 찰나 나타난 스윗튠의 회심의 2연타에 가슴 두근댄 나날이었다. 이제 불씨는 어느 정도 잘 살려 놨으니 이들의 2016년 상반기 움직임에 주목할 차례다.
올해 가장 즐겨 들은 곡
- 방탄소년단 – ‘흥탄소년단’ | “화양연화 pt.1”
청소할 때 들으면 아드레날린이 솟아서 집안이 깨끗해지는 마법의 곡. 노래가 끝나도 비트의 여운이 체내에 남아서 계속 흥이 나 있다. 텐션을 올려야 할 때는 꼭 이 노랠 들었다.
안무를 좋아해서 무대도 많이 봤다. 들을 때마다 발랄한 영어 챈트에 한껏 행복해졌다. 그러고 보니 문장도 케이팝엔 왜인지 흔히 쓰이지 않는 현재완료형이어서 만족스러웠던(?) 구석이 있었다.
올해의 나만 좋아한 곡
- 안다 – ‘S대는 갔을텐데’
순위가 높지는 않았지만 나만 좋아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가사가 좀 튀어서 신경 쓰이긴 했지만 한창때의 릴킴이 생각 나는 슬로우잼 넘버. 2015년 봄에 나왔지만 찬바람이 불면서 더 자주 찾아 듣게 되었다.
올해 가장 즐겨 들은 곡
의외로 제대로 된 삼바. 브라질 음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곡 내내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펀치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트랙이다.
80년대 팝 R&B를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가져올 수는 없는 것이다.
“예뻐요 예뻐요 예뻐요 예쁘네요”라며 최면에 빠뜨리는 트랙. 한없이 예쁘다.
2016년 최고의 루키라고 혼자서 우겨 본다.
올해의 나만 좋아한 곡
- 니엘 – ‘못된 여자 (feat. Dok2)’
- 트와이스 – ‘다시 해줘’ | “The Story Begins”
- 안다 – ‘S대는 갔을텐데’
- 마이비 – ‘심장어택’
- 동방신기 – ‘비를 타고… (Everyday It Rains)’ | “Rise As God”
올해 가장 즐겨 들은 곡
아이튠즈의 재생 횟수에 의하면 1위 걸스데이 – ‘Top Girl’(“Love Second Album”), 2위는 에이핑크의 ‘새끼 손가락’, 3위는 피에스타의 ‘Today’(“Black Label”)…
올해의 나만 좋아한 곡
- AOA – ‘한 개(One Thing)’ | “Heart Attack”
- 트와이스 – ‘Like a Fool’ | “The Story Begins”
- CLC – ‘숨바꼭질’ | “Question”
올해 가장 즐겨 들은 음반
이러니 저러니 해도 JYP의 힘은 ‘음악이 좋은 기획’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잘 만든 음악과 서사의 힘, 아이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모범답안에 가까운 기획.
솔직히 말하면 앨범 단위로 가장 좋은 음반이었다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앨범 단위로 가장 좋아한 음반이라면 이 음반을 결코 뺄 수 없다. 포미닛은 지속되어야 한다.
올해의 나만 좋아한 곡
이 학예회미를 느껴보라.
- 빅플로 – ‘친구들 다 불러’ | “Incant”
K-힙합의 K-ADHD를 참을 수 없다.
- 오마이걸 – ‘Say No More’ | “Closer”
- 마이비 – ‘또또’
올해 가장 즐겨 들은 곡
완성도의 측면에서는 라이벌이자 데뷔 동기인 세븐틴의 손을 들어줄 사람이 더 많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곡에 어쩐지 자꾸 눈이 가고 귀가 기울여졌다. 근 수년간 들었던 보이그룹 데뷔곡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무단침입’의 ‘기 쎈’ 무드를 이어가면서도 몬스타엑스 특유의 위트를 더해 훌륭한 데뷔 신고식을 완성했다. 조금 무난하고 나른하게 흘러가는 원곡 버전보다 악기 소리가 한껏 과장돼 좀 더 웅장하게 편곡된 리패키지의 ‘HERO (Broadcasting Ver.)’를 좀 더 즐겨 들었다. 퍼포먼스 또한 이전에 공개되었던 Rooftop Ver. MV보다 방송 활동 버전이 훨씬 보기 편해졌다. 화려하지만 복잡한 잔 동작들을 제거하고 훨씬 간결하면서도 절도 있는 군무의 일치율을 강조해 수트 의상의 쭉 뻗은 선까지 퍼포먼스의 일부로 맞춘 듯한 인상을 준다. 관객과 시청자의 시선 분산을 막고 좀 더 중요한 파트에 집중시킨 것이다. 이런저런 면모와 행보들을 종합해 보면, 확실히 다른 어떤 신인보다도 소속사가 사운을 걸고 프로듀싱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해 어쩐지 계속 주목하게 된다. 마치 아이돌을 지키는 게임 같아.
올해의 나만 좋아한 음반
네임밸류가 샤이니, 2PM 등 여타 동기들에 비해 빈약한 데다 연초에 발매된 관계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으나, 올해 유키스의 신곡 ‘놀이터’는 무척 괄목할 만했다. 2014년 ‘끼부리지마’부터 정해진 듯한 장르 노선이 데뷔 8년 차인 지금에서야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느낌. 게다가 오랜 해외 활동으로 다진 깔끔하면서도 인상적인 퍼포먼스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버텨 올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여기서 앨범에는 ‘삐걱삐걱’처럼 신선하면서도 귀에 띄는 곡을 배치해 음악에 상당한 신경을 썼음을 어필했다. 신예 작곡진으로 완성된 앨범임이 놀라울 정도. 전력을 다해도 쉽지 않을 때는 힘을 쫙 빼 보는 게 정답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겠다.
올해 가장 즐겨 들은 곡
개인적으로 올해는 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의 곡을 자주 들었다. ‘I Need U’, ‘Run’, ‘아낀다’, ‘만세’ 모두 많이 들었다. 남돌의 매력에 대해 좀 더 눈을 뜨게 되었고, 남양주 어딘가에 가로수 뽑혀 있으면 제가 한 걸 수도 있어요(?).
올해의 나만 좋아한 곡
메이저 취향이라 정말 없습니다. 올해는 길티 플레저도 없었습니다.
올해 가장 즐겨 들은 곡
샤이니의 “Odd” 앨범은 초여름부터 여름까지 늘 내 플레이리스트에 담겨 있었다. 음반 중 한 곡만 꼽으라면 역시 ‘Odd Eye’일 것이다. 공간을 텅 비워놓고 시작해 목소리와 전자음으로 성글게 메워나가는 솜씨가 놀랍기만 하다. 들을 때마다 어떤 풍경이 매번 새롭게 그려졌다.
2015년 가장 뛰어난 음반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엑소의 두 번째 앨범을 택할 텐데 타이틀 곡이었던 ‘Call Me Baby’, ‘Love Me Right’도 물론 탁월했지만 의외로 가장 즐겨 들었던 곡은 수록곡 ‘유성우(Lady Luck)’였다. 앞서 꼽은 샤이니의 곡이 비워놓은 공간을 메워나가는 방식을 들려준다면, ‘유성우(Lady Luck)’는 곡을 사정없이 뜯어낸 다음 해체된 조각들을 다시 직조해낸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빛을 발하는 것은 엑소의 보컬이 갖는 힘과 호소력이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2015년은 걸그룹 풍년이었지만 그만큼 비슷비슷한 콘셉트와 곡들이 넘쳐났다. 별거 아니라는 듯, 쉬이 들을 수 없던 음을 툭툭 던지는 이 곡은 그래서 그만큼 선물 같았다.
- 세븐틴 – ‘아낀다’ | “17 Carat”
이 이상의 노동요는 없었다. 수많은 야근을 함께한 곡. 여러모로 신세 많이 졌다.
곡에서 원더걸스가 장풍을 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유빈의 랩은 이전의 유빈이 맞는 건지 귀를 의심하게 될 정도로 탁월하며 예사가 아닌 훅부터 말도 안 되는 후반부의 빌드업까지 곡의 모든 부분과 요소가 완벽히 맞아 떨어진다. 원더걸스의 “REBOOT”는 가히 올해의 음반 중 하나라 할 만하지만 특히 이 곡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올해의 나만 좋아한 곡
- 나인뮤지스 – ‘다쳐 (Hurt Locker)’ | “9Muses S/S Edition”
가장 즐겨 들은 곡이기도 하지만 정말 나만 좋아한 것 같아 이 리스트에 넣었다. 처음 경리의 목소리가 기타 리프를 찢고 등장한 순간 오싹한 전율을 느꼈는데 곡이 끝날 때까지도 그 짜릿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곡에 채도를 매길 수 있다면 2015년 발매된 케이팝 곡들 중 ‘다쳐(Hurt Locker)’가 단연 으뜸일 것이다. 정말 좀 더 주목받았어야 마땅한 곡인데 아쉬울 뿐이다.
(팬이 아닌 이상) 이런 노래를 샤이니가 2015년에 불렀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4집 리패키지 “Married To The Music”에 추가된 곡으로 사운드클라우드에서 ‘퓨쳐’ 태그를 달고 ‘좋아요’가 1000개 정도 찍혀 있을 것만 같은 트랙이다. 케이팝 씬에서 가장 최신의, 그러나 팝의 기조를 잃지 않는 전자음악을 선보이는 팀으로는 역시 샤이니를 따라올 그룹이 없다는 점을 다시금 입증한다.
올해 가장 즐겨 들은 음반
이 음반 말고 다른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양질의 인력이 전력을 다해 작업에 임해 ‘잘 만든 것 이상’의 무엇을 만들어 내었다.
올해의 나만 좋아한 곡
연말에 꽂힌 이래로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에이프릴의 저력을 보여준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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