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아이돌로지는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의 타이틀곡을 선정해 따로 리뷰한다. 발매일을 기준으로 보다 빠르게 소개할 예정이며, 더 상세한 이야기와 음반 전체에 관한 리뷰는 1st Listen과 리뷰 코너를 통해 이뤄진다.
김영대 : 분명 기묘한 조합이다. 뮤직비디오의 이미지는 의심할 바 없이 디안젤로를 연상시킨다. 피아노가 주가 되는 곡의 진행과, 상승하는 멜로디에서 가성의 활용으로 감정의 최고점과 이완을 동시에 이끌어 내는 건, 언뜻 라이언 테더(Ryan Tedder, OneRepulbic의 리더)의 곡 쓰기 방식과 꼭 닮았다. 공간을 울리는 미성이 ‘눈, 코 입’이라는, 진부하지만 궁극적인 그리움의 상징으로 투사되면, 어지간한 마이너 발라드보다 열 배는 더 절절하다.
맛있는 파히타 : 태양의 보컬을 돋보이게 하고자 많은 부분을 덜어낸 것이 분명하다. 춤도 사라졌고, 곡 또한 여러 면에서 절제된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만 태양의 보컬이 그 여백을 다 채우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 아쉽다. 여운이 오래 남는 곡임에도 타이틀 곡이라면 가져야 하는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뮤직비디오도 담백하게 진행되며 서서히 고조되는 점은 곡의 분위기와 부합되지만, 1절 부분은 디안젤로의 ‘Untitled (How Does It Feel)’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오요 : 이건 욕심의 결과물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계에서 독보적인 R&B 보컬리스트에 대한 욕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비트에 필터를 걸어 목소리가 도드라지며 태양 특유의 리듬감이 느껴지던 두 번째 버스(verse)까지만 해도 만족스러웠다. 안타깝게도 평이한 후렴구와, 브레이크다운의 뜬금없는 피아노의 등장에서, 이게 R&B인지 아니면 소위 말하는 ‘발라드’곡인지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애초에 그런 곡을 의도한 것이다”라고 한다면 물론 할 말은 없다.) 태양의 ‘진정성’은 이미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나. 대중은 이미 충분히 그 ‘진정성’을 납득하였는데 오히려 스스로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이런 욕심의 결과물이 나온 건 아닐까.
‘눈, 코, 입’이 수록된 태양의 “RISE” 앨범에 관한 필진들의 단평은 1st Listen : 2014.06.01~06.10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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