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9년 2월 초순

2019.02.0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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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빅스, 문현아 x The Lowkies, 지모스트, 온앤오프, 언더나인틴, 달(S.I.S)의 음반을 다룬다.
빅스
걷고있다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1일

   

‘군백기’를 앞두고 내놓은 팬송. 정석적인 파트 분배로 곡을 안정적으로 다지며 메시지를 편안하게 전달하고 있다. 지난 발자욱을 되짚어보는 가사는 조금 늦게 만개했던 팀의 역사를 생각했을 때 더 뭉클해지는 구석이 있다. 가사에 현재완료의 내용이 주로 나타나는 데 반해 제목은 진행형으로 맺은 점이 재미있는데, ‘군백기’ 가운데서도 이들의 시계는 팬들에게 맞춰져 함께 흘러갈 것이라는 전언으로 다가온다. 엔의 세심한 작사가 돋보이는 지점.



문현아 x The Lowkies
Stress Free
Daynite Records
2019년 2월 2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더 로키즈와 문현아의 꾸준한 협업이 궁금증을 자아냈던 것은 결과물의 지향점이 ‘핫’도 ‘쿨’도 ‘힙’도 그렇다고 ‘베드룸’도 아닌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었다. ‘Stress Free’는 그에 대해 꽤 좋은 대답을 준다. 문현아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더 가볍게 들리는데, 음색의 질감만이 아니라 부유하듯 날렵한 발놀림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남녀의 목소리로 더블링 된 “Get this shit out of my head” 같은 대목이 특히 그렇다. 템포감은 있지만 느긋한 비트가 듣는 이를 이끌기보다는 슬금슬금 움직이며 ‘노래’를 듣게 하고, 멜로디는 딱 기분 좋게 하는 성격의 것이다. 약간은 사담 같은 곡을 목표한 듯한 인상을 주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 협업체의 호흡은 지금 상당히 설득력 있게 맞아 들어가고 있다.



지모스트(G Most)
Fallin
G넘버
2019년 2월 7일

  

트랩 베이스가 꽤나 요란하게 움직이는 데 반해 멜로디, 가창, 퍼포먼스 등 이외의 모든 요소는 침잠해 있어 곡이 전반적으로 삐걱인다. 곡 내내 사운드의 도입이 시원하게 매듭지어지는 법이 없는데, 특히나 코러스의 드롭은 납작하게 짓눌려 있어 선명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한 채 계류하는 모습을 보인다. ‘Fire’는 ‘Falling’에 비해 보편적인 아이돌팝 사운드를 들려주지만, 멤버들의 (역량과는 별개로 나타나는) 미숙함이 군데군데 노출되며 특정 그룹의 하위호환 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새로운 상을 제시하려면 분명한 지향점이, 전례와 비슷한 상을 밀어붙이려면 탄탄한 내실이 받쳐주어야 할 텐데 어느 쪽도 해내지 못한 꼴이 되었다.



온앤오프
We Must Love
WM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7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모노트리의 황현이 정성 들여 쌓아 올리고 있는 온앤오프 디스코그래피의 세 번째 EP. 이달의 소녀 1년(?) 프로젝트 등을 통해 황현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채롭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 그중 그가 가장 ‘요즘 감성’이라 여기는 것들이 모여 온앤오프의 음악으로 태어나고 있다. 오버하지 않는 세련됨이 특징인 WM 아이돌 답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텐션으로 완성해냈다. 코러스로 치닫는 빌드업이 매우 짧고, 뒤로 빼지 않고 바로 단타로 Ab-G-Cm-Bbm 하고 터져 나오는 달콤하면서도 단호한 코드가 노랫말이 그리는 맹목적인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소년의 순전한 사랑은 일진 짱이 주인공인 ‘인소’의 텍스트와 닮아 있었으나, ‘사랑하게 될 거야’는 시공을 넘나드는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다. 그 비현실성과 무해한 성질상 걸그룹 씬에서는 꽤 많이 다룬 주제이지만, 남성 그룹이 불러냈을 때는 또 조금 달리 들리는 면이 있다. 이런 ‘판타지 소년성’이 앞으로 4세대 남돌을 관통하는 특징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청순-청량을 전면적으로 내세웠던 전작에 비해 노선과 콘셉트가 상당히 많이 달라진 점이 우선 눈에 띈다. 신스와 보컬로 비장하게 운을 떼고는 랩과 보컬이 교차하며 긴장감을 쌓아 올리다, “넌, 날, 사랑하게 될 거-야”라며 한껏 자신만만하게 터뜨리는 프리코러스의 패기를 외면할 도리가 없다. 첫 번째 코러스 직후는 도입부와 같은 구조이되 기타 리프와 내지르는 래핑을 더한 변주로 좀 더 강렬히 몰아치며 청자를 압박하다, 이내 두 번째 코러스에서 다시금 시원하게 터뜨려내며 쾌감과 타격감을 안긴다. 멤버들이 수행하는 꽤나 ‘빡센’ 퍼포먼스와도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부분. 데뷔작부터 꾸준히 발맞춰온 모노트리 사단이 이번에도 앨범 구석구석 빠짐없이 관여했는데, 훵키한 베이스 반주가 인상적인 ‘Ice & Fire’, 센슈얼한 라틴팝 ‘별일 아냐’, 공간감이 두드러지는 신스팝 ‘I Do’ 등 일관된 톤앤매너를 지키는 범위 안에서 다채로운 색채의 트랙들을 담아냈다. “기억을 잃은 걸까 우리 둘이/과거 혹은 미래에 다른 세계에서”, “우린 사랑했었거나/사랑할 수밖에 없어” 등의 가사에서 수많은 ‘타임리프’ 서사 레퍼런스가 스쳐 지나가는데, 굳이 앨범 전체에서 서사성을 찾지 않아도 이미 타이틀곡에 내포된 서사가 아이돌 특유의 판타지성까지 훌륭히 채워주고 있다. 좀 더 주목받아도 좋을 한 장.

이번 회차의 추천작

‘사랑하게 될 거야’는 기존의 청량감을 박자 단위로 잘라 던져댐으로써 선명한 비트감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꽤나 복잡한 편성이지만 매순간 높은 설득력과 집중력을 보이는 점도 인상적이다. 요즘 보이그룹은 누구나 퓨처베이스에 저마다의 것들을 버무린다고 하지만, 이를 통해 윽박지르지 않고 ‘케이팝적인 우아함’을 달성하는 데에 모노토리보다 좋은 포뮬러를 가진 프로듀서는 얼마 없을 듯하다. 비장하면서도 독하지 않은 질감은 멤버들이 데뷔 후 점차 자신감이 붙어온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칠하우스 같은 질감을 기반으로 한 ‘Ice & Fire’도 멤버들의 선량한 듯한 음색을 조금 야시시하게 감싸는데, 특히 후반 와이엇의 랩과 MK의 멜로디가 겹쳐지면서 흩뿌리는 듯한 혼란감을 자아내는 대목이 일품. 미니앨범 전반에서 강하게 두드러지는 사운드 위에 멤버들의 목소리가 얹혀서 흐르는 듯한 지점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언더나인틴
Under19 Final
포켓돌 스튜디오
2019년 2월 9일

  

〈언더나인틴〉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던 오디션 프로그램 사이에서 썩 좋은 성과를 거두진 않았지만, 썩 괜찮은 곡을 건져냈다. 타이틀곡 ‘마법 같아’는 작년 11월에 발매되었던 미션 평가곡의 청량함 대신 비장함을 감아 냈다. 비장한 차기작은 흔해도, 철썩이는 비트에 따라 프리코러스에서 챈트로 이어지는 고조감, “마법/같/아”라며 쏘아 내는 훅은 예사롭지 않다. 앞서 언급했던 톡 쏘는 느낌은 ‘별을 쏘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탄산수 같은 청량감은 이기용배의 그것이라 귓가를 기분 좋게 자극한다. 퍼포머보다는 곡에 대한 평이 더 적절할 텐데, 아직 정해지지 않은 조형물을 프로듀서가 빚고 만져낸 형상이기에 그러리라. 〈언더나인틴〉으로부터 데뷔한 1THE9은 어떤 컬러로 나올지, 이 EP만 본다면 작은 기대를 걸어볼 만하지 않을까.



달(S.I.S)
Sad Love Story
루비 레코드, 더블엑스 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1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시티팝의 유행은 케이팝에서 즐길 것이 있는 힙스터들과 무관하지 않다 싶은데, 이런 작업도 보게 된다. 베이퍼웨이브에서 시티팝까지 이어지는 ‘열화’로서의 멋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요소가 많다. 넓은 공간을 습기로 채운 공간감 속에 옹골차게 두들기는 베이스도 그렇다. 무엇보다 신스의 질감부터 후렴 멜로디까지, 촌스러움과 청순미 사이에 정확히 걸친다. 무겁거나 앞으로 나서지 않는 달의 보컬이 정확히 어울린다. 사실 전개부의 멜로디와 편성은 조금 루즈한 것도 사실이고 이것 역시 ‘열화의 맛’에 해당하는지는 생각해볼 여지도 있지만, 청승과 여유를 정확히 반분해 갖춘 후렴이 정해진 숙명의 일상처럼 닥쳐올 것을 알기에 지루하지는 않다. 뽐내는 듯한 신스와 기타 솔로로 풍경을 뽑아내는 대목도 상당히 맛깔스럽다. (‘Diamond Guitar Edit’이 사실상 기타 솔로의 차이와 그에 따른 후반의 부수적인 차이를 가질 뿐이라서 굳이 이렇게 수록해야 했나 하는 생각은 든다. 물론 타깃 삼은 시대에는 흔히 있던 방식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갑자기 코스프레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흥미롭고 또한 인상적인 싱글인 것은 분명하다. 곱씹어 듣고 싶은 욕망을 툭 떨궈 놓는 힘이 있다.

어쿠스틱한 편곡의 비-케이팝에 어울리는, 고운 보컬 톤을 가진 달의 싱글. 인디 씬의 프로듀서와 기타리스트와의 합작은 달의 보컬이 인디 씬에 매력적으로 다가옴을 알려준다. 그도 그럴 것이, 달콤하거나 글루미한 무드에 썩 어울려 피처링으로 조금씩 얼굴을 비쳤기 때문이다. 물기 어린 기타와 드럼으로 구축한 공간을 달은 부드럽게 채워 낸다. ‘Diamond Guitar Edit’은 브리지 부분을 좀 더 카랑카랑하게 해서 개운한 맛을 준다. 달이 선보이는 잔잔한 새벽 감성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가운데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가볍게 일청해 보는 건 어떨까. 역시 어스름한 저녁과 새벽 사이가 제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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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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