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큅: 무던한 가사를 무던한 선율 위에 실어 아득히 뻗어내는데, 묘하게 귀를 잡아끈다. 약간의 비음이 섞여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음색과 잔 기교 없는 가창 스타일이 은은한 호소력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차분히 쌓아 올려지는 편곡 역시 힘을 보탠다. 그의 커버곡 영상들을 눈여겨봤던 분들이라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길.
서드: '해야'는 전반부는 밝고 경쾌하게 전개돼 평소의 여자친구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곡처럼 다가오다가 후렴으로 가면서 햇살 아래 갑작스레 그늘이 지듯 쓸쓸하게 변화하는 멜로디의 구성이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곡의 종반부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은하의 애드립이 묘하게 여운을 남긴다. 연주곡을 포함해 13트랙으로 꽉 채워진 정규앨범인데, 곡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각각의 테마를 가졌음에도 앨범의 통일성 또한 이뤄지고 있어 여자친구의 노래를 좋아해 온 팬들이라면 결코 거부할 수 없을 음반. 귀에 남는 수록곡은 정통 여자친구 스타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Love Oh Love', 일본 발표곡을 한국어판으로 새로 수록한 'Memoria', 몽환적인 사운드의 'You are not alone', 차분한 가운데 멤버들의 음색이 하나하나 뚜렷이 들여오는 '보호색'.
마노: 여러모로 전작의 기세를 계승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트랩, 힙합, EDM 등 다수의 장르를 한데 뒤섞고 에스닉한 힌트를 가미한 타이틀 'Say My Name'은 어떻게 보아도 데뷔곡 '해적왕'의 후속작이 아닐 수 없다. 중독성 있게 맴도는 후렴구의 훅과 후반부에 급변하며 짜릿하게 몰아치는 사운드 역시 전작을 이어가고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데뷔곡의 임팩트를 생각하면 일견 납득이 가는 행보. 'HALA HALA'부터 몰아치던 텐션을 상대적으로 칠(Chill)한 무드의 'Desire'와 'Light'으로 잠시 늦춘 뒤, 격정적인 뭄바톤의 'Promise'로 다시금 몰아치며 두 번째 여정은 마무리된다. 이제 겨우 데뷔 3개월 차인 신인으로선 준수한 완성도의 소포모어작. 느른하고 섹슈얼한 텐션이 돋보이는 'Desire'와 패기 넘치는 'Promise'를 추천한다.
심댱: 데뷔작의 프리퀄 격이라는데, '해적왕'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던 이야기의 초점을 세분화했다. 활동 곡인 'HALA HALA'와 'Say My Name'에서는 대외적 이미지-강한 퍼포먼스와 세계관을 갖춘 아이돌-을, 수록곡에서는 팬덤에게 스며들 수 있는 부드럽고도 내밀한 이미지를 양분했다. 의외로 아이돌 앨범의 정석을 관통하는 EP. 그들이 제시한 이미지 그 어느 쪽에 포커스를 맞춘다 해도 아쉽지 않다. 'HALA HALA'의 퍼포먼스 비디오가 주는 화려함과 딥하우스의 야릇한 느낌을 끄집어낸 'Desire'의 갭 모두 놓칠 수 없다.
스큅: L.A.U.로 활동하던 3인조 팀을 4인조로 재편해 새 이름과 함께 돌아왔다. 하지만 음악에서 그리 새로운 부분이 읽히지는 않는다. '남.사.못.' 때에는 통속적인 곡에 극소량의 '퓨처'를 어떻게든 가미해보려는 시도가 보였으나, 'Faker'는 2000년대 중후반 보이그룹 내지는 남성 보컬 그룹의 흔한 수록곡 느낌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퍼포먼스보다는 보컬에 더 강세를 보이는 그룹인 듯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뀐 인원에 맞추어 새로이 녹음한 곡들에서 이전과 달라진 부분을 특정해내기 힘들다는 것 역시 커다란 맹점이다.
심댱: 지킬 앤 하이드를 모티브로 삼으며 섹시와 청순을 아우른 기획이라는 설명이 없었더라면 트랙 리스트가 다소 산만하다고 느꼈을 터. 왜냐하면 인트로에서부터 뚝뚝 흐르는 섹슈얼한 텐션이 갑자기 그룹 색깔이 훅 느껴지는 포근함으로 방향을 홱 틀어버리기 때문이다. 선명하게 다른 두 이미지는 HUTA와 (비투비의) 이민혁으로도 읽혀 흥미롭지만, 앨범의 통일감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는다. 첫 정규 솔로 앨범이 주는 무게감 혹은 욕심에 기인한 듯한데, 곡의 퀄리티는 그 무게와 욕심에 걸맞게 고루 높은 편이다. 남자 솔로 아이돌돌의 섹시를 충실히 구현한 'YA' 만큼이나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는 파티튠의 '너도? 나도!', 그리고 팬덤과의 두터운 관계성이 돋보이는 '오늘 밤에'에 주목해 본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이렇게 많다고 주장하는 듯한 트랙들이 묘하게 풋풋함을 자아내는 건 덤.
서드: 타이틀곡 'Loca'는 이전의 디스코그래피와는 또 사뭇 다른 곡으로 라틴 음악을 연상케 하는 멜로디와 사운드, 반복적이면서도 힘있게 보컬이 뻗어 나가는 후렴구가 매력 포인트로 다가온다. 그룹의 색깔이 아직 확실히 대중에게 각인되기 전 트렌드를 쫓으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단계로 보이는데, 수록곡들 또한 여러모로 공을 들였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수록곡 'Fancy'와 'Hush'의 랩파트는 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정도로 완성도 있게 짜여 있으니 체크해보시길. 상대적으로 경쾌하고 발랄한 색깔의 '둘이서'는 앨범 안에서는 조금 이질적이긴 하나 보컬의 매력이 잘 살아있어 지난 '딱 내꺼'나 '어느 별에서 왔니?' 같은 곡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트랙.
스큅: 동화적인 기조 위에 엉뚱한 킥을 더해 진부함을 교묘히 비껴가던 이전 스타일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인지 대대적인 방향 선회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물의 만듦새가 나쁘지는 않으나 전형적인 레게 톤-뭄바톤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어 (조금 늦은 유행인 감을 차치하고서라도) 진부함만 한껏 증대되고 말았다. 전보다 힘을 준 퍼포먼스 역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구도들이 나열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데뷔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보다 더 주도면밀한 프로듀싱이 필요하지 않을지 조심스러운 우려를 표한다.
하루살이: 신인 아이돌들에게 초고속 컴백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지만 페이버릿은 꿋꿋하게 짧지 않은 컴백 텀을 유지한다. 시간이 충분한 만큼 제법 그럴싸한 앨범을 완성한다는 장점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전작과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전형적인 뭄바톤 장르의 타이틀은 분명 중독성 있지만 어디서 들어봄 직하다. 차라리 아예 레게를 더 끼얹은 'Fancy'가 이 팀의 색을 더 담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이미지의 성장과 성숙을 꾀한 것은 좋으나 속도 조절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는 아쉽지 않기에 디스커버리를 남겨본다.
서드: 첫 정규앨범인 만큼 팀 특유의 청량감이 아낌없이 강조되어 있으면서도 단조롭고 뻔하지 않게 트랙의 배치에도 공을 들였다. 첫 트랙 'Starry sky'는 타이틀곡으로 내세웠어도 손색없을 트렌디한 사운드와 후렴구가 강렬히 다가오는 곡. 타이틀곡 'All Night'는 '간질간질', '포근포근', '나른나른' 같은 단어의 반복으로 멜로디에 리듬감을 살리는 후렴이 매력적이다. '1 in a million'과 'Love wheel'은 아마 팬들이라면 '이 맛에 아스트로 합니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 않을까 싶을 만큼 팀이 지닌 장점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한편 갑작스레 위험한 남자처럼 눈빛을 바꿔 다가오는 듯한 가사의 'Moonwalk'나, 낯선 이에게 익숙한 연인처럼 역할극 같은 사랑을 하자며 충동적으로 유혹하는 'Role play' 같은 곡은 이전에 알고 있던 아스트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긴장감을 만든다. '숨바꼭질'과 '숨가빠'의 소년들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청량함 속에 섹시함을 은근히 감춰 유혹할 줄 아는 청년들이 된 듯한 아스트로의 정규 앨범.
스큅: 최근 '소년미'라 불리는 이미지를 표방하며 데뷔한 청량 보이그룹들이 연차에 맞추어 점진적인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아스트로의 경우 기존의 상쾌한 기조를 유지하되 전작에 이어 사운드의 습도와 농도를 높이며 성숙함을 더 했다. 초기작인 '숨가빠'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이 탄산음료로 비유되었던 바 있는데, 현재의 아스트로는 탄산음료 베이스의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타이틀곡 'All Night'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묵직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간판 메뉴가 될 명분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다만 수록곡들보다도 선명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 분명한 주종 전환보다 절묘한 배율 조절을 맛보고 싶다면 수록곡들을 꼭 들어보기를 권한다. 추천곡은 럼을 진하게 탄 럼코크 'Role Play', 그리고 산뜻한 모히토와 진토닉 'One In A Million'과 'Merry-Go-Round'.
마노: 데뷔 3주년을 기념하여 발매된 팬송격의 디지털 싱글. 꾸준히 드림캐쳐의 음악 세계에 관여해온 LEEZ와 Ollounder가 참여했다. 드림캐쳐의 곡들은 흔히 '애니 송 같다'는 평을 듣곤 하는데, 비유하자면 마치 주간지 '점프' 계열 소년 만화의 오프닝 송으로 타이업 되어야 할 것 같은 활기와 에너지로 힘차게 내달리는 곡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모험 활극을 펼치며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연상할 수 있는 곡이라고 하면 설명이 빠를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발매된, 마찬가지로 팬 송이었던 'Full Moon'이 그간의 타이틀곡과 다르지 않게 어둡고 음산한 메탈 장르였던 것을 생각하면 꽤 이질적인 부분. 역대 타이틀곡 중 가장 밝은 축에 속했던 '날아올라'보다도 훨씬 '밝은' 분위기를 자랑하는데, 어쩌면 '악몽 시리즈'를 드디어 마무리하고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는 도움닫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드림캐쳐의 하늘 너머에 있는 또 다른 길은 어떨지, 일단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자 한다.
서드: 10여 년 전 소년 같던 청량한 음색이 그대로 여전하면서도 한 편 음악 스타일 또한 그 당시에서 크게 변화하지 못했다. 전성기 그를 여전히 추억하는 이들에게는 오랜 갈증을 풀어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했던 탓인지 조금은 김이 빠지며 오랜만에 내놓은 앨범치고는 볼륨도 아쉽다. 각기 다른 분위기의 곡들임에도 'Another Day'에서는 '그땐 너무 어려서 생각이 어리석었어', '난 무섭고 또 두려워 용서받기 전에 잊혀질 것 같아서'처럼 감정적으로, 또 'Rat-a-tat- (Tat)'의 랩에서는 '음악은 음악일 뿐 음악만은 인정해'라며 직언으로 가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그간의 후회를 내비치는 등, 자신의 심정을 전달하려 한다. '내 장점은 단점을 먹었쓰 / 잘 나갈 땐 모두를 씹어 먹었쓰 / 욕도 먹을 만큼 먹었쓰'나 '예전에 나도 나이고, 지금의 나도 나이고 / 불혹을 넘은 나이고 아이가 넷이고, 아이고' 같은 라임은 너무나 2000년대 초반 감각 그대로라 듣는 이가 조금 민망해지기도. 'People Don't Know'는 퍼포먼스를 강조하기 위한 곡으로 단조로운 멜로디와 비트가 반복되는데, 뮤직비디오에선 모처럼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곡을 굳이 추천하자면 'Califonia'. 가사에 구차한 자기변명도 없고 트렌드와 크게 상관없이 가볍고 흥겹게 들을 수 있는, 전성기 그의 노래가 갖고 있던 미덕이 남아있다.
랜디: TS를 떠난 이래 내놓은 첫 작품이란 점에서 방용국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곡이라 할 만하다. 작사·작곡은 물론이고 아트웍, 영상 기획 등에도 고루 참여하며 프로듀서 방용국이자 사장 방용국의 역량을 보여줬다. 커리어의 첫 테이프를 끊는 곡은 기반을 닦기 위해서라도 상업적으로 반향이 있을 만한 안정적인 선택을 하기 마련인데, 방용국은 그런 것은 애초에 할 줄 모른다는 듯 매우 어두운 자전적 트랙을 내놓았다. 까끌까끌한 톤이 트랩 비트와 어긋나 흘러가고, 뮤직비디오는 환호가 끝난 뒤 엉망진창 방 안으로 들어와 스스로 가두는 그의 모습을 비춘다. 마지막 코러스의 절규하는 샘플에 맞춰 비명을 지르는 연기가 여운을 남긴다. 이 시점에 왜 이런 노래일까 추측해보면, 창작자 방용국은 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겠다는 판단을 한 것은 아닐까. 세상으로부터 숨는 사람의 이야기지만 그는 역설적으로 이 노래로 다시 세상과 만난다.
서드: '으음으음'은 경쾌한 비트에 심플한 멜로디, 힘 있는 안무에 효민의 음색이 잘 조화되어 부담 없이 듣기 좋은 노래로 완성되었다. 여태 효민 발표했던 곡 중 가장 잘 맞는 옷을 찾아 입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그의 건강미 넘치는 매력이 부담스러운 섹스어필 콘셉트가 아닌 노래에서 비로소 100% 발휘되는 느낌이다. 'MANGO'에 이어 황유빈 작사가가 참여한 곡으로, 효민과의 케미가 좋은 가사라는 생각이 들기에 앞으로 좀 더 작업을 함께 이어나가 보면 어떨까 싶은 사견을 보탠다.
심댱: 에메랄드빛 바다에 실려 온 사랑에 잠겨 들어가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곡의 산뜻한 분위기에 촉촉한 효민의 보컬이 부드럽게 풀어진다. '일렁일렁'과 'in love in love'의 라임도 그렇고 곡의 한쪽을 채우는 허밍 모두 싱글에 얹은 색감과 일치해 안정감을 준다. 단정하고 정갈한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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