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너를 위한 화성학 ⑤

비주얼 담당 IV (서브도미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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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우면서 나는 F 코드가 어딘지 모르게 ‘하늘색’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F 코드의 느낌이 아니란 걸 알게 된 것은 조금 더 지나서였다. 그 ‘하늘색’은 F 코드가 아닌, 다장조(C 메이저)의 4번째 코드인 F 코드, 즉 IV의 것이었다. 오늘은 하모니즈의 비주얼 멤버인 IV를 알아본다.

IV는 장조 음계에서 4번째 코드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장조든 단조든 그 음계의 4번째 코드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장조의 맥락으로 먼저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다장조를 기준으로 살펴보자면 아래의 그림과 같다. (표시된 ‘토닉 (I)’에 관해서는 리스너를 위한 화성학 ①을, ‘도미넌트 (V)’에 관해서는리스너를 위한 화성학 ④를 각각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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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즈의 기획사 아이돌로지 엔터테인먼트는 이해의 문턱을 높일수록 팬들의 몰입도도 높아진다는 근거 없는 이론에 입각해 IV에도 특별한 포지션 네임을 붙여두었다. ‘서브도미넌트 (subdominant)’가 그것이다. 조금은 부패한 아이돌 팬이라면 “그래서, ’섭’이라는 거야, ‘돔’이라는 거야?”라는 의문을 가져볼 수도 있을 이 이름은, 사실 ‘도미넌트’의 ‘아래’에 있다는 뜻이다. 악보에서도, 우리가 이미 알아본 도미넌트(V)의 바로 아래에 IV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전 화성학은 토닉(I), 도미넌트(V), 서브도미넌트(IV)를 중심으로 이해된다. ‘개노답 삼형제’는 아니지만 ‘화성학 삼형제’라 해도 좋겠다. I과 V는 이미 알아보았다. 그러니 IV까지만 이해하면 (적어도 장조에서) 가장 기본적인 세 개의 코드를 모두 연장통에 담아두는 것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하면 클래식 화성학에서 곡을 마칠 때마다 사용된다는 ‘종지부 (cadence)’라는 형식을 완성할 수 있다. 아래의 오디오 샘플은 클래식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곡을 마무리하는 세 개의 코드 진행인 ‘종지부’를 임의로 연주해본 것이다. IV – V – I 의 순서로 진행된다.

IV는 불안정하고, 그렇기에 두근거린다. 내일에 대한 걱정은 가득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맑고 화사하게 걸음을 내딛는 청춘의 얼굴이 바로 IV인 것이다. 우리는 IV의 목소리를 들을 때 청명함과 가슴 설렘, 불안이 깃드는 기대감을 느낀다. 소녀시대의 ‘Catch Me If You Can’의 B 파트는 이런 IV를 매우 화려하게 활용해 그야말로 앤섬(anthem)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코드표가 복잡해 보이더라도 겁먹지 말자. 각 코드의 첫 글자만 읽으면 된다. 이 곡에서 FM7, FM7+9 등으로 표현된 것이 〈풋볼 매니저 7〉이 아닌 F 코드로, IV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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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엘의 ‘못된 여자’는 곡 전체에 걸쳐 IV를 사용한다. 이 곡은 라장조(D 메이저)이므로, 4번째 코드(알파벳 순서대로 D, E, F, G)인 G 코드가 IV에 해당한다. GM7으로 표기되어 있다. 앞으로 다가올 일이 확정되지 않은, 알 수 없이 은근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코드다. 곡은 도입부(“나를 보는…”), 프리코러스(“대화 속 주제는…”), 후렴(“못된 여자란 걸…”) 등 각 파트의 시작점마다 GM7, 즉 IV를 배치해 설렘을 강조한다. 1절에서 “나를 보는 눈빛이”가 IV로 기대감을 줬다가 “가끔 야해”에서 한 음 내려간 iii으로 조금 조심스러워지고, 반복될 때는 “숨겨지질 않아”의 IV가 “이런 설렘 난 좋아”의 V로 한 음 상승하면서 밝은 소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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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는 장조 발라드에서 특히 고고하게 매력을 발한다. 길게 뻗어 나가기 위한 힘이 돼주기 때문이다. 이상곤, 한승연의 ‘그땐 알지 못했나봐’에서도 그렇다. 전개부는 다장조(C 메이저)여서 F 코드(FM7)가 IV에 해당하고, 후렴은 라장조(D 메이저)로 한 음 올라가기 때문에 G 코드(GM7)가 IV이다. 곡의 정서가 아득하게 뻗어 나가려는 순간마다 IV가 등장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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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곡은 1절 후렴이 마무리되는 순간에도 IV가 은연중에 등장한다. 코드를 분석하기 나름이지만, 보컬이 끝난 뒤의 피아노 연주는 상당히 강하게 GM7 (IV)의 향기를 낸다. 이로 인해 곡은 후렴이 끝난 뒤에도 여운을 남기며 서서히 잦아들었다가 2절로 넘어가게 된다. 규현의 ‘광화문에서’도 비슷한 테크닉을 사용한다. 리스너를 위한 화성학 ①에서 예로 들었던 곡인데, 근묵자흑이라고 악덕 기획사 아이돌로지 엔터테인먼트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도 악랄해졌기에 악보는 링크로 대체한다. 화성학은 이미 예전에 끝났으니까 독자 여러분은 아이돌로지 트래픽이나 올려주면 된다. “니가 서있을까봐” 부분은 토닉(I)으로 마무리되어야 할 자리에 IV인 FM7을 배치했다. 곡에 바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뭔가가 계속될 듯한 두근거림 속에 여운을 남기고 뒤를 끌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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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는 리더인 I과 상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다시 다장조 기준으로 비교해 보자면, ‘솔’ 음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레’ 음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 일이 있겠지만 I를 조금 펼쳐보면 ‘레’가 매우 안정적으로 포함된다. V가 불안정하고 I로 ‘해결’돼야 하는 건, V의 ‘시’가 I의 ‘도’로 강하게 끌려가는 성질 때문이다. 두 사람의 성격은 상당히 비슷하지만 결정적인 곳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V가 사고를 치면 I가 달려와서 수습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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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IV는 I와 겹치는 음이 ‘도’ 하나뿐이다. 완전히 다른 성격은 아니다. 그러나 ‘파’와 ‘라’는 모두 I에게는 없는 것들이다. 역시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 일이 있겠지만, 이 두 음정은 사실 I에게는 버튼이 되는, 매우 민감한 부분들이다. 그래서 IV는 사실 팀 내에서 굉장히 불안정한 포지션인 것이다.

그러나 불안정은 곧 청춘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에 불안하고, 그러나 그렇기에 가능성을 가진다. 그런 푸르름으로 IV의 얼굴은 화사하게 빛이 난다. 그것이 IV를 가장 ‘예쁜’ 코드 중 하나로 꼽게 만든다. 아이돌 그룹마다 팀의 성향에 따라 간판이 되는 멤버의 성향도 달라지지만, 하모니즈는 가장 해맑고 청명한 청춘의 이미지를 온 얼굴로 발하는 IV를 비주얼 멤버로 가지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 예로 든 코드들은 대부분 FM7, GM7 등, IV에 해당하는 코드명 뒤에 ‘M7’이란 것이 붙어있다. 왜일까. 그것은 다음 이 시간에…

리스너를 위한 화성학 시리즈

알아두면 아주 조금 더 재밌어지는, 아이돌 곡을 통해 살펴보는 화성학 강의

  1. 리스너를 위한 화성학 ①
  2. 리스너를 위한 화성학 ②
  3. 리스너를 위한 화성학 ③
  4. 리스너를 위한 화성학 ④
  5. 리스너를 위한 화성학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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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

Author:

가식과 내숭의 외길 인생. 음악 만들고 음악 글 씁니다. f(x)는 시대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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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1

    너무 재밌고 이해하기 쉬워요! 특히 I-V와 I-IV 관계를 비교해서 설명해주신 부분이요. 혹시 다음편 연재 계획은 아직 없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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