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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5년 2월 중순

2월 11일~2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 단평. 마이네임, ‘박명수, 리지’, 지코, 러버소울, 엠버, 니엘, 케이머치, 유지, 참소녀를 들어보았다.

2월 11일~2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 단평. 마이네임, ‘박명수, 리지’, 지코, 러버소울, 엠버, 니엘, 케이머치, 유지, 참소녀를 들어보았다. 열흘 간 발매된 신보 중에서 각 필자가 단 한 장씩을 꼽아 “Pick!” 스티커를 붙인다.

2nd Mini Album
H2 미디어
2015년 2월 12일

미묘: 기대 이상을 하는 트랙들이다. 백화점식으로 구성돼 있음에도 전체적인 흐름 또한 의외로 매끄럽다. 비트가 힘을 보완한 감성 힙합 발라드 정도의 애매하던 기존 타이틀에 비해 '너무 very 막'의 기세는 반가울 정도. 유려한 질감의 일렉트릭 피아노도 조금 아쉬울 정도로만 사용되고, 피치쉬프트 보이스도 곡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한다. 데이비드 포스터 풍의 발라드 'Light'와 역시 80년대 유로 풍이 섞인 댄스 'Reason', 빅스 풍의 애절한 댄스곡 '메이데이'까지, 개별 트랙의 지향점은 공고하고 그것을 제법 잘 구현해 내고 있다. 보컬과 랩에서 종종 다소 마감이 허술한 부분들이 눈에 띄는데, 매우 아쉽다.

유제상: 타이틀인 '너무 very 막'(···) 포함, 6곡이 수록된 마이네임의 두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에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블락비의 'Her'에 후렴구가 SM스러운 그런 곡인데, 깔끔하게 뽑혔고 뮤직비디오도 훌륭하지만 차별화가 덜 되어있다. 멤버들의 속은 알 수 없지만, 만드는 쪽은 '이 정도의 퀄리티면 만족스럽다!'며 스스로의 한계를 빨리 결정지은 것은 아닌지. 멀리 가는 게 두려워 조심스러웠다기보단 잘 만들었기에 더 멀리 나아가지 못한 측면이 보이는 미니앨범.

조성민: 너무 길었던 공백 탓일까. 요즘 나오는 웬만한 신인보다 불안정한 라이브와 어색한 퍼포먼스는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앨범에는 킬링 트랙은커녕 잠깐이라도 귀를 붙잡아두는 킬링 파트도 없어 듣는 도중에 '이게 누구 앨범이더라...?'하고 다시 한 번 확인해볼 정도였다. 악기 편곡이 그렇게 풍부한 편도 아닌 듯한데, 보컬이 악기 소리를 뚫고 나오지 못해 보컬 트랙의 음량을 올려둔 부분들이 신경 쓰인다. 굳이 꼽아보자면, 히스토리와 소년공화국을 적당히 합쳐둔 느낌이다. 사실 안일하게 기획됐다는 점에서는, 항상 여러 가지 고민을 해온 히스토리나 소년공화국의 이름을 갖다 대는 것도 민망할 정도. 데뷔 5년 차, 절치부심해서 회심의 한 방을 날려도 모자랄 위치인 것 같은데, 안타깝다. 다음 기회가 있길 바란다.


PMS
유니버설 뮤직
2015년 2월 13일

유제상: 1. 박명수와 리지의, 특히 박명수의 캐릭터에 크게 의지한 곡이다. 2. 뮤직비디오의 범용성은 인정한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 맞춰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틀어보자. 평자도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 맞춰 나인뮤지스의 '드라마'를 틀어 일종의 주이상스를 경험했다. 3. 리지의 프로 근성도 인정한다. 4. 리지 대놓고 글래머. 5. NO MORE Sk8er Boi... 세상이 변했다.


Well Done
세븐시즌스
2015년 2월 13일

블럭: 현재 가장 잘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인 자메즈(Ja Mezz)를 곡에 초대한 점, 곡이 유행하고 있는 스타일과 벗어난 점, 'Tough Cookie'와 같이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도 정반대에 해당하는 분위기로 풀어낸 점 등 곡이 가진 장점은 많다. 이러한 장점들은 지코라는 음악가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르기도 하지만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유형이다. 무엇보다 진지하고 속 깊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지만, 전작에 이어 두 장의 싱글 내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붓는 모습을 보며 그 다음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지코만이 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잘 만들어진 트랙.

유제상: 잘 모르겠다. 레퍼로서의 지코가 아이돌이라 과소평가된 면이 있다는 점은 십분 동감한다. 발음이 또박또박, 귀에 쏙쏙 들어오는 랩을 들은 게 얼마 만인지. 다만 가사를 놓고 보자면 (굉장히 진솔한 이야기임에도) 바로 전작인 'Tough Cookie'에 비해 왠지 타협한 듯한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혹은 모두들 바랬듯이 시원하게 "1818"하는 지코가 보고 싶었나 보다. 본인 말마따나 평자도 "이 정도면 훌륭해"라고 말하고 싶긴 한데...


Life
위드 HC, 해피트라이브 엔터테인먼트
2015년 2월 13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도입부 매드클라운의 존재감이 다소 지나치진 않은가 하던 참에, 건조한 사운드로 잡힌 랩 파트가 심상치 않다. 패닝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공간감을 강조하는 후렴이 긍정적인 메시지를 선보이고, 이어지는 'Lonely Friday'가 감상적인 공기를 들려주는데도 불구하고, 두 곡 모두 시큰둥한 캐릭터가 톡톡하게 살아난다. 음악적 효과도 제법 살리는 구어와 생활감은, 거만한 스왝과도 거리를 둔다. 강렬하거나 섹시하거나 (혹은 질척거리거나) 이외의 선택지가 별로 없던 힙합 걸그룹계에서, 자연스럽고 리얼한 목소리를 지닌 신인이 신선하고 반갑다.

블럭: 매드클라운은 곡의 초반에만 등장하여 사실 존재감이 빨리 잊히는데, 이는 러버소울과 같은 가사를 공유해서이기도 하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음악이 등장해서였다. TLC나 SWV 같은 걸그룹이 떠올랐지만 진지한 가사와 음악은 플로에트리(Floetry)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역량이나 진지함, 비주얼에서 보여주는 자신감이나 끼는 엄청나다. 이런 사람들은 정규 단위의 결과물을 어떻게 채우나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사람들이 보여주는 것이 모방이나 재현에 지나치게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 평가를 미루고 싶다.

유제상: 아! 여성 힙합 그룹이 얼마 만이던가, 라고 생각해보지만 역시 대중적이라고 보긴 어려운 곡. 비트가 다소 빠르지만 곡 전반적으로 레게의 느낌이 물씬 나는 가운데 당사자들 말고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다소 난해한 가사가 눈에 띈다. 특별히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가 없음에도 2000년 전후의 힙합곡들을 떠올리게 하는 점도 특이. 들으면서 '한국 힙합의 올드스쿨을 지향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성민: 그러고 보면 90년대 걸그룹들은 종종 TLC를 좋아한다거나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인터뷰하곤 했는데, 이렇게 본격적으로 재현해냈던 걸그룹은 없었던 것 같다. 비주얼 디렉팅은 차라리 미국인이 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정도. 지향점이 무척 확실해 보여서 좋다.


Beautiful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2월 13일

김윤하: 음악을 들으며 노래를 만들고 부른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특히 ‘상품’ 운운하는 취급을 당하기 십상인 아이돌 가수의 앨범을 들으면서는 더더욱 말이다. 엠버의 솔로 데뷔 앨범은 그 감각을 드물게 일깨운다. 모든 곡에 작곡으로 직접 참여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은 아니다. 부드러운 어쿠스틱 기타 선율에서 영미권 팝 사운드를 쉽게 연상시키는 시원하고 편안한 댄스 팝 넘버까지 일견 다양하게 담긴 수록곡들은 서툴지만 진심을 다해 부르는 엠버의 목소리와 성품에 감싸 안기며 앨범 전체에 따뜻하게 내려앉는다. ‘Shake That Brass’가 이 알 수 없는 호감과 가장 먼 곳에 위치한다는 점이 아쉽지만, 타이틀곡의 숙명이란 그런 것일 테니.

이번 회차의 추천작

맛있는 파히타: 엠버의 솔로 데뷔 EP는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움으로 점철되어 있는데 이는 "경계선 위의 인물" 엠버에 대해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진부한 예상만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고백과 같은 앨범 선공개곡 'Beautiful'을 비롯해서 타이틀곡인 'Shake That Brass'를 제외한 모든 트랙이 감성이 충만한 트랙으로서 마냥 톰보이처럼 보였던 엠버의 새로운 일면을 발견하게 한다. '아이돌 공장' SM에서 나왔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진정성이 담긴 솔로 데뷔 앨범으로, 편하지만 가볍지는 않은 앨범.

이번 회차의 추천작

미묘: 어느 평론가가 이 음반을 놓고 '발라드로 여성성 어필'이라고 한 것이 이 음반의 핵심을 역으로 꿰뚫는다. 부치에 가까운 모습으로, 차라리 EBTG 풍에 가까운 곡을 통해 굳은 심지를 표현하는 곡이, 그저 느리다는 이유로 여성적일 뿐이라고 넘기는 정도의 젠더 의식이야말로, 이 음반의 차분한 항변이 가리키고 있는 지점이다. 상처의 고백처럼 질척거리지도,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류의 메시지처럼 CCM 풍이지도 않은 이 음반은, 다방면에서 경계선에 서 있는 엠버라는 자연인과 그녀의 자의식을 선언적으로 변호한다. 그리고 그것은 유쾌하고 활달한 이미지와 중음역 보컬의 따스함을 통해 담담하고 우아하게 이뤄진다. 아이돌의 자기고백으로서도, 획일적 여성상에 대한 항변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위로로서도 매우 독특하고 용기 있는 시도이다. 내가 무슨 소리를 듣게 될지는 뻔하지만 Pick으로 뽑을 수밖에 없다. 식자보다 아이돌이 급진적인 시대의 감동적인 음반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블럭: 편집장님의 눈치를 봐서라도 엠버는 무조건 응원해야 한다.
농담이다. SM 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부터 EP 단위의 앨범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종현에게도 그랬지만, 음악가로서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게끔 소속 가수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엠버는 자신의 가사와 곡으로 앨범을 채웠다. 솔직히 말하면 최근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작품들이 그랬듯 '잘 만든 건 분명하지만 이게 최선인가' 싶다. 하지만 이 앨범은 일단 천천히 곱씹어보길 권유한다. 그러다 보면 앨범이 가진 맥락이 존재한다는 걸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MRJ: 유쾌하게 즐기기에 충분한 곡이지만 진정 감탄하게 할 요소는 부족하다. 미니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들과는 달리 ‘Shake That Brass’는 엠버의 보컬을 위주로 선보이지도 않고, 브리지에 도달하기까지 태연이 왜 필요한지도 느끼기 어렵다. 브리지 이외에서는 태연의 어떤 파트라도 엠버가 쉽게 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며, 그랬다면 그녀의 보컬이 더욱 돋보였을 것이다. 또한 ‘Shake That Brass’란 제목의 곡에서 기대할 법한 두텁고 짜릿한 브라스가 부족하다는 점도 실망스럽다. 예를 들어 동방신기의 ‘Spinning’이나 슈퍼주니어의 ‘셔츠’는 내가 이 곡에서 기대한 바로 그런 브라스 파트를 갖고 있다. 곡과 뮤직비디오는 유쾌한 매력이 있고 엠버의 솔로 커리어를 위한 좋은 시작점이겠지만, 다음번에는 음악적으로 더 큰 기대를 걸고 싶다. 나의 곡 분석과 리뷰는 다음의 비디오에서 전체를 볼 수 있다.

조성민: f(x)에서는 자주 들을 기회가 없었던 엠버의 보컬을 마음껏 들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앨범은 아직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문제는 이 앨범만을 놓고 보았을 때의 의미인데, 'f(x) 멤버'라는 점을 제외하고 한 사람의 아티스트로서 엠버의 어떤 점이 어필되는지 크게 와 닿지가 않는다. 이 부분은 뮤직비디오와 무대 퍼포먼스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분명 엠버가 정중앙에 배치되어 주목도를 높인 점까진 좋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아티스트 엠버로서 돋보일만한 장치는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그동안 드러나지 못했던 엠버의 가창력과 음악적 재능을 강조해줄 수 있는 'Beautiful'이나 'Heights' 등의 노래가 아니라 랩으로 채워진 'Shake That Brass'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점도 왠지 실수로 느껴진다. 아직 엠버의 랩은 한 곡을 모두 채워 끌고 나갈 정도는 아니라는 점만 확인하게 된 듯하다. 엠버만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해보는 것이 좋았을 것 같지만, 첫술에 배부르랴.


oNIELy
티오피 미디어
2015년 2월 16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김윤하: 틴탑의 팬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틴탑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니엘이 혼자 전곡을 이끌어가는 노래를 상상해 보곤 했다. 대중친화적으로 깔끔하게 다듬어진 음악에는 오히려 조금 거슬릴 정도의, 개성이 넘쳐도 너무 넘치는 목소리가 어떻게 한 곡을 이끌어 나갈지가 늘 궁금했다. 앨범은 블랙아이드필승, 전군, 브랜뉴직 등 어반 R&B와 슬로우잼, 재즈 힙합 등에 특화된 작곡가진을 지원군으로 아직 덜 길들여진 야생동물 같은 매력이 살아있는 니엘의 목소리를 구석구석 정성스레 탐구한다. 유효하다. 마지막으로 수록되어 있는 루시드폴의 노래 ‘천사의 노래’는 앨범 구성상 다소 뜬금없지만 니엘의 목소리가 가진 위태로움의 영역에 한 번이라도 호감을 느꼈던 이들이라면 잠들기 전 가끔 생각날 법하다.

맛있는 파히타: 마이클 잭슨 레퍼런스가 하루를 멀다 하고 나오고 있고 어반 R&B 사운드도 크게 새로울 것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무리하지 않고 좋은 팝의 느낌을 살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니엘의 존재감도 기대 이상으로 돋보여 솔로 앨범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 같다. 싫어할 수 없는 앨범.

미묘: 보컬 중심의 잘 짜여진 음반이다. 스타일의 변화를 조금씩 주면서도 '못된 여자'에서 보여지는 퇴폐미를 기조로 하여 전체적인 흐름 또한 매끄럽다. 간혹 보컬이 살짝 역부족이라는 인상을 주는 순간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곡들의 어른스러운 기조 속에 오히려 잘 묻어나는 인상. 부드럽고 나직한 목소리에서 미성, 본격적으로 '야한' 음색까지, 물기 많은 니엘의 음색의 범주 안에서 표현력을 넓히고 간다. 보컬리스트의 특색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콘셉트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아티스트로서의 욕심으로 어깨에 잔뜩 힘을 주기보다, 유약하면서 유려한 기조 속에 다부진 웰메이드를 추구한 음반.

블럭: 사실 니엘보다는 블랙아이드필승에게 좀 더 포커스를 두고 앨범을 보게 되는데, 최규성과 라도는 '내가 이런 사람이었다'고 한풀이라도 하듯 장르 문법에 충실한 곡을 써냈다. 이걸 한풀이라고 한 이유는, 트랙의 짜임새가 워낙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의 뿌리가 보컬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블랙아이드필승 두 사람이 쓴 곡 외에도 앨범 전체는 보컬의 역할이 중요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한 곡들을 잘 소화해냈고 솔로 가수로서의 기량을 잘 발휘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다만 여전히 보컬라인에는 디테일이 부족해서 아쉽고, 틴탑과 마찬가지로 가사를 통해 강한 남성성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은 조금 더 섬세한 느낌이었으면 좋았을 법하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성민: 솔로 활동을 하게 된다면 소속 그룹의 색깔을 가장 그대로 가져오게 되지 않을까 예상했던 앨범이었는데, 놀랍게도 마치 니엘이 처음부터 솔로 가수였던 것처럼 느껴지는 앨범이 나왔다. 남성 솔로로서 큰 인기를 얻었던 세븐의 전성기가 떠오른다. 전혀 힘에 부치는 기색 없이 혼자서 노래와 무대를 가감 없이 충분히 채워내는 모습은 대견하기까지 하다. 너무 과하게 힘을 주고 있었던 것 같았던 직전의 틴탑 정규 앨범 활동 때보다 훨씬 편해진 모습이 부담 없이 다가온다.


12월 24일
크롬 엔터테인먼트
2015년 2월 17일

미묘: 케이머치의 기존 타이틀들과는 다르지만 확실한 취향이 있고 이는 감성과 성숙미, 그리고 차별화를 보여줄 수 있을 만한 스타일이다. 다소 뻔하게 흐르는 멜로디가 친숙하다기보다는 궁상스럽게 처지는 기색이 아쉽다. 그것이 이 곡에 세련된 설득력보다는 촌스러운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단발머리의 해체 소식을 들은 시점, 단발머리를 통해 보여진 크롬 엔터테인먼트의 시행착오는 아직은 진행 중이라 보아야 할 것 같다. 여전히, 그 고집만큼은 높게 평가하고 싶다.

유제상: 구정도 지났는데 12월 24일...? 같은 미묘한 계절감만 차치한다면 나쁘지 않은 곡이다. 주지하듯이 팀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는데, 사실 작년 12월에 나온 '러브 크리스마스'를 통해 이러한 변신은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 하겠다.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나뭇잎 마을의 옷을 입고, 강렬한 비트의 곡을 선보이겠지. 그렇지 가물치? 아니 케이머치?


너만 봐
YNB 엔터테인먼트
2015년 2월 17일

미묘: 달콤하면서 편안하기만 한 트랙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단옆차기가 결코 마구잡이가 아님을 느끼게 된다.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렵다고 했던가. 무난하게 듣기 좋은 팝도 어렵다. 미세하게 영롱함을 더한 공간 속에서 보컬의 흐름으로 에너지를 조절한다. 유지와 마이키 모두 살짝 허스키한 음색과 미성 사이를 오가는데, 그것이 서로 대구를 이루듯 배치되면서 대조를 보이는 것도 재미있다.


형준이와 대준이의 히트제조기 Part. 3
MBC플러스 미디어
2015년 2월 20일

미묘: 지나치게 정색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재미를 위한 고민이 엿보이던 빅병의 여자 버전은 가스펠 풍으로 가족을 응원하는 애교일 뿐이란 것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 대중이 진정 원하는 '참소녀'의 상이 이렇다는 게 영리한 '삼촌들'의 판단이라면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유제상: 기존 곡도 그렇지만 이 브랜드로 나오는 곡들은 참 영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소녀'라는 이름으로 상호 보완관계(?)의 아이돌을 불러모았다든지, '딩동댕 유치원' 분위기의 멜로디를 깔았다든지, 희망찬 가사에 "쪼이 뽀이 쪼뽀뽀"라는 중독성 있는 주문까지. 과거 UV가 쓴 전략을 좀 더 대중친화적으로 사용한 것이 핵심이랄까. 쪼이 뽀이 쪼뽀뽀.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이번 회차의 Pick.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One reply on “1st Listen : 2015년 2월 중순”

참소녀에 대한 미묘님의 평 날카롭네요. 밝고 말랑말랑하지만 어딘가 껄끄러웠는데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