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8년 12월 중순

2018.12.1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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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이창섭, 레이디스코드, 큐리어스, 트와이스, 트랙스, 헬로비너스&아스트로&위키미키, 엑소, 예리&NCT, 남우현, 유희, 제시카, 손동운X서령, 베리굿, 태일, 예성&청하, FNC ARTIST, 플로어스, 위너, 소리, 수영을 다룬다.
이창섭
Mark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1일

   

비투비에서 중고음역을 담당해오던 이창섭의 첫 솔로 앨범. 비투비 멤버들이 모두 그러하듯, 이창섭 또한 워낙 완성형 보컬리스트인지라, 앨범 하나를 끌고 가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본인이 가진 능력치와 소화할 수 있는 영역에 비해 다소 좁은 스펙트럼의 트랙들로 앨범이 구성된 것이 아쉽다. 타이틀곡 'Gone' 또한 어딘가 예스러운 작법으로 점철되어 있는데, 91년쯤에 나왔을 법한 곡을 91년생이 부르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레이디스코드
THE LAST HOLIDAY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2일

   

무려 2년 2개월 만의 완전체 발매작이 시즌송이라니 못내 아쉽지만, 오랜 공백을 깨는 첫 단추로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소정의 까슬까슬한 보컬을 애슐리와 주니가 심지 있게 받쳐주는 3명의 보컬 합이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Galaxy'와 'The Rain'으로 구축한 우아함은 유지하되 음울함을 걷어내며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모노트리에 이어서 원택&탁과 지속해서 준수한 합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 레이디스코드의 보컬 팔레트와 팀 컬러를 잘 파악하고 있는 프로듀서진과 또다시 좋은 곡, 좋은 앨범을 만들어내길 기대해본다.

새로 쌓인 눈을 꾹꾹 눌러 밟듯 천천히 떨어지는 드럼 위를 씩씩하게 달리는 후렴구의 보컬이 인상적인 곡. 절 도입부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가득 머금고 있다가, 후렴에서 전조 되며 밴드가 등장하는데, 그 연결부가 약간 작위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전체적인 무드 안에서만 움직이고 있어 크게 어색하진 않은 듯도 하다.



큐리어스
마이라이브 스타메이킹 프로젝트 Vol.2
주식회사 도너츠
2018년 12월 12일

  

상큼한 업 템포의 신나는 하우스 튠이 귀를 사로잡는다. 산뜻한 질감이지만 적절한 중력감을 가지고 있어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보컬 역시 풋풋하지만 크게 미숙하지 않다. 단지, 마스터링 과정에서의 잘못인지 보컬과 사운드가 따로 노는 것 같은 현상이 감상을 다소 방해한다. 특히 프리코러스 부분부터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의도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실수에 의한 것인지 영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스타 메이킹 어플리케이션 마이 라이브의 두 번째 프로젝트. 쉽게 풀면 가수 지망생이 주로 쓰는 커버 영상 앱의 오디션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마이 라이브, 큐리어스 사이에 좀 더 익숙한 이름을 찾자면 프로듀서 이윤재가 있다. 샤이니의 '사.계.한', 러블리즈의 '라푼젤' 등 이윤재 특유의 낭만적인 멜로디와 회화적인 가사가 딥하우스를 만나면 이런 느낌이 나오나 보다. 하우스가 주는 기분 좋은 질주감에 '너와 나'를 끌어당기는 서사의 결합은 솔직히 흔하지만, '시간축'이나 '관여' 등 요새 잘 쓰이지 않는 질감의 단어가 주는 매력적이다. 공기처럼 가벼운 보컬은 가사의 무게를 덜어주며 적정선을 유지한다. 단순 오디션의 리워드로 넘길 수 있지만 아스라한 느낌의 이윤재를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일청해도 좋겠다.



트와이스
The year of "YES"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2일

   

아이돌 그룹이 겨울에 내놓는 시즌송이 대체로 그렇듯 '올해 제일 잘한 일' 역시 특별하게 개성이 넘치는 노래라기보다는 누구라도 편히 들을 수 있을 만한 캐럴 분위기의 발라드다. 심플하게 진행되는 멜로디에 반복적이고 대구 되는 가사들이 인상적인데, 'Little by little'과 '수많은 일을 의미를' 같은 구절에 절묘하게 라임이 맞아떨어지면서 흥미로운 리듬감을 만들어준다. 2018년 한 해도 한일 양국을 중심으로 바쁜 활동을 펼쳤던 트와이스.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의 모습은 화보 속처럼 한껏 여유롭고 행복해 보이지만 그조차도 힘든 스케줄의 일부였다고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조금 씁쓸해지기도 한다.



트랙스
ESCAPE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2일

   

TraxX로 이름을 바꾸어 다시 돌아온 트랙스의 첫 싱글이다. 이전부터 밴드의 이름을 지켜오던 제이와 정모에 2013년부터 SM 소속으로 중국에서 활동해온 DJ 긴조가 새로이 합류했다. 2000년대 초반 SM의 장르 다변화 기획의 일부였던 이들은 X-Japan의 요시키와 작업하는 등 일본 비주얼락의 영향을 받은 형태로 데뷔했으나, SM이 잘하는 댄스 아이돌 기획과는 달리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트랙스가 걸어온 길은 SM의 음악적 장르적 고민이 어디까지 뻗쳐있는지를 보여주는 족적과도 같다. 엑소나 NCT 127의 최근 곡에서 보여준 것처럼 한 곡 안에서 리듬이 여러 번 변하며 다양한 장르를 보인다. 빌드업을 정모의 디스토션 기타로 쌓아 올리고, 사비는 점프를 유도하는 덥스텝으로 달린다. 제이는 모든 라인을 영어로 노래한다. 최근 몇 년간 영어 가사로 프로듀싱 하는 인디 록 밴드들이 늘었던 것을 생각하면 트랙스의 이런 시도가 썩 새롭다 볼 수는 없지만, SM으로서는 꽤 심각하게 고민한 결과물일 것이다. 작곡 크레딧에 유영진의 이름까지 보이면 게임 끝 아닌가.



헬로비너스, 아스트로, 위키미키
FM201.8
판타지오 뮤직
2018년 12월 13일

   

판타지오 뮤직의 연간 프로젝트였던 'FM201.8'의 발표곡을 모은 컴필레이션 음반. Dok2, 빌리어코스티 등이 참여한 라인업이 심상치 않다. 꽤 준수한 이지리스닝 곡 위주인데, 모아두니 타이틀곡 'All I Want' 뿐만 아니라 모든 수록곡이 제법 겨울 시즌송처럼 들린다는 점이 흥미롭다.



엑소
Love Shot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3일

   

'Tempo'가 제목처럼 엑소다운 에너지와 카리스마로 무장해 텐션을 끝까지 끌어올렸다면, 'Love Shot'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으로 느슨함을 강조하는 듯한 노래. 교복을 입고 '으르렁'대며 유혹하던 소년들이 어느새 훌쩍 자라 반듯하게 정장을 빼입고 고급스러운 바에 앉아 한 잔을 기울이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겨울 스페셜 앨범을 발매하지 않는 대신 내놓은 'Ko Ko Bob'의 겨울 버전으로 생각하고 들으면 색다른 재미가 느껴지기도.

Draft에서 엑소의 섹슈얼리티에 주목한 한편 스토리텔링의 부재에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아직도 그 아쉬움의 꼬리가 길게 남은 이유는, 아티스트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댄 나태한 기획 때문이다. 'Tempo'로 촘촘하게 쌓아 올렸던 긴장감을 음악 대신 안무와 이미지로, 그것도 관능적인 방향으로 풀어낸 것은 좋다. 다만 이 정도의 컨셉은 엑소가 아닌 타 그룹도 해낼 수 있는 수준이며, 엑소만이 구현해 왔던 세계관과 음악의 조화는 희미하기만 하다. 아티스트가 가진 매력도 좋지만, SM의 치열함을 선호했던 필자에게는 못 미더운 기획. 단 한 곡만으로도 '엑소의 겨울 트랙'이라는 뚜렷한 정체성을 보여준 'Wait'만큼의 몰입력이 다음 음반에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예리, NCT
드림웍스 트롤 X SM STATION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3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각 그룹에서 '서브 보컬'로 분류되던 멤버들을 모아놓았지만,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예리와 런쥔이 디즈니 요정같은 목소리로 곡을 지배하는 가운데 재민이 재기발랄한 랩으로 텐션을 잡아당기고 제노는 랩과 코러스를 넘나들며 이 모두를 부드럽게 봉합한다. '서브 보컬'이라는 직책에 억눌려있던 각자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놓으며 모두가 빛을 발한 곡. 사이드 트랙 'Best Day Ever' 역시 놓치지 말길. 개구짐이 뚝뚝 묻어나는 천러의 음색과 산뜻하게 내지르는 해찬의 가창이 흡사 애니메이션 속 트롤들이 튀어나온 듯한 인상을 안겨준다.



남우현
지금 이 노래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3일

   

남우현의 팀인 인피니트를 비롯하여 그동안 해당 레이블에서 내놓은 음악 중 가장 악기가 덜 쓰인 곡이다. 한껏 비장하고 극적인 그의 보컬과 멜로디 라인을 반주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그동안 들어왔던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이나 날렵한 밴드 사운드를 기대했다면 크게 당황할 수도 있겠다. 정성껏 손으로 눌러쓴 장문의 편지만 받아보다가 처음 카카오톡에서 단문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의 기분이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할 말이란 남우현의 목소리 자체뿐이라는 듯, 반듯한 글씨체도, 눌러 접은 편지 봉투도, 똑바로 붙인 우표까지, 다른 모든 것을 쳐낸 '카톡' 같은 곡. 라이브 현장에서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음원만으로는 분명 감흥이 반감되는 면이 있다.



유희 (시크엔젤)
Stay
리즈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4일

   

시크엔젤의 멤버 유희의 솔로 싱글. 여태까지 시크엔젤 이름으로 나온 곡 중에 가장 좋다. 별스럽지 않은 발라드곡이지만 이런 곡일수록 편곡에 지나치게 욕심을 내면 전체적인 인상이 거추장스러워질 것을, 그런 유혹을 잘 피해서 기타와 일렉피아노 정도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유희의 보컬도 중음과 저음이 상당히 좋다. 후렴까지 올라가는 레인지를 넓혀줄 뿐만 아니라 그 저음으로 꾹꾹 밟아가는 절이 신중한 느낌을 준다.



제시카
One More Christmas
코리델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4일

   

어느덧 잘 다듬어져 편안해진 제시카의 보컬을 느낄 수 있는 오랜만의 싱글. 캐럴 특유의 설레는 분위기와 경쾌한 브라스, 제시카의 청량한 음색이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제시카의 음색이 마냥 쨍하게 째진다고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면 꼭 들려주고 싶은 곡.



손동운(하이라이트) X 서령(공원소녀)
물들여줘 (Color me)
키위 미디어그룹, 키위팝
2018년 12월 14일

   

솔로 디지털 싱글에서 이미 준수한 작사·작곡 실력을 보여준 바 있는 하이라이트 손동운의 작품. 흠잡을 데 없는 여남 듀엣곡으로, 연말연시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로맨틱한 분위기이나 무리하게 썰매 방울 같은 소릴 넣지 않아서 특히 좋다. 멜로디나 편곡 자체는 함께 부른 공원소녀의 서령보다는 본인에게 잘 붙는다. 서령의 보컬 레인지와 톤에는 곡이 좀 낮다. 조금 더 멜로우 하게 부르는 것에 디렉팅 초점을 맞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베리굿
이 겨울에
JTG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5일

  

90년대 중후반 1세대 걸그룹이 불렀던 곡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그 시절 사운드와 멜로디를 재현했지만 그게 전부라는 느낌이다. 단지 제작자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물인지 그 이상의 의도를 가진 것인지, 곡의 콘셉트에 걸맞게 레트로한 분위기로 찍힌 뮤직비디오라도 있다면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됐을 듯한데. 믹싱의 완성도는 아쉽지만, 멤버들의 보컬만은 노래에 어울리도록 최상의 결과를 위해 열일하고 있다.



태일
잘 있어요
세븐시즌스
2018년 12월 17일

  

당분간 블락비는 멤버 탈퇴와 군 복무 등으로 유닛이나 솔로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메인보컬 태일이 먼저 브라더수의 곡으로 대중을 만난다. 날카롭다기보단 소품 같은 곡이다만 태일이라는 보컬의 탁월함을 보여주기엔 부족함이 없다. 데뷔한 지 8년이나 됐지만, 그는 특유의 투명한 미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또렷한 딕션과 적당한 울림이 마치 유리 차임벨 같다. 멜로디가 아무리 광폭하게 도약을 해도 음을 정확하게 짚어낼 줄 안다. 소리를 열어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텍스쳐를 바꾼다. 귀가 좋고 컨트롤도 좋은 드문 보컬이다. 2000년대 이후 실용음악 보컬의 유행이 슬픔의 과잉에 있었다면 태일의 보컬은 정확히 그 정반대를 수행한다. 그래서 더 귀하고, 더 알려져야 마땅하다.



예성, 청하
Whatcha Doin'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7일

   

남녀 사이의 연애심리를 다룬 듀엣 송은 흔하지만, 애써 달달하거나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만들려 하지 않고 예성과 청하 둘의 보컬 대비를 잘 활용하는 데에 집중해 상투적이지 않고 담백하고 청량한 노래로 완성했다. 예성의 날카로운 고음과 청하의 중저음이 상상 이상의 하모니를 이루어 흥미로운 곡.



FNC ARTIST
FNC LAB #2 'It's Christmas'
FNC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7일

   

모든 구성원이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모두가 완벽한 가창력을 지니고 있지 않기에 보컬의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가려야 하는 '아이돌적 연출법'의 극한을 보여주는 곡이다. 가수만 참여했어도 충분했을 프로듀서의 고뇌를 배우와 예능인이 보태줬을 듯해 어쩐지 심심한 위로를 보내고 싶다. 악곡 자체는 교과서적인 캐럴로 쓰였으며, 소속 아티스트끼리 마니또 편지를 보낸다는 설정의 뮤직비디오와 수익금을 기부에 쓴다는 목적성까지, '따뜻한 겨울'을 연출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동원된 프로젝트.



플로어스
플로어[스]쿨 (Flor.u[s]chool)
엶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8일

   

콘셉트도 메시지도 없고 적당히 어디선가 본 듯한 이미지를 짜깁기해 구겨 넣은 모양의 노래와 뮤직비디오. 교복을 입고 무표정하게 앉아 노래하는 소녀들의 이미지를 나열하면서 '가면무도회'에 빗댄 군중의 가식에 대해 말하는 가사가 잘 맞아떨어지는지 의구심이 든다.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물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

사회적 기업 소속으로 설립부터 목적이 뚜렷한 그룹이긴 했다만, 음악적인 설득력이 거의 부재하다. 곡 자체의 미학을 논하기에 앞서 기술적인 문제가 크다. 곡과 전혀 어우러지지 못한 채 겉도는 보컬을 듣고 있노라면 제대로 된 믹싱/마스터링 과정을 거쳤는지 의심될 정도다.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식도 그리 세련되지 못하다. 가사는 공익광고 문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고 보컬 디렉팅조차도 무감하게 이루어져 캠페인송이라 부르기에도 모호한 수준. 엄격히 말해 당위성 외에 어떤 존재 의의도 찾아보기 힘들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사회적 기업 엔터테인먼트 최초로 선보인 걸그룹, 플로어스의 첫 번째 발걸음.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사회적 가치추구는 어색한 조합처럼 보이겠지만 소비자로서 팬덤의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에 틈새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이들이 제시할 '착한 이미지'가 뻔하거나 교과서처럼 밋밋하다면 대중은 쉽게 설득되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학교폭력이라는 메시지를 용기 있게 담아냈는데, 뮤직비디오의 정적인 앵글과 독립영화 같은 색감, 학생이니 교복과 교실이 도출된 단순한 구상은 아이돌의 기획물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힘이 빠진다. 그런데도 사회문제를 계속해서 노래하겠다는 시도와 담담한 인상의 멤버는 대중에게 신선하게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더 나은 발걸음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과 응원을 담아 Discovery를 남긴다.



위너
MILLIONS
YG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 19일

   

요즘 위너의 노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 영화를 연상시킨다. 상투적이고 뻔한 이야기지만 어느 정도 규칙에 충실해야 재미를 주는 것처럼, 'Millions' 또한 위너의 노래를 들을 때 기대하는 요소들이 빠짐없이 잘 녹아있고 그 이상의 큰 욕심을 부리거나 모험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케이팝 씬에 이미 '어벤져스'와 '저스티스 리그'를 자처하는, 또 되고자 하는 그룹은 차고 넘친다. 위너는 그 틈 사이에서 힘겨루기하기보다는 '첫 키스만 50번째'라도 하듯 같은 사랑 고백도 이렇게나 많은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조용히 뽐내는 중이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트로피컬 사운드에 패셔너블한 수트는 어느새 위너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여기에 기분 좋게 흐르는 휘슬 사운드가 저절로 리듬을 타며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한다. 듣는 이가 춤을 추게 만든다는 것은 댄스 팝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인데, 위너는 언제나 이 덕목을 놓치지 않는다. 억지로 귀를 잡아채려고 만든 장치는 하나도 없지만, 편안하게 듣고 흥얼거리는 과정에서 그 노래를 계속 찾게 하는 것은 위너의 음악이 가진 마약 같은 힘이다.

굳이 모험을 감행하기보단 가장 익숙한 길을 택했다. 대신 강승윤의 멤버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능력이 완전히 무르익었다. '널 좋아해' 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지만, 김진우의 보컬은 곡이 둔탁하게 느껴질 즈음 등장해 산뜻함을 더한다. 가사에는 이승훈의 장기인 n행시를 담은 센스가 눈에 띈다. 소소한 변화라면 주로 뒤에서 찰랑거리며 사운드를 채웠던 일렉기타가 이번엔 제법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인트로에선 전면에 나섰다가 후렴이 되면 뒤에서 곡의 양감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또 먹먹하게 만져진 저음부가 마림바를 대체하며 트로피컬 분위기를 낸다. 여러모로 곡의 완성도가 절대 낮다 할 수는 없겠지만 저번 앨범의 탄탄함과 다채로움을 생각했을 때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소리
I'm Ready
M.O.L.E. Inc.
2018년 12월 2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코코소리와 믹스나인 등으로 알려진 소리의 두 번째 싱글. 쭉 함께 작업해오던 가면라이더(a.k.a. 이기용배)의 곡이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뭄바톤을 기용했다. 인트로부터 띠링띠링 경쾌하게 울리는 마림바에 정신을 팔다 보면 어느새 사비까지 달려가 있고, 'I'm ready for take off'라고 읊조리는 오토튠 간주를 지나 피쳐링한 재현의 랩이 등장한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타격 지점을 잘 잡은 곡이다. 도시의 역광을 주된 이미지로 잡은 뮤직비디오 연출이나 3인에서 대인원으로 커지는 안무도 노래만큼이나 정공법이다. 이렇게 들인 공이 보이는 기획에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수영
겨울숨
ICONIC SOUNDS
2018년 12월 2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겨울숨'은 수영이 직접 작사, 작곡에도 참여한 곡으로 자전적 메시지로 읽히는 가사 내용이 귀를 잡아끄는데 '어떤 길 어떤 꿈에선가 눈이 부시게 빛나던 내가 사라져가 멀리'라는 구절이 특히 인상 깊다. 그간 소녀시대의 음악을 들으면서 수영의 목소리에는 크게 집중해본 기억이 없다는 걸 떠올렸는데, 금방이라도 깨어질 듯한 섬세함 속에 힘 있는 목소리가 담담하게, 그러나 힘주어 눌러 쓴 일기장처럼 선명하게 들려온다. 소녀시대 멤버 중 또 한 명이 솔로 가수로서 인상적인 행보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소녀시대에서 수영은 특유의 비음으로 곡에 생기를 더해주는 감미료 역할을 하곤 했다. 이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이라면 '겨울숨'의 첫 소절을 듣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 수영은 차분하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자신이 쓴 가사를 한 자 한 자 조심스레 내뱉고 있다. '겨울숨'이 짙게 밴 잔떨림으로 곡을 헤쳐나가는 곧은 심지는 4분여의 여정 동안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높은 집중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곧 흡인력과 호소력이 되어 청자에게 가닿는다. 이어지는 어쿠스틱 버전은 동일한 집중도를 지니지만 가사와 가창의 미묘한 변화로 어조를 달리한다. 오리지널 버전이 "얼어붙은 마음"을 떠안고 하염없이 "봄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다면, 어쿠스틱 버전은 봄에 한 발짝 다가서며 희망을 드리운달까. 한쪽은 들숨으로, 다른 한쪽은 날숨으로 노래를 시작하는 등 보컬 디렉팅에서 디테일한 차이를 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돋보여 두 버전을 비교하며 듣는 재미가 상당하다. 초봄까지도 두고두고 꺼내 들을 좋은 발라드곡.



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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