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대현(B.A.P), HNB, 공민지, 갓세븐, 주노플로, 라붐, 온유(샤이니), 업텐션, VAV, B1A4 & 오마이걸 & 온앤오프, 데이식스를 다룬다.
조은재: 아이돌이 수많은 팬의 사랑을 받고도 왜 종종 '남겨짐'에 대해 토로하는지, 자세히 지켜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궁금해할 법도 하다. 콘서트를 즐겨 찾는 이들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무대를 먼저 떠나는 것은 아이돌이어도, 공연장을 먼저 떠나는 것은 팬들이다. 아이돌은 박수를 받으며 무대를 떠났다가도 내일이면 새로운 공연을 하러 돌아오지만, 팬들은 오늘 공연장을 떠나고 나면 내일 반드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BABY'는 그 틈에서 오는 공허함을 담은 노래다. 'BABY'에서는 피아노와 작게 깔린 코러스, 그리고 대현의 보컬로만 채워져 있다. 코드나 멜로디에서 대단히 특별한 기교를 찾기도 힘들다. 롱테이크로 촬영된 뮤직비디오 또한 다른 장치 없이 텅 빈 무대에서 혼자 노래하는 대현에 집중하고 있는데, 노래가 끝난 후 살짝 웃었다가 관객이 있어야 할 정면을 응시하는 클로즈업으로 끝난다. 모든 연출적 표현에서 의도적으로 여백을 비워두고 '할많하않'의 메시지를 넣고 있는 셈이다. 곡의 배경을 모르는 이들에겐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는, 심심한 노래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모든 아이돌과 그 팬들은 늘 그런 '밖에서는 심심해 보이지만 안에서는 너무 재밌는' 것들을 해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앞으로 풀어나갈 '할 말'들을 기대해보기에는 충분한 싱글이다.
서드: 노래가 특별히 귀에 남거나 하진 않지만 세 명이라는 소규모 유닛을 애써 거창하게 포장하기보단 미니멀한 이미지로 안무와 뮤직비디오를 구성한 점이 재미있다. 아직 정식 데뷔가 아닌 데뷔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알고 있는데, 다음번엔 이보다는 뭔가 더 뇌리에 남을 무언가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하루살이: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다. 한 7, 8년 전 빅뱅 음악에 어설프게 상큼함을 가득 부어놓은 듯하다. 기계를 거치지 않은 듯한 날것의 목소리와 지독히도 일차원적인 가사에서 세련됨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통기타 리프, 휘파람, 드럼 비트 등 모든 소리가 각자 자기 주장하기 바쁘고 급작스러운 전개에 어설픔만 더 드러난다. 풋풋한 소년을 표현하려 의도한 것이라기엔 보기 드물게 조잡한 졸작이다.
서드: 투애니원 시절부터 공민지는 노래와 퍼포먼스, 랩까지 치트키에 가까운 수준으로 소화해내는 멤버였다. ‘ALL OF YOU SAY’는 그의 그런 능력치를 어느 쪽으로도 어필해주지 못하고 있다. 영어 가사로 이뤄지고 한국보다 미국에서 선공개 되는 등 글로벌 어필을 위한 곡으로 보이지만, 이국적 로케이션에서 이뤄진 뮤직비디오의 연출이나 여러모로 케이팝이라기보단 무난한 팝송처럼 다가오기에 어떤 메리트가 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하루살이: 흠잡을 데 없이 근사한 팝이다. 어느 팝 차트에 섞여 있어도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1년 8개월 만의 컴백치고 어떠한 인상도 남지 않는다. 늘 그렇듯 멋있게 춤추는 공민지 이외에는 남는 것이 없다. 뮤직비디오가 아니었다면 이마저도 없었을 것이다. 곡에 있어서 너무 안전한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싶어 아쉽다. 공민지가 이제까지 쌓아 올린 것들을 생각하면 조금 더 대담해져도 좋지 않을까.
마노: 이미 상당한 볼륨이었던 전작을 리패키지 형태로 한층 더 풍성하게 엮었다(28곡이라는 어마어마한 볼륨을 자랑한다!). 팬송의 색채를 강하게 띠는 타이틀곡 'Miracle'과 '안 보여' 등의 신곡에 지난 월드투어
심댱: 'YOUR SONG'에서 보아와 주노플로의 합이 심상치 않다는 추측이 확신으로 굳혀졌다. 서로의 곡에 근사한 호스트와 게스트로 분해 세상 쿨하고 힙한 인상을 준다. 보아의 쨍한 보컬이 'Your Song'에서 차가운 캔버스 위에 백 붓으로 퍼뜨려졌다면, 'Autopilot'에서는 세필 붓으로 디테일을 살린 듯하다. 비행기 깨나 타 본 슈스의 바이브와 함께 비행하는 듯 오묘한 질감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심댱: '체온'에서부터 이어지는 라붐의 섹시 컨셉이다. '불을 켜'에서 간드러진 라틴풍 기타와 달콤하게 감겨오는 보컬은 가사 속 표현처럼 귀를 뜨겁게 녹인다. '너 아니면 안 된다'는 메시지가 전작과 중첩된다. 라붐이 밀고 가는 섹시한 이미지에 연약함이 강조되는 것은 마뜩잖지만, 벨벳을 만지는 듯 나른한 기조가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들의 이미지 변신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타이틀곡의 연약함을 불안의 밤으로 펼쳐 낸 '흐르는 이 노래가 멈추고 나면'을 비롯해 숨소리와 어쿠스틱 편곡이 어우러지는 '체온'의 오리지널 버전까지 자연스럽게 흐른다. 멤버 솔빈이 수록곡 '흐르는 이 노래가 멈추고 나면'에 작사 및 작곡, 편곡에 참여한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앨범의 무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라붐이 새로이 꺼낸 이미지를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아티스트부터 이미지를 잘 이해하고 참여하니, 앞으로 섹시한 라붐에 섬세함과 깊이가 더해질 것이라 기대해 본다.
서드: 샤이니라는 팀 안에서 온유가 날카로운 멤버들의 개성과 컬러풀한 음색 속에서 유난히 모노톤의 목소리로 부드럽게 중심을 잡아 왔다면, 솔로 앨범을 통해 스스로 흑과 백을 오가며 자신만의 목소리로 풍경화를 채워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타이틀곡 'Blue'는 온유의 보컬이 가진 그늘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곡. 뮤지컬의 한 장면인 듯 피아노와 현으로 이뤄진 사운드는 그런 온유의 목소리에 집중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무대 같다. 어둠 속에서 잔잔하게 물이 퍼져나가고 푸른 빛이 감도는 뮤직비디오 또한 곡의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반면 수록곡들은 어쩌면 온유의 목소리에 과하게 어울리는 발라드 위주로 이뤄져 있어 상대적으로 평범하고 심심한 인상이라 조금은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이들이 기다리고 기대해온 '그저 발라드'로 채워진 온유의 앨범으로서 충실한 모습이라는 생각도 든다.
조은재: 타이틀곡 'Blue'는 뮤지컬 넘버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단순히 곡조가 뮤지컬의 형태라서 오는 생경함보다, '고독의 기쁨', '빛인가 어둠인가' 등 연극적으로 구성한 가사가 주는 부자연스러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수록곡으로 트랙이 넘어오면 이 당혹감은 더 심해지는데, 온유의 장점으로 꼽히던 독특한 음색은 비교적 평이하고 클래시컬하게 연출된 곡들과 썩 어울리지 못하고, 드라마틱한 기교로 접합을 시도했지만, 어딘가 과장된 감정선만을 전달하고 있다. 그나마 미니멀하고 담백한 구성의 '또각또각' 정도가 온유에게 어울리는데, 워낙 특이하기 때문에 굳이 더 부각할 필요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음색만 들려주는 것이 강점임을 보여주고 있다.
스큅: 타이틀곡 'Blue Rose'는 전에 없이 절제미를 강조하고 있다. '나한테만 집중해', '하얗게 불태웠어'와 같은 곡에서 드러나던 호기를 떠올리면 조금 의외의 선택이지만, 덕분에 멤버들의 보컬이 새로이 조명되고 있다. 특히 두드러지는 멤버들은 보컬 쌍두마차로 활약하는 환희와 선율. 환희가 단단하게 후렴구를 뚫고 나오면 선율이 날카로이 벼른 가성으로 일격을 가하는 구도가 흥미롭다. 이제껏 고수하던 틀보다는 그룹이 지닌 보컬 팔레트를 기반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고 할 수 있겠다. 멜로디와 퍼포먼스가 단조로워 선명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는 것은 조금 아쉽다. 업텐션의 이전 타이틀곡들을 눈여겨봤던 분들이라면 수록곡 'Turn Up The Night'를 놓치지 마시길.
서드: 보컬에 중심을 둔 그룹이라고 막연히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멋들어진 아카펠라 화음을 들려주다니. 구성은 다소 심심하지만, 꽉 차 있는 하모니와 후반부 랩 파트의 중저음이 어우러져 겨울 시즌송으로서의 역할 만큼은 톡톡히 해주는 싱글이다.
심댱: 소속사 시즌송은 시상식만큼이나 연말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벤트다. 어느덧 어엿한 중견 기획사가 된 WM의 첫 번째 캐럴, '타이밍'은 각 그룹의 비슷한 듯 다른 컬러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다. 통통 튀면서도 떠들썩한 분위기는 소속사 캐럴의 전형성을 보이나 WM 특유의 적당한 무게감과 산뜻한 톤을 한껏 느낄 수 있다. 특히 온앤오프 와이엇과 오마이걸 미미의 랩 파트는 곡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한편 따로 이 둘의 듀엣을 보고 싶을 정도로 좋은 합을 선보인다. 연초에 듣기에는 살짝 늦은 감이 있지만, 깔끔하고 산뜻한 톤의 보컬들 사이에서 썩 괜찮은 조합을 찾아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마노: 전작 "Shoot Me : Youth Part 1"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댄서블-하드-복고 노선 전환을 고스란히 가져와 충실히 따르고 있다. 여름이라는 발매 시기에 맞춰 신스와 빠른 리듬으로 청량감을 강조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겨울 시즌의 무드에 어우러지는 매캐한 마무리감이 전반적으로 감돈다. 전작의 ‘WARNING!’을 계승하듯 힘 있는 질주감으로 내달리는 ‘두통’이나 불길하고 공격적인 사운드의 ‘121U’ 같은 하드한 트랙부터, 캐치하고 아련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뉴웨이브 장르의 타이틀곡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그루비한 힙합 리듬을 도입한 ‘자뻑송’ ‘완전 멋지잖아’, 가스펠 합창을 얹은 ‘마라톤’ 등의 복고 색채를 띠는 트랙, 그리고 전형적인 팝-록발라드 트랙인 ‘아픈 길’과 ‘Beautiful Feeling’ 등 추구하고자 하는 노선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고 다채롭게 투영한 곡들이 조화로운 모양새로 자리 잡고 있다. 전작에서 그랬듯이 채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날 선 ‘청춘’을 저만의 방식으로 미숙하지 않게 그려낸, ‘지금, 여기’의 데이식스가 선명히 드러나는 청춘 비망록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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