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코드 : 2NE1의 이중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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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E1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 ‘전 세계를 향하고 있는 케이팝 열풍’이라는 시각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 보았을 때도, 2NE1은 이미 인기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2011년 비오비(B.o.B.) 내한 당시 인터뷰했을 때, 한국 음악은 잘 모르는데 2NE1은 안다고 했던 그의 답변이 기억에 있다. 이후 2NE1, 특히 팀의 대장 씨엘(CL)은 윌아엠(Will.I.Am) 등의 음악가들과 친분을 맺으며 지속해서 교류를 이어나갔고, 얼마 전에는 디플로(Diplo), 스크릴렉스(Skrillex)와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씨엘의 미국 데뷔가 발표되었고 현지에서 얼마나 소문이나 마케팅이 이루어졌는지는 모르지만, 2NE1은 구글링 등 검색을 통해서 봐도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고 느껴진다. 물론 여기서 2NE1이 유명하다는 걸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고, ‘2NE1은 왜 유명한 것일까’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서 질문을 하러 왔다.

뭘 해도 개성이 넘친다.

뭘 해도 개성이 넘친다.

남다른 스타일, 독보적인 개성, 좋은 실력, 자신들만의 세계관 등을 가지고 있어서 인기가 많다는 분석은 좀 쉽다. 힙합, R&B, 레개, 전자음악 등 다양한 음악적 색채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면서도 자신들만의 맥락을 만들어왔다는 것 역시 충분히 할 수 있는 분석이다. 자유분방함이 가지는 시대정신, 혹은 기획사의 기획물, 성의 상품화, 모두 새롭지 못한 프레임이다.

하지만 2NE1을 섹슈얼리티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건 흥미로운 시각이었다. 우선 2NE1은 섹시하다고 느낄 만한 지점은 있을지언정 공개적으로 섹스 어필을 드러낸 적 없다. 또한, 그간 걸그룹들이 보여온 순정, 반항, 섹시함이란 결국 소녀, 여성 전사, 팜므 파탈 정도로 각각 바꿔 말할 수 있는 여성 타자화의 프레임이다. 반면 2NE1은 이와는 다른 영역을 구축해냈다. 그것은 흔히들 말하는 ‘카리스마’ 정도로 축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전술한 다른 정체성들보다 좀 더 주체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으며, 초기에는 부담이나 거부감으로 다가왔을지언정 결국은 ‘당당함’으로 대변되어 인정받는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2NE1이 가진 모습을 ‘센 언니’ 정도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이것이 전부일까?

데뷔 초기에는 워낙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기 때문에 콘셉트를 범주화하기 어려웠다. ‘우리와 놀자’, ‘내가 최고다’ 식의 힙합 트랙부터 이별 상황에서 쿨하게 ‘꺼져’라고 하는 트랙, 그리고 ‘Ugly’와 같은 곡까지 정말 여러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최근의 2NE1이 보이는 정체성은 두 가지로 묶을 수 있다. 하나는 순종적인 여성, 또 하나는 강한 면모의 여성이다.

때로는 이렇게 애절하다가도

때로는 이렇게 애절하다가도

거침없는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거침없는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2NE1이 앨범 “CRUSH” (2014)에서 선보인 가사는 지극히 양면적이다. ‘멘붕’, ‘Crush’에서는 자신이 남녀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최고라고 말하지만 ‘살아 봤으면 해’, ‘Come Back Home’에서는 이별의 애절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착한 여자’에서는 순정의 사랑을 이야기하다가도 ‘Scream’에서는 자유를 추구한다. 이런 아이러니는 앞에 등장하는 곡 ‘Happy’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내가 없어야 행복하니 떠날게, 진심이야”라는 가사 내용은 다른 곡들과 다른 순종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이는 굉장히 모순적인 ‘태도’다. 첫 번째 트랙에서의 자신감 있는 태도는 어디로 가고 갑자기 쭈그러지는 모습을 드러내다니,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이러한 모순은 ‘Do You Love Me’와 ‘Falling In Love’에서, 남자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마음과 순종적 태도가 동시에 드러나는 순간 더욱 잘 드러난다. 참 애매하다.

이러한 이중적 면모는 소녀시대와의 비교를 통해 더욱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2NE1과 소녀시대는 몇 차례 공개적으로 비교되었고, 게다가 지난해에는 같은 시기에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을 진행해 더욱 그러했다. 소녀시대의 가사는 성장하는 소녀의 지점을 꾸준히 보여왔다. ‘Mr.Mr.’는 청자에게 ‘네가 최고야’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동시에 여성의 자존감을 챙기는 모습까지 드러낸다. ‘Goodbye’, ‘유로파’ 등은 관계를 표현함에 있어서 보다 복잡하고 성숙한 감정선을 담아내고, ‘말해봐 (Talk Talk)’, ‘Promise’ 등에서는 같은 맥락으로 남성에게 바라는 면모를 시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으로 소녀시대는 도도해 보이지만 남성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여성의 모습으로 자신들만의 깍쟁이 같은 아이덴티티를 구축한다. 반면 2NE1은 ‘내가 제일 멋있다’는 스왝과 ‘날 사랑해달라’는 간절한 태도가 극단적인 이분법을 보인다.

지난해 2NE1의 콘서트에서 신 나게 놀다가 문득 느낀 것인데, 처음에는 기분 탓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곡들을 면밀히 살펴볼수록 두 얼굴을 지닌 2NE1을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2NE1이 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남성성 중심의 성녀/창녀 이분법에서 살짝 비껴있을 뿐, 여성이 타자화되는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워해요’에서 드러나는 순종적 여성, ‘나쁜 기집애’에서 드러나는 센 여성의 양립을 주축으로 한다. 그래서 2NE1에게 이중인격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씨엘조차 애절할 때가 있다.

씨엘조차 애절할 때가 있다.

사실 뭘 해도 이들의 비주얼은 화려하고 세다.

사실 뭘 해도 이들의 비주얼은 화려하고 세다.

2NE1이 보이는 모습이 유별나거나 전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센 언니 콘셉트가 이들만 가지고 있는 영역은 아니며, 무엇보다 기존에 시도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완전한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지 않다. 2NE1의 정체성 및 세계관은 비주얼과 음악으로 구축되어 있는 것이지, 정신적 영역에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부분은 세일즈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정한 인격이나 정치관, 사고관의 방향이 뚜렷했다면 그만큼 반감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다양한 이야기를 곡의 분위기에 맞춰서 풀어내기 때문에 비주얼과 음악에 더욱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일차적으로 감각을 느끼는 과정에서 더욱 열광할 수 있기도 하다. 결국 센 여성이 멋있어 보이고 순종적 가사는 공감대를 자아내기 쉽기에, 그리고 기존의 가치관에 부합하기에, 더욱 사랑을 받을지도 모른다. 소녀시대가 최근 차트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점도 이러한 부분이 어쩌면 이유가 될지 모르겠다.

나는 2NE1에게 뭔가를 바라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이 잘못되었거나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 역시 아니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고 해서 급진적인 논의를 꺼낼 의무도 없고, 2NE1이 음악을 못하거나 멋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인기가 있고, 확고한 색채를 지니고 있다. 다만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는 이러한 특징이 있고, 나아가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찾아본 것이다. 앞으로 2NE1이 어떤 가사를 들고 나올지, 또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 기대된다. 그 전에 주목할 만한 것은 씨엘의 솔로 활동일 것이다. 사실 씨엘이야말로 요즘 센 언니의 ‘끝판왕’인데, 여기서 더 많은 사람을 반하게 만드는 멋진 카리스마를 보여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ne1-live

글을 쓰며 읽었던 자료들

  • 김수아, 소녀 이미지의 볼거리화와 소비 방식의 구성: 소녀그룹의 삼촌팬 담론 구성, 미디어, 젠더&문화 제15호, 2010
  • 나민구, 신한류의 리더 K-Pop의 ‘수사학적 힘’ 분석, 수사학 제15집, 2011
  • 정윤수, 걸그룹을 둘러싼 모험: 위험사회에서 살아남기, 대중음악 통권 8호, 2011
  • 차우진, 걸그룹 전성기, 문화/과학 통권59호, 2009
  • 아이돌 코드 시리즈

    컨텍스트 위에 컨텍스트 쌓기. 어찌 보면 별 이유 없는 듯한 아이돌의 맥락 속에서 새로운 맥락을 꺼내보는 박준우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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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럭

    Author:

    블럭이라는 이름을 쓰는 박준우입니다. 웨이브, 힙합엘이, 스캐터브레인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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