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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4.09.21~09.30

9월 21일 ~ 3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이다. 버즈, 밍스, 스위치, 송지은, 키도, 지피지기, 비투비, 주니엘, 5tion을 들어보았다. 지난 회차부터 결과물이 좋지만 그냥 지나칠 염려가 있는 경우 각 필자가 “Discovery!” 스티커를 붙여 강조하고 있으니 리스너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란다.

9월 21일 ~ 3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이다. 버즈, 밍스, 스위치, 송지은, 키도, 지피지기, 비투비, 주니엘, 5tion을 들어보았다. 지난 회차부터 결과물이 좋지만 그냥 지나칠 염려가 있는 경우 각 필자가 “Discovery!” 스티커를 붙여 강조하고 있으니 리스너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란다.

Train
인넥스트 트렌드 (산타뮤직)
2014년 9월 22일

유제상: 아니 어쨌든 록 포맷의 그룹이니까 최근 곡에 대한 모니터링도 하고, 록 경향에 대한 고민도 하고 그럴거 아냐. 근데 어떻게 이런 2000년대 중반 스타세일러 리믹스 비스무리한 곡이 나오냐 이거야. 기적소리는 또 뭐고.

조성민: 버즈의 다음 앨범부터는 ‘아이돌로지’에서 다룰 수 없을 것 같다. 여러모로 ‘아이돌답지 않은’ 앨범.


우리 집에 왜 왔니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2014년 9월 22일

미묘: 멤버들의 음색은 힘 있는 미성이 많아 듣기 좋은 편이고 가끔 돌고래 쇼도 한다. 다만 곡 자체는 듣고 있기 괴롭다. 도입부부터 노골적으로 2NE1 사운드를 지향하면서 90년대 풍의 랩을 끼얹고, 화려한 보컬 쌓기를 시도하는 듯하다가 매우 안전하게 빠진다. 후렴은 나름의 시원한 매력을 갖고 있으나, “이런 게 EDM이지!”라고 외치는 듯이 노브가 계속 돌아가며 지나치게 부글거리는 덕에 시원하기보다는 멀미만 난다. 경력도 제법 있는 프로듀서들이 어찌 이런 베드룸 EDM 같은 작업을 하셨는지, 난감하다.

유제상: 5인조 걸그룹 밍스의 데뷔 싱글. 도입부의 묵직한 비트나 후렴구의 흥겨운 멜로디가 전형적인 클럽 음악 같으면서도, ‘밥상을 차려놨는데 왜 손도 안 대느냐’는 투의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사가 함께 제시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8월에 리뷰했던 걸투스쿨(Girl2School)이나 최근 티아라의 경우도 그렇듯이, 아이돌 그룹이 클럽에서 들려도 어색하지 않은 음악을 들고 나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가요시장에서의 신곡’과 ‘무도회장의 음악’ 간 갭이 좁혀지고 있는 셈이니까.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성민: 음악 방송에서 무대를 보고 주목하게 된 팀이다. 노래 자체에서는 그다지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로 에너제틱한 무대를 꾸밀 수 있는 걸그룹은, 특히 신인 중에서는 꽤 오랜만에 본 것 같아서 무척 반갑다. 멤버 구성도 치우침 없이 균형 잡혀 있고, 인기 걸그룹이 되지 않을 큰 이유는 없어보인다. 얼핏 포미닛의 데뷔 초를 보는 느낌도 있는데, 어떤 면에서는 데뷔 초의 포미닛보다도 나은 느낌도 있다.


39˚c
스위치 컴퍼니
2014년 9월 24일

미묘: 어우야........... (다시 들어본다) 어우야.............

유제상: 뜻밖의 신곡. 전체적으로 미드나 스릴러 영화의 오프닝 곡을 흉내낸 듯 한 긴박감이 넘치는데, 신기하게도 중간에 통속적인 후렴구나 산통 다 깨는 랩이 이어지지 않고 곡이 끝날 때까지 분위기가 쭉 이어진다. 만족스럽다기보단 흥미로운 곡인데, 이것이 용돈 타기 직전 엄마 앞의 대학생 마냥 몸을 비비 꼬는 멤버들의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와 어우러져 기묘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 기묘한 느낌이 곡의 인기로 이어질지는 알길이 없으나 한동안 평자의 인상에서 잊혀지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조성민: 이 곡의 공식 뮤직비디오 제목은 '걸그룹스위치 39º M/V switch 39도 19금 섹시콘셉트 핫한 뮤직비디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L보다 이목을 끌지 못했다는 사실이, 차라리 짠하다. 이제 이 쪽으로는 진짜 생 포르노가 나오지 않는 한은 어렵게 됐거든요.


쳐다보지마
TS 엔터테인먼트
2014년 9월 24일

유제상: 최근 아름다움이 만개하신 시크릿 송지은의 싱글. 우수에 찬 미드템포의 곡 분위기가 드라마 OST를 연상시키는데 정작 대상이 되는 드라마는 없고, 노래 가사의 스토리텔링은 금지된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뮤비는 그냥 노예시장의 분위기고. 뭔가 뒤죽박죽이다. 송지은의 새침떼기 같은 이미지를 기반으로 흩어진 기호들을 잘 정돈하기만 했어도 지금의 결과물보다는 훨씬 보기 좋으련만.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성민: 개인적으로는 시크릿보다 송지은의 노래를 더 좋아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취향과 상관 없이, 송지은의 음악적 성숙과 그 만의 개성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평자가 이 장르의 음악을 평가하는 기준은 '얼마나 중2적 감수성을 자극하는가'인데, 그런 점에서는 '아티스트 선언'을 했던 예은보다 송지은이 훨씬 적합한 음색을 가졌다는 느낌이 든다. '미친거니'와 달리 '쳐다보지마'에는 피쳐링 없이 온전히 송지은의 목소리만이 담겨있는데, 그래서인지 '쳐다보지마'가 '미친거니'보다 더 개성있는 노래로 들린다.


EDM Club Sugar Free Edition
코어 콘텐츠미디어
2014년 9월 24일

유제상: 'Sugar Free'를 무려 16개의 버전으로 분화한 리믹스 미니앨범. 전 회의 1st Listen을 작성하면서 '혹시 'Sugar Free'가 한국어 가사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면 EDM 특유의 흥겨움이 살아날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가사가 영어라고 후렴구의 통속성이 지워지는 건 아니었다. 다만 난폭한 빅룸 스타일의 전주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니 곡이 한결 듣기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이는 모든 리믹스 버전이 그러하다). 여기에 멤버들의 영어 발음이 귀에 착착 감기는 즐거움이 더해지는데, 이는 '숨 안 쉬고 말하기!' 같은 숨가쁨을 느꼈던 한국어 버전의 단점을 지워준다. 물론 'Sugar Free'가 원곡 포함 16개의 다른 버전을 한 시간 넘게 들을 만한 곡인가란 본질적인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다.


작은 앨범
스타덤 엔터테인먼트
2014년 9월 26일

유제상: 탑독의 키도가 낸 솔로 앨범. 미니앨범이지만 7곡이 수록되어 볼륨도 빵빵하고, 조PD 냄새가 많이 나서 탑독 팬이라기보다 스타덤 팬에 가까운 평자 같은 사람이 듣기 좋았다. 문제는 노래 분위기가 한 때 스타덤에 몸 담았고 올 하반기 'HER'로 인기 몰이를 한 블락비랑 너무 비슷하다는 것. 멜로디 진행, 비트, 가사 내용에 탑독의 요란함이 사라지니 차별점도 사라져버렸다. '아라리오'나 'TOPDOG'이 왜 난장 분위기를 선택했는지도 이젠 알 것 같고.


1%의 가능성
제이스타
2014년 9월 26일

유제상: 4인조 남성그룹 지피지기(ZPZG)의 데뷔 싱글. 속도감 있는 곡을 기반으로 삼으며, 간주 부분에 변화를 줘서 지루함을 덜고 있다. 약간 리듬액션게임 음악 같은 생각도 드는데(특히 간주 부분의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플레야(Playa)의 경우도 그렇고 요즘 이런 팀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그렇게 어색하진 않다. 다만 검색(2014.10.04일자)으로 확인 가능한 보도자료가 멤버 중 한 명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피니트 성규랑 닮았다는 내용이었는데, 그거 별민 님 눈에 띄면 어쩌려구...

조성민: 멤버들이 갖고 있는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여서 그 가상함에 크게 혹평을 하기는 조금 힘들다. 하지만 춤을 못 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팔다리만 쭉쭉 뻗는 안무를 만들 정도라면, 굳이 댄스 브레이크 파트까지 넣을 필요는 없었을텐데. '4명'은 정말로 춤을 잘 추지 않으면 퍼포먼스 쪽으로 뭔가를 보여주기에는 쉽지 않은 인원이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열심히 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음 곡부터는 '센터'가 왠지 강이나 겸으로 바뀔 것 같은데, 나만의 착각일까. (p.s :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뮤직비디오를 실눈 뜨고 조금 멀찍이서 보다 보면, 닮았다. 언급해주신 제상 님, 감사합니다...)


Move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4년 9월 29일

미묘: 들으면서 몇 번이나 "올..?ㅋ"와 "에이.."를 오고 갔다. 전자는, 전작 '뛰뛰빵빵'의 제목 때문인지 몰라도 부쩍 어른스러워진 듯한 인상 때문이다. '넌 감동이야'는 시끌벅쩍한 분위기의 곡임에도 화성 진행이 담담하고, 보컬보다는 반주가 다이내믹을 착실하게 꾸려낸다. 남성 아이돌의 어떤 '좋았던 시절'을 연상시키는 것 또한 장점이라 할 만하다. 그것이 트랙에 따라서는 god나 알켈리를 버무린 듯한 식상함의 함정에 떨어지기도 하는 것은 때때로 아쉬움을 주는 부분. 그러나 무리한 옷을 끼워입기보다 잘 맞는 옷을 드디어 찾아입은 듯한 이 음반은 앞으로의 비투비를 꽤나 기대하게 한다.

조성민: '저급한 예술가들은 베끼지만, 훌륭한 예술가들은 훔친다'는 피카소의 명언이 떠오른다. 지금 아이돌씬에서 어떤 음악이 유행하는지 알아보려면 비투비 앨범을 들어보면 된다. 이것은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다. 어쨌든 비투비는 최신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는 팀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비교적 독보적인 팀 컬러를 구축하고 있는 선배 그룹 비스트와 포미닛과 달리, 비투비의 팀 컬러는 아직도 지나치게 불명확하고 가변적이다. 이쯤 되면 이렇게 특색 없는 일시적 트렌드의 집합을 이 정도로 준수한 퀄리티로 소화해내는 비투비 멤버들의 능력에 기획자가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데뷔 초에는 비스트+인피니트를 보는 느낌이었는데, 그 다음에는 인피니트+빅스를 보는 느낌이었다가, 이제는 빅스+블락비를 보는 느낌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트렌드를 '가져올'지 걱정된다. 타이틀곡 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에서 이런 경향을 보이는 것은 분명 큰 문제이다.


연애하나 봐
FNC 엔터테인먼트
2014년 9월 29일

미묘: 타이틀 '연애하나 봐'가 시부야계-영향의-마포-인근-댄스튠 느낌을 내는 한편, 다른 두 곡은 보다 AOR의 색채를 많이 살리고 있다. 다소 이질적이더라도 보다 대중적일 듯한 곡을 타이틀로 삼는다는 전략은 그대로이다. 그런데 '연애하나 봐'는 아티스트십, 틈새시장과 대중성 사이에서 여느 때보다 매력적인 균형을 잡아낸다. 또한 트랙 수가 적어서인지, '주니엘에게서만 듣게 되는 곡'의 비중도 더 커졌다. 그 와중에 "아는 누난 잘 지내니? 어제 만난 어린 여잔 몇 살이니?" 같이 현실에 내려앉은 가사들이 곡마다 조금씩 박혀 감초 역할을 한다. 이번에야말로, 꽤 괜찮은 방향성을 잡은 게 아닌지.

유제상: 5개월 만의 컴백. 비록 나머지 수록곡이 여전히 지리한 기타 장가장가하는 곡이긴 하지만, 타이틀곡 '연애하나 봐'는 비트 있는 최근 트렌드의 곡이니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겠다. 이런 식의 분위기 전환은 언제든 환영이다.

조성민: 이제 '아이유'와의 비교는 상당히 부당한 측면이 있어보인다. 예전에는 기타 등의 악기 소리에 보컬이 딸려가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갈수록 노래에 힘이 실리는 것 같아서 듣기 좋아지고 있다. 어쨌든 한 방향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좋은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성장의 방향이 시장의 트렌드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면 더더욱. 항상 조용하지만 은근히 강력한 한 방을 날려온 FNC의 또 다른 한 방.


Still Beautiful
예원 엔터테인먼트
2014년 9월 30일

유제상: 오오 이거슨 그야말로 2000년대 초반 그 시절 그 자체. 혹시 이미 녹음해 놓고 10년 만에 발매하는 환상의 음원이 아닐까. 거기다 멜로디가 (당시 기준으로) 좋아서 진작 발매했다면 큰 인기를 얻었을 것 같은데 왜 지금, 그 시절, 그 분위기를? 오션은 신화나 god가 아니잖아.

조성민: 오빠들은 '어떻게 아직도 자꾸만 너에게 마음이 흔들려'라고 노래하고 계시지만, 어떡하죠, 듣는 제 마음이 흔들리지가 않아서요. 곧 S(강타, 신혜성, 이지훈)가 컴백한다는 소식을 얼핏 들었는데, S도 이런 타임캡슐에 묻혀있었던 것 같은 노래를 들고 나올까봐 조금 걱정이 된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