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 2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이다. 티아라, 앤화이트, 팀B, 스피카S, 빅스타, 히치하이커, 2PM, 틴탑, 아는동생, 소녀시대 태티서, 플레야, 포커즈, 지나, 스위치를 들어보았다. 이번 회차부터는 결과물이 좋지만 그냥 지나칠 염려가 있는 경우 각 필자가 “Discovery!” 스티커를 붙인다.
미묘: 심기일전. EDM이란 단어가 주는 '신문물'의 느낌을 통해 소구층에 변화를 줌으로써 재기를 노리는 듯한 모습이다. 후렴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듯한 독특한 안무도 마찬가지. 그러면서도 '뽕 댄스'의 기조를 유지해 티아라 특유의 길티한 플레져의 기쁨을 킵온하듯 유지하는 것도 유효하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Sugar Free'는 강렬하고 화려하면서 신파와 뽕 멜로디, 쎈언니팝을 뒤섞는, 티아라가 사랑받은 공식을 매우 제대로 충족하고 있다. 다만 이것으로 다른 소구층의 긍정적 관심을 끌어내기란 일단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데, 그 이유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좋을 듯.
유제상: 반전은 없었다. 솔로 활동의 여세를 몰아 본진에서 크게 히트하겠다는, 지금의 티아라로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상식적인' 전략을 밀어붙인 결과물이 바로 이 앨범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타이틀곡 'Sugar Free'에서 생성되는데, 당당히 1번 트랙을 차지한 빅룸 버전이든 마지막 트랙인 인스트루멘탈 버전(그렇다. 심지어 보컬이 없는 버전에서도 문제는 동일하다)이든 '지나치게 하드한 전주'와 '통속적인 멜로디 파트'의 부조화가 '통제되지 않는' 티아라의 현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렇다고 행여나 이 글을 읽으면서 '다른 곡은 괜찮겠지...'하는 기대는 접어두시길. 'Sugar Free'가 없다고 이 난국이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
조성민: 갈수록 ‘빡세게’ 힘이 들어가고 있는 티아라의 신곡 ‘Sugar Free’. 개인적으로 ‘너 때문에 미쳐’와 ‘왜 이러니’ 시절의 티아라를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반갑긴 하지만, ‘SEXY LOVE’부터는 (음악 외적 행보에 의한 이미지 변화 탓인지는 몰라도) 정말 ‘뭔가 빠져 버린 sugar free’ 음료처럼 마지막 단물을 찾아 헤매는 듯해서 어딘가 처연하게 들리기만 한다. 아무래도 특유의 ‘뽕끼’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EDM에 처연한 ‘뽕’의 감성을 섞는 건 ‘넘버나인(No.9)’에서 어떤 정점을 찍은 줄 알았는데, 아직 레퍼토리가 남아있었나 보다. 타이틀곡을 제외한 수록곡들에 대해선, 그저 전형적인 아이돌팝이 백화점식으로 진열되어 있기 때문에 딱히 코멘트할 것이 없다.
유제상: '이들 또한 지나가리라...'를 치려고 대차게 키보드를 움켜쥐고 음원을 재생하는 순간, 타이틀 'Hello Boy(동화)'를 듣고 깜짝 놀란 채 이 글을 쓰고 있다. 흥행은 예측하기 어려우니 함부로 말하진 않겠다만, 곡들의 퀄리티가 워낙 좋아서 누구든 들으면 앤화이트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곡을 만든 프로듀서팀 ZigZag Note에 대해서도 앤화이트 못지 않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왕도를 걷는 아이돌 음악에 목마른 분은 꼭 이 앨범을 들어보기 바란다.
조성민: 걸그룹의 ‘소녀성’을 이토록 극대화시켰던 사례는 최근에는 에이핑크뿐이었던 것 같은데, 어떤 면에서는 앤화이트가 에이핑크보다도 더 본격적으로 ‘소녀’답다. 여린 이미지의 걸그룹이라고 해도, 리드보컬이 한 번쯤 시원하게 고음을 지른다든가 가창력을 뽐내는 부분은 으레 있게 마련인데, 타이틀곡은 물론 다른 트랙에서도 딱히 성량이 두드러지는 부분이 없어 ‘혹여나 우리가 소녀로 보이지 않으면 어쩌지’라고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까지 느껴진다. 이 팀만의 메리트라면, 정말 ‘소녀’ 그 자체인 리더 겸 막내 멤버 수현이 전곡을 작사한 덕분인지 ‘소녀 콘셉트’의 걸그룹 가사에서 종종 느껴지는 시점 교란( : 이게 소녀 스스로가 하는 말인지, 소녀를 바라보는 누군가, 특히 남자가 하는 말인지, 한다면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이 덜하고, 마치 소녀가 손글씨로 직접 쓴 다이어리를 옮겨온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겠다.
미묘: 코러스 이펙트 걸린 기타 아르페지오 사이사이로 저음의 워블 신스가 짤막짤막하게 부글거리는 대조가 근사하다. 기타도 그렇지만 사람 목소리를 흉내 낸 신스, 그리고 실은 멜로디의 색채 자체가 80년대의 화려하면서 아른한 향취를 물씬 풍긴다. 랩은 솔직히 '들어가야 해서 들어갔다'는 느낌도 없진 않지만, 확실한 매력의 후렴 덕분에 플레잉타임 내내 설레는 마음이 유지된다. 이건, 참, 좋은 곡이다.
오요: YG 소속의 아이돌에게 '빅뱅'은 어떤 이데아인가. 어떤 부분에서는 태양이 노래하는 줄 알았다. 다행이라면 Bobby와 B.I.의 랩이 꽤 독창성을 획득한다는 정도. 곡의 수준과는 별개로 그간 팀B가 겪어온 시간을 통해 이 곡은 분명 팀B만의 서사를 가지며, (팬이든 아니든) 마음 한 켠이 뭉클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유제상: 그러니까 엠넷에서 YG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비싸좋더라. 그래도 명색이 아이돌 웹진 필자인데 공부가 부족한 거 아니냐고요? 하하, 요즘은 아이돌 활동이 다매체를 무대로 삼으니 경향 전부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특히 케이블은 야구랑 남남북녀 할 때만... 아 예, 알겠습니다. 팀B에 소속된 모든 분들의 앞날에 영광 있기를!
조성민: 왠지 서태지와아이들 ‘너에게’ 오마주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YG는 여러 방면에서 복고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 같은데, 가장 빠르게 최신 블랙 뮤직 트렌드를 도입해왔던 그 간의 행보를 생각해보면 조금 의외다. 다만, 지금은 빅뱅+위너 느낌이라서 앞으로 어떤 색이 나올지 조금 궁금해진다.
미묘: 사운드의 팔레트에 살짝 끼얹어지기만 한 듯한 탱고 도입의 수위가 인상적이다. 그것이 매우 용감한형제스러운 이 곡을 덜 용감한형제스러운 색채로 들리게 하기 때문이다. 사운드와 리듬 모두가 쉼표를 그다지 두지 않고 쭉 뻗어 나가는데, 이런 좋은 기세가 '철부지라서 깍쟁이인 아가씨' 같은 느낌의 스피카와 괜찮은 케미를 선보인다. 다만 아무래도 가사가 축축하다 보니 인트로와 브리지에서 조용하게 분위기 잡을 때 피로감이 높아 아쉽다.
유제상: 스피카에 대한 평자의 기억들. ① 멤버들 키가 컸다. ② 노래를 다들 잘하긴 하는데 '애가 어른 흉내 내는' 느낌이었다. ③ 두드러진 히트곡은 없는데 그에 비해 팬이 많았다 등등. 스피카S는 일단 보도자료 상으로 '유닛'으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 멤버 구성으로 봤을 땐 팔레트 스왑한 2P 캐릭터 정도의 느낌(...)이다. 그리고 용감한형제의 이름을 들고 나왔는데 좀 더 그루비한 점 말고는 기존 곡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인원 구성이든 무대 콘셉트 등 흥행을 기대하기엔 무리수가 너무 많다. 그냥 스피카 이름으로 내면 안 될 이유라도 있었던 걸까?
조성민: 결국 아이돌 시장이 자본력과 마케팅 전략에 의해 성패가 좌우되는 곳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빅스타는 한창때 NRG를 떠올리게 하는, 엄청 센세이셔널하지는 않지만 분명 그저 무시하기는 힘든 색깔의 음악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이번 발라드 싱글은 자칫 그저 흔해빠진 아이돌팝이 될 뻔했던 것을 멤버들이 의외로 꽤 훌륭하게 살려내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무겁고 어렵고 고급스러운 음악으로 ‘격을 높이는’ 아이돌이 있다면, 그냥 듣고 부르기 편한 노래로 진입 문턱을 낮추는 아이돌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일본에서 하고 있다는 100회 라이브가 끝나면 국내에서 많이 주목받게 되었으면 좋겠다.
미묘: 동서고금의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자기 자녀의 목소리를 음반에 사용해 왔는데, 그중에서 가장 즐겁게 들은 트랙이라 단언할 수 있다. 힙스터 취향을 풀어 넣으려는 성향을 끝까지 밀어붙인 점에서도 흥미롭지만, 그 와중에도 90년대 뮤지션다운 '재밌는 동네 청년' 같은 순박함이 다소 배어 있는 점 또한 정겹다. 더 기대할 게 있다면, 더 많은 트랙의 릴리즈뿐.
유제상: '아ㅂ와ㅂ와ㅂ와ㅂ와ㅂ와 ㅂ와ㅂ와ㅂ와ㅂ와ㅂ와'의 중독성 있는 괴성이 3분 45초 동안 울려 퍼지는 트랩 장르의 곡. 많은 이들이 (특히 뮤직비디오를 보고) 시리악 해리스(Cyriak Harris)와의 유사성을 지적하는데, 사실 양자의 유사성은 시각 이미지보다는 기계적인 반복을 중시하는 음원의 양식에서 더 찾을 수 있다. 재미있는 곡이지만 '도시의 뒷골목'이나 '정무문의 날아차기' 같은 진부한 키치 이미지는 볼 때마다 화가 난다. 형님, 이제 40대 중반인데 언제까지 90년대에 갇혀 사실 겁니까?
조성민: 뮤직비디오를 보는 내내 전공 강의 시간에 들었던 기호학 지식을 총동원했지만, 결국 어떤 의미 있는 감상평을 떠올려 내는 것은 실패했다. 그냥 ‘다시 돌아와( : 히치하이커 작곡의 인피니트 데뷔곡)’를 ‘아바바바’가 반복된 횟수만큼 더 돌려 듣기로 했다. 평점은 10점 만점에 11점 드렸다.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오요: '짐승돌'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전, <와일드 바니>등의 프로그램에서 자유분방함과 정신없는 에너지(흔히 '비글'이라 일컫는 그것)를 내뿜던 2PM이 있었다. 타이틀곡 '미친거 아니야?'는 그런 2PM을 위한 맞춤형 곡이지만, '이제 와서?'라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타이틀곡과는 별개로 양질의 수록곡들이 돋보인다. 딱히 좋은 트랙을 가려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려하게 흘러간다. 앨범 전체를 들어볼 것을 권한다. 2PM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앨범이자 그들이 한 차원 더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수작.
조성민: 그래, 2PM은 원래 이런 팀이었다. 동네에서 삼선 슬리퍼 끌고 다니면서 소일거리나 하던 남자애들이 나이 먹고 돈 좀 벌었다고 머리에 기름칠 좀 하고 나타나서는 시간 좀 내라고 추근덕거리는데, 그게 아주 싫지는 않은 느낌이랄까. 내내 클럽튠이 반복되다가 ‘Boyfriend’에서 본격적으로 귓속말을 거는 부분에서는 정말 안 넘어갈 수가 없다고 두 손을 들었다. 고향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오요: R&B에 기반을 둔 미디엄 템포의 댄스곡 '쉽지 않아(Missing)'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우는 건 일종의 모험이었을 것이다. 틴탑하면 으레 떠오르는 발랄한 일렉트로 댄스곡에서 벗어나 일종의 음악적 성숙을 꾀한 시도였을 텐데 타이틀곡 보다는 수록곡들이 오히려 인상 깊다. 특히 '울어(Cry)', '지독하다(Love Is...)'를 추천한다. 칼군무 만이 틴탑의 장기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성민: 일전에 분석한 바 있듯, 대개 월드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돌은 심혈을 기울인 신보와 함께 사력을 다한 컴백 무대를 갖게 마련이다. 틴탑 역시 윤종신과 함께 드라마 <엔터테이너스>(Mnet)에 출연하며 컴백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는 듯 보였지만, 프로그램의 흥행 실패로 기세가 주춤하더니, 앨범에서마저도 조금 힘에 부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타이틀곡부터 수록곡들까지 ‘포스트 비스트’ 정도의 느낌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 틴탑의 장점이자 가장 큰 특징이었던 가볍고 발랄한 음색이 지나치게 무겁고 어두워져 버린 느낌이다. 돌아와요, ‘초경량 그룹’으로.
미묘: "아는 동생"을 "A.N.D.S"라고 줄이는, 음, 패기가 좋아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들어봤지만, 장점을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미디와 홈 스튜디오가 보급화되면서 신스 좀 만져보다 보면 그깟 댄스가요쯤 나도 만들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트랙이 여기 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도미노> 6호의 정세현 논객의 글을 읽으며 다시 들어보면 시너지가 날 것 같은 곡이다.
미묘: 전작의 뿜빠뿜빠를 유지하면서 보다 밀도 높으며 성숙한 음반을 만들어냈다. 'Holler'가 메인 리프를 중심으로 무한 반복되다가 짧은 순간 전혀 다른 얼굴의 멜로디를 풀어놓는 감각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중반부의 흐름을 퀄리티 높은 '걸그룹팝'으로 비교적 안정 지향적인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후 'Only U'는 여태까지 이런 규모의 음반에서 다소 약점으로 작용하던 발라드성 미드템포 트랙을 다른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해버린다. 그리고 'Eyes'는 아마도 소녀시대의 최전방 유닛 실험체인 태티서가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가장 멀리까지 끌고 나가는 듯하다. 내우외환 속에서 이런 성숙과 진보를 보여줄 수 있는 저력은 팬들이 자랑스러워하기에 충분한 모습.
유제상: 기대치 않았던 'Twinkle'의 깜짝 인기를 등에 업고 활약한 태티서가 2년 반 만에 컴백. SM 엔터테인먼트가 일본에서 주로 발표하는 곡과 느낌이 비슷하다든지, 태연 목소리가 보아 같아졌다든지 하는 소소한 흥밋거리가 있지만 회사 측도 노래를 부르는 측도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올 상반기 본진이 온갖 구설에 시달린 가운데 나온 정식 활동이라는 데 의의를 둬야 할 듯.
조성민: 동방신기 ‘Something’과 슈퍼주니어 ‘MAMACITA’의 걸그룹 버전인 듯한 타이틀곡 ‘Holler’도 조금 의아한 구석이 있는데, 심지어 커플링곡인 ‘아드레날린’은 동방신기 ‘수리수리’와 슈퍼주니어 ‘Shirt’의 걸그룹 버전 같다. 곡뿐만 아니라 퍼포먼스나 뮤직비디오 등의 비주얼 디렉팅도 그러하다. 앞선 두 팀의 앨범 발매가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같은 기획사에서 이렇게 나란히 세 앨범이 비슷한 색채를 띠고 있는 것은 솔직히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원투펀치까지는 허용돼도, 그 이상은 무리지 싶달까. 앨범을 이끌어가는 태연의 가창력은 여기가 정점인 건지 고개를 갸웃하게 되기도 하지만, 티파니와 서현은 느리더라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좀 더 기대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안도감을 준다. 다른 멤버도 아니고 ‘보컬 라인’이 만든 유닛이라는 점을 좀 더 유념해야겠다.
미묘: 익숙한 듯 남다른 듯한 사운드를 이용하려는 욕심만큼은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남들이 잘 안 쓰는 사운드에는 또 이유가 있는 법. 그것이 곡으로서 설득력을 갖고 융화되려면 좀 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각 섹션의 넘어감이 충격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자연스럽지도 못하고, 소리들이 자기들끼리 부딪치면서 보컬을 잡아먹고 있다. 보컬이 중요하지 않다면 클럽뮤직을 만들어도 되는데 굳이 '노래'의 구조를 지키면서 보컬리스트들을 희생양 삼을 이유가 있을까.
조성민: 곡의 만듦새도 엉성한데, 심지어 멤버들의 목소리는 그 엉성한 MR에 묻힌다. 누가 누가 더 존재감이 없나 경쟁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나(짝) 이겨라(짝).
미묘: 방심하고 있다가 당한 기분. 타이틀인 'Cha-Ga-Wa'는 후렴에서 보컬이 다소 묻히는 것이 아쉬운 가운데, 타이틀로서의 설득력에 비해 씬 전체에서 얼마나 튀어줄지 불분명한 면이 있다. 마지막 'Lost in Love'도 다소 엉성한 오케스트레이션 속에 느끼한 감성 댄스로 무너진다. 그러나 수록곡인 'Ring My Bell'과 'Woo Girl'은 이번 회차의 발견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기세 좋게 밀어붙이는 화려한 사운드, 세련되고 쿨한 멜로디와 보컬 편곡, 시원하고 성숙한 곡들이다. 이런 곡을 낼 수 있는 프로덕션과 팀이 여태 어디서 무얼 했단 말인가.
조성민: 정말 의외로, 굉장히 괜찮다. 사실 며칠 전에 음악 방송을 보다가 조금 괄목하게 된 팀이다. ‘꺼진 아이돌도 다시 보자’는 이런 팀을 두고 하는 말 아닐까. 음색이 다소 무난하다는 점을 빼면 멤버들의 보컬도 좋은 편이고, 퍼포먼스는 차라리 웬만한 인기 아이돌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결코 크게 뒤처지지는 않는다. ‘WOO GIRL’이 하이포의 ‘뱅뱅뱅’과 조금 많이 비슷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체 앨범도 상당한 유기성과 일관성을 가진 트랙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회 뿐일 듯. 아이돌 범람기가 아니었다면 꽤 히트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조성민: 솔직히 말하자면, 평자는 요즘 대중 일반이 말하는 ‘아이돌 음악에 대한 염증’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남녀 듀엣송’에 대한 염증을 느끼고 있다. 이젠 정말 큰 의미나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남녀 듀엣송은 그만 듣고 싶다. 안타깝게도 이 곡은 듀엣송에 대한 싫증을 더했으면 더했지 불식시킬 정도의 노래는 아니다. 지나와 김태우의 음색이 정말 서로가 아니면 안 될 정도로 큰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 노래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평범하고 평이하다. 물론 모든 창작물이 큰 의미를 가질 순 없겠지만, 최소한의 의미 정도는 찾고 싶은 것이 리스너의 심정이다.
미묘: 프로듀서의 욕심이 많은 곡이다. 혹은, 어떻게 하면 곡이 근사하게 살아날지 고심하면서 이것저것 집어넣은 곡이다. 어느 쪽이든, 기본적으로 보컬 그룹의 곡을 만든다면 보컬 디렉팅과 트리트먼트에 조금은 신경을 써줘야 했던 게 아닐까. 거의 모든 보컬이 한결같이 겉돌아서 듣는 내가 다 속상하다. 막을 수 있었던 브리지의 붕괴는 덤.
조성민: 적어도 보는 이를 불쾌하게 만들 정도의 섹스어필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뮤직비디오의 화면 구성이 포르노에 가까워 보여 무척 안타깝다. 윙크를 날리며 외치는 ‘내가 너무 매력적이지?’라는 가사가 이렇게 공허하게 들린 적은 처음이다. 죄송하지만, 이번 노래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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