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8년 10월 하순

2018.1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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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Visit, 몬스타엑스, 스트레이키즈, 엔티크, 핑크판타지, 보아, 에이티즈, 골든차일드, 엔플라잉, 아이즈원, 하이라이트, 헤이걸스, JBJ95, 원포유의 음반을 다룬다.
Visit
너라서
SBS Plus
2018년 10월 22일

   

블락비 재효, 붐, 유재환의 유닛에 그렉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프로젝트 싱글. ‘너라서’의 멜로디는 지나칠 정도로 착실하고 쉬운 리듬을 스스로도 의식하는 듯 이리저리 몸을 비틀다가, 그 결과 사라진 임팩트를 ‘가창력 승부’로 되찾으려 한다. 그러나 이미 전개부에서 충분한 불안을 전해준 뒤라 마음 편하게 가창력에 귀를 기울이기는 심히 어려운 곡인 데다, 절창 역시 썩 잘 녹음된 것이 아니라 과잉한 스캣으로도 무엇 하나 채워지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보컬 디렉팅을 더 꼼꼼히 하거나, 스튜디오에서 좀 더 시간과 정성을 들이거나, 혹은 애초에 이것보다 나은 곡을 쓰거나.



몬스타엑스
Are You There?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22일

   

몬스타엑스가 잘할 수 있는 요소를 모두 모아서 비는 곳 없이 훌륭히 배치했다. 타이틀 ‘Shoot Out’은 비련을 그린 노래이나 멜로디나 코드워크는 몹시 단순하다. D 마이너의 기본 온음계적 코드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다가 프리코러스 후반 “어둠 속에 위태롭게 휘청이고 있어”에서 단 한 번 Eb7을 찍고, 중간 연결도 없이 곧바로 Dm로 돌아올 뿐이다. 그러나 화성적 유려함이 없는 그 점이 파괴적인 드럼이나 랩과 어우러질 때 오히려 올곧고 두터운 느낌을 주고, 그게 양감 있는 피지컬을 자랑하는 몬스타엑스의 ‘육체파’ 미학과도 잘 들어맞는다. 서지음이 그려낸 좀비 AU 속의 이별 가사와 어우러질 때 탄생하는 서정성은, 그래서 흔히 볼 수 없던 종류의 것이다. 2018년 현재 전 세계에서 케이팝 씬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일 것이다. 영어 버전을 들어봐도 이것은 케이팝이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요즘 몬스타엑스의 기세가 최고조라는 것에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전작들에서부터 서서히 기세를 끌어올리곤 월드 투어와 북미 프로모션으로 추진력과 탄력을 얻은 뒤, 본작에 이르러 그야말로 ‘포텐’이 터질 대로 터진 느낌. 월드 투어를 통해 얻은 것이 분명한 자신만만함과 단단한 에너지가 앨범 내내 흘러넘친다. 일전에 ‘Dramarama’가 타이틀인 “The Code”를 두고 김윤하는 “타고난 페로몬 과잉을 가장 효율적으로 그려낸 결과물”이라 평한 바 있다. 그렇다면 본작의 타이틀 ‘Shoot Out’은 그룹 특유의 ‘페로몬 과잉’과 테스토스테론 과다의 결정체이며 완성판이 아닐까. 사운드, 래핑, 보컬, 퍼포먼스 등 모든 요소에 야성적인 육체미가 뚝뚝 흘러내리는데, 2PM 이후 겨우 맥박만 뛰고 있던 ‘짐승돌’ 계열의 본격적인 부활이라 하면 다소 과장일까. 케이팝 보이그룹계에 잊을 수 없는(!) 한 획을 그은 셔누의 진동 퍼포먼스와, 음악방송의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만들었다는 농담과 진담 섞인 말이 오가곤 했던 원호의 독기 어린 춤사위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그렇다(물론 두 멤버의 남다른 존재감이 이번 활동 흥행에 불을 붙인 요소 중 하나였음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극대화된 ‘보는 재미’ 만큼이나 ‘듣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서늘하게 출렁이는 ‘Underwater’, 초기작이 떠오르는 ‘Heart Attack’, 청량한 소년미가 빛나는 ‘널하다’, 전작의 ‘폭우’를 사랑했던 이라면 당해내지 못할 ‘Oh My!’ 등 놓치기 아까운 트랙으로 가득 차 있다. 일본 활동 당시 발매됐던 싱글에 한국어 가사를 입힌 ‘Spotlight’은 특히 수록곡으로만 남겨놓기엔 아쉬울 정도. 결론적으로, 몬스타엑스는 본작을 통해 ‘몬스타엑스가 가장 잘하는 것’과 ‘지금 이 씬에서 몬스타엑스 말고는 할 수 없는 것’을 동시에 모두 증명해냈다. Pick이 하나뿐인 것이 이렇게 안타까울 줄이야.

이번 회차의 추천작

‘Dramarama’ 때 몬스타엑스가 드디어 궤도에 올라섰다는 인상을 받았다면, ‘Shoot Out’에 이르러서는 궤도에 완전히 안착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Dramarama’와 ‘Jealousy’ 때 아쉬웠던 점이 (굳이) 있었다면 임팩트의 교통정리가 덜 된 듯한 퍼포먼스를 꼽는데 이마저도 셔누의 진동 한 방에 모두 털어졌다. 더욱더 기분 좋은 것은 이제껏 쌓아온 그룹의 역사가 모두 보인다는 것. ‘무단침입’과 ‘신속히’의 호방한 기세, ‘Fighter’의 박력, ‘걸어’와 ‘아름다워’, ‘Shine Forever’의 섬세한 선율, ‘Dramarama’의 밀도 있는 사운드, ‘Jeolousy’의 부드러운 관능미가 ‘Shoot Out’ 한 곡에 전부 녹아 있다. 이는 분명 디스코그래피를 착실히 쌓아왔다는 방증. 타이틀 곡뿐만 아니라 미니앨범 전체에 걸쳐 몬스타엑스의 지난 족적이 빡빡하게 들어차 있다. 올해 들어 펜타곤, 아이콘 등 다작 가운데 ‘한방’이 부족했던 아이돌들이 빛을 발하고 있는데, 그중 단연 최고는 몬스타엑스가 아닐까. 수록곡으로는 물이 오르다 못해 범람하는 ‘Underwater’와 ‘Oh My!’를 추천한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꾸준히 성장해온 남자 아이돌이 정점에 올라섰을 때 내놓을 수 있는 수작. 묵직한 무게감에 경쾌한 속도감, 그리고 익살스러운 추임새 등은 몬스타엑스를 대표하는 사운드였고, 관능적이면서도 너저분하지 않고 깔끔하게 연출된 비주얼 퍼포먼스는 몬스타엑스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무겁고 거친 사운드를 이겨 내기 힘들어 보였던 미성의 보컬들은 잘 다듬어져 부드러운 화성 연출로 곡의 포인트를 만드는 역할을 해준다. 3년간 성장한 래퍼들은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워진 랩을 구사하는데, 능숙해진 그들의 요령이 몬스타엑스를 다른 그룹과 차별화하는 역할을 해준다. 동선이 너무 단조롭거나 동작의 리듬감이 떨어지는 등, 이전 곡들의 안무가 갖고 있던 단점을 찾아볼 수 없게 된 ‘Shoot Out’의 안무 또한 괄목할 만한 부분. 일렁이는 신스가 돋보이는 ‘Underwater’, ‘어디서 뭐해’나 몬스타엑스의 박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Oh My!’, 일본에서 선공개된 이유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케이팝의 정수’에 가까운 ‘Spotlight’까지, 앨범의 모든 트랙이 타이틀 곡처럼 들릴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여기에 재작년부터는 콘텐츠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스토리와 세계관까지 더해져 케이팝 아이돌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3세대 남자 아이돌 중 가장 흥미로운 성장사를 보여주고 있는 팀.



스트레이키즈
I am YOU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22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I am YOU’는 속도감 있고 거친 랩과 미성의 보컬의 뚜렷한 대비가 인상적인데, 메탈랩 음악에서 밴드 사운드를 제거해버리면 이런 곡이 나올까 싶은 이미지의 노래다. 이전에도 팀이 가진 정체성이 마냥 힙합과 댄스만으로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어쩌면 스트레이키즈에게는 댄스 그룹과 밴드의 매력이 공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니앨범 중간에 다소 생뚱 맞게 아버지를 생각하는 애틋함이 담긴 ‘해장국’이나 “개꿀”이란 속어를 살짝 변형해 풀어낸, 유난히 익살 맞은 ‘Get Cool’같은 곡들이 섞여 있다는 점은 곡의 퀄리티와는 무관하게 당혹스럽다. 1세대 아이돌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수록곡 간 스타일의 다채로움이 멤버들이 셀프 프로듀싱하는 그룹에게서 나타난다는 점 또한 의아한 지점이다. 혹시 록을 좋아하는 멤버와 힙합을 좋아하는 멤버의 취향 차이와 충돌이 그대로 음악에 반영된 결과물은 아닐까? 이들의 창작과정이 새삼 궁금해지는 지점. 데뷔부터 차분히 다시 들어보면 좀 더 선명하게 팀의 색깔과 장점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종잡기 힘든 들쭉날쭉함이 스트레이키즈만의 매력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기지만, 그전에 대중을 설득하고 사로잡기 위해서는 조금은 더 곡들 사이에 유기적인 연결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주제넘은 우려를 보태어 본다.

스트레이키즈를 보고 있자면 힙합을 표방한 역대 아이돌들의 초기 모습이 하나둘씩 겹쳐 보인다. 이전까지는 블락비의 들끓는 에너지, B.A.P의 저항정신, 방탄소년단의 치기 어린 패기가 어른거렸다면, 이번에는 ‘거짓말’, ‘천국’, ‘Remember’ 같은 곡들에서 찾아볼 수 있던 빅뱅의 서정성이 강하게 읽힌다. “I am NOT”“I am WHO”의 치열한 번뇌 끝에 “I am YOU”라는 결론을 내놓으며 반항기를 걷어내고 서정성을 건져 올린 느낌. 덕분에 여태 (믹스테잎 포함) 3장의 미니앨범에 걸쳐 동어반복이 되는 듯했던 피로감과 부담감은 한결 덜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방탄소년단 같다’, ‘빅뱅 같다’ 내지는 ‘JYP 같지 않다’ 등 과거의 특정 레퍼런스를 잡아내는 것 이상으로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하는 게 사실. 뾰족한 수 없이 프로듀싱 멤버들만 계속 소진시키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이 가운데 스트레이키즈만의 특성이 아닐까 하고 주목하게 되는 것은 바로 ‘치기 어린 패기’. 방탄소년단의 그것은 곧 치기가 묻어나는 패기로 결국 ‘패기’가 도드라졌다면, 스트레이키즈는 패기 있게 치기를 몰아붙이며 ‘치기’에 방점을 찍는다. 후속곡 ‘Get Cool’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 현실 남고생(아니, 어쩌면 초중생)의 소소한 일상을 가볍게 풀어내면서 “개꿀(Get Cool)”, “개 이득(Get 이득)”, “훗 이게 형 클라스죠” 같은 구절을 아무런 위화감 없이 내뱉는다. 이전 미니앨범의 ‘갑자기 분위기 싸해질 필요는 없잖아요’ 때까지만 해도 거부감이 조금 있었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니 청소년의 일상언어로 힙합을 구현하는 ‘치기 어린 패기’(혹은 ‘패기 어린 치기’)야말로 스트레이키즈와 여타 힙합 아이돌들의 차별점 같아 보인다. 어쩌면 ‘스트레이키즈’라는 팀명의 핵심도 ‘스트레이’가 아니라 ‘키즈’에 있었던 걸지도.

프리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봐오면서 항상 느꼈던 거지만 이번 미니앨범으로 확실해진 것이 하나 있는데, 스트레이키즈의 모든 음반이 굉장히 불친절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트레이키즈는 시청자가 무엇을 보고 들어야 하는지 명확히 제시해주지 않는다. ‘real me’를 어필한다기엔, 아직 청중이 ‘unreal you’에 대해서도 봐온 바가 없지 않은가. 별다른 주제 의식 없이 막연히 ‘청춘’을 소구하는 가사부터, 아무런 맥락 없이 갑자기 바뀌는 장르, 그다지 뚜렷한 개연이 없어 보이는 곡의 진행도 문제지만, ‘극과 극’의 촌스러운 가사나 ‘0325’의 서툴고 의욕적이기만 한 면모는 이 팀이 정말 대형 레이블에서 정식으로 데뷔한 팀이 맞는지 의심마저 들게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이 팀을 다른 팀과 변별해낼 지점, 즉 개성 또한 찾을 수 없다는 점이겠다.



엔티크
내가 누군지 아니
예찬 미디어
2018년 10월 23일

   

나긋나긋하게 일관하는 노래에 멤버 지온의 독특한 외모가 더해지며 판타지-순정 모바일 게임의 주제곡 같은 오묘한 느낌을 자아냈던 전작과 달리 평이한 아이돌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노래의 만듦새나 이를 소화하는 멤버들의 역량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지만, 7-8년 전쯤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던 군소 아이돌 중 하나인 것 같은 시시한 인상만을 남긴다. (이는 사실 전작도 매한가지이긴 하다.)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대중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 특히 조악한 뮤직비디오 퀄리티에 한숨을 짓게 된다. 갈 곳을 잃고 헤매는 카메라 앵글이 그룹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음악이 우선이라 한들, 이제 비주얼은 단순 포장을 넘어서 노래와 불가분한 콘텐츠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적어도 아이돌팝이라면.



핑크판타지
이리와
마이돌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24일

   

노래가 의외로 나쁘지 않다. 슈퍼주니어 신동과 WithRu의 공동 작곡이라고 한다. 재도기의 편곡도 꿍꿍이 있어 보이는 마이너 멜로디를 느슨하지 않게 잘 잡아준다. 멤버가 많아 산만할 수 있는 보컬 운용도 예찬과 유빈 등의 멤버가 잘 캐리하고 있다. 그러나... 파리바게트 사은품 같은 토끼 모자와 찜질방 의상은 무대에 올라가는 댄스 보컬 그룹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식미도 갖추지 않고 있다. 데뷔 전까지의 활동을 보면 신동과 친분이 있는 유세윤의 프로젝트에 다수 참여한 바가 보인다. 이 토끼 모자 콘셉트도 그와 유사한 감성이 엿보인다만, 이런 부조화적 크리에이티브가 키치하다기보다는, 가성비조차 챙기지 못하는 아프리카 TV 콘텐츠마냥 후줄근해서 슬퍼진다.



보아
Woman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24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보아는 그 누구보다 연출력이 뛰어나며, 어느 순간 어느 때에 자신이 가장 빛나는지를 잘 알고 영민하게 이를 수행해낸다. 섬세하고 날카로운 보이스 컨트롤, 무대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퍼포먼스, 견고하기 이를 데 없는 앨범의 만듦새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았을 리 없는 모든 곳에서 스스로 위풍당당하게 빛나는 모습은 실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보컬과 퍼포먼스가 모두 뛰어난 데다 셀프 프로듀싱까지 가능한 아티스트는 드물지 않지만, 거기에 이런 연출력과 감각까지 지닌 아티스트는 결코 흔하지 않다. 심지어 그런 재능과 능력을 가지고 어떠한 메시지를 제시하기까지 하는 아티스트라니. 물론 그 메시지가 가진 한계나 불완전성을 지적할 수는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그가 ‘Girls On Top’을 발표한 후의 시간만큼의 진보를 ‘Woman’을 통해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저만큼을 왔고, 거기서 또 이만큼 나아갔으니, 여기서부터 다시금 나아가는 것은 앞으로의 몫이며 과제인 것이다. 그 진보나 진전이 완전무결하지 않거나 한 발짝 나아간 정도의 것이라고 할지라도 의미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보아가 그어 놓은 새로운 출발선 위에서 제각각의 이야기를 펼치며 저마다의 답변을 보태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다면, 분명 그는 할 일을 충분히 하고도 남은 것이다. 너무 장황하게 늘어놓아 버렸지만, 그렇기에 그는 더없이 소중한 아티스트다. 이런 아티스트와, 그것도 동시대에 함께 숨 쉴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키워드 #보아〉에서 회의 중 객관적으로 자신을 파악하던 보아가 기억난다. 너무 완성되어 있어 딱딱해 보이는 아티스트. 보아를 풀어내는 두 가지의 방향을 올해 그의 활동으로 나눠볼 수 있겠다. 대중이 잘 알고 있는, ‘어려운 것을 해내는’ 보아의 테두리를 조금씩 깨는 시도가 올해 초의 활동이었다면 보아의 테두리에서 생각지도 못한 틈을 짚어낸 포인트가 바로 이번 ‘Woman’이라고 할 수 있다. 뮤직비디오 속 거꾸로 걸어 나오는 안무나 여성에게 임파워링을 주는 메시지는 현재의 보아를 가장 매력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적정선으로 보인다. 전작 ‘Girls On Top’을 연상시키면서도 그의 현재 위치를 확인해주는 ‘Woman’은 쉽게 넘겨버리기에 아까운 보아의 한 장면이다. 마치 신화적 인물처럼 그려낸 ‘Encounter’, 현실적인 상황에 씁쓸한 정서가 자리한 ‘홧김에’ 등 그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이 각 트랙에 담겨있으니 놓치지 말 것. 개인적으로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가인 ‘No Limit’를 추천한다. 쉽게 가지 않지만 산뜻한 느낌을 주는 멜로디가 꼭 그 같기 때문이다.

최근의 앨범들과 달리 보아의 초기 작품들을 연상하게 하는 트랙이 많은데, 보아가 걸어온 긴 시간을 정리해둔 사진첩 같은 앨범이다. 최근의 보아가 낯설고 이전의 보아가 그리웠다면 이번 앨범을 들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장르와 트렌드를 뛰어넘은, ‘보아’의 앨범이라는 것 하나만을 강하게 설득해내는 곡으로 가득하다. 이 앨범을 대표하는 ‘타이틀곡’으로 ‘Woman’을 선정했다는 것이 어떤 메시지를 갖는지 반드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에이티즈
Treasure EP 1 : All To Zero
KQ 엔터테인먼트, Stone Music Entertainment
2018년 10월 24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캐리비안의 어떤 선장이 떠오르지 않을 리 없는)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 속에서 비장한 영어 내레이션이 울려 퍼지는 ‘Intro: Long Journey’에서 이 그룹이 가리키는 목적지란 꽤나 분명하다. (역시나 밀짚모자를 쓴 어떤 해적이 떠오르고 마는) 더블 타이틀곡 ‘해적왕’에서부터는 그것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구체화된다. 그것은 ‘보물’로 비유되는 무언가일 수도 있고(‘Treasure’), 소중한 이와 보내는 꿀 같은 휴식일 수도 있으며(‘Twilight’), 어떤 순간에도 곁에 있어 주는 누군가라거나(‘Stay’), 다른 어떤 것을 포기해서라도 꼭 이루고 싶은 꿈일 수도 있을 것이다(‘My Way’). 각 트랙의 장르나 메시지는 다양하고 제각각이지만, 대신 모든 트랙을 관통하는 하나의 테마를 통해 유기적이고 일관된 흐름을 만들었다. 힙합, 트랩, 뭄바톤을 한데 뒤섞고 약간의 엑조틱함을 가미한 ‘해적왕’도 그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지만, 앨범 전체를 꿰뚫는 테마와 스토리가 본작의 당위를 설득해내며 앨범에 대한 집중도를 끌어올린다. 멤버들의 안정적인 수행력도, 기합이 한껏 들어간 퍼포먼스도 상당히 인상적. 제목을 보아하니 연작 시리즈로 꾸려질 모양인데, 이제 막 항해를 시작한 에이티즈의 지도가 가리킬 다음 목적지가 궁금해진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한동안 아이돌의 ‘세계관’이 화두였는데 그것으로 가장 성공한 사례들을 보면 그 진면목이 반드시 매우 구체적인 설정과 스토리보드에 있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야심과 패기를 전달할 뿐인 ‘해적왕’과 ‘Treasure’는 세계관의 존재를 드러내면서도 ‘일단 우리가 지금 보여줄 것은 이게 전부니까 생각 없이 즐기면 된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돌 시장의 문법이 복잡해졌다고는 하지만 ‘팝’의 미덕에 반드시 예외는 아님을 느낀다. ‘해적왕’은 훅이 선명하지는 않고 곡의 구조 또한 복잡하지만 강한 텐션과 집중력으로 플레잉타임을 번쩍이며 통과한다. 듣고 나면 ‘내가 뭘 들은 거지?’ 싶어지지만 적어도 듣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튼 신나기만 한다. 이를테면 어떤 그룹처럼 ‘내가 교양이 부족해서 이해를 못 하고 있나?’ 하는 감상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민하게 설계된 아이돌과 준수하게 뽑힌 팝의 조합. ‘왜 여태 케이팝 (별로) 안 하셨지?’ 싶어지는 프로듀서 EDEN에게도 주목해 본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케이팝 아이돌 콘셉트 나올 만큼 나오지 않았나 싶지만 이렇게 또 새로운 게 나온다. ‘해적왕’이라니! 〈원피스〉부터 〈캐리비안의 해적〉까지 ‘해적’ 하면 떠오르는 여러 심상들을 적절히 버무려 놓고 미니앨범 내내 여기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우선 인트로부터가 압권. 장대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고 있으면 〈캐리비안의 해적〉이 떠오르지만 (조금 과한 연출이 느껴지는) 익살 가득한 내레이션이 어째 놀이기구 〈신밧드의 모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놀이기구 타러 줄 서 있는 동안 들었던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진달까.) 이 〈신밧드의 모험〉을 지나고 나면 바이킹처럼 장난스럽게 빌드와 드롭을 오가는 더블타이틀 ‘해적왕’과 ‘Treasure’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 두 곡이 썩 매력적이다. 보컬 멤버들이 야심 가득한 외침으로 곡을 끌어올리면 래퍼 멤버들이 등장하며 극적인 드롭을 만들어내는 구도가 인상적. 이어지는 ‘Twilight’과 ‘Stay’는 청자와 적극적으로 호흡하는 퍼레이드, 마지막 곡 ‘My Way’는 기나긴 여정의 첫걸음을 떼고서 나누는 소회의 불꽃놀이와도 같다. 같은 레이블의 블락비가 진짜 해적이었다면 에이티즈는 해적을 꿈꾸는 소년들의 공상을 이리저리 짜깁기한 테마파크. “Treasure EP 1”이라고 미니앨범 제목을 붙인 걸 보면 당분간 이 콘셉트가 죽 유지될 듯한데 앞으로 펼쳐질 이들의 여정이 더 궁금해진다. 여러모로 야망이 엿보이는 데뷔 EP.

놓치기 아까운 음반

장대한 서사시의 프롤로그 같은 에이티즈의 데뷔 EP. 이들의 시작이 첫눈에 반한 이상형을 향한 고백이 아닌 격랑을 함께 헤쳐나갈 동료를 구하는 듯한 손길이기에 인상적이다. ‘Intro : Long Journey’의 마지막 라인인 “Will you join us?”와 ‘해적왕’의 “Will you be my friend?”가 의미심장하게 들리는데, 마치 그들의 이야기가 1.5D의 동화처럼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에이티즈의 세계관 속에서 험난한 아이돌 시장은 거친 바다로 변하고, 팬덤은 그들이 찾는 보물이자 동료가 된다. 아이돌이 세계관을 끌어들이는 방식에서 틈새를 잘 파고들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에이티즈의 커리어는 소년들의 모험기라는 레이어로 읽히며 팬덤에게 즐거운 자극을 주리라 생각한다. (엑소의 ‘Black Pearl’ 이후로 해상의 모험기가 다시 등장한 것도 반가운데, 그보다 더 깊이 파고들 줄이야!) 방향키를 단단히 쥐고서 만만치 않은 사운드를 솜씨 있게 빠져나가는 ‘해적왕’, 그리고 끝없이 전우의 사기를 북돋는 ‘Treasure’는 같은 듯 다른 톤의 더블 타이틀로, 서사를 풍성하게 만든다. 청자를 동등한 비중의 주연으로 끌어들이면서도 이들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까지 그럴듯하게 그려내, 세계관 좀 좋아하는 덕후라면 이들을 눈여겨보아야 하지 않을까.



골든차일드
Wish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24일

   

2009년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Genie)’ 이후 거의 9년 만에 등장한 동명의 케이팝 곡. 울림 아티스트의 모든 노래는 인트로부터 들어야 제대로 된 감상이 가능하다. 세 번째 미니앨범 “Wish”는 동명의 인트로에서 만들어진 기대감을 안은 상태에서 타이틀 ‘Genie’를 들어야만 비로소 완성된다. 이 레이블만 쓰는 특이한 셀링 포인트여서 누군가는 그 특별함을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트랙별로 판매되는 음원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위험한 마케팅으로 보인다. 인트로 없이 본곡만 들었을 때엔 후렴까지 가는 버스들이 너무도 지루하다. 차라리 인트로 트랙을 본곡에 흡수시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미니앨범 전체를 듣기를 유도하는 실험적 방식은 멋지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이러니저러니 해도, 소년들의 쾌활한 고백의 외침은 듣는 사람에게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모양이다. ‘담다디’를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Genie’가 꽤나 반가운 트랙으로 다가갈 것 같다. 운동장을 벗어난 곡은 전보다 뽀송뽀송해진 듯하지만, ‘담다디’의 야구부 소년들이 갖고 있던 발랄함은 여전히 화면과 사운드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모든 트랙에 걸쳐 적당한 청량감을 유지하는 수록곡 중에서는 인피니트가 아닐 리 없는 ‘너’가 눈에 띄는데, 역시는 역시, 울림은 울림이라는 감상을 전한다.



엔플라잉
FNC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26일

   

엔플라잉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침잠하는 감성으로 시무룩하게 흐르고, 내내 찰랑거리는 사운드는 베이스와 피아노의 어둑한 무게감과 좋은 조화를 보인다. 훅을 이루는 “Like / a / flo / wer”의 멜로디-리듬의 결합이 다소 덜컹이는 느낌은 있지만, 충분한 들숨으로 지속되는 전개나 후반의 가창력 선보이기도 거의 매번 시의적절하고 품위도 있다. 다만 가사의 모티프인 꽃이 맥락 속에서 지칭하는 대상(“너”, “나”, “그녀”)이 선명하지 않다. 보도자료에서는 “젊음을 꽃에 비유했고, 시들어 가는 꽃을 자기 자신에게 투영”했다고 하는데, 사라지는 젊음을 애도하는 아이돌이라면 과감하고 참신한 시도일 수도 있겠으나 모호성 때문에 심상이 좀체 살아나지 않는다. 거기에 “미워”, “가질 순 없어도”, “꺾을 수는 없어도”, “시들어가지 마”, “그녀를 밟지 마”, “지키기 위해 널 감춰” 같은 표현들이 자칫 아주 낡고 찜찜한 것들을 연상시킬 수 있어. 곡만을 들었을 때는 의도에 접근하기 다소 어렵다. 향후 격월로 신곡을 내고 라이브를 진행하는 연간 프로젝트라고 하니, ‘꽃’이 보여준 음악적인 새로운 면에 기대감을 걸어둔다.



아이즈원
Color*Iz
Stone Music Entertainment, Off The Record Entertainment
2018년 10월 29일

   

‘라비앙로즈’는 감탄이 나온다. (특히 훅으로 넘어가는 부분 등) 몇몇 연결부가 보다 매끄럽거나 혹은 오히려 극적인 장면전환을 이룰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비장한 고혹미가 투스텝 비트로 가볍게 날아가는 등의 구성은 매우 드라마틱하고도 ‘페미닌’한 멋을 파괴력 있게 구사해낸다. 양국 멤버들의 발성 질감 자체의 차이를 개성으로 승화시켜 깔끔하고 다채로운 음색 팔레트를 구성한 점도 인상적. 미니앨범의 전반부는 텐션을 조이는 방향성으로 ‘라비앙로즈’를 향해 수렴하는데, ‘비밀의 시간’에서부터는 그 지향점이 꽤 다르다는 인상이다. AKB 식의 어필은 ‘못함’이 아니라 ‘어수선’하고 ‘떠들썩’한 것에 있다고 보는데, AKB 계열을 보다 많이 들은 이들의 귀에는 어떻게 들리는지 궁금해진다. 다만 방송에서 선보였던 곡들의 재녹음 버전은 이미 완성된 트랙에 보컬 녹음만 다시 했는데도 믹스에 걸리적거리는 게 많아서 이럴 필요가 있나 싶다. 데뷔 초기가 퀄리티의 정점이라는 〈프로듀스〉 시리즈의 고질병이 반복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라비앙로즈’가 아까운 곡.

놓치기 아까운 음반

‘라비앙로즈’는 ‘꿈 많은 소녀’ 이미지에 기댄 상투적인 데뷔곡이 아니라는 점 외에도 각자 다른 음색과 성량을 고려한 파트의 배분, 서사보다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가사 등의 전략적 선택들이 두드러지는 곡. 12명의 다인원, 각자 다른 연습 환경, 또 다른 언어 등을 빠른 시간 내에 한 팀으로 묶어내면서도 약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로덕션에서 세심한 고민의 단계를 거쳤음이 느껴진다.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안무는 파트의 분량과 무관하게 무대 위에서 모두가 한 번씩 주목받을 수 있게끔 디테일하게 설계되어 있는데, 이 또한 다인원 그룹을 프로듀싱하는 데에 있어 하나의 모범사례로 남겨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권은비와 조유리의 선명하게 대비되는 음색이 교차하는 후렴 직전의 파트가 이 곡의 백미.
첫 트랙 ‘아름다운 색’은 12가지의 색이 하나가 된다는 팀의 콘셉트와도 잘 어울리는, 보컬 라인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노래이며 이어지는 ‘O` My!’는 억지로 귀여움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활기찬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그밖에도 앞으로 그들의 콘서트 세트리스트 마지막에 자리를 잡을 듯한 발라드 ‘비밀의 시간’과 〈프로듀스 48〉 최종회 경연곡을 재녹음한 보너스트랙 격의 곡들까지 볼륨 있게 채워진, 앞으로를 기대해보기엔 충분한 완성도의 데뷔 미니앨범.

놓치기 아까운 음반

멤버들 말마따나 〈프로듀스 48〉 시절 곡들처럼 귀엽고 발랄한 곡을 들고나올 줄 알았는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다채로운 멤버들을 납작한 ‘소녀’ 이미지로 획일화했던 I.O.I의 데뷔 미니앨범과 달리 “COLOR*IZ”는 특정 콘셉트를 표방하기보다 멤버 한 명 한 명의 ‘아름다운 색’에 주목하는 가운데 ‘장밋빛’으로 톤을 일치시킨다. 노래에서나 안무에서나 ‘센터’를 놓지 않으면서 모든 멤버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부여하는 파트 분배는 혀를 내두를 정도. 팀 밸런스가 막강해 팀의 완결성에는 걱정이 없었다만 멤버별 개성이 미묘하게 달라 팀의 방향성에 대해 우려하던 부분이 있었는데, 우려를 완벽하게 불식시키는 데뷔 미니앨범. 특히나 귀여운 콘셉트로만 갔다면 역량을 미처 펼치지 못했을 은비, 채연이 빛을 발하는 게 반갑다. 역대 〈프로듀스〉 산하 그룹 중 계약 기간이 가장 긴 만큼 긴 호흡으로 주도면밀한 프로듀싱을 지속해 가길. (여담이지만 CLC가 녹음한 ‘라비앙로즈’ 음원과 함께 안무 초안 영상이 유출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CLC가 ‘Black Dress’의 연작 격으로 ‘라비앙로즈’를 내놓았을 평행우주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프로듀스 48〉의 데뷔 팀인 아이즈원의 ‘라비앙로즈’는 ‘국프’를 빽으로 세상과 맞짱 뜨는 걸그룹으로서의 위용을 과시하는 곡이다. 행진곡처럼 둥둥 울리는 드럼 비트 위에 서서, 이제 겨우 데뷔하는 시점에 ‘여기 서 있는’ 자신을 보라며 앞에 펼쳐질 장밋빛 꽃길을 자신만만하게 노래할 수 있는 걸그룹은 적어도 최근 10년 동안에는 없었다. 당신들이 선택했으니, 당신들은 반드시 좋아할 거라는 자신감. 인트로 트랙인 ‘아름다운 색’과 커플링 곡 ‘O' My!’ 또한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런 역동성은 사실 모든 걸그룹에게 필요한 애티튜드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이라이트
잘 지내줘
어라운드 어스
2018년 10월 29일

  

사실 그렇다. 타의에 의한 이별의 순간에 웬만한 말들은 별로 방해가 되지 않는다. 혹여 후일 감정이 식는다면 “그러고 보니 걔는 그 순간에 그런 소릴 했어”라며 흑역사로 편입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돌의 고별송 중 비당사자에게도 감동적인 곡은 사실 아직 별로 없다. 거기에, 왜 한국 남자들은 (어디까지나 예를 들자면) 군대에 갈 때, 마치 두 사람의 관계가 소중한 건 자신뿐이었다는 듯 잊어버리고 잘 살라는 말을 자꾸 하는지.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특히 작년부터의) 하이라이트에게는 기대가 남달랐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런 불만들을 제쳐놓고 보자면, 시작부터 아련함의 끝을 달리는 이 곡은 감정선을 확실하게 틀어쥐고 있다.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등장하는 “우린 왜 이별인가요”, 간절함이 한껏 고조됐을 때 또다시 “잘 지내줘”의 반복 등은 조금 잔인하다고 느껴질 만큼 듣는 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들여다보며 휘둘러 놓는다. 팬이 아니라면 버겁게 다가올 이유이기도 하지만, 팬에게는 각별할 것도 이해하고 남음이 있다. 발매의 의의와 목적에 충실한 노련한 곡. 찌푸림 없는 즐거운 얼굴로 하이라이트를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



헤이걸스
유후후 (Yoo-Hoo-Hoo)
모아이 사운드
2018년 10월 30일

   

정리되지 않은 브라스 사운드가 놀다 만 젠가처럼 위태롭게 쌓여 있는 가운데, 곡의 구조 자체는 씨스타를 연상케 하지만, 전해지는 이미지는 건강미보다는, 좋게 말해 친근함, 나쁘게 말하면 촌스러움인 것으로 보인다. 무슨 맥락에서 등장하는지 모를 성인 남성 캐릭터가 불쾌한 오해를 유도하는 것 같은데, 과연 그 정도로 복잡한 내용을 깔아 두었을까 싶을 정도로 전체적인 완성도가 엉성하다.



JBJ95
Home
스타로드 엔터테인먼트, 후너스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3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정교한 파트 분배와 역할 분담을 통해 곡을 보다 효율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그룹과 달리, 솔로나 듀오는 적어진 인원수만큼이나 큰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장점을 부각하기는커녕 단점까지 고스란히 드러내 버리고 마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기에 그룹이 보컬과 래퍼라는 단출한 구성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섰던 것이 사실. 그러나 그 우려는 첫 곡 ‘Love Dive’부터 쏙 들어가고 만다. 무엇보다 이제는 메인보컬이 된 켄타의 약진이 눈에 띄는데, 특유의 부드럽고 여린 톤의 보컬이 차분하게 가지런히 정돈된 일련의 곡들과 만나 좋은 상성을 보인다(여담이지만 외국인 멤버인지라 발음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코멘트가 있었는데, 위화감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발음이 자연스러워진 점에서 또한 성장을 느낄 수 있었다). 무리하게 고음을 지르는 대신, 소화 가능한 음역대 안에서 곡을 최대한 장악하는 것으로 영리하게 단점을 감추고 장점을 보다 앞세웠다. JBJ 활동 당시에도 곡에 포인트를 주곤 하던, 따스하고 아련한 소년미가 돋보이는 보컬이 본작을 통해 본격적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멜로딕하고 느긋했다가도 필요할 때는 적절히 타이트하게 몰아칠 줄 아는 상균의 래핑 역시 충실히 제 몫을 하며 곡은 물론 파트너와도 좋은 케미스트리를 일으킨다. 각 트랙의 퀄리티가 상당한 것은 물론, 담백하고 슴슴한 앨범의 무드와 두 멤버가 수행하는 보컬과 랩이 잘 맞아떨어져 듣기 편하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며 미덕이다. 단 담백하다 못해 몇 트랙의 존재감이 다소 흐릿해 보이는 점은 소소하게 단점이라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두 동갑내기 멤버의 새로운 출발이 안정적이고 인상적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미니앨범 전체의 흐름이나 구성을 보니 가을이라는 계절적 배경을 의식했음이 분명한데, 초겨울까지 내내 편하게 들을 수 있을 듯한 한 장.

놓치기 아까운 음반

쨍한 음색으로 뾰족한 랩을 쏟아내던 메인 래퍼 상균과 섹시한 춤선으로 팬덤을 모은 켄타의 듀오. 기존의 JBJ와 비슷한 색깔을 내는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제3의 길’을 찾은 미니앨범. JBJ의 유닛이 아니라 정식 그룹임을 강조하는 자신감의 밑바탕에는 JBJ95만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미니앨범이 깔려 있었다. 대단한 스토리텔링보다 특수한 상황에 놓인 본인들의 소회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방식으로 음악을 택했다는 점에서,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기대해 볼 법도 하다.



원포유
나침반 (N.E.W.S)
백곰 엔터테인먼트
2018년 10월 30일

   

제대로 벼린 칼 같다. 살랑이던 전작은 지금의 추진력을 기르기 위했던 것인가 싶을 정도로 반전이 느껴진다. 점진적으로 내려가는 후렴구의 멜로디와 그를 받치는 두터운 화음은 신화 초기의 곡을 연상시킨다. 플라멩코 기타로 트렌드를, 앞서 언급한 요소와 블루지한 분위기로 익숙함을 각각 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행인 것은 다인원의 멤버 중에서 드디어 몇몇 멤버가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모노톤의 후렴구 바로 직전을 장식하는 은재의 보컬, 나긋나긋한 현웅의 래핑, 무대를 가로지르는 도혁의 춤 등 포인트가 확실해 다인원 그룹의 산만한 분위기를 지운다. 단순히 ‘남자다운’ 변신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곡을 만났기에 나오는 평임을 밝히며, 라틴팝에 한 발자국 가까운 ‘나침반 (Unplugged Ver.)’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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