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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9년 1월 초순

아이돌로지 필진의 2019년 첫 열흘간의 신보 단평. 려욱, 청하, 엔플라잉, 루나, 지오, 엠펙트, 서율(베리굿), 에이핑크, 아이콘, 크나큰, 우주소녀, 그레이시, 베리베리, 원어스, 쿤&웨이&비토(업텐션), 예성X범키, god를 다룬다.

아이돌로지 필진의 2019년 첫 열흘간의 신보 단평. 려욱, 청하, 엔플라잉, 루나, 지오, 엠펙트, 서율(베리굿), 에이핑크, 아이콘, 크나큰, 우주소녀, 그레이시, 베리베리, 원어스, 쿤&웨이&비토(업텐션), 예성X범키, god를 다룬다.

너에게 취해 (Drunk on love)
SM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2일

마노: '군백기'를 거쳐 약 3년 만에 발매된 려욱의 솔로 앨범. 유독 귀를 잡아끄는 몇몇 트랙 외엔 전반적으로 심심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전작 "어린 왕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새를 보이지만,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려욱의 청아하고도 힘 있는 보컬만으로 충분히 설득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장점이라 할 만하다. 타이틀곡 '너에게'는 악기를 최대한 배제하고 보컬만으로 진득하게 끌고 나가다 후반부에서 오케스트레이션과 함께 드라마틱하게 폭발하는, 소위 전형적인 'SM 발라드'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특별히 새로울 것 없고 평이하기까지 한 포맷이지만, 려욱 특유의 '예쁘고 착한' 보컬을 전적으로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의도적 장치였다고 생각된다. 그만큼 보컬 자체의 매력이 충분하다는 뜻도 될 것이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타이틀곡보다 정작 귀에 들어오는 것은 수록곡들인데, 따스하고 포근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어쿠스틱 팝 '우리의 거리', 축축하고 나른한 R&B 트랙 '취해', 약간의 언어유희와 깜찍한 피처링이 돋보이는 'Sugar' 등, 듣기 편하면서 일관성과 안정성을 함께 갖춘 트랙이 가득하다. 단지 전작의 'Foxy Girl'과 같은, 평소 본인의 캐릭터를 다소 전복적으로 뒤집는 시도가 없거나 약해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 여러모로 복귀와 안정을 선택하고 그에 집중한 듯한데, 그간의 공백기를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행보기는 하다. 차기작에서는 좀 더 과감한 시도를 기대해본다.


벌써 12시
MNH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2일

랜디: 벌써 1위 가수다. 그것도 공중파 트리플 크라운을 포함한 6관왕을 했다. I.O.I 출신 중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올리고 있는 청하의 2019년 첫 싱글. 작년의 스테디셀러 '롤러코스터'로 함께 한 블랙아이드필승과 전군이 이번 곡도 함께 했다. 일견 평범한 EDM이지만, 이 곡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청하 특유의 보컬이다. 그의 보컬은 기교가 적어서 요즘처럼 '쿠세'(라고 쓰고 교태라 부르는)가 많은 가요 창법 유행에서는 조금 심심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래서 담백한 느낌을 주는 장점이 있다. '어떡해 벌써 12시네' 하고 읊조리는 코러스 라인은 아무 함의 없이 정말 딱 지금의 아쉬움만을 담아 지나친 신파로 흐를 여지를 원천 차단해 버린다. 다소간의 심심함은 진득한 무대 퍼포먼스로 채운다. 특히 남성 무도복 의상이 약간의 트위스트를 주어 기획에 재미를 더한다. 넘침도 모자람도 없는 준수한 2019년의 시작.

심댱: 청하가 그간 표현해 왔던, 사랑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하는 화자의 변주곡이다. 그는 깊어진 관계에서 제 마음이 앞서갈까 겁내면서도 감정을 아주 완벽히 숨기지 않는다. 가사를 살펴보면 캐릭터가 신데렐라가 아닌 그를 보내기 아쉬워하는 왕자라는 점이 인상적인데, 코디와 더불어 청하가 무대 위에서 구현해내는 퍼포먼스가 그 설정에 무게를 더한다. 몸의 곡선을 살리는 웨이브 속에서도 손을 뻗거나 손뼉 치는 등 절도 있는 동작 때문일 수도 있겠다. 에스닉한 플루트 소리에 진득하면서도 날렵한 안무, 전작 롤러코스터에서 이어지는 강렬한 눈빛까지. 아쉬움마저 은근한 유혹으로 끌어낸 그에게 박수를.


FLY HIGH PROJECT #2 '옥탑방'
FNC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2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하루살이: '옥탑방' 이 곡을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싫어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남성 밴드의 노래 제목이 '옥탑방'이라고 했을 때 연상되는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산뜻한 가사와 리드미컬하고 쉬운 멜로디가 매력적이다. 전작 '꽃'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FLY HIGH 프로젝트의 두 번째 싱글로 엔플라잉의 첫 자작곡 타이틀이다. 지난 8월 이승협이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이미 공개했던 곡이기도 하다. 래퍼 J.DON(이승협)의 곡을 팀을 위한 밴드 사운드로 다듬으며 팝에 속해있던, 어쩌면 힙합에 더 가까웠던 곡이 락의 범주로 들어왔다. 키보드와 베이스 리프가 인상적인 곡에서 일렉기타의 입체감과 변주가 재밌는 곡이 되었고 유회승의 고음 파트 또한 대폭 늘어났다. 여러모로 따뜻한 인상은 아니지만, 한겨울에 듣기에도 제법 괜찮다. 오히려 계절을 의식해 넣은 듯한 수록곡 'WINTER WINTER'가 이 이한치한의 시원한 매력을 반감시켜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여름을 함께 지샌 노래가 정식 음원으로 발매되어 너무도 반갑고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이 돌아오면 다시 꺼내 듣게 될 것 같다.


운다고 (Even So)
SM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4일

스큅: 자칫 밋밋하거나 늘어질 수 있었던 곡들이 공들인 편곡 덕에 빛을 발한다. 타이틀곡 '운다고'는 진폭이 크지 않은 멜로디를 세션에 다양한 변화를 주며 보완하고, 'Do You Love Me'는 곡 내내 팽팽하게 텐션을 잡아당겨 높은 집중도를 보여주며, '안녕 이대로 안녕'은 안정적인 기타 반주와 섬세한 피아노 연주가 보컬을 잘 감싸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도움닫기를 한다는 인상이라 "Woman" 이전에 "One Shot Two Shot"을 내던 보아가 떠오른다. 여담으로 '운다고'의 가사를 2017년 12월 일기에서 따왔다고 밝힌 바 있는데, 잊을 수 없는 부고가 있던 달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더 남다르게 다가오기도.


Forever Love
just bounce music
2019년 1월 4일

조은재: 지오의 감정선에 비해 편곡이 너무 미니멀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지오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훌륭히 마감처리 된다. 3분을 겨우 넘기는 짧은 곡이지만, 그래서 감정 과잉으로 넘칠 새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서 더 건조하게 느껴졌던 올겨울 날씨 같은 노래. 사운드의 기술적인 완성도가 다소 아쉽다.


별을 꿈꾸며
마이다스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5일

서드: 한동안 유행이었던 퓨처베이스를 기반으로 신스팝이 어우러진 음악이라 설명은 되어있지만, 기존에 발표되었던 비슷한 수많은 노래 사이에서 특별히 변별력을 지녔다는 인상은 주지 못한 채 무난하기만 하다. 'Designer'라는 제목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었는데, 고작 "모든 걸 바쳐 만들 거야 널 나만의 여신 Venus 조각"이나 "아찔한 몸매와 오똑한 코 새하얀 피부와 매끈한 face" 같은 진부하고 닳아빠진 비유로 점철된 가사는 아쉬움이라고 말하기에도 김이 빠진다. 그간 발표했던 곡들을 돌아보니 곡마다 천차만별인데, 퀄리티를 떠나 리뷰하는 입장에서 전작이 쉽게 기억나지 않는 이유도 결국 '뭘 하는 팀인가'가 뚜렷이 보이지 않았던 탓 아닐까. 이미 다른 팀들이 시도했던 장르와 콘셉트를 그저 따라가는 이미지만으로는 팀도 노래도 대중에게 각인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D-DAY 24/7 with Berry Good(SEOYUL)
볼라벤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7일

심댱: 한산한 연초 감성과 어울리는 무난한 발라드다. JOO가 불렀을 법한 예스러운 느낌의 발라드는 서율의 차분한 감정전달과 탄탄하면서도 고운 질감의 보컬 톤을 들려주기에 적당하다. 흠 없이 적당 무난. 그렇지만 서율을 시작으로 고른 밸런스가 강점인 베리굿이 주목받을 기회라는 점에 의의를 둘 만하다.


PERCENT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7일

랜디: '1도 없어'에 이어 "에이핑크 챕터2"를 계속해서 써 내려가고 있다. 10여 년 전쯤은 티아라가, 5년여 전쯤은 씨스타가 담당하던 유흥적(?) 통속성을 2019년에 이어받는 그룹이 재작년까지는 청순 라인의 선두주자였던 에이핑크라니. 케이팝의 흐름 참 모를 일이다 싶으면서도, '굿 걸 곤 배드' 같은 이미지가 언제나 인기였던 것을 생각하면 그러려니 싶기도 하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밤거리' '반질반질 겉으론 번듯하네' 같은 단어 사용으로 통속성을 더한 점이 눈에 띈다. 청하의 '벌써 12시'와 마찬가지로 블랙아이드필승과 전군의 작품이다. 이들은 '1도 없어'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춘 사이인데, 다른 가수보다도 유독 에이핑크에게 상기한 가사 작법이나 조금 어노잉하기까지 한 신스 테마 등으로 통속성을 부여하려 하는 것 같다. S.E.S 같은 소녀풍 그룹을 오마주 했던 "챕터1"을 지나 "챕터2"도 어느 정도 선배 걸그룹의 계보를 따르고 있지만, 이를 구성짐으로 소화하고 있지는 않은 점이 흥미롭다.

심댱: '1도 없어'에서는 급격한 선회에 어리둥절했다면, '%%'은 파스텔 핑크 위주였던 에이핑크의 팔레트에 네온 핑크를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 세상에 같은 핑크가 없다는 말처럼, 아이돌의 이미지 역시 그러하다. 그중 걸그룹의 이미지를 거칠게 구분하자면 청순 혹은 섹시일 테지만, 그 안에도 얼마나 많은 '한 끗'이 있던가. 풋풋하던 퍼포머는 시간이 지나면서 성숙해지고, 표현할 수 있는 바운더리는 넓어지기에 기획은 한순간에 머무를 수 없다. 에이핑크도 전작을 기점으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장인처럼 우직하게 청순 이미지를 고수했던 지난날처럼, 에이핑크의 지금 역시 흔들리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NEW KIDS REPACKAGE : THE NEW KIDS
YG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7일

서드: 이별의 아픔을 센 척하며 축소하려 애쓰지만, 역설적으로 상처를 드러내는 화법의 가사는 발라드에서는 식상하리만치 흔한 감성이지만, 아이콘은 늘 굳이 돌려 말하기보다는 차라리 더 뻔하고 직설적으로 밀고 나가는 방법을 선택해왔고 'I'M OK' 역시 필요 이상의 비장미마저 느껴지는 뮤직비디오의 영상이 더해져 그 정서를 극대화한다. 신곡임에도 왠지 모르게 익숙한 멜로디, 약속된 타이밍에 나오는 랩과 예측 가능한 보컬 파트의 분배, 아이콘에게 이런 상투성은 오히려 안정된 규칙성에 가깝게 다가오지만, 그 때문에 보컬 파트의 불균형, 특히 1절에서 송윤형과 정찬우로 이어지는 파트에서 보여준 음색의 조화가 곡의 분위기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렸기에 상대적으로 짧은 파트 분배가 아쉽다. 아이콘은 불과 1년 남직한 시간 동안 '사랑을 했다', '이별길', '죽겠다' 같은 곡을 연이어 내놓았고 "New Kids" 시리즈를 통해 아이콘의 스타일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그 흔적이 모두 담겨있는 "NEW KIDS REPACKAGE : THE NEW KIDS" 앨범 속에서 'I'M OK'는 그 피날레를 장식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닌 노래다.


LONELY NIGHT
220 ENT
2019년 1월 7일

하루살이: 다사다난했던 공백기를 보내고 어쨌든 돌아왔다. 꾸준히 합을 맞춰온 김태주 프로듀서의 작품이지만 과연 크나큰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건지는 모르겠다. 팀의 변화와 상관없이 자가복제만 계속한다. 덕분에 더 이상 보컬을 이 팀의 무기로 삼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인성 홀로 고군분투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거기에 역량과 상관없이 팀의 얼굴인 박서함을 내세우기 위해 새 멤버 이동원은 뒤로 미뤄졌다. 빈티지한 퇴폐를 주장하지만, 예전 비스트 음악의 망령이 퍼포머의 뻣뻣함만 더 들춰낸다. 어렵게 나온 앨범이라고 해서 미흡함이 용서되지는 않는다.


WJ STAY?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8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마노: 이전작 "Dream your dream""WJ Please?"'우주소녀 코스모'의 구축과 확장을 향한 일련의 시도였다면, 본작에서는 그것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음을 느낄 수 있다. 반짝반짝 스팽글 같은 화려한 신스와 화사한 오케스트레이션을 기조로 한 사운드, 메인보컬 연정을 주축으로 한 쨍한 음색의 보컬, 입체적이고 짜임새 있는 역동적인 퍼포먼스 등 이미 우주소녀만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요소를 꾸준히 가지고 가는 것이 본작의 최대 목적일 터다. 다소 특이한 점이라면 뉴웨이브 신스팝을 표방한 'You Got'과 브라스 사운드를 강조한 '12 O'clock' 등의 곡에서 레트로 장르를 적극적으로 시도했다는 점 정도일까. 대단히 신선하고 실험적이라 할 순 없어도, 멤버들의 성장세와 더불어 팀의 긍정적인 안정세와 앨범으로서의 탄탄한 완성도까지 자랑하는 한 장이라 할 수 있다. 전작의 '가면무도회'를 계승한 듯 화사한 스트링 사운드가 돋보이는 '그때 우리', 동화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내세운 '1억개의 별', 아예 동화를 모티브로 삼은 '12 O'clock' 등 준수한 수록곡까지 두루 갖춘, '우주소녀 코즈믹-판타지 유니버스'의 정수. '칸타빌레'를 특히 즐겁게 들었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서드: 타이틀곡 'La La Love'는 소절마다 사운드가 계속 변화하면서도 끝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세공력이 돋보인다. 곡의 중반에 위치한 랩 파트와 노래를 여닫는 내래이션 등 엑시의 활약과 함께 마치 만화경을 들여다보듯 대칭에 가까운 곡의 구조가 묘한 안정감을 만들어낸다. 파트 분배 또한 다소 비중에 차이는 있지만, 멤버 한 명 소외되는 일 없이 인상적 장면을 남기면서 멤버들 각자의 목소리가 지닌 매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앨범 전반에서 엑시의 랩이 이전 앨범들보다 훨씬 자연스레 곡의 분위기에 맞춰 녹여내며 성장하는 면모를 보인다. 레트로한 사운드와 풍부한 베이스가 매력적인 'You Got', 브라스 사운드와 동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듯한 가사가 기존 우주소녀 색깔과는 사뭇 다르면서도 흥미로운 '12 O'clock'등 수록곡 또한 타이틀보다 퀄리티가 전혀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각각 뚜렷한 색을 지닌, 정규앨범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볼륨이 풍성한 앨범이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한 일부 멤버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팀이 지닌 에너지와 매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우주소녀의 '코스모'는 강렬하게 확장하고 있다.


캔디
혁앤 컴퍼니
2019년 1월 9일

서드: 언제적 옛날 만화 '캔디'를 왜 또 제목에 달았나 했더니 '언제나 너만을 바라보겠다'는 요지의 식상하고 닳아빠진 순애보 가사를 쓰려고 '외로워도 슬퍼도'라는 구절이 굳이 필요했나 보다. 사운드가 왠지 모르게 귀에 익다 싶더니 오렌지 캬라멜이 불렀던 '마법소녀'를 썼던 조영수 작곡가의 작품인데, 열화된 자기복제 버전이라는 생각만 든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아키하바라 메이드 카페 종업원이 입을 법한 코스프레 풍 의상을 입고 춤추는 모습까지 총체적으로 어떤 감상을 내놓아야 할지 난처한 작품이다.


VERI-US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9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마노: 프리데뷔 싱글에 이어 이번에도 뉴잭스윙 장르의, 청순-청량을 기조로 삼은 곡인 '불러줘'를 타이틀로 내세웠다. 프리데뷔곡 'Super Special'에 비해 '한 방' 혹은 '땜핑'이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으면서도, 곡과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지는 특유의 깔끔하고 완성도 있는 퍼포먼스를 보며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크게 인상에 남지는 않지만, 타이틀을 덤덤히 받쳐주는 수준급의 수록곡들 사이에서, 에너제틱한 생동감이 마구 폭발하는 레트로 펑크(Funk) 장르의 'Alright!'이 유독 귀를 잡아끈다. 파워풀하지만 과하지 않게 잘 다듬어진 안무도 플러스 요소. 직접 작사, 작곡, 랩메이킹, 안무, 심지어 영상 제작(!)에도 참여한다고 하여 '크리에이티브돌'을 자칭하고 있는데, 굳이 그런 타이틀이 없어도 이 그룹은 올해의 신인으로 주목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한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스큅: '불러줘'는 같은 뉴잭스윙 장르라는 점에서 샤이니의 '1 of 1'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샤이니가 레트로 장르로서의 뉴잭스윙을 그룹이 표방하는 '컨템포러리' 필터에 투과시키며 세련됨을 과시했다면 베리베리는 당대 뉴잭스윙 특유의 활기를 21세기 케이팝의 형태로 내놓으며 '아이돌미'를 강조한다. 이들이 그리는 활기는 세븐틴, 골든차일드와 같은 역동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스트로, 온앤오프, 더보이즈의 청초한 내음을 살며시 풍긴다. 근 몇 년 새 두드러지는 청량 아이돌 노선 가운데 빈틈을 잘 파고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저스트절크 크루 제이호의 손길이 닿아 속부터 꽉 들어찬 그루브로 널뛰지 않고 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안무 역시 이를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아직 2019년에 접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올해의 신인 중 하나로 꼽아도 아깝지 않다.


LIGHT US
RBW
2019년 1월 9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마노: 타이틀곡부터 심상치 않다. 리드미컬하고 중독성 있는 기타 리프, '발키리'와 '밝히리'의 중의를 노려 묘하게 꼬아놓은 딕션, 프리코러스와 브리지에서 기타 리프 테마와 함께 쌓아 올리다 코러스에서 신스와 함께 터뜨려 버리는 쾌감까지 모든 것이 속된 말로 사정없이 '착착 감긴다'. 구간별로 EDM과 트랩, 힙합을 오가며 널뛰는 구성에 굳이 북유럽 신화에서 가사의 모티브를 가져온 점까지, 그야말로 케이팝의 진수를 빠짐없이 담고 있는 곡이 아니라 할 수 없다. 프리데뷔 과정에서 자주 선보였던 신스팝 '삐뚤빼뚤', 타이틀곡의 비장하고 처연한 분위기를 그대로 끌고 가는 '붉은 실', 라틴팝의 요소를 얹은 하우스 트랙 'Eye Contact', 나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뭄바톤 트랙 'Hero' 등, 요즘 '되는' 것들을 다 모아놨지만, 각각의 준수한 만듦새 덕에 난잡하진 않은 수록곡의 구성 역시 훌륭하다. 허슬과 스웨거를 굳이 초성으로 표현했어야만 했나 의구심이 드는 마지막 트랙 'ㅁㅊㄷㅁㅊㅇ'에 고개가 다소 갸웃해지지만, 앨범 전체의 완성도를 크게 해치는 흠은 아니라 생각된다. 올해 꼭 주목해야 할 수퍼루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서드: 마마무가 소속된 RBW의 신인 남자아이돌 그룹. 타이틀곡 '발키리'는 북유럽 신화 속 발키리와 어둠을 밝히겠다는 우리말 '밝히리'를 중의적으로 가사 속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조금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해외의 케이팝 팬들에게는 어떤 재미로 받아들여질지 궁금한 부분. 뮤직비디오에서도 다양한 조명 효과를 사용해 곡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다소 가쁘게 변화하는 사운드와 그에 맞춘 듯 유연한 멤버들의 퍼포먼스를 깔끔하게 담아낸다. 귀에 강렬히 남지는 않으나 덜컹거리는 구석 없이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볼 만한, 잘 빠진 데뷔곡.

스큅: 기타 리프로 시작해 EDM, 트랩 등 온갖 장르를 뒤섞는다. 여기에 'Valkyrie'-'밝히리'라는 말장난, 이유 모를 비장함까지 더해지니 진성 케이팝이 아닐 수 없다.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크레딧을 살펴보니 'TTL', 'Shock', 'I My My Mine' 등 소위 '슬픔의 케이팝'들을 다수 작업한 이상호의 작품. 수록곡들 역시 가요와 팝 사이 언저리를 맴도는 '케이팝' 그 자체다. 특히나 눈에 띄는 건 '발키리' 바로 다음에 위치한 '붉은 실'. 강렬한 댄스곡에서 감성적인 곡으로, 북유럽 신화에서 중국 설화로 훌쩍 건너뛰는 말도 안 되는 구성. "케이팝은 부적절하고 부정확하며 비논리적인 것이다. 엉뚱한 것이 엉뚱한 곳에서 막무가내로 결합된 것들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도록 완성되어 우리의 가슴 속을 파고드는 것이다"라는 미묘의 설명은 이 앨범을 두고 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건희의 'Oh Little Girl', 환웅의 'I Know You Know'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겠으나, 여하튼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데뷔앨범.

놓치기 아까운 음반

심댱: 00년대 후반의 미친 감성을 이렇게 다시 들을 줄은 몰랐다. 밝히리와 'Valkyrie'의 엇비슷한 어감으로 얽은 가사하며 몇몇 단어를 씹거나 음을 비틀어 생기는 쫄깃함, 쏜살같이 내달리는 전개 속 환기와 자극을 동시에 일으키는 몇몇 파트는 과잉의 과잉, 케이팝의 '그것'이다. '발키리'를 벗어나도 쉽거나 자극적이면서도(삐뚤빼뚤, ㅁㅊㄷㅁㅊㅇ) 어찌 되었든 '너의 구원이 필요한' 아이돌의 면모를 보이는(붉은 실, EYE CONTACT) 트랙이 한데 엮여 흥미롭다. 케이팝의 MSG 맛을 아는 사람, 그리고 아이돌과 지독하게 얽히고 싶은 팬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앨범. 크레딧 대부분을 채운 멤버 이도와 레이븐에 주목하면서, 심상치 않은 출사표에 흔쾌히 Discovery라는 답을 보낸다.


공간 Part.2
클래프 컴퍼니
2019년 1월 1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은재: 프로젝트의 제목대로 공간감을 염두에 둔 사운드에 '길'을 주제로 한 가사에 맞춘 속도감이 얹어져 제법 괜찮은 싱글이 되었다. 업텐션의 세 멤버 모두 신경 써서 랩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 특히 쿤의 나지막하면서도 확실한 포인트를 만드는 래핑이 돋보인다.


Carpet - SM STATION
SM 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10일

서드: 지난 크리스마스의 잔향이 남은 듯한 피아노 멜로디 위에 촉촉하면서도 예리한 예성의 음색과 드라이하면서 부드러운 범키의 음색이 어우러져, 소리가 만져질 듯 목소리의 대비와 조화가 잘 이루어진 노래. 스스로를 카펫으로 은유한 가사의 의미를 확장한 듯 뚜렷하게 시각적으로 살려낸 뮤직비디오의 연출 또한 노래와 어우러져 독특한 감상을 만들어내니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해보길 추천해 드린다.


THEN & NOW
iHQ
2019년 1월 10일

서드: 데뷔 20주년을 기념하여 발매된 앨범으로 과거부터 지금까지 익숙한 god의 스타일에 집중한다. god 하면 빼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프로듀서 박진영이 신곡 '그 남자를 떠나'에 작사 작곡으로 참여했고, 김태우가 앨범 총괄 프로듀싱을 맡고 '니가 있어야 할 곳' 등 멤버 각자가 자신이 꼽은 곡들을 리메이크하며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앨범의 백미는 여태까지 god가 발표하고 참여한 곡의 제목을 모두 가사에 활용한 '눈을 맞춰'. 또 아이유, 헨리 등이 트리뷰트 형태로 참여한 '길'이 수록돼있다. god의 음악을 좋아해 왔던 이들이라면 다들 좋아할 노래들로 채워진 '옛맛 그대로'의 미덕이 잘 살아있는, 20주년 기념으로는 더없이 적절한 앨범. 굳이 아쉬운 점이라면 신곡이 한두 곡 정도 더 실렸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정도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