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아이돌로지가 집계한 미니앨범(EP) 이상의 아이돌 음반은 총 197장이었다. (디지털 싱글, 싱글, 라이브 앨범, 베스트 앨범, OST 제외.) 이 중 필진 12명의 투표를 거쳐 선발된 앨범 10장을 소개한다. 별도의 순위는 산정하지 않았으며, 순서는 발매순으로 정렬했다.
청하 “Querencia”
스큅: “Querencia”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21곡의 압도적인 볼륨을 자랑하는 앨범은 청하의 다능함을 펼쳐놓으며 독보적인 “케이팝 디바”로서 확인 도장을 찍고자 한다. 각 사이드를 힘차게 견인하는 인트로를 위시해 4개 사이드로 분철된 앨범은 “케이팝”의 초월적 특성을 “디바”의 위용으로 풀어나간다. (중략) 케이팝에서는 댄스 디바의 융성기였던 00년대 이후 간만에 떠오른 차별화된 “디바”로서, 팝 시장에서는 시의성 있게 등장한 “케이팝”의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서 청하는 독보적인 지위를 점한다. (Monthly : 2021년 2월 – 앨범 中)
온앤오프 “ONF: MY NAME”
마노: 꽉 채운 볼륨에도 부담감 없이 가볍게 일청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중략) 전작 “SPIN OFF”가 “아티스트와 프로듀서(혹은 프로듀싱 팀) 간의 끈끈한 음악적 신뢰도와 각각의 역량이 어떠한 경지에 올랐음을 증명하고 있”었다면, 본작은 그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중략) 팀의 커리어에 있어 커다란 터닝포인트로 자리 잡을, 그리고 한 정점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한 장. (Monthly : 2021년 2월 – 앨범 中)
아이유 “LILAC”
에린: “LILAC”은 팝의 접근법을 취하는 트랙이 주를 이룬다. “Palette” 앨범에서는 아날로그를 세련되게 구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이번 정규 앨범에서는 외형은 팝이되 그 내용은 결국 아이유의 서사로 귀결되도록 한다. (중략) 이전 10년을 “LILAC”으로 매듭지어낸 아이유는 이제 과거의 자신을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이후의 모습은 지금과는 또 달라져 있으리라. (Monthly : 2021년 3월 – 앨범 中)
샤이니 “Atlantis”
스큅: 2013년 6년 차 5인조의 샤이니가 불렀던 ‘히치하이킹’을 2021년 14년 차 4인조 샤이니의 입장에서 소환해낸 것 같은 1번 트랙 ‘Atlantis’와 제목부터 뭉클함을 안기는 마지막 트랙 ‘빈칸’을 나란히 놓고 보며, 지금의 샤이니는 종현을 각뿔의 꼭짓점으로 둔 정사각뿔과도 같다고 생각해본다. 하늘에 있는 그를 바라보며 완전한 사각형을 이루고 마주 앉은 멤버들에게서 견고한 절개가 느껴진다. 리패키지에 이르러 7집의 “땅 고르기”는 완전히 달성된 듯하다. (Monthly : 2021년 4월 – 앨범 中)
피원하모니 “DISHARMONY : BREAK OUT”
스큅: 데뷔곡 ‘SIREN’이 시종일관 펀치를 휘둘렀다면 ‘겁나니’는 가벼운 (하지만 위용은 결코 뒤지지 않는) 잽을 날린다. 쨍그랑대는 파열음과 빠드득거리는 메인 테마 리프 사이를 날렵하게 돌파하는 맵시가 일품이다. 퍼포먼스의 콘셉트를 미식축구로 잡은 것은 단순 콘셉트를 위한 콘셉트가 아니었을 것이다. (중략) 수록곡들 역시 준수한데, 무엇보다도 ‘겁나니’의 잽과 연결되는 ‘Reset’의 강펀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터져 나오는 폭발음 뒤에 유니슨으로 외치는 “Re-set-“의 쾌감이 상당하다. 줄곧 ‘보고 듣는 재미’를 확실하게 안겨주고 있는, 기본기의 승리를 보여주는 신인. (Monthly : 2021년 4월 – 앨범 中)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혼돈의 장: FREEZE”
랜디: 마침내 “케이팝 4세대”라 할 만한 사운드가 등장했다. 지금까지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비롯해 다양한 회사의 팀들이 각자 “우리가 바로 4세대 선두 주자”라고 주장해왔으나, 3세대 대표 주자들이 전례 없이 롱런하며 정작 4세대는 3세대와 마땅히 구별되지 않았다. (중략)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새 음반 “혼돈의 장: FREEZE”, 특히 타이틀 ‘0X1=LOVESONG’이 던지는 긴장감은 각별하다. 밀레니엄 이상 세대가 자신들이 젊은 시절 듣던 이모(emo) 록 이야기를 한들, 주 청자인 Z세대는 그런 정보를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케이팝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는 분명히 예상을 깨는 신선한 사운드다.
스큅: 하이라이트 메들리를 틱톡 클립으로 공개한 바와 같이 곡을 넘길 때마다 틱톡 FYP 스크롤을 내리는 느낌이 든다. 알고리즘은 10대~20대 SNS 크리에이터에 맞춰져 있다. (중략) 줄곧 내세워온 “4세대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뒷받침하기 위한 빅히트 뮤직 A&R과 멤버들의 노고가 번뜩인다. 올해 이 정도 수준의 상업 음반을 더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혼돈의 장: Freeze”는 케이팝 아이돌 4세대와 전 세계 Z세대 청중이 함께 감응하는 2021년의 케이팝을 독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텍스트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Monthly : 2021년 5월 – 앨범 中)
키 “BAD LOVE”
스큅: 그는 비로소 자신이 고집스레 쌓아 올린 취향의 결정판, 레트로 스페이스 위로 청중을 잡아끈다. 외계 생명체들이 노니는 그곳은 별종 소리를 들었던 그가 곧 “정상”이자 통념이자 규준이 된, 이른바 “닭 그라운드”다. (중략) 그가 오롯이 조타수로 자리한 덕인지 근래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발매작을 통틀어 이례적인 수준의 프로덕션 합치도가 빛난다. ‘별나다’ 소리를 듣던 자신의 캐릭터를 케이팝 프로덕션을 동원해 입체적으로 연성해나가는 훌륭한 ‘아이돌 아티스트’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중략) 그가 일궈낸 “닭 그라운드”는 분명 현/후세의 또다른 “닭”들에게도 좋은 영감이 되지 않을까.
마노: 전작이며 솔로 데뷔작이었던 “Face”가 “‘아티스트 키’ 혹은 ‘인간 김기범'”의 아이덴티티를 오롯이 드러내고 조형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EP는 (프로모션 당시의 여러 인터뷰에서도 공공연히 언급했듯) 그의 오랜 욕구를 드러내며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미래지향적이며 ‘커팅-에지(cutting-edge)’한, 아티스트 본연의 매력을 극대화하기에 알맞은 사운드와 콘셉트를 능수능란하게 밀어붙이는 솜씨에는 ‘역시’라는 탄복이 절로 터져 나온다. (Monthly : 2021년 9월 – 앨범 中)
에스파 “Savage”
심댱: 에스파에게 주어진 미션은 윤곽이 채 드러나지 않은 세계관을 (‘Next Level’의 흥행과는 별개로) 얼마나 흥미롭게 제공할지였을 것이다. 자신만의 클래식, 이른바 ‘오래된 미래’를 구현하는 SM식 작법은 2021년의 에스파에게도 적용되어 이들의 미션을 너끈히 달성한다. (중략) 사실상 ‘메타버스’는 에스파 세계관 사전 속 ‘환각 퀘스트’와 다를 바 없으며, 진짜는 ‘KWANGYA’라는 배경으로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프로덕션이라고 본다. SMP라는 정형화된 양식과 세계관이 여성 아티스트에게 적용될 때 어떤 시너지가 날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KWANGYA’가 마냥 허황된 공간이 아님에 의심을 살짝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한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스큅: 한 마디로 SM의 온고지신이다. (중략) ‘Next Level’의 히트로 에스파는 이미 궤도에 올라선 셈이나, SM의 음악적 야심이 보다 본격적으로 실체를 드러낸 데뷔 EP를 통해 결코 부인할 수 없는 독보적인 입지를 획득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H.O.T.의 ‘열맞춰!’, 동방신기의 ‘Rising Sun’ 등으로 대표되는 고전 SMP를 2021년의 재료로 구현해낸 타이틀곡 ‘Savage’를 들으면서는 보아 이후로 20년 만에 여성 아티스트에게 정통 SMP의 혁신가 역할이 부여되었다는 데에 모종의 쾌감도 느끼게 된다. 에스파를 통해 이루어질 SM의 ‘오래된 미래’의 혁신을 더욱 기대해본다. (Monthly : 2021년 10월 – 앨범 中)
CL “ALPHA”
조은재: 날이 갈수록 잘 벼려지고 있는 날카로운 펀치라인은 그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고 트랙 위를 자유롭게 유영한다. 여기서 형식이란 언어적 문법과 음악적 작법을 모두 아우른다. 단순히 멀티링구얼로서 여러가지 언어를 능숙히 사용하는 것 이상으로,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가장 알맞은 언어를 배치해냄과 동시에 길지 않은 적당한 길이로 재단하여 곡과 리드미컬하게 달라붙게 한다. 그리하여 그는 무엇을 말하고 노래하든 어색함이 없고 자연스럽다.
스큅: 그의 +인스타그램 시그니처 표기법+ 속에 공백기 중의 날짜가 새겨진 곡들을 순차적으로 발매했던 “사랑의 이름으로”가 허심탄회한 일기장의 형식을 빌어 묵은 세월의 짐을 정리하는 프로젝트였다면, +시그니처 표기법+을 벗은 “ALPHA”는 사색을 딛고 바깥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굳건한 결의를 보여준다. (중략) 무지 노트와 같은 비교적 단출한 사운드 편성을 채워나가던 “사랑의 이름으로”의 꿋꿋한 필압(筆壓)은 드넓은 무대를 가르는 “ALPHA”의 거센 발구름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발걸음은 그저 “ALPHA”, 즉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더욱 단단해진 자아를 바탕으로 거침없는 모험을 단행해갈 이채린을, CL을, Ms. Cherry를 지지한다. (Monthly : 2021년 10월 – 앨범 中)
트와이스 “Formula of Love: O+T=<3”
스큅: 하이톤으로 내지르며 애교를 마구 표출하거나 사근사근한 속삭임으로 귀염성 있는 모습을 연출하던 과거와 달리, ‘Scinetist’는 사뭇 무게감까지 느껴지는 타이틀곡이다. 그러나 트와이스 특유의 지루할 틈 없는 캐릭터 플레잉은 여전하다. (중략) 군더더기 없이 꽉 짜여진 ‘Scientist’는 굳이 과장해 보이지 않더라도 트와이스는 그 자체로 사랑스러울 수 있음을 역설하는 듯 보인다. 수록곡에서도 부러 ‘척’하지 않는, 어느 때보다도 편안한 목소리의 트와이스가 돋보인다. (중략) “Feel Special” 때부터 꾸준히 감지되었던 기존의 동어반복적인 버블검 팝을 환기하려는 시도가 끝내 결실을 맺은 듯하다. 의심의 여지 없는, 트와이스 역대 최고의 앨범이다. (Monthly : 2021년 11월 – 앨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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