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8년 8월 초순

2018.08.0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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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비투비-블루, 아이콘, 서인영, 네이처, 리브하이, 스트레이키즈, 레드벨벳, 디크런치, 이달의 소녀(리드싱글), 다이아, 체리온탑, 태연&멜로망스의 신보를 다룬다.
비투비-블루
비가 내리면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8년 8월 2일

   

곡을 시작하자마자 들리는, 마치 빗방울처럼 맑게 울려 퍼지는 키보드와 매캐한 드럼 사운드에서 90년대 발라드의 향취를 읽어내기란 어렵지 않다. 네 멤버의 목소리를, 90년대를 호령하던 (그리고 일부는 아직도 신보 발매 때마다 차트를 호령하고 있는) 익숙한 이름의 목소리로 대체하면 감쪽같이 그 시절 곡이라고 깜박 속아 넘어갈 것만 같다. 담담한 척하다가 이내 한껏 청승을 터뜨리는 보컬이 곡의 처연하고 축축한 무드와 잘 어우러지고, 임현식이 빚어낸 멜로디도 멤버들의 가창력도 탁월하여 곡 자체로는 딱히 흠잡을 것이 없다. 이쯤 되면 이렇게까지 정직하게 90년대를 재현한 것은 필시 의도였을 것인데, 그 의도가 무엇인지 (순수한 의미로) 궁금해지긴 하다.

비투비의 보컬 유닛이면 2AM 같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온 결과물은 역시 큐브 색채가 강했다. ‘비가 내리면’는 미드템포의 곡이지만 음역대가 엄청 높고 가사가 은근 남성적(?)이어서 마냥 처지는 곡은 아니다. 사실 비투비의 이름을 달았으니 퀄리티가 나쁠 순 없을 것이고, 재미있는 곡인가가 관건인데 그 부분이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이들의 역량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훌륭하다 비투비.



아이콘
New Kids : Continue
YG 엔터테인먼트
2018년 8월 2일

   

사운드 팔레트를 확 넓혔다는 인상이 가장 먼저 든다. 그건 역설적으로 사운드의 중심 기조를 확고히 잡았기 때문이고, 또한 그게 아이콘의 칼칼한 느낌에 잘 맞아들어가기 때문이다. 그 위에 얹히는 사운드는 어느 것도 지루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를 확실히 갖고 있으며 총합체로서 풍성함을 안긴다. ‘죽겠다’의 필터가 서서히 움직이는 피아노와 흐드러지는 스네어, 냉담한 클랩이 그렇고, 드롭의 오밀조밀한 리듬과 선 굵은 편성이 그렇다. 느긋하면서도 빈틈을 허하지 않는 ‘Only You’의 다양한 신스 톤, 흐느적대는 듯한 일렉 기타 위로 적재적소에 들어오는 신스 브라스도 그렇다. 모든 트랙이 무엇 하나 덜어낼 것 없이 잘 다져진 웰메이드 팝송들이다. 그러면서도 화끈하게 놀 줄 아는 소탈하고 혈기 넘치는 녀석, 그렇지만 속 깊은 녀석이란 캐릭터를 직관적으로 선명하게 제시한다. 무척 즐겁게 들을 만한 미니앨범. 다만 이들의 가사가 드문드문 그러나 꾸준히 영포티스럽지 않으면 안 되는지 아픈 의문이 남는다.

올해 1월 ‘사랑을 했다’ 이후로 거의 같은 형식의 ‘고무줄다리기’를 내고, 역시 대동소이한 ‘죽겠다 (Killing Me)’를 낸 셈인데, 솔직히 이야기하면 듣는 이의 피로감이 적지 않다. 사실상 타이틀이 스타일의 변화가 거의 없는 상태로 반년 넘게 세 곡이나 나온 격이라,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려울 듯. ‘고무줄다리기’에 비교하면 ‘죽겠다 (Killing Me)’의 멜로디가 더 대중적이긴 하다만 결국 거기서 거기. 다만 타이틀 외에 이 EP를 음감용으로 즐길 거라면, 이는 아이콘의 다른 결과물들이 그러하듯이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서인영
눈을 감아요
소리바다
2018년 8월 2일

  

그는 쥬얼리 시절부터도 기본기가 탄탄한 보컬리스트였다. 딕션이 굉장히 좋고, 말할 때 허스키하게 나오는 톤이 노래를 부를 땐 성문을 좁혀 예쁜 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정돈되는데, 그러면서도 성량이 좋아서 음악을 적당한 무게로 컨트롤할 줄 안다. 신곡 ‘눈물이 난다’에서도 그런 그의 기량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곡 자체는 가상 악기로 뜬 미디를 거의 그대로 내놓은 듯 평이한 믹싱이다. 인기 정상을 지나온 아이돌 그룹의 솔로 커리어에서 이런 결과물을 흔히 볼 수 있다. ‘대중은 이런 차이를 잘 몰라’ 하고 넘겨짚는 태도가 기껏 열심히 불러낸 노래를 미완성인 양 만든다. 프로듀서가 조금 더 성의를 보인다면 좋겠다.

이런 류의 곡을 들으면 기타팝이 아이돌 출신 솔로 가수들에게 음악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대안을 제시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음원에만 집중해서 들어보면, 서인영의 다른 싱글들과 마찬가지로 곡은 훌륭하고 멜로디는 귀에 잘 붙어 크게 흠잡을 것이 없다. 보컬리스트의 역량이야 활동 중단 이전에 이미 어느 정도 인정받았으니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만, 확실히 인간이 시련을 겪고 나면 뭔가 는다는 생각은 든다. 취향 밖의 싱글이지만 나쁜 평을 쓸 수 없는 결과물이었다.



네이처
기분 좋아
n.CH 엔터테인먼트
2018년 8월 3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애니메이션 〈노다메 칸타빌레〉 1기 주제가로 알려진 스에미츠 & 더 스에미스(Suemitsu & the Suemith)의 ‘Allegro Cantabile’를 번안 리메이크한 곡을 타이틀로 내세웠다. 놀랍게도 편곡을 담당한 것이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켄지인데, 로킹한 사운드에 클래시컬한 작법을 얹은 원곡의 에센스를 살리면서도 ‘아이돌적인’ 요소를 잊지 않는 점에서 ‘역시’라고 할 만하다(아시다시피 켄지는 버클리 음대 출신이다). 단지 뮤직비디오를 통해 보여지는 그룹의 모습이 평이하다 못해 걸그룹 특유의 클리셰투성이라 우려가 드는데, 하루빨리 팀만의 변별점을 찾아 정착하지 않으면 씬에서 입지를 다지기 어렵지 않을까. 어딘가 엉성한 퍼포먼스와, 왠지 모르게 머릿속에서 적색경보가 울리는 의상과 스타일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발랄한 기세가 돋보이는 ‘기분 좋아’도 들어봄 직하다. 그냥 지나치기엔 곡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므로, 일청을 권하는 의미에서 Discovery!를.

‘Allegro Cantabile (너의 곁으로)’는 시작부터 투박한 록 비트가 사람을 놀라게 하더니, 샘플 사운드 같은 배경음이 쏟아져 듣는 이를 아연실색하게 한다. 일단 커버만 봐서는 멤버가 많은 듯한데(8인조다), 합창 파트가 많아 이들이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담당 파트가 나눠지는 아이돌의 노래 배분을 거의 무시하는 듯한 구성이라 어떤 의미에서는 놀랍다. 두 번째 트랙인 ‘기분 좋아 (Girls and Flowers)’ 쪽이 만듦새는 훨씬 나은 것 같은데, 아니 계속 들으니 이쪽이 훨씬 대중적인 곡인데 어찌 타이틀이 ‘Allegro Cantabile (너의 곁으로)’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리브하이
첫사랑
레드크리에이티브 컴퍼니, 마이다스타 엔터테인먼트
2018년 8월 6일

  

데뷔가 무려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리브하이의 새 디지털 싱글. 아예 ‘힐링돌’을 전면에 내세웠다. ‘첫사랑’은 1990년대 가요를 연상시키는 예스러운 곡이지만 후렴부의 변화가 흥미롭긴 하다. 1990년대 가요 감성을 담은 페퍼톤스나 크리스탈 레인의 곡 같기도 하고, 여튼 어떤 경우이든 일반적인 아이돌 곡은 아니라는 거. 평자는 개인 취향으로 인해 즐겁게 들었다만 다른 이들도 그럴지는 잘 모르겠다.



스트레이키즈
I am Who
JYP 엔터테인먼트
2018년 8월 6일

   

이 음반이 거칠게 들린다면, 목소리와 연주의 음량 비중이 한몫하지 않을까. 자주 랩과 보컬의 뉘앙스 차이가 현격해 컨트롤이 더 어려운 듯도 한데, 그 낙차에서 어떤 에너지를 발전하는 데에는 아직 정제될 것들이 남은 듯하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이들이 그리는 풍경에서 미국 영화의 십 대 중 책이나 록 음악에 매몰돼 사회와 불화하는 캐릭터들이 떠오르는데, 그래선지 목소리가 앞으로 튀어나온 한국식 믹스가 애매하게 들리는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JYP 보이그룹스러운 ‘불면증’이나 평범한 케이팝 그룹 같은 ‘Question’이 안정감을 주는 것도 그래서는 아닐까. 결국 이전부터 스트레이키즈의 중심이 케이팝과는 다소 다른 어법에 위치해 있었고, 이를 섣불리 ‘보완’하기보다는 표현범위를 넓혀 가는 단계에 있는 듯하다. 거친 맛과 약간의 여유가 조화된 ‘M.I.A’, 짓궂은 분위기의 ‘갑자기 분위기 싸해질 필요 없잖아요’는 혼돈이 내재된 ‘My Pace’와 함께 스트레이키즈라는 낯선 실험체의 진화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길 권해 온다. ‘불면증’이나 ‘Voices’ 등의 멜로디라인이 전작들에 대한 기시감을 일으키는 점이 마음에 걸리는데, 조급한 마음에 재능과 노력을 빠르게 소모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타이틀곡 ‘My Pace’는 곡이 가진 에너지에 비해 전반적 프로모션이 정돈되지 않고 산만해 아쉽다. 퍼포먼스 또한 시선을 한 포인트에 집중시키기보다는 자꾸 분산시키는데, 혹시라도 이런 특징이 기획단계에서 ‘자유분방함’을 내세우려 의도된 것이라면 전략적 측면에서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여태까지 JYP 보이그룹에게서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이라는 점 말고는 스트레이키즈만의 차별점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데, 그런 상황에서 수록곡의 스타일이 다양하다는 것 또한 듣는 이에 따라서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인상적 트랙은 보컬 파트와 랩 파트의 매력이 뚜렷이 발휘되는 ‘Voices’.

‘My Pace’의 샤우팅은 제목을 따라가듯 듣는 이가 도무지 공감할 수 없는 시점에 자기만의 맥락을 가지고 등장해 당황하게 한다. 패기, 반항, 청춘, 기타 등등의 것들은 분명 소재로 삼을 만하고, 누구나 한때 겪고 지나오는 것이기에 어찌 보면 가장 쉬운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지저분하게 늘어놓기만 해서 아무런 공감도 유발하지 못하는 건 또 다른 재능 아닐지. 끊어지는 맥락 안에서 아무런 포인트도 만들지 못하는 힙합과 록 사운드가 청년기의 방황을 그린다기엔 너무 점잖게 들리기도 하는 것 또한 패착이다. 이름 있는 레이블의 인프라를 충분히 체험할 수 없는 결과물은, 그것을 기대했던 청중에겐 물론이고 아티스트 본인들에게도 그다지 좋은 경험으로 남지 않을 것 같다.



레드벨벳
Summer Magic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8월 6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뿅뿅대는 8비트 게임 사운드 위를 다섯 소녀가 통통 뛰어다닌다(‘Power Up’). 이내 배경은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으로 바뀌고(‘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열대우림 정글이기도 했다가(‘Mr. E’), 태양이 작열하는 리우 데 자네이루의 축제 한복판이었다가(‘Hit That Drum’) 하는 식으로 시공간을 제멋대로 오간다. 2000년대 초반 영미권 팝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Mosquito’), 둔탁한 드럼 사운드와 삼바 리듬이 흥을 한껏 돋우기도 하며(‘Hit That Drum’) 앨범을 비비드하고 다채롭게 수놓는다. 자칫 앨범 전체의 무드를 해치기 일쑤인 보너스 트랙마저도 무리 없이 앨범에 녹아들어 있는 점이 특히 돋보인다. 마치 목 넘김이 좋은 에이드 한 잔을 마시는 것처럼, 다양하고 다채로우면서도 앨범 단위의 유기성을 잊지 않은 것이 썩 반갑다. 혹자는 이전의 섬머 앨범과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약하다고 볼멘소리를 할 수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이번 여름도 우리는 레드벨벳에게 큰 빚을 졌다는 것과, 그들이 있었기에 이 여름을 아주 조금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삼바와 케이팝의 묘한 하이브리드 변종인 ‘Hit That Drum’과, 가사 그대로 달짝지근 바다향과 새콤한 레몬 맛을 섞은 듯 상냥하고 청량한 ‘Blue Lemonade’를 꼭 놓치지 말길.

놀라운 집중도를 발휘한 최근작들에 비하면 이번에야말로 여름 스페셜 미니앨범이란 느낌이다. ‘빨간 맛’이 정진정명의 페스티벌 팝송이었다면, ‘Power Up’은 보다 콘서트 넘버에 가깝게 들린다. 마구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며 플로어를 뒤집어 놓을 만한 곡. 사운드도 저역의 비트 위주로 꾸려지면서 중역에서 보컬이 날뛸 자리를 비워 놓았다. 비슷한 공식의 곡이 ‘Hit That Drum’인데, 롤러코스터 같은 오르내림보다는 명백한 지향점을 향해 쏟아져 들어가는 구성이 상당한 쾌감을 제공한다. 번갈아 자리하듯 수록된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Mosquito’, ‘Blue Lemonade’가 작년 ‘벨벳’을 널리 납득시킨 특유의 유려함을 가미한 점이 듣기 좋다. ‘Bad Boy’의 영어 버전이 이렇게까지 번역 가사 느낌이 나야 할 이유가 있는지는 조금 의문.

미니언즈가 머릿속을 마구 돌아다니는 듯한 훅, 몸 구석구석을 청량하게 두들기는 비트, 굽이치지만 내내 들떠 있는 톱라인. ‘빨간 맛’으로 작년 여름을 물들였던 레드벨벳은 비타민 드링크 같은 ‘Power Up’으로 소란스럽게 돌아왔다. 전작은 트랙을 따라가며 여름날의 하루를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다면 이번은 제각기 다른 시공간의 여름을 뚝뚝 떼어온 듯하다. 각기 다른 사운드와 장르가 뒤섞여 조금은 단정치 못한 인상을 주지만 여름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듣는 재미가 있다. 보너스 트랙을 제외하면 취향껏 골라 들을 수 있도록 잘 차려 놓은 여름 한정 에이드샵같다. 정신없이 두들기며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는 ‘Hit That Drum’에 쉽게 마음을 뺏겼지만 여름의 불청객을 재치 있게 해석한 ‘Mosquito’와 레몬 조각 한 입처럼 깔끔한 아우트로 ‘Blue Lemonade’를 추천한다. “Summer Magic”이 여름의 모든 순간을 대표하지는 않지만, 뻔하지 않은 해석을 통해 여름을 재미있는 계절로 둔갑시켰다. 별수 있나, 이번 여름도 레드벨벳에 또 한 번 속아 넘어가야겠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이제 사측의 역량이 모두 레드벨벳에 몰리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양질의 EP를 들고, 빠른 컴백을 했다. ‘Power Up’는 기존 레드벨벳 히트곡의 특징을 고스란히 지니면서도 듣기 가볍고 부담이 없다. 솔직히 2~3개월 사이에 이렇게 양질의 곡들이 어떻게 쑥쑥 뽑히고, 레드벨벳은 그걸 또 어떻게 이 정도로 살려내는지 놀라울 정도. 이제 한 가족인 듯 스스럼없이 손발이 착착 맞는 이들의 무대도 좋은 볼거리다. Pick!을 드려야죠.



디크런치(D-Crunch)
0 806
올에스 컴퍼니
2018년 8월 6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힙합과 아이돌을 접붙이기로 마음먹었다면 이 정도의 퀄리티는 나와줘야 하지 않을까. 4분이 넘는 타이틀곡의 패기도 그렇고 그에 비해 아기자기한 커플링 곡에 ‘어 뭐지?’ 싶은 포인트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Palace’는 B.A.P 초기의 다크한 이미지를 계승한 듯하면서도 가요적인 터치가 더해진 SMP처럼 들린다. 커플링곡 ‘I Want’는 ‘치킨 먹으면서 쉬고 싶어’같이 평범한 아이들의 마음속 얘기를 멋스럽게 뽑아냈다. 이번 하반기에는 이 그룹을 주목해야 할듯싶어서 Discovery!를 남긴다. 데뷔 초부터 잡음이 있는 것 같은데 잘 정리하고 나오시길. 밸런스 좋은 이 그룹을 놓치고 싶지 않으니.

놓치기 아까운 음반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Palace’의 도입부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지만, 곡이 힙합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는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방식이 상당히 예스럽긴 한데, 이것도 최근의 유행 중 하나라 생각하련다. 두 번째 트랙인 ‘I Want’는 그레이가 연상되는 애시드한 곡인데, 가사의 묵직함은 덜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세련되어 듣기 좋다. 전형적인 평자 취향의 곡. 이미 포화 상태가 된 아이돌 힙합의 파일 중 하나로 남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과물. 이 싱글은 Discovery!를 받아야 한다.



이달의 소녀
favOriTe
BlockBerry Creative
2018년 8월 7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정식 데뷔 전 선행 싱글로 드디어 12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실력파 멤버 몇을 중심으로 무대 구성을 하는 것은 여타의 대인원 그룹이 마찬가지지만, 이달의 소녀는 각 멤버가 모두 한 번씩 솔로곡을 내봤기 때문에 실력의 편차가 이미 대중에게 모두 노출돼 있는 상황. 일단 ‘favOriTe’에서는 희진과 김립, 이브 등 검증된 각 유닛의 첫 타자들이 성공적으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단출한 교복 차림을 내세운 스타일링이 엑소의 ‘으르렁’을 떠올리게 하나, 아직까지 합이 다 맞지 못하는 안무가 그 시절 엑소만큼 타이트한 미학을 전달하지는 못함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이다. 현란한 편집의 뮤직비디오는 디지페디가 이 부족함을 가릴 수 있도록 나름의 최선을 다해준 결과물. 이달의 소녀는 처음부터 다른 무엇보다 그림 전체를 보는 기획이 탁월한 프로젝트였다. 케이팝은 음악, 스타일링, 콘셉팅, 뮤직비디오 등 그 모두가 총체적으로 굴러갈 때 가장 멋지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의 솜씨였다. 여기저기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훌륭한 출발이다. (그건 그렇고, 데뷔그룹명이 정말 Loona가 아닌 ‘이달의 소녀’란 말인가? 당연히 완전체가 되면 바뀔 임시 프로젝트명일 거라 생각했는데.)

모든 요소가 터무니없이 허술할뿐더러 조화롭게 맞물리지도 않는다. 너무 밋밋해서 현실의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교복 의상, 그 의상과 전혀 맞지 않는 과격한 안무(스커트를 입고 앉아서 다리를 교차하여 돌리거나 트워킹 같은 동작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콘서트와 쇼케이스 때 수정이 되긴 했다), 어지럽고 정신없는 뮤직비디오, 캐치해 보이려 애쓰지만 전혀 캐치하지 않은 사운드, 루즈하고 지루하기만 한 퍼포먼스. 두 가지 미덕이라면, 도저히 하나로 묶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던 12명이 어떻게 한 그룹으로 잘 봉합되긴 했다는 것과, 가사를 통해 주도적인 연애상을 그려냈다는 점 정도일까. 그러나 ‘하나로 봉합이 되었다’는 것도, 결국은 재능 많고 개성 강한 12명의 소녀들을 교복이라는 몰개성 뒤에 숨겨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 싶어 여전히 불안과 우려가 남는다. 지금까지 내놓은 12장의 솔로 싱글과 3장의 유닛 앨범이 어땠는지를 알기에 실망이 깊기만 하다. 분명 이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더욱. ‘12명이 전부 모이면 이런 그림이 됩니다’를 소개하려는 목적의 ‘리드 싱글’이었기에 아마 의도적으로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은데, 본격적인 결과물 역시 마찬가지인 것을 보니 프로덕션의 안일함과 게으름에 한숨이 나올 뿐이다.

매달 멤버를 소개하는 싱글을 꾸준히 지켜보며 기획력과 퀄리티에 감탄하면서도 멤버 개인의 능력과 성취보다는 기획 그 자체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다는 점에서 완전체 데뷔에 대한 모종의 불안감이 있었는데, 리드 싱글을 통해 그것이 더 커졌다. 혹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준비해 놓은 곡이어서 그럴까? 2년 전에 나왔어야 할 노래가 지금 나온 인상이다. 강렬한 군무를 의도했겠지만 안무 자체의 완성도가 미흡해 보이고, 뮤직비디오에선 요란한 카메라 워킹으로 무마하려다가 산만함만 가중한다. ‘왜 하필 교복 치마(처럼 보이는 의상)를 입고 저런 춤을 춰야 할까?’ 하는 의문은 덤이다. 차라리 본격적인 힙합 스타일링으로 콘셉트를 잡았더라면 이보다는 신선하지 않았을까.

살짝 지저분하게 흩뜨려진 비트가 인물들을 감싸고 있는 느낌의 트랙이다. 이달의 소녀의 완전체가 선명하게 잡힐 줄 알았는데 노이즈가 가득해서 뮤직비디오를 보게 만들어버린다. 의도했던 거라면 성공이지만,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희진의 스타트 정도. 이달의 소녀에게서 기대했던 새로운 무언가(아마도 그건 오드아이써클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는 처음부터 등장할 수는 없었던 걸까. 걸그룹이 연기하는 그 흔한 ‘소녀’들 중 테니스 스커트(도대체 언제적 코디인가!)에 청자를 도발하는 앙칼짐을 덧바른 형태는 더이상 새롭지도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다. 기획자의 ‘소녀’로 분한 그들은 유닛과 솔로에서 보였던 빛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아마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하니 느긋하게 기다려 봐야겠다.

전작에 좀 실망하긴 했지만, ‘favOriTe’을 들으니 아직까지 이들이 음악에 대한 노력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갑자기 왜 힙합 분위기에, 왜 비트는 ‘치티치티뱅뱅’이며(이건 가사에도 다소 그런 분위기가 있다), 완전체가 나와서 이런 곡을 부르겠다는 것인지(초창기 소나무가 연상된다)에 대한 불안감은 분명 든다. 부침은 있었지만 어찌 되었든 이제 곧 이들만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찍어야 하니, 부디 이 디지털 싱글이 긍정적인 포문을 연 것으로 기억되길 빈다.



다이아
Summer Ade
MBK엔터테인먼트
2018년 8월 9일

   

지금껏 다이아의 음반들을 꾸준히 들어오면서 느낀 바는, 차라리 얄팍한 짓이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너무나 솔직하게 등산복 아저씨들을 위한 노래들을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른’ 같은 곡 말이다. 덧붙이자면 이 곡에서 랩이 등장하는 순간의 믹스 밸런스가 프로에게 용납되는 수준인지 의문이다.) 이번엔 타이틀 ‘우우’가 I.O.I 레퍼런스를 좀 더 차갑게 만들려 한 듯해 최소한의 면피를 시도한다. 이 곡이 좀 더 선명하거나 탁월하게 우아했다면 음반 전체의 망설임 없는 ‘아저씨 향’을 덜어냈을지 모르겠다. 그나마 ‘Pick Up The Phone’이 다이아의 생기라는 걸 느낄 만한 아주 드문 트랙인데, 트렌드와 거의 무관한 일렉트로뉴잭스윙이지만 좋은 곡은 좋은 곡이어서 오아시스 역할을 한다.

케이팝 짬뽕 맛이라고 하면 좀 너무한가. 사실 다이아의 정체성은 ‘어쨌거나 걸그룹’이라고 생각했다. 여름과 걸그룹을 섞었을 때 쉽게 예상되는 인트로와 타이틀곡을 지나고 나니 ‘어른’이나 ‘데리러 와’처럼 속내를 차분히 들려주는 트랙들이 빛나고 있었다. 두 트랙이 마치 ‘여름밤 캠프’를 연상시키는데, 이런 부분을 좀 더 파고들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존재한다. 서늘하거나 차분한 푸른빛을 가지고 있는 그들을 밝은 빨간색으로 덮어 버리다니. 해석의 미스가 존재하는 듯하지만 트랙리스트는 그들의 이미지에 어울리게 구성한 것 같다. 다이아를 그저 평범한 그룹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다면 뻔한 이미지와 어디서 본 듯한 느낌 대신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주길 바란다.

외모도 아름답고 노래도 춤도 곧잘 하며 유명 멤버도 있는데 왜 다이아의 지명도가 낮은가, 에 대한 해결책 같은 EP. 일단 ‘우우 (WooWoo)’가 기존 곡에 비해 확실히 좋다. 바로 전 타이틀이었던 ‘굿밤 (Good Night)’과 비교해보면, 노래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명확하다. 아니, 솔직히 말해 ‘굿밤 (Good Night)’이 많이 별로였다. 그전에도, 그전에도 다 별로였다. 이제야 다이아가 그나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곡을 들고 온 것 같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체리온탑
Hi Five
유나이티드 크리에이티브
2018년 8월 10일

   

보도 자료에서는 투스텝 스타일을 강조하던데 사실 그렇게 투스텝스럽진 않고(오히려 다행이다. 지금 시점에서 투스텝은 어지간한 장르보다 더 예스러우니까), 오히려 최근의 시티팝 붐에 영향을 받은 하우스에 가깝다. 야마시타 타츠로(山下達郎)의 1982년 앨범 “For You”를 연상시키는 커버나, 유난히 통통 튀는 음의 질감이 이러한 분위기를 더 짙게 한다. 간주 부분에 갑자기 덥스텝으로 가는 것이 참으로 케이팝스러운데, 그렇게 난잡하진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곡은 프로의 솜씨가 넘치는데, 이것이 이제 막 데뷔한 걸그룹에게 어느 정도의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튼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게 들었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경쾌하게 울리는 투스텝 비트와 잘 다듬어진 멤버들의 보컬이 그야말로 ‘체리온탑’ 되어있다. 퍼포먼스도 의외로 빈틈없이 잘 짜여져 있는데, 댄스 브레이크 파트의 반전이 생뚱맞기보단 곡이 지루하지 않게 포인트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태연, 멜로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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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8월 10일

   

온기 가득한 피아노가 운을 띄우면, 따스하고 단단한 톤의 남성 보컬이 첫 마디를 열고, 청아하면서 힘 있는 여성 보컬이 다음을 이어받아 부르고는 주고받기도 겹쳐지기도 하며 곡을 꾸준히 이끌어간다.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웜톤의 멜로디는 편안하게 들을 수는 있으나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어 보인다. 반면 주목하고 싶은 것은 뮤직비디오인데, 이 시대의 모든 청춘, 특히 다양한 모습의 퀴어를 응원하는 듯한 메시지는 그 자체로 분명 가치가 있다. 스테이션 자체에 대해서는 ‘꼭 또다시 해야 하나’ 싶은 의구심이 아직 남는데, 사전에 공개된 청사진을 보니 일단은 절반의 기대를 가지고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Station×0의 첫 시작은 태연, 그리고 지금의 (아이돌 바깥의) 대세로 읽히는 멜로망스의 듀엣곡이다. 서로가 가진 색과 걸어가던 방향이 달라 어느 선에서 조율될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얌전한 스타트가 되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부드러운 질감의 어쿠스틱 팝이다. 그러나 그간 스테이션으로 보여주었던 태연의 색깔 중 가장 희미하다. 그저 시작하는구나, 정도의 의미 말고는 없어서 솔직히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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