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 31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이다. B.I.G, 에픽하이, god, 퍼펄즈(Purfles), 슈퍼주니어, 디홀릭, 탑독, S, 플레야, 핫샷, 2AM, 전설, 에이션(A.cian), 큐앤에이(QNA), 조미, 신혜성+옥주현을 들어보았다.
김윤하: 노래를 듣고 잠시 그룹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맞았다. 거대한 조국사랑으로 한여름 가뜩이나 혼미한 우리의 정신을 더욱 어지럽게 만든 그들, 비아이지(B.I.G)였다. 시원치 않았던 반응 때문인지 바로 교체된 새로운 작곡가는 틴트와 에이핑크 BnN의 앨범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있었던 똘아이박(…). 용감한 형제의 향기가 짙게 느껴지는 강렬한 후크송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고 브레이크도 없이 곧바로 무난함을 향해 돌진한다. 그토록 강렬한 데뷔 이후 이토록 평범한 후속타라니 도무지 무엇을 위한 도발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미묘: 조금 산만하다면 산만한 것도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무척 괜찮아서 놀랐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에너지가 살아 있는 랩 파트에서, 감상적인 B 파트로 넘어가면서 갑작스럽게 아이돌스러운 상쾌함을 선보인 뒤, 다시 전혀 새로운 후렴으로 진행된다. 후렴의 길이가 조금만 더 길었다면 어쩌면 느끼했을 것이나, 결코 길게 늘어지지 않고 재빨리 시건방진 느낌의 메인 테마로 넘어가 버린다. "준비됐나요" 테마가 화성적으로 부딪치는 것 또한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귓가에 튀어 들어온다. 굳이 흠을 잡자면 브리지에서 조금 더 멀리 가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과, 후반에 삽입된 감탄사들이 때론 뻔하고 때론 어색하다는 점 정도. 기세 좋게 시원한 곡이다.
유제상: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가사가 귀에 확 들어온 전작 '안녕하세요'에 비하면 평이한 노래. 다만 뮤비를 통해 보는 멤버들의 모습은 여전히 상쾌하고, 후렴구의 "준비됐나요 (go)" 부분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비아이지는 아직 두 곡만 발표한 신인 그룹이지만 안정된 느낌을 주어 좋다. 차후 좀 더 귀에 감기는 멜로디의 신곡을 들고 나오길 기대해본다.
조은재: 패기 하나는 인정하고 싶은 신인 보이그룹. 뮤직비디오에서나 음악 방송 무대에서나, '그래, 아이돌이 이거면 됐지' 싶은 기분이 드는데, 분명 음악적으로든 시각적으로든, 부족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모든 멤버들의 목소리가 요즘 케이팝 아이돌 씬에서 한창 유행하고 있는 색깔을 띠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이 팀의 보컬들과 비슷한 음색을 갖고 있는 기성 아이돌 보컬을 단숨에 최소 5명은 꼽아낼 수 있을 것 같을 정도.
조은재: 최근작보다는 오히려 초기작들과 더 닮아있는 신보. 1집의 Outro와 이번 앨범의 Intro 제목이 한 쌍을 이룬다는 사실을 모르더라도, 에픽하이가 '가장 에픽하이다운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음을 대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YG 아티스트들의 앨범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작곡가 PK가 참여한 '스포일러'도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전체 에픽하이의 디스코그라피를 생각했을 때는 '헤픈 엔딩'이 이번 앨범의 원톱 타이틀곡이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부터 함께해온 뮤지션들과 새로운 얼굴들이 적절히 조합된 피처링진도 마음에 들고, 개인적으로는 조원선과 김종완이 참여해서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초기작과 비슷한 색채를 띠었음에도 이것이 답보나 정체와는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앞선 앨범들에서 충분히 다양한 시도를 선보여왔기 때문도 있지만, 초기작을 포함한 그간의 모든 행보를 포괄하여 하나의 맥락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아이돌이 아님에도 아이돌 수준의 팬덤을 유지하고, 그 팬덤과 꾸준히 소통하며 단순히 '에픽하이 멤버 3인의 음악'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로서의) 에픽하이의 음악'을 구축하는, 가장 아이돌적인 창작의 방식이라 하겠다.
조은재: 화려하고 성대했던 귀환의 선언, 그 마침표다. 어느 앨범, 어느 트랙을 골라내 들어도 일관된 정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비록 새로운 것은 없을지라도 의미는 충분해 보인다. 이 '여전함' 자체가 이들 귀환의 메시지였음을 생각했을 때, 꽤 훌륭한 마침표라고 본다.
맛있는 파히타: 파워풀하고 다이나믹하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특히 코러스에서 폭발하는 보컬은 이들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제가 있다면 곡이 진부하게 느껴진다는 점과 스타일링이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좋은 탤런트를 무대에서 폭발적으로 보여줄 치밀한 기획력이 아쉽게 느껴진다.
미묘: 묵직한 사운드에 날이 서 있고 백업 보컬의 편곡이나 믹스도 인상적이다. 특히 브리지가 보컬 화성을 쏟아 부으며 시작한 뒤 금세 강렬하게 몰아나가는 호흡은 무척 재미있는 부분. B 파트의 멜로디가 좀 더 색깔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A 파트와 후렴, 후렴 뒤의 훅 등의 멜로디나 가사와의 결합은 다소 진부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취향의 영역일지도.
MRJ: 이 데뷔곡은 놀랍고 무척 인상적이다. 곡과 보컬, 안무, 퍼포먼스, 뮤직비디오 모두 수준급으로 이뤄져 있다. 퍼펄즈 멤버들은 모두 엄청나게 실력 있고 매력적이며, 신인 그룹 같은 모습은 전혀 없다. 강한 음색의 세 보컬리스트를 조합한 것이 신선한데, 이는 적은 멤버 수의 그룹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곡 자체는 마스터링 단계에서 다소 오버 컴프레션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여태 들어본 최고의 데뷔곡이다. 아래의 비디오에서 이 곡과 뮤직비디오에 관한 나의 분석 전체를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VewrOHuM8
유제상: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3인조 걸그룹 퍼펄즈의 데뷔싱글. 특이하게 멤버들의 외양이 복근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는 데다가, 샌드백을 치는 뮤직비디오를 보니 "섹시는 이제 됐잖아? 건강한 땀을 흘리자고!" 같은 느낌. 헬스클럽에 어울릴 듯한 멜로디와 비트도 그렇고, 지난 사랑은 잊고 당당히 재기하자는 가사도 그렇고 '포스트 섹시의 시대, 여성 아이돌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작은 해답을 제시해주는 듯하다. 부디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모여 하나의 경향을 이루면 좋으련만.
김윤하: 스테이지 버전으로 재편곡한 ‘This is love’는 데뷔 10년 차에도 건재한 슈퍼주니어의 현재를 증명하기에 무척이나 적절한 선택이다. 슈퍼주니어는 같은 기획사의 동방신기나 샤이니처럼 궁극의 퍼포먼스를 보유하지도 않았고 god처럼 국민 히트곡을 연거푸 터뜨리지도 않았지만, 그 미묘한 틈 사이를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영리하게 파고들어 제 한 몸 뉘일 곳을 톡톡히 다져놓은 그룹이다. 따로 떼어 보면 뭐 있나 싶지만, 슈퍼주니어라는 이름 아래 모아 놓으면 어느새 그럴듯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자연스레 성인의 문턱에 들어선 남자들. 업템포 R&B 선율에 수트와 스탠드 마이크를 앞세운 무대는 그런 이들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며 보다 긴 생명연장에 성공한다. 걷는 걸음마다 아이돌계의 새 길을 틀 이들 미래의 완성형은 "MAMACITA"보다는 이쪽에 가까울 거라 감히 예상해본다.
맛있는 파히타: 비록 슈퍼주니어의 대표곡들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팀에겐 이 곡과 같이 그루비하고 세련된 미드템포 댄스넘버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달리는 베이스와 귓전을 간지럽히는 기타, 때떄로 쏘는 신스, 잔잔하게 깔리는 오르간 사운드까지 어디 하나 버릴 데 없는 이상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10명의 멤버(현재 예성은 공익근무 중이다)는 한 화면에 담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지만 뮤직비디오에서는 마치 유닛을 테스트하듯이 다양한 조합을 다양한 배경으로 보여주며 무대를 구성하고 있다. 슈퍼주니어라는 이름이 가져오는 음악적인 디스카운트를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멋진 곡이다.
MRJ: 1970, 1980년대 미국 음악에 대한 나의 애정에 잘 들어맞는 곡이다. 훵키한 그루브와 놀라운 베이스라인을 가졌지만, 또한 현대적인 사운드도 함께 조합되었다. 신시사이저는 보다 '현재적'이고 '새로운' 감각을 더했고, 슈퍼주니어의 합창과 화음도 언제나처럼 비교 대상이 없는 수준이다. 모든 보컬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는 정말 멋진 사운드를 이룬다. 아래의 비디오에서 이 곡과 뮤직비디오에 관한 나의 분석 전체를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atvq2q1an0
조은재: 감히 '올해의 리패키지'로 꼽고 싶다. 정규 7집 "MAMACITA" 자체도 이미 충분히 완성도 있는 앨범이었는데, 딱 떨어지는 완성도,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슈퍼주니어의 거의 모든 무대가 그래 왔지만, 특히 이번 앨범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다인원 대형 그룹의 실험적인 퍼포먼스가 어디까지 다양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이었는데, 'This is love'와 '백일몽' 무대에서도 여지없이 새로운 화려함을 선보였다. 그러나 꼭 '보아야'지만 완성되는 요즘의 여느 아이돌팝과 달리, 이번 신보는 그저 '듣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점에서 여러 리스너들에게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도 슈퍼주니어에게 '들을 만한' 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앨범을 반드시 들려주길.
미묘: 흐느적거리는 후렴의 멜로디가 살 수 있으려면 보컬이 훨씬 그루브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유니슨 위주의 보컬이 '칼칼한' 질감을 내기보다는 그저 빈약하고 멀게만 들려 믹스에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프로듀서 자신이 한 랩은 그나마 잘 들린다는 것은... (여기까지만.)
유제상: 끈적한 타이틀곡 '몰라요'와 잔잔한 멜로디의 'Without You'가 포함된 5인조 걸그룹 디홀릭의 데뷔 싱글. '몰라요'는 다소 예스러운 90년대 풍의 곡이지만 정도를 지켜 낡은 느낌을 주지 않도록 노력했다. 뮤직비디오 속 안무도 그렇고 'Choose My Life-U'(2002) 언저리의 S.E.S.나 핑클 같은 분위기를 현대의 기술로-리메이크가 아니라-복원한 듯한 그룹. 한때 그들의 팬이었던 아저씨라면 무리 없이 들을 수 있겠다.
조은재: 신인 걸그룹으로서 뻔하지 않은 노선을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약간 촌스러운 감은 있지만, 어쨌든 꽤 들을만한 여자 아이돌 힙합 싱글이 나온 것 같다.
김윤하: 사물놀이를 끼얹어도 소속사 사장님을 끌어다 앉혀도 도무지 안되던 이들이 ‘90년대’ 깃발 아래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헤쳐 모일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다. 차지게 울려 퍼지는 그루비한 리듬에 "Back to the Old School!"이라는 뜬금없는 천명, "Cuz I love U"라는 후렴구까지 조심스럽게 한 계단씩 올라가는 우직한 구성에 전성기의 유승준을 연상시키는 "Everybody Come On"류의 산산이 흩어지는 산만한 래핑. 이 모든 게 촌스러운 그만큼 척 달라붙는다. 적어도 이 노래 안의 탑독은 드디어 본격적인 기류를 탔다. 문제야 늘 그렇듯 그 바람이 어디로, 어떻게 향할 지이지만 말이다.
맛있는 파히타: 90년대 뉴잭스윙 사운드를 가져오려는 수많은 시도들이 있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듣자마자 바비 브라운이 생각날 정도로 사운드조차 너무 제대로 빈티지하고, 그래서 오히려 신선하다. 게다가 아이돌적인 청량감이 충만해서 무한반복청취를 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이번 회차의 가장 놀라운 발견.
미묘: 도입부의 듀스스러운 리듬부터 칭칭 둘러놓은 오케스트라 히트, 캐러멜 같은 베이스의 질감, 멜로디의 패턴마저 모두 90년대 향취로 가득하다. 그러나 과거형으로 바르기만 했다면 인트로의 랩에서처럼 '올드스쿨'이 (특히 한국 댄스음악에서)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사실 전작의 '이건 아니지 않나 싶어'를 떠올리며 이번 커버아트를 보니 조금은 걱정이 됐는데, 불안을 시원하게 날려줘서 고맙다. 90년대의 요소들을 단순히 참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흥청망청한 매력을 지금의 사운드로 되살려낸 곡. 치열하게 찔러 채우는 편곡 속에 후렴에서 딱 적당한 함량의 달콤함을 집어넣은 점도 빛나는 센스. 조금씩 "헐?"하는 느낌으로 지켜봐 왔지만, 이번에야말로 정말 "이 녀석들 좋다."
조은재: 탑독은 최근 나온 대인원 아이돌 중에는 가장 볼만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팀이다. 멤버 개개인의 개성이 아직 명확히 드러나진 않지만, '여러 명'만이 갖는 장점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계속 기대해볼 만하다고 본다. 팬서비스 싱글치고는 꽤 의미 있는 행보가 될 것 같다.
조은재: 최근 가요계에 불어닥친 '90년대 레전드들의 귀환' 열풍으로 '복고' 트렌드에도 몇 가지 유형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는데, S의 신보는 그 여러 유형 중에서도 결코 좋게만 볼 수는 없는 몇 가지 특징들을 갖고 있다. 첫째, 과거 S 1집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데, 그 와중에 장점은 줄어들었고 단점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음악적 퇴보가 이루어졌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둘째, 강타, 신혜성, 이지훈 모두 나름대로 걸출한 아이돌 보컬리스트지만, 셋의 콜라보로 강타+신혜성+이지훈 이상의 새로운 색깔이 만들어진 적은 과거에도 지금도 없었다. 셋째, 그리하여 음악적 성장도, 시장에서의 성공도 모두 요원해져 이 콜라보의 의미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을 듣느니 차라리 S 1집을 다시 들으라고 추천하겠다. 일단 S 1집은 적어도 개별 트랙 간의 장르적 다양성 정도는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이 앨범의 발매로 앨범 프로듀서인 강타의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었다. 할 말은 많지만 별로 좋은 말은 아니라서 이만 줄인다. 팬들이 팬으로서의 예의를 지킬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
미묘: 보컬의 활용에 적잖은 성장세를 보여서 반갑다. 각 섹션에서 대여섯 가지의 음색을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있고, 그 하나하나도 매우 훌륭하다고 하기엔 아이돌계의 스탠다드가 높다고 해야겠으나,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은근한 목소리로 풀어내는 "너는 너무 못됐어"의 음색 연출이 조금 더 과감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데 비해, 다소 JYP 성향의 똑 부러진 미성을 선보이는 메인 보컬의 음색은 사람에 따라 꽤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방향성 자체에 조금 의문이 남던 전작들에 비해 곡 자체도 훨씬 스탠다드한데, 묵직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색채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높게 치고 싶다. 그러나 여전히 이 곡의 주인공은 '노래'가 아닌 듯하다. 서로 다른 음색의 보컬들이 갖는 존재감부터 너무 차이가 나며, 후렴이 '노래'에 의해 폭발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아이돌 곡으로서는 너무 큰 약점이 아닐까.
유제상: 8월부터 한 달에 하나씩 싱글을 발매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플레야의 신보. 평자 입장에서 플레야는 참 독특한 그룹인데, 교복 입은 소녀를 커버에 내세우면서 힙합 비트의 노래를 발표한다든지, 실제 노래 속 보컬 톤도 소녀 같으면서 일관성 있게 클럽튠을 유지하는 것이 굳이 비교하자면 리듬게임 속 걸그룹 같다. 아직 멤버들의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유감인데(실은 이점이 플레야를 더욱 가상의 뮤지션처럼 보이게 한다), 이대로 싱글이 차곡차곡 쌓이면 정규앨범이 나올 테니 그때쯤에는 기대해봐도 될라나.
유제상: 6인조 남성그룹 핫샷의 데뷔 싱글. 평자가 신인그룹의 노래에 대해 평을 할 때 그것의 빈한함에 대해 자주 언급하곤 하는데, 이들의 'Take a Shot'은 이와 대척점에 선 곡이다. 이 곡을 들으면 아무래도 작곡팀 줌바스와의 인연 때문에 엑소의 '으르렁'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이 부분은 실력파 멤버들의 면면과 더불어 핫샷을 다룬 보도자료에 꼭 언급되어 있다), '으르렁'이 SM산 아이돌에 맞게 통속적인 후렴구로 귀에 호소하는 노래라면 'Take a Shot'은 이런 부분이 애초에 말끔하게 거세되어 있어 흡사 외국곡을 듣는 것 같다. 양자를 굳이 비교하자면 개인적인 취향엔 'Take a Shot'이 더 맞았다. 아니 이미 똑똑거리는 전주를 들을 때부터 이들의 손을 들어줄 준비를 하고 있었달까. 유독 많은 곡이 발표된 이번 회차에서 단연 돋보이는 'Take a Shot'에게 이달의 Discovery를 선사한다.
조은재: 최근 데뷔한 '힙합 아이돌'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 있는 싱글을 내놨다. 드라마틱한 전개의 곡도 좋고, 멤버 한 명 한 명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뮤직비디오도 마음에 든다. 다만 아무래도 래퍼들보다는 보컬들이 경쟁력이 있어 보이기에, 다음번에는 랩보다 보컬을 좀 더 강조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비주얼이나 퍼포먼스 쪽으로는 흠을 찾기가 힘들다.
김윤하: 2AM은 개인적으로 꾸준히 주목하고 있는 그룹 가운데 하나다. 특히 JYP와 형식상의 이별을 나눈 이후 더욱 그랬다. "F. Scott Fitzgerald`s Way Of Love"(2012)와 "어느 봄날"(2013)이 특히 좋았다. ‘사랑’과 ‘봄’이라는 주제로 잘 다듬어진 앨범의 맵시와, 김도훈, 윤종신, 박선주 등 선수 중의 선수들에서 에피톤 프로젝트, 권순관, 디즈 같은 장르를 넘어선 재능 있는 신진 뮤지션들의 노래까지 덥석 받아 거뜬히 소화해내는 모습이 꽤나 믿음직스러웠다. 그 균형이 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건 "Nocturne"(2013)부터였다. 멤버는 그대로였고 역시나 곡들은 출중했지만, 앨범은 하나로 뭉치지 못한 채 설익은 캠핑 밥처럼 서걱거렸다. 이번 앨범 역시 친정엄마 박진영에서 발라드의 조상 조규만, 조규천까지 소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난삽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세 번째 정규앨범이라는 사실 이외에 앨범 전체의 중심축이 될 만한 무게 추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고, 9번 이후 이어지는 각 멤버들의 솔로 곡들이 앨범을 더욱 산만하게 만든다. 특히 솔로 곡들은 아예 따로 CD를 만들어 모았으면 어땠을까 자꾸만 쓸데없이 아쉬워진다.
유제상: 1.미.남(미련이 남아서)으로 저예산 뮤직비디오의 정수를 보여준 전설이 컴백. 2.이번 싱글은 타이틀곡 'Lost' 포함 무려 네 곡. 인심 팍팍! 3. 뮤직비디오에서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메이크업을 하고 나왔다.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함. 4.노래는 적당히 판타지가 가미된 한류 드라마용 OST 같은 뭐 그런 느낌? 4. 몇 번을 봐도 멤버들이 참 예쁘게 생겼다. 인물로는 신진 그룹 중 단연 돋보이는 듯. 물론 이 또한 취향이 작용했겠지. 5. 두 장의 싱글로 대충 전설이 어떤 그룹인지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적어도 평자의 뇌리에는 그렇게 남았다.
조은재: 노래를 듣고 있으면 어째서인지 자꾸 비투비가 떠오른다. 앨범에서 큰 단점을 찾기는 힘든데, 그다지 큰 특장점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춤 연습은 확실히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맛있는 파히타: 비록 한 방에 귀에 꽂히는 훅은 없지만 강렬한 기타와 곡 내내 흐르는 긴장감이 마음에 드는 트랙이다. 복싱 콘셉트도 곡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는 게 이색적이다. 몇 년 전부터 태국은 한국 아이돌을 가장 잘 복제하는 곳이었는데 어쩌면 조만간 태국의 아이돌이 한국에 상륙하는 것을 보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윤하: 좋은 듯 싫은 이 느낌의 정체는 뭘까 싶어 듣고 또 듣다 보니 어느새 근절해야 할 대한민국의 4대 악 중 하나인 불량식품처럼 중독되어 버렸다. (심지어 작곡가 이름도 MSG) 여성보컬을 앞세운 인디트로니카 같기도, 티티마 같은 깨발랄 걸그룹의 뒤를 잇는 것 같기도, 애니메이션 주제곡 같기도(심지어 기획사 이름이 ‘클래프’ 컴퍼니)한 이 노래는 하지만 결국 내 취향의 동의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조악한 마무리도 마무리지만 가장 큰 이유는 조근거림이 전하는 의외의 매력에 귀를 기울이려고 할 때마다 기차 화통마냥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메인 보컬의 지나치게 풍부한 성량 때문이었다. ‘눈을 감고 맘속으로 숫자를 세 하나, 둘, 셋’이라는 애니메이션 대사(같은 노랫말)로 절정을 향해가는 2분 12초에서 2분 33초까지의 은근한 유혹이 두고두고 기억날 것 같다.
미묘: 아래↓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 기대하며 들어보았다. 들릴락 말락 하는 기타와 드럼 톤이 신스팝스럽다. 그러나 이 질감은 <마크로스>를 좋아하는 창작자가 그려내는 픽션 아이돌이나, 혹은 차라리 국내 인디 신스팝을 닮았다. 그래서 아이돌의 곡이 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아이돌계의 사운드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은 즐거운 일. 곡의 드라마틱한 구성과 신스 톤의 활용에서 욕심이 엿보이는 점도 좋게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이런 '돌연변이 케이팝'들에서 자주 발견되는 약점 중 하나는 작곡과 믹스에서 보컬의 운용과 처리가 애매하다는 것인데, 이 곡 또한 유감스럽게도 마찬가지다.
유제상: 으억! 펫샵보이즈다! 국내 뮤지션으로 말하자면 '리베카', '가나다라마바사'의 양준일? 간결한 디스코 비트와 설명 투의 백코러스까지 고전적인 신스팝의 그 시절 그 분위기가 너무도 잘 살아있어 실로 대범하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시대착오적인 곡이지만, 좋게 이야기하면 '이제 아이돌 음악으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부디 이 '오래된 신선한' 느낌을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데, 글로는 한계가 있어서 안타깝다.
MRJ: 즐겁게 들은 트랙이며, 케이팝 세계에 입문하지 않은 해외 팬들에게도 크게 어필할 수 있을 듯하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케이팝의 사운드와 요소들 외에도 미국 팝, R&B, 힙합의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보컬이 훌륭한데, 특히 상쾌하게 감정을 들어 올리는 후렴부에서 돋보인다. 나는 엑소의 찬열이 피처링한 한국어 버전의 노래와 퍼포먼스가 더 마음에 들었지만, 중국어 버전도 매우 좋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BTWtJKYoSO0
유제상: 2006년 신혜성과 린이 부른 듀엣곡 '사랑...후에'의 리메이크가 담긴 싱글. 원곡은 그 당시에도 참 낡았다는 생각이 드는 대단히 통속적인 곡으로, 특히 스트링 소리가 물 먹인 솜으로 귀를 막는 듯한 불쾌감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리메이크곡의 첫인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계속 들어보니 1. 스트링 소리를 건반으로 변경, 2. 비트가 요즘 스타일로 깔끔해짐("츅-츅-츅-츅-"이 "톡-티딕-톡-톡-"으로... 이해되세요?), 3. 여자 보컬을 옥주현으로 변경, 이 세 가지 요소만으로 완전 다른 곡이 되었다. 특히 옥주현이 귀에 띄는데, 과거 일단 지르고 보았던 '맑지만 불안한 톤'에서, 다소 불안할지언정 '담백한(심지어는 세련됨마저 느껴지는) 톤'으로 노래를 부른다. 그러고 나니 통속적인 멜로디도 한층 힘을 받아 '진정성 있는 무엇'으로 거듭났다. 정말, 이 곡을 다시 듣는 것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님을 우리 편집장님을 걸고 맹세하는 바이다.
조은재: 원곡에 있던 린의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렬한 감정표현은 빠지고, 최근 뮤지컬 배우로 성공적인 전업을 마친 옥주현의 담백하고 드라마틱한 창법이 더해져 훨씬 듣기 편해졌다. 앞서 발매된 S의 신보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신혜성 자체도 섬세한 감정표현이 돋보이는 보컬이라서, 비슷한 스타일의 린이라든가 강타, 이지훈보다는 약간 상반되는 스타일의 옥주현의 보컬이 상보적으로 시너지를 낸다고 봐야겠다. 변화된 트렌드를 의식해 예전보다 간결한 악기 구성으로 재편곡한 점도 보이지만, 원곡의 장점이었던 풍부한 악기 소리까지도 탈각된 것 같아서 이 부분은 조금 아쉽다. 최근 이루어진 '신혜성 노래 다시 부르기' 중에는 가장 마음에 드는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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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ply on “1st Listen : 2014.10.21~10.31”
유제상이란 작자의 리뷰는 왠만한 블로거 리뷰보다 유치하다. 설마 저런 걸 쓰고 돈을 받진 않겠지.